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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리버풀, 포츠머스전 대승으로 얻은 세 가지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이 이끄는 리버풀이 프리미어리그 꼴찌 포츠머스전에서 대량 득점 승리를 거두며 프리미어리그 4위 진입을 향한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었습니다.

리버풀은 16일 오전 5시(이하 한국시간) 안필드에서 열린 2009/10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0라운드 포츠머스전에서 4-1로 승리했습니다. 전반 26분 페르난도 토레스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28분 라이언 바벨, 32분 알베르토 아퀼라니가 상대 골망을 흔들며 전반전을 3-0으로 앞섰습니다. 후반 32분에는 토레스가 추가골을 넣었고 43분에는 나디르 벨하지에게 추격골을 내줬지만 4-1의 리드를 지켰습니다.

이로써, 리버풀은 15승6무9패(승점 51)로 맨체스터 시티를 제치고 리그 5위로 뛰어오르며 4위 토트넘(승점 52, 15승7무7패)을 1점 차이로 추격했습니다. 아울러 토레스는 포츠머스전에서 2골 2도움을 기록해 팀 승리의 주역으로 거듭나며 리버풀의 시즌 막판 대분전을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리버풀은 포츠머스전 대상으로 4위 진입을 향한 세 가지의 플러스 요소를 얻게 됐습니다.

제토라인의 부활

지난 시즌과 올 시즌 리버풀의 차이점은 제토라인(제라드-토레스)의 파괴력입니다. 리버풀은 지난 시즌 제토라인의 콤비 플레이를 통해 경이적인 득점력을 뽐내며 프리미어리그 최다 득점 1위(77골) 및 맨유와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두 선수가 잦은 부상으로 경기력이 꾸준하지 못했으며 특히 제라드는 상대팀의 끈질긴 견제를 이겨내지 못해 예전만큼의 과감한 공격력을 뽐내지 못했고 이것은 '제라드 의존도가 강한' 리버풀의 성적 부진 원인이 됐습니다.

하지만 포츠머스전에서 터진 전반 28분 바벨의 골은 제토라인이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존슨이 오른쪽에서 크로스를 띄운것을 문전 정면에 있던 제라드가 자신의 왼쪽에 있던 토레스를 향해 헤딩으로 공을 흘렸고, 이것을 토레스가 바벨에게 패스를 밀어주면서 골 장면이 연출 됐습니다. 제라드에서 토레스로 연결되는 콤비 플레이가 골의 결과로 이어진 것은 두 선수를 통한 공격 전개가 위력을 되찾았음을 말합니다.

무엇보다 토레스의 2골 2도움의 반갑습니다. 토레스는 포츠머스전 이전까지의 최근 9경기에서 2골에 그쳤을 정도로 문전 앞에서의 재치있는 공격 본능이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포츠머스전에서는 최전방 좌우 공간 및 중앙을 헤집고 다니며 상대 수비라인을 앞쪽으로 끌어올린것을 비롯 뒷 공간을 파고들며 골 넣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데 힘을 기울였습니다. 그 결과 리버풀 미드필더들의 문전 침투가 용이해졌고 토레스는 자신의 발끝에서 4번의 골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반면 상대 수비는 토레스의 공간 봉쇄 플레이에 실패해 수비 밸런스가 깨지고 말았습니다.

제라드는 이날 경기에서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토레스 못지 않는 공격력을 과시했습니다. 포츠머스 진영에서 상대 미드필더들의 뒷 공간을 파고들기 위해 빠른 타이밍의 패스를 엮어내며 바벨-토레스-막시와의 유기적인 콤비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여기에 상대 수비수와 혼전 중인 상황에서 과감한 패스를 시도하며 여러차례 결정적인 골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후반전에는 빗각으로 걷어찬 오른발 중거리슛을 시도하는 여유를 부릴 만큼 전반적인 경기 운영이 시즌 초반과 중반보다 가벼워졌습니다. 상대가 리그 꼴찌임을 간과할 수 없지만 자신감을 되찾은것은 분명합니다.

바벨-아퀼라니의 각성 모드

포츠머스전 4-0 대승의 또 다른 원인은 바벨과 아퀼라니에게 있었습니다. 그동안 리버풀에서의 공헌도가 부족했던 바벨과 아퀼라니의 맹활약은 제토라인의 공격력을 키우고 리버풀이 승리할 수 있었던 촉매 역할을 했습니다. 바벨은 왼쪽 측면에서 부지런한 움직임과 빠른 스피드, 문전까지 파고드는 폭 넓은 움직임을 자랑하며 리버풀 승리의 활력소로 거듭났습니다. 전반 28분에는 제토라인이 차린 밥상을 그대로 먹으며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었습니다.

물론 상대는 약팀이기 때문에 바벨의 부활을 단정짓기가 섣부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리에라와 베나윤의 폼이 꺾인 현 시점에서 바벨의 포츠머스전 맹활약은 리버풀 공격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리버풀이 프리미어리그 4위 진입에 사활을 거는데다 유로파리그 일정을 치러야 하는 체력적인 버거움이 있는 만큼, 바벨의 포츠머스전 각성 모드는 앞으로의 경기에서 왼쪽 측면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소득으로 이어졌습니다.

바벨과 더불어 아퀼라니의 폼도 이제는 오름세에 접어 들었습니다. 부상 복귀 이후 폼이 완전치 못해 패스미스가 잦았거나 동료 선수와의 유기적인 콤비 플레이가 부족했던 문제점이 있었지만, 포츠머스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을 불식시키며 팀의 4-1 대승을 도왔습니다.

무엇보다 아퀼라니의 포츠머스전 공격 패턴은 직선적이고 과감했습니다. 지난 시즌까지 리버풀 중원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사비 알론소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팀의 공격에 적극적으로 관여했고 전반 32분에 직접 골까지 뽑았습니다. 58개의 패스 중에 52개를 동료 선수에게 정확하게 연결한 것을 비롯 적극적인 문전-측면 침투로 팀의 패스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이것은 제라드에 의존하던 리버풀의 공격 패턴이 아퀼라니의 등장으로 다채로워지는 이점으로 이어졌습니다. 횡적인 공격에 치중하는 루카스-마스체라노와 스타일이 다른 아퀼라니의 오름세는 리버풀이 알론소의 존재감을 지울 수 있는 긍정 포인트로 작용할 것입니다. 아퀼라니의 부상이 앞으로 오랫동안 없다는 전제하에서 말입니다.

포츠머스전 대승으로 자신감 얻었다

리버풀은 포츠머스전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발휘했습니다. 점유율 65-35(%), 슈팅 25-9(개, 유효 슈팅 9-3)로 앞선것을 비롯 공수의 탄탄한 밸런스를 앞세워 경기 흐름을 오랫동안 장악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지난 시즌 제토라인이 중심이 된 공격축구로 재미를 봤던 지난 시즌의 향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포츠머스전에서 최상의 공격력을 펼친 리버풀은 앞날 행보를 위한 자신감을 얻었고 시즌 막판에 좋은 결실을 거둘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그런 리버풀에게는 이번 주가 고비입니다. 오는 19일 릴과의 유로파리그 16강 2차전을 치러야 하며 21일에는 맨유와의 라이벌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문제는 리버풀이 릴과의 16강 1차전 원정에서 0-1로 패했다는 점인데 홈에서 열리는 2차전을 잡지 못하면 탈락할 것입니다. 맨유전 같은 경우, 최근 두 경기를 모두 이겼지만 상대가 역습 축구로 경이적인 공격력을 뽐내고 있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습니다. 리버풀에게는 힘든 일정이 되겠지만, 포츠머스전 4-0 승리가 있기에 전망이 그리 비관적이지 않습니다. 리버풀이 포츠머스전 대승으로 얻은 소득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