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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세계 4대 축구 천재, 월드컵 영웅은 누구?

 

펠레와 마라도나, 그리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3개 대회를 빛냈던 지단과 호나우두는 '축구황제'라는 찬사를 받으며 지구촌 축구팬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단이 독일 월드컵을 끝으로 은퇴했고 재기를 다짐한 호나우두의 브라질 대표팀 합류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월드컵에서 볼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2010 남아공 월드컵의 과제는 이들의 대를 이을 새로운 축구 황제를 배출해야 합니다. 자국의 세계 제패를 이끄는 월드컵 영웅의 등장이 필요한 시점이죠. 지구촌에 있는 수많은 대표팀 선수들이 자국의 월드컵 선전을 염원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축구 천재'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카카-호날두-메시, 올 시즌 월드 클래스의 기량을 뽐내며 세계 최고의 선수 반열에 오르기 시작한 루니가 남아공 월드컵의 영웅이 될 유력 후보로 꼽힙니다.

 

공교롭게도 네 명의 국적은 브라질-포르투갈-아르헨티나-잉글랜드로서 월드컵 우승 만년 후보로 주목받거나 또는 근접권에 있습니다. 물론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의 호나우두처럼 브라질의 준우승 속에서도 골든 볼(MVP)를 받았던 사례가 있었지만, 월드컵 영웅 등극의 전제 조건은 자국 대표팀의 성적입니다. 에이스는 팀의 운명을 짊어지는 존재이기 때문이죠. 여기에 지구촌 축구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스타성까지 포함하면, '세계 4대 축구 천재'로 요약되는 카카-호날두-메시-루니가 월드컵 영웅으로 떠오를 수 있는 위치에 가깝습니다.

 

카카, 슬럼프에 탈출해야 브라질이 우승한다

 

사실, 카카는 월드컵 우승 커리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선수 본인의 활약에 의해 브라질이 세계를 제패한 것이 아닙니다. 카카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지만 당시에는 철저한 벤치 멤버였으며 코스타리카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후반 27분 출전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 이후 절치부심끝에 이탈리아 세리에A를 평정했고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호나우두-아드리아누-호나우지뉴와 함께 판타스틱4를 형성하며 팀 공격을 짊어졌으나 8강에서 프랑스에 덜미잡히고 말았습니다. 이제 카카는 둥가호의 에이스로서 남아공 월드컵 우승을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하지만 카카가 남아공 월드컵에서 월드 클래스의 기량을 발휘하며 브라질의 우승을 이끌지는 의문이 가는 구석이 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에서 활약중인 카카의 폼이 세리에A 시절보다 떨어진데다 특유의 파괴적인 공격력이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죠. 상대 수비수의 기를 죽이는 현란한 볼 컨트롤과 볼 키핑력, 개인기 그리고 패싱력에 이르기까지 예전처럼 날카롭지 못하고 답답한 공격 전개를 일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FC 바르셀로나전에서 스포츠 헤르니아 부상을 당한 이후부터 경기력이 뚝 떨어지더니 이제는 레알 팬들에게 야유 받는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이러한 카카의 부진은 브라질 대표팀에 반갑지 않습니다. 카카는 4-2-3-1 포메이션을 쓰는 브라질에서 꼭짓점을 맡아 공격의 지휘자 역할을 합니다. 호비뉴-엘라누-파비아누 같은 공격 옵션들과의 유기적인 공격 전개를 통해 원톱인 파비아누에게 결정적인 골 기회를 밀어주는 카카의 공격력이 레알에서 위력이 떨어진 것은 브라질 대표팀의 공격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입니다. 물론 카카는 브라질 대표팀에서 수준급의 공격력을 발휘했던 선수이기 때문에 원래의 폼을 되찾을 수 있겠지만, 레알에서의 경기력 저하가 장기화되면 상황은 다릅니다.

 

카카가 슬럼프에서 탈출하려면 남아공 월드컵에 대한 동기부여를 가져야 합니다. 3년 전 AC밀란의 에이스로서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것과 동시에 대회 득점왕에 올랐던 포스를 남아공 월드컵에서 내뿜어야 합니다. 축구팬들에게 '엄친아'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모든 것을 다 이루어낸 축구 선수로 각광받지만, '진정한 엄친아'가 되려면 브라질의 월드컵 통산 6회 우승의 당당한 주역이 되어야 합니다. '세계 최강' 브라질 축구의 아이콘으로서 그에 걸맞는 활약을 월드컵에서 발휘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죠.

 

호날두, 영웅 자격 충분하지만 포르투갈 성적이 변수

 

호날두는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포르투갈의 4강 진출 주역으로 활약했지만 팀 공격을 이끄는 주연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포르투갈의 에이스가 피구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포르투갈 대표팀의 주장이자 에이스, 그리고 원톱과 윙 포워드를 다재다능하게 소화하는 전천후 공격옵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카를로스 퀘이로스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이 2년 전, 당시 23세였던 호날두의 대표팀 주장직을 영구적으로 유지하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이름 그 자체가 포르투갈 축구를 대표합니다.

 

그런 호날두를 상징하는 수식어는 '세계 최고' 입니다. 2007/08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및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및 두 대회 동시 득점왕에 올라 카카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선수'에 등극했습니다. 지난해 여름에는 8,000만 파운드(약 1,375억원)의 세계 최고 이적료를 기록하며 레알로 이적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축구선수라는 이미지를 지구촌 축구팬들에게 심어줬습니다. 올 시즌 레알에서 활약한 27경기에서 22골 4도움을 기록할 만큼 엄청난 파괴력을 선보였으며 그의 존재 여부에 따라 레알의 경기력이 들쭉날쭉 했습니다.

 

자신의 라이벌인 메시도 뛰어난 측면 옵션이지만, 호날두의 공격력만을 놓고 보면 월드컵에서의 화려한 플레이가 기대됩니다. 현란한 드리블 기술 및 발재간, 과감한 문전 침투에 이은 골 생산, 폭발적인 스피드로 상대 수비수를 유린하는 플레이, 왼발과 오른발을 가리지 않는 크로스, 총알같은 중거리 슈팅, 빅 클럽의 간판 공격수보다 더 많은 골을 넣으며 윙어의 품격을 끌어 올린 아우라, 무회전 프리킥 등에 이르기까지 특출난 장점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호날두의 파괴력을 놓고 보면 지단-호나우두의 뒤를 이을 축구황제로서의 도약을 예감케 합니다.

 

그러나 호날두는 정작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득점 기계의 위용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유럽 예선 7경기 무득점에 그친데다 지난 2일 중국과의 평가전에서는 전반전만 뛰었지만 골을 넣는데 실패했습니다. 윙어 자원이 두껍고 원톱 자원이 부족한 포르투갈 대표팀의 한계 때문에 최전방을 지키고 있지만 맨유-레알에서의 폭발적인 득점력과 대조되는 행보를 걷고 있습니다. 또한 포르투갈이 지금까지 월드컵 결승 무대를 밟지 못한데다 남아공 월드컵 죽음의 조(브라질-코트디부아르-북한)에 편성되었음을 상기하면, 호날두의 월드컵 영웅 등극에 놓인 환경이 험난합니다. 호날두의 득점 기계 본능이 남아공 월드컵에서 폭발할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아르헨티나 메시는 바르사 메시가 될 수 있을까?

 

메시는 지난 2005년 U-20 월드컵에서 '마라도나의 재림'으로 불릴 만큼 공을 달고 다니는 듯한 완벽한 드리블과 빠른 돌파력을 뽐내며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그래서 이듬해 열리는 독일 월드컵을 빛낼 기대주로 각광받았으나 본선에서는 벤치워머로서 자신의 축구 재능을 맘껏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세르비아와의 조별예선에서 교체 투입된 지 4분 만에 크레스포의 골을 어시스트했고 후반 43분에는 팀의 6-0 대승을 완성짓는 추가골을 터뜨렸습니다. 패싱력과 개인기, 슈팅에서 발군의 감각을 발휘했으니, 당시 그의 나이는 19세 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메시는 카카-호날두에 이은 '세계 최고의 선수' 자리에 우뚝 섰습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프리메라리가 31경기 23골 11도움, 코파 델 레이 8경기 6골, UEFA 챔피언스리그 12경기 9골 5도움으로 득점 1위에 오르며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의 트레블 달성에 절대적인 공헌을 세웠습니다. 측면 공격수 임에도 3개의 대회에서 51경기 38골 16도움을 기록해 유럽 빅 리그 선수중에서 가장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으니 파괴력이 가히 대단했습니다. 그리고 맨유와의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드러났던 것 처럼, 유연한 경기 조율 능력과 헤딩골까지 넣으며 혼자 힘으로 경기 흐름을 뒤바꿀 수 있는 아우라를 지구촌 축구팬들에게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의 메시는 바르사 메시와 다른 인물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바르사 메시는 세계 최고의 선수지만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메시는 무기력함 그 자체 입니다. 지난해 6월 6일 콜롬비아전부터 9월 10일 페루전까지 남미예선 6경기 연속 무득점 부진에 시달렸고 특히 마라도나 감독 부임 이후 상대 수비의 압박에 막혀 고전하는 모습을 많이 노출했습니다. 문전에서의 움직임이 유연하지 못한 것을 비롯 소극적인 연계 플레이를 일관하며, 개인기에 이은 문전 돌파로 골을 노리거나 세 명의 상대 수비진을 제꼈던 바르사에서의 과감함과 대조를 나타냈습니다. 그는 결국 아르헨티나 축구팬들의 혹독한 질타를 받는 상황에 몰렸습니다.

 

메시의 문제점은 선수 본인에게 달린 것이 아닙니다. 4-4-2를 쓰는 아르헨티나 대표팀과 4-3-3을 구사하는 바르사의 전술적인 차이가 메시를 곤혹스럽게 한 것입니다. 메시는 넓은 활동 폭을 앞세워 상대 진영을 빠르게 파고들며 골을 노리는 프리롤 성향입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는 최전방에서 골을 노리는 타겟맨을 소화하지만 활동 반경이 골문쪽에 제한 되었습니다. 이것은 마라도나 감독이 메시의 장점을 키울 수 있는 전술에 초점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월드컵 본선에서 이 같은 행보가 지속되면, 메시와 아르헨티나의 운명이 슬픔으로 끝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아르헨티나와 월드컵 본선에서 상대할 한국에게는 긍정적인 시나리오죠.

 

루니의 오름세, 유럽을 넘어 월드컵으로 향하다

 

루니에게 있어 2006년 독일 월드컵에 대한 추억은 유쾌하지 못했습니다. 월드컵 개막이 얼마 안남은 시점에서 열렸던 첼시전에서 페레이라의 깊숙한 태클을 받아 격하게 넘어지며 오른발 발목 부상을 당했습니다. 월드컵 출전이 불투명했으나 산소텐트를 통한 부상 회복 및 잉글랜드 최고 수준이었던 의료진의 지원을 받으며 독일 땅을 밟았습니다. 그러나 독일 월드컵에 출전한 4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친데다 8강 포르투갈전에서는 퇴장을 당했고 잉글랜드는 그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했습니다. 2년 전 유로 2004에서 4경기 4골을 발휘했던 포스와는 달리 씁쓸한 시기를 보냈죠.

 

하지만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앞둔 루니의 위상은 월드 클래스에 도달 했습니다. 카카-호날두-메시, 그리고 2009/10시즌에 접어들자 루니의 득점포가 유럽을 출렁이고 있기 때문이죠. 루니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28경기 25골 3도움으로 득점 1위를 기록중이고 AC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16강 1~2차전에서 4골을 뽑았습니다. 그리고 칼링컵 4강 2차전 맨체스터 시티전과 결승 애스턴 빌라전에서 골을 넣으며 맨유의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축구팬들은 올 시즌 모든 대회에서 32골을 터뜨린 루니가 맨유 소속으로서 한 시즌 최다 골을 기록했던 호날두(42골, 2007/08시즌)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유럽 무대에서 두각을 떨치는 루니의 창은 남아공 월드컵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맨유에서의 물 오른 득점포, 월드컵 지역 예선 9경기에서 9골을 넣었던 포스 그 자체만으로도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맹활약을 예감케합니다. 무엇보다 월드컵에서 자국의 우승을 이끄는 맹활약을 펼치면 지단-호나우두에 이은 새로운 축구 황제로 떠오를 발판을 마련하게 됩니다. 지난 시즌까지 호날두의 득점력을 도와주면서 희생을 택했으나 그의 레알 이적으로 팀의 새로운 골잡이로 떠오르며 골 감각을 만개한 루니라면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오름세가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잉글랜드 대표팀의 우승 도전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애슐리 콜은 장기간 부상을 입어 월드컵 출전이 불투명하며 그의 백업인 브릿지는 스캔들 여파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테리는 브릿지와 더불어 스캔들 파문에 휩싸인 이후부터 폼이 가라앉았으며 그의 짝인 퍼디난드는 잦은 부상으로 부침을 겪었습니다. 정신적 지주나 다름없는 베컴의 월드컵 출전 꿈도 부상 앞에 좌절 됐습니다. 그래서 루니가 잉글랜드의 에이스로서 팀을 짊어지기에는 주변 여건이 좋지 않습니다. 잉글랜드가 자국에서 열렸던 1966년 월드컵 이후 44년 동안 월드컵 우승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루니의 골에 희망을 거는 카펠로호가 악재속에서도 순항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