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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vsAC밀란, 결정적 승부처 5가지

 

프리미어리그와 세리에A의 자존심 대결로 주목을 끌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AC밀란의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대결은 결국 맨유의 승리로 막을 내렸습니다. 맨유는 지난달 17일 산 시로에서 열린 1차전에서 3-2로 승리했으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차전에서는 4-0의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역대 유럽 대항전 토너먼트에서 AC밀란을 제압하고 다음 라운드에 진출한 경험이 없었던 과거를 뒤로하고 8강에 진출하며 유럽 제패를 향한 자신감을 얻게 됐습니다.

맨유와 AC밀란의 16강 1~2차전은 포지션 전환 및 주축 선수의 부상, 그동안 챔피언스리그에서 활약상이 잠잠했던 선수의 대활약이 빛을 발하는 변수들이 속출했습니다. 그것은 곧 경기 내용과 직결되었고 맨유가 두 경기를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습니다. 챔피언스리그 16강 최고의 대결로 꼽혔던 맨유와 AC밀란의 희비를 엇갈리게 했던 결정적 승부처 5가지를 되돌이켜 봤습니다.

1. 박지성, 공격형 미드필더 전환 대성공

그동안 맨유에서 줄곧 측면에서 활약했던 박지성이 AC밀란과의 두 경기에서 180분 동안 중앙을 맡으리라 예상했던 사람들은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박지성의 선발 출전 정도는 누구나 예상했겠지만 포지션 전환은 의외의 카드였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의 능력을 다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지도자로서 강팀에 강한 그의 멀티 능력을 AC밀란전 승리의 비책으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AC밀란전 승리를 위해 상대 공격의 젖줄인 피를로를 봉쇄하기 위해 박지성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환했습니다.

박지성의 공격형 미드필더 전환은 맨유가 1~2차전을 모두 승리할 수 있었던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박지성이 피를로를 봉쇄하면서 AC밀란의 공격을 차단하고 맨유의 역습이 살아나는 효과로 이어졌기 때문이죠. 결국 피를로는 1~2차전에서 박지성의 타이트한 견제에 막혀 평소보다 공간을 활용한 패스의 위력이 반감되었고, 박지성의 마크를 피하기 위해 중원 공간을 이리저리 휘저었으나 비효율적인 움직임을 일관하며 팀의 공격력을 끌어올리는데 실패했습니다. 결국 AC밀란은 피를로라는 공격의 구심점이 '박지성에 의해' 사라졌고, 특히 2차전에서 무기력한 공격력을 일관하며 무득점에 그쳤습니다. 그런 박지성은 피를로 봉쇄 성공의 자신감에 힘입어 2차전에서 후반 14분에 골을 넣으며 팀의 4-0 대승을 이끌었습니다. 

2. '챔스 무득점' 루니, AC밀란전 4골 작렬

루니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 선두를 달리며 카카-호날두-메시에 이은 '세계 최고의 선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위치에 도달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32강 3경기에서는 무득점에 그쳐 프리미어리그 득점 1위의 저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3경기 모두 자신의 부진 보다는 동료 선수들의 공격 지원이 상대 압박에 막혀 힘이 실리지 못하면서 최전방에서 골 넣을 기회가 다소 한정적 이었습니다. 더욱이 팀의 벤치 멤버인 마이클 오언이 32강에서 4골을 넣었기 때문에, 루니로서는 AC밀란전 골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그런 루니가 AC밀란전에서 자신의 물 오른 실력을 증명하는데는 그 시점이 절묘하게 잘 맞았습니다. 맨유가 챔피언스리그 32강을 치렀을때는 점유율 축구 정착으로 어려움에 빠졌던 시절이었으나 AC밀란과의 16강전은 역습 축구로 재미를 봤습니다. 그동안 점유율 축구에서 강점을 발휘하지 못했던 박지성-나니가 역습에서 빛을 발하면서 루니에게 결정적인 골 기회가 많이 주어졌고, 그런 루니는 AC밀란과의 2경기에서 4골을 넣은 것을 비롯 3골이나 헤딩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더욱이 AC밀란의 수비수들은 최전방에서 넓게 움직이며 상대 뒷 공간을 노리는 루니를 견제하기에는 수비력이 부족했습니다. 네스타-티아구 실바-보네라는 루니에게 결정적인 골 기회를 내주고 말았죠.

3. 루니의 선발 출전 vs 파투의 결장

2차전의 최대 변수는 부상으로 신음했던 루니와 파투의 출전 여부였습니다. 루니는 최근에 무릎을 다치면서 지난 1일 애스턴 빌라와의 칼링컵 결승전 선발에서 제외되었고 7일 울버햄턴전에 결장하면서 AC밀란전 결장 가능성이 대두 됐습니다. 파투는 맨유 원정 22인 엔트리에 포함되었으나 경기를 앞두고 허벅지 근육을 다치면서 선발 제외 가능성이 점쳐졌습니다. 두 선수 모두 2차전에서 선발에서 제외 될 것으로 보였지만, 퍼거슨 감독은 루니를 선발로 출전시켜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넣어 상대를 몰아 붙이고 후반 중반에 베르바토프를 교체투입하는 전략을 꺼냈습니다.

퍼거슨 감독의 판단은 적중했습니다. 맨유는 경기 초반 박지성의 전방 돌파를 앞세워 공격 라인을 AC밀란 진영쪽으로 끌어올리고 오른쪽 풀백인 게리 네빌의 오버래핑을 유도했습니다. 그 결과, 전반 13분 네빌의 오른쪽 크로스가 루니의 헤딩 결승골로 이어지면서 맨유가 기선제압에 성공했고 이것이 4-0 대승의 발판이 됐습니다. 그런 루니는 후반 20분 베르바토프와 임무 교대하여 팀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반면 AC밀란은 파투가 결장하면서 이미 세리에A에서 실패했던 보리엘로-훈텔라르를 호나우지뉴와 더불어 최전방에 배치했습니다. 이렇다할 시너지를 발휘하지 못했던 세 선수는 파투의 존재감만 키웠을 뿐, 무기력한 공격력을 일관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습니다.

4. 비디치-퍼디난드의 복귀 vs AC밀란 포백의 자멸

지난 1차전에서는 퍼거슨 감독이 경기 도중 에반스를 벤치로 불러 버럭같은 화를 냈던 장면이 TV 화면에 잡혔습니다. 에반스를 비롯해 맨유의 수비수과 미드필더들이 불안한 수비력을 일관하며 상대팀에게 공격 기회를 쉽게 허용하자 퍼거슨 감독이 자신이 근처에 있던 에반스에게 화를 냈던 것이죠. 맨유는 박지성-루니의 맹활이 없었더라면 수비 조직력 약화로 패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맨유는 2차전에서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3연패의 1등 공신이었던 비디치-퍼디난드 센터백 라인을 가동하며 보리엘로를 꽁꽁 견제했습니다. 여기에 에브라와 네빌까지 협력 수비를 펼치면서 호나우지뉴-훈텔라르의 공세를 막으며 무실점 승리를 달성했습니다.

반면 AC밀란은 맨유와의 2경기에서 불안한 수비력에 발목 잡히고 말았습니다. 피를로 뒷 공간을 노리며 AC밀란 전방쪽으로 줄기차게 침투했던 박지성을 봉쇄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죠. 박지성의 침투는 나니-발렌시아가 AC밀란 문전 전방쪽으로 올라오고 루니가 활동 부담을 줄이면서 골에 초점을 맞추는 효과로 이어졌습니다. 세리에A에서 불안한 모습을 일관했던 AC밀란의 좌우 풀백은 나니-발렌시아의 기동력에 무릎을 꿇었고 센터백들은 루니를 마크하는데 실패해 4골이나 허용했습니다. 맨유는 비디치-퍼디난드의 복귀로 수비 안정을 되찾았던 반면에 AC밀란은 네스타의 결장까지 겹쳐 1~2차전에서 무기력한 수비력을 거듭했습니다.

5. 지략대결, 퍼거슨 감독의 완승

축구에서는 감독이 비중이 높은 스포츠입니다. 아무리 좋은 선수들이 즐비해도 감독의 전술적 역량이 뒷받침 하지 못하면 최선의 경기 내용 및 목표 달성 과정이 어려워집니다. 맨유와 AC밀란의 희비가 엇갈린 또 하나의 원인은 바로 감독 이었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맨유에서 24년 동안 장기집권한 내공을 살리며 팀의 8강 진출을 이끌었지만 레오나르두 감독은 1~2차전 내내 이렇다할 용병술을 꺼내들지 못해 '초짜감독'의 이미지만 잔뜩 키웠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왼쪽 윙어인 박지성을 중앙으로 돌려 피를로 봉쇄에 초점을 맞춘 것을 비롯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는 승부의 결정타를 안겼습니다. 1차전에서는 발렌시아를 교체 투입해 화력을 강화하여 상대 수비의 집중력을 떨어뜨렸다면 2차전에서는 베르바토프 효과로 상대 수비를 앞으로 끌어내려 추가골을 유도했습니다. 반면 레오나르두 감독은 맨유에게 밀려있는 경기 흐름을 반전시키기 위한 전술적 변화가 전무했으며 박지성-루니의 공격을 봉쇄하기 위한 전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AC밀란이 승부를 걸었어야 할 2차전에서 공격진에 의한 유기적인 패스 전개가 실종된 것은 레오나르두 감독의 지도력이 의심되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