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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레알 마드리드, 루니 영입에 집착하는 이유

 

'갈락티코'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은 최근 몇 년간 유럽 제패 및 마케팅 효과로 인한 재정 강화를 위해 대형 선수들을 무수히 영입했습니다. 하지만 레알이 인건비에 많은 돈을 투자한 것에 비해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최근 6시즌 연속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 및 지난 시즌에는 무관에 그치면서 라이벌 FC 바르셀로나의 트레블과 비교되는 '굴욕'을 당했습니다. 이것은 챔피언스리그 최다 우승팀(9회)에 걸맞지 않은 행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레알은 갈락티코의 일환 및 유럽 제패를 위해 올해 여름에도 대형 선수를 영입할 것입니다. 매년 여름마다 대형 선수를 보강한데다 플로렌티노 페레즈 회장이 갈락티코의 선장 역할을 맡다는 점에서 이적시장이 조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소속팀에 대한 충성심 부족 및 재계약까지 거절한 프랑크 리베리(바이에른 뮌헨)의 레알 이적이 기정 사실과 다를 바 없는 상황에서 또 한 명의 선수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웨인 루니(25,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 입니다.

레알에게 루니는 챔스 우승의 열쇠, 하지만...

루니는 올 시즌 현지 언론으로부터 레알 이적설로 꾸준한 관심을 받았습니다. 레알이 루니에 영입 관심을 나타내는 기사가 수없이 보도된 것을 비롯, 전 맨유 에이스였던 호날두가 루니의 레알 이적을 원한다는 내용의 인터뷰, 레알 이적시 호날두에 버금가는 이적료 책정 같은 내용의 추측성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특히 친 레알 성향인 <마르카>가 루니의 이적설을 줄기차게 보도한 것은, 레알이 언론을 이용해서 루니를 영입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그 방법은 호날두 영입에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했죠.

우선, 레알은 지난 갈락티코 1기를 통해 선수 마케팅을 통한 수익을 창출하며 막대한 부채를 갚았습니다. 지난해 여름 갈락티코 2기 출범 이후 호날두-카카 영입에 엄청난 이적료를 투자했던 것은 두 선수의 상품성을 통해 마케팅 및 중계권 수익을 막대하게 챙기겠다는 의도입니다. 선수 마케팅은 단기적인 효과가 크기 때문에, 이를 뒷받침하려면 또 다른 스타를 영입해 지구촌 축구팬들의 흡입력을 끌어들여야 합니다.

레알이 루니에 대한 영입 관심을 나타내는 이유는 상품성입니다. 루니는 맨유 및 잉글랜드 축구의 상징인데다 올 시즌을 기점으로 월드 클래스 반열의 공격수로 거듭나면서 많은 팬들의 관심과 시선을 끌었습니다. 또한 맨유의 에이스로서 그동안 아시아 축구팬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그런 레알이 올해 여름 아시아 투어(한국 포함) 및 아시아 축구팬들의 황금 시간을 겨냥한 경기 시간 변경을 원하는 것은 아시아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음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아시아 축구팬들에게 인기 많은 루니의 상품성을 높이 평가하여 영입을 원했습니다.

하지만 레알에게 발등이 떨어진 것은 성적입니다. 6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탈락하면서 유럽 최고의 팀이라는 명분을 내세울 수 없게 됐습니다. 물론 유럽 클럽 중에서 챔피언스리그 통산 우승(9회) 횟수가 가장 많지만, 지난 40년 동안 유럽 제패한 횟수는 3회였으며 리버풀-아약스-바이에른 뮌헨-AC밀란보다 부족합니다. 레알이 유럽 최강의 팀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되찾으려면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절실하며, 성적과 상품성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선수가 현 시점에서 필요합니다. 그 선수가 바로 루니입니다.

특히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 이후 현지 언론에서 루니 레알 이적설이 줄기차게 거론되는 것은 역의 관점에서 보면 레알의 기존 공격수에 대한 불신을 의미합니다. 곤살로 이과인은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 19경기에서 15골의 뛰어난 득점 실력을 뽐냈으나 지금까지 '갈락티코'라는 스타성을 의심 받았습니다. 그 이유는 챔피언스리그 울렁증 때문입니다. 2006/07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14경기 무득점에 그쳤고 올 시즌 7경기에서는 2골 넣었지만 리옹과의 16강 2차전에서 최악의 부진을 겪으며 팀의 8강 진출에 힘이 되지 못했습니다. 이과인의 최전방 공격을 믿었던 레알의 시선이 '큰 경기에 강한' 루니쪽으로 곁눈질 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과인과 더불어 투톱 공격수를 맡는 카림 벤제마는 냉정히 말해 레알의 먹튀 입니다. 리옹 시절의 날카로운 타겟 역량 및 폭발적인 문전 침투, 강력한 슈팅 등 전반적인 공격력이 레알 이적 이후 위력이 떨어졌습니다. 레알에서 활약한 24경기에서 8골 4도움의 준수한 성적을 거두었지만 챔피언스리그 5경기에서는 1골 1도움에 그쳤습니다. 레알이 4-2-3-1을 쓸 때는 이과인과의 원톱 경쟁에서 밀린것을 비롯 경기력 침체까지 겹쳐 이적설까지 거론되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두 선수의 문제점이 앞으로 계속 노출되면 레알의 공격 마무리가 약해지는 것을 비롯 이겨야 할 경기에서 이기지 못하는 고질적 문제점에 직면 할 것입니다. 결국, 이과인과 벤제마의 문제점은 레알 입장에서 루니의 존재감을 절실히 여기게 된 원인이 됐습니다. 루니는 타겟맨-쉐도우-와이드맨-윙 포워드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만능형 공격수, 부지런한 움직임과 넓은 활동 폭을 강점 삼으며 팀 공격의 활기를 띄우는 것, 전방 압박에 강한 점, 그리고 열정적인 선수로서 어느 감독이든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선수입니다. 레알이 영입에 욕심을 낼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레알의 문제점은 팀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선수가 부족 합니다. 공격 옵션들이 개인 플레이에 치중하다보니 동료 선수를 활용한 이타적인 플레이가 부족하며 특히 위기 상황에서 이러한 문제점이 두드러집니다. 하지만 루니는 다릅니다. 맨유에서 그랬듯, 주연과 조연 모두 소화가능하며 팀의 공격을 위해 자기 자신의 공격력을 희생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 또한 루니의 레알 이적은 호날두에게 반가운 일입니다. 루니가 레알에 오면 호날두의 골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며 그것은 이미 맨유에서 입증 됐습니다. 이래저래, 레알이 루니 영입에 집착할 수 밖에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루니의 레알 이적이 현실화 될 수 있는 결정적 이유는 맨유의 재정난 입니다. 맨유의 구단주를 맡는 말콤 글레이저 가문이 부채 해결을 위해 루니를 다른 팀에 팔아 이적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맨유가 두달 전 5억 파운드의 채권을 발행해 빚을 갚아 재정적 위기를 모면했지만, '루니가 맨유의 재정난으로 레알에 이적할 수 있다'는 현지 언론의 루머는 여전히 끊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물론 루니는 맨유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지만, AC밀란에 충성을 다했던 카카도 결국 팀의 재정난 영향을 받아 레알로 이적했습니다. 그래서 글레이저 가문이 맨유를 떠나지 않으면 루니의 미래는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게 됩니다.

하지만 루니 입장에서 바라보면 레알 이적은 '독'입니다. 루니는 올 시즌을 기점으로 맨유의 조연에서 주연으로, 호날두의 골 도우미에서 맨유의 에이스이자 골잡이로, 축구 신동이라는 예전 별명에서 축구 천재로 진화하면서, 세계 최고의 선수 반열에 오르면서 화려한 전성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자신의 가치를 오랫동안 화려하게 빛낼 수 있는 최적의 팀은 맨유입니다. 레알에서의 도전도 의미있지만, 또 다시 호날두의 골 도우미로 활약해 팀을 위해 희생해야 할 숙명에 직면할지 모를 일입니다. 올해 25세인 루니는 이미 희생할 만큼 희생했고 이제는 자신의 품격을 높여야 합니다.

루니는 레알 이적을 반가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동안 맨유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데다 '맨유의 주장이 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진 선수로 유명합니다.(카카도 한때는 AC밀란 주장이 목표였지만) 자신에게 영입 관심을 드러낸 레알의 공세가 앞으로 집요하게 전개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맨유가 루니를 오랫동안 지킬 수 있을지, 반대로 레알은 루니 영입에 성공해 유럽 제패에 폭발적인 탄력을 얻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