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드래곤' 이청용(22, 볼턴)이 위건전에서 시즌 8번째 도움을 기록한 것을 비롯 공수에서 안정된 기량을 선보이며 팀의 4-0 대승을 이끌었습니다. 후반 9분 오른쪽 측면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문전에 있던 무암바에게 대각선 패스를 연결했고, 무암바는 문전 쇄도 과정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어 이청용이 도움을 기록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청용의 볼턴은 위건전에서 전반 12분 요한 엘만더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후반 2분 케빈 데이비스, 9분 파트리스 무암바, 25분 메튜 테일러가 골을 넣으며 4-0으로 승리했습니다. 볼턴은 위건전 승리로 승점 32점(8승8무14패)를 기록해 18위 번리(6승6무18패, 승점 24점)를 8점 차이로 따돌리며 강등권 탈출 성공 및 프리미어리그 잔류에 대한 희망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볼턴의 강등권 탈출 성공을 기정사실이라고 여기는 것은 아직 섣부릅니다. 앞으로 남은 8경기 중에 리그 꼴찌 포츠머스를 제외한 나머지 팀들이 볼턴보다 더 높은 순위를 기록중이며 리그 우승 및 빅4 진입, 유로파 리그 출전권 획득을 벼르는 팀들이 즐비합니다. 에버턴(9위)-맨유(3위)-애스턴 빌라(7위)-첼시(1위)-스토크 시티(11위)-토트넘(4위)-버밍엄 시티(8위, 3월 14일 현재)와 부담스런 일정을 치릅니다. 올 시즌 강팀을 상대로 이렇다할 결과물을 올리지 못했던 볼턴으로서는 앞으로의 승점 관리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사실, 볼턴이 강등권의 성적을 13위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은 레벨이 낮은 팀들과의 경기에서 확고한 우세를 점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리그 4경기 중에 3경기(울버햄턴-웨스트햄-위건)를 승리했는데 세 팀 모두 볼턴보다 순위가 낮은 팀인 것을 비롯 강등권 위협에 직면했습니다. 3경기 중에 2경기는 무실점 승리를 거두며 고질적인 수비 불안을 노출하지 않았고 유일한 실점 경기였던 웨스트햄전에서는 알렉산드로 디아만티에게 후반 44분 추격골을 내줬을 뿐입니다. 공교롭게도 3경기 모두 이청용이 도움을 기록하며 볼턴의 승리를 이끄는 '승리의 아이콘'으로 떠올랐습니다.

볼턴의 한계는 지난 10일 선덜랜드 원정에서 나타났습니다. 당시 선덜랜드는 14경기 연속 무승(7무7패)에 시달렸으나 이날 경기에서는 말브랭크-캠벨을 통한 측면 역습에 초점을 맞췄는데 이것이 볼턴전 4-0 대승의 원인이 됐습니다. 볼턴은 경기 내내 긴 패스를 반복하며 상대팀이 커팅에 이은 역습을 할 수 있는 타이밍을 벌어줬고 여기에 수비 불안까지 겹치면서 4-0으로 패했습니다. 특히 후반전에는 대런 벤트에게 3골을 허용하며 센터백들의 수비 집중력 부족 및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는 게리 카힐의 부상 공백이 아쉬웠습니다.

비록 선덜랜드는 볼턴전 이전까지 14경기 연속 무승에 시달리며 리그 16위까지 떨어졌지만(현재 14위) 그 이전까지는 중상위권에 있었습니다. 시즌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맨유 원정에서 2-2로 비기고 리버풀과 아스날을 1-0으로 제압하면서 빅4 킬러로 자리매김했죠. 그 이후에는 고질적인 수비 불안과 원정에 약한 징크스(1승3무10패 13골 30실점) 때문에 이겨야 할 경기를 놓치는 총체적 슬럼프에 빠졌지만 실제 레벨은 볼턴보다 약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볼턴이 선덜랜드의 행보를 참고해야 할 것은 강팀과의 일전이 즐비한 남은 8경기를 소홀히 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최근 4경기 중에 3경기를 이겼다고 해서 방심하면 선덜랜드처럼 무승부와 패배를 반복할 수 있습니다. 리그 일정의 4분의 3이 끝난 현 시점에서는 강등권에서 벗어나기 위한 하위권팀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며 볼턴은 승점 3점에 더 배고파야 합니다.

그렇다고 볼턴의 남은 8경기 행보가 비관적인 것은 아닙니다. 울버햄턴-웨스트햄-위건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원인은 선 수비-후 역습 전략으로 재미를 봤기 때문입니다. 수비에 중점을 두면서 역습 형태의 공격을 취하는 것은 강팀과의 경기에서 통할 수 있습니다. 약팀이 강팀과의 경기에서 승리하려면 선 수비-후 역습 만큼 최적의 전술이 없기 때문입니다. 강팀을 상대로 점유율 경쟁을 하기에는 선수들의 개인 역량이 부족한데다 움직임 및 호흡이 매끄럽지 못하기 때문에, 역습을 통해 강팀 미드필더 뒷 공간을 노리는 종적인 움직임과 종패스에 재미를 붙여야 합니다.

최근 볼턴은 수비 라인을 밑으로 내리고 미드필더들을 포백과의 간격을 좁혀 상대 공격수쪽으로 통하는 상대팀의 패스 길목 차단에 중점을 두는 지역방어를 쓰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드필더들이 적극적인 압박 공세를 취하고 엘만더와 데이비스가 전방 압박을 가하면서 상대 수비의 실수를 집요하게 노립니다. 이것은 볼턴 수비수들의 대인방어 부족을 커버할 수 있는 장점으로 이어졌고 최근 4경기 중에 2경기를 무실점을 이기면서 코일 감독의 전술 변경이 적중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볼턴은 압박 과정에서 커팅에 성공하면 그 즉시 이청용에게 공을 띄우며 역습에 나서는데 그 타이밍이 신속합니다. 볼턴 진영쪽에서 공격을 시도했던 상대 미드필더들이 수비로 전환하는 사이에 이청용이 하프라인에서 빠른 드리블 돌파를 앞세워 상대 공간을 파고듭니다. 미드필더들을 앞쪽으로 깊게 배치했던 상대팀이 이청용 봉쇄에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죠. 이러한 선 수비-후 역습은 약팀이 강팀과의 경기에서 상대의 허를 찌를 수 있는 대표적 작전입니다. 이청용을 키 플레이어에 맞춰 선 수비-후 역습에 단련된 볼턴의 최근 흐름이라면 강팀과의 경기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 공산이 있습니다.

결국, 볼턴의 8경기 행보 관건은 이청용의 역습에 달렸습니다. 이청용이 후방 옵션에게 종패스를 받을 수 있는 움직임에 능동적이고, 역습 과정에서 측면에 의존하지 않고 상대 수비 위치에 따라 직선과 곡선 형태의 공격 패턴을 유기적으로 잘 섞어내고, 전방 공간을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빠르게 돌파하고, 상대 수비수를 개인기로 제치느냐에 따라 볼턴 공격력의 희비가 갈릴 것입니다. 최근에는 상대팀의 집중적인 견제에서 벗아나기 위해 중앙에서 공을 터치하며 팀의 공격을 조율하는 지능적인 경기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형태의 공격력은 많은 체력을 소모하게 됩니다. 더욱이 수비 과정에서는 오른쪽 측면 뒷공간까지 넓게 움직이면서 상대 측면 옵션을 압박하기 때문에 체력 부담이 커집니다. 2009년 1월 허정무호의 동계 전지훈련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렇다할 휴식기 없이 경기 출전을 강행했던 이청용에게는 체력 소모가 반갑지 않습니다.

다행히 이청용의 체력 고갈에 대한 우려는 앞으로 크지 않을 것입니다. 볼턴이 3~4일에 1경기를 치르는 빠듯한 경기 일정에서 벗어나 앞으로 8경기 치르는 동안 1주일에 1경기씩 소화하기 때문에 휴식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과도한 경기 출전속에서 얼음탕 회복 훈련으로 체력 고갈을 이기며 폼을 유지했던 이청용이라면 남은 8경기에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볼턴의 승리를 이끌지 모를 일입니다. 올 시즌 5골 8도움을 기록했던 이청용의 공격 포인트가 남은 8경기를 통해 더 불어날지 모를 일입니다. 이청용이 강팀과의 경기에서 공격 포인트를 올리며 볼턴의 승리를 이끄는 순간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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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kagns 2010.03.14 16: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이청용 정말 기대되요.
    이번 월드컵에서 눈에 띄는 활약으로 꼭 저번에 분석해주신 것처럼
    아스날에 갈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주말 되시구요!

  2. 깜신 2010.03.14 16: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효리사랑님은 프로블로거 맞으십니다. 제가 보증해요 ^^

  3. 쿠란 2010.03.14 18: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박지성 선수와의 맞대결이 제일 흥미진진 할것 같습니다 ㅎㅎ

  4. 새라새 2010.03.15 07: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제 8경기 남았군요..좋은 모습으로 시즌 마감하고 월드컵때 활약을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