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드래곤' 이청용(22, 볼턴)이 시즌 6도움을 기록해 역대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사상 최초로 한 시즌 최다 공격 포인트(11개, 5골 6도움)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이날 경기에서의 맹활약으로 팀 내 최다 평점인 8점을 부여 받았으며 볼턴의 강등권 탈출까지 이끌었습니다.
이청용의 볼턴은 28일 오전 0시(이하 한국시간) 리복 스타디움에서 열린 2009/10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8라운드 울버햄턴과의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습니다. 전반 47분 이청용이 상대팀 왼쪽 측면 코너킥 지점에서 상대팀 선수를 제치고 문전쪽으로 전진패스를 연결한 것이 잭 나이트의 논스톱 슈팅으로 이어져 상대 골망을 갈랐습니다. 그래서 이청용은 나이트의 선제 결승골을 엮어내 도움을 기록했고 팀 승리를 이끈 주역으로 거듭났습니다.
이로써 볼턴은 울버햄턴전 승리로 승점 26점(6승8무13패)를 기록해 리그 18위에서 15위로 뛰어올라 강등권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이청용은 경기 종료 직전에 교체되기까지 날카로운 공격력과 왼쪽측면 및 중앙까지 움직이는 폭 넓은 활동폭을 앞세워 팀 승리에 기여했으며 지난달 27일 번리전 결승골 이후 한 달 만에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경기 종료 후에는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활발하게 측면을 돌파했다"는 평가와 함께 나이트와 더불어 팀 내 최다 평점인 8점을 부여 받았습니다.
'이타적인' 이청용, 팀 승리를 이끌다
우선, 볼턴은 울버햄턴전 승리를 통해 지긋지긋했던 슬럼프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지난달 27일 번리전 이청용의 결승골 이후 프리미어리그 5경기 연속 무득점 무승(2무3패)에 그쳤으나 울버햄턴전에서 이청용의 어시스트에 이은 나이트의 결승골로 승점 3점을 따냈습니다. 지난 21일 블랙번 원정에서 0-3으로 패했고 FA컵 16강 재경기였던 25일 토트넘 원정에서는 0-4로 대패했으나 울버햄턴전에서는 무실점으로 이겨냈습니다.
무엇보다 이날 경기에서는 승리의 운이 따랐습니다. 볼턴의 골대를 맞춘 울버햄턴의 슈팅이 3개씩이나 있었기 때문이죠. 포백의 존 디펜스는 여전히 불안했지만 상대팀의 슈팅 3개가 골대를 맞는 행운이 따르면서 볼턴이 가까스로 실점 위기를 넘겼습니다.
하지만 볼턴의 무실점은 그저 운 하나만 따른 것이 아닙니다. 볼턴이 울버햄턴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결정적 배경은 미드필더들의 적극적인 압박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윌셔-홀든-무암바-이청용으로 짜인 미드필더진은 포백과의 간격을 좁혀 평소보다 밑쪽에서 라인을 잡았습니다. 포백의 불안한 수비를 커버하기 위해 미드필더들의 수비 역할이 늘어난 것입니다. 그래서 볼턴은 경기 초반 기세를 주도하던 상대팀의 공격을 압박으로 대처하여 서서히 점유율을 늘리며 경기 분위기를 장악했습니다.반대로 울버햄턴은 미드필더들의 느슨한 압박으로 볼턴의 빠른 역습에 대처하지 못해 패배를 자초했습니다.
특히 볼턴의 공격 전개 과정에서는 이청용과 무암바의 드리블 돌파가 돋보였습니다. 두 선수는 상대 공격이 끊어지면 그 즉시 역습을 취해 공을 몰고 전방쪽으로 빠르게 질주하며 다음 공격을 이어갔습니다. 두 선수의 공격은 엘만더가 최전방 밑으로 처지면서 연계 플레이를 이어가거나 혹은 윌셔가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으면서 상대 수비를 붕괴시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그동안 최전방에 머무르기만 했던 엘만더는 이날 경기에서 미드필더들과 간격을 좁혀 평소보다 움직임을 늘렸으며 상대 수비를 앞쪽으로 끌어내려 여러차례 결정적인 골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전반 막판 이청용의 어시스트가 가능했던 것도 상대 수비수들이 엘만더에게 공간 싸움에서 밀려 수비 집중력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날 경기에서는 엘만더와 더불어 무암바의 공격력이 빛을 발했습니다. 무암바는 그동안 코헨-가드너와 중앙을 맡았으나 어중간한 역할을 맡아 유기적인 호흡이 살아나지 못했습니다. 그런 무암바가 왕성한 활동량을 앞세운 드리블 돌파를 활발히 구사할 수 있었던 것은 홀든의 홀딩 능력이 뒷받침 되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홀든은 세밀한 태클 및 상대 패스 길목을 끊는 지능적인 위치선정, 적극적인 압박을 통해 무암바의 공격력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무암바의 활발한 중앙 공격은 이청용의 오른쪽 공격까지 힘이 실리는 효과로 이어져 볼턴이 경기 흐름을 장악했습니다.
그리고 이청용은 오른쪽 측면을 기반으로 중앙과 왼쪽 측면까지 움직이는 넓은 활동 폭과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기동력으로 상대 측면 수비를 무너 뜨렸습니다. 경기 초반 오른쪽에서 공을 잡을 때 상대팀 선수 두 명의 견제를 받았으나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과 왼쪽으로 빌드업을 엮는 움직임을 취했고 무암바-엘만더와 간격을 좁혀 공격 연결 고리 역할을 도맡았습니다. 후반전에는 무암바와의 2대1 패스를 주도하며 상대 수비를 공략하는 영민함을 발휘했습니다. 지난 토트넘전에서 80분 동안 휴식을 취하며 컨디션을 끌어 올렸던 것이 울버햄턴전에서 특유의 재치있는 공격력이 살아나는 효과로 이어졌습니다.
볼턴의 전반전 공격 빈도가 18-34-48(%, 왼쪽-가운데-오른쪽)을 기록해 오른쪽에 대한 공격 비중이 많았던 것은 이청용의 공격력을 팀 승리를 위한 근간으로 삼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청용은 총 33개의 패스를 기록해 홀든(27개)-무암바(26개)-윌셔(25개) 같은 미드필더들 보다 더 많은 패스를 시도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측면 자원보다 중앙 미드필더들의 패스 시도가 많음을 상기하면, 볼턴은 이청용의 공격력에 의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이청용은 토트넘전 이전보다 한결 가벼운 움직임과 최상의 컨디션을 앞세워 팀의 1-0 승리를 공헌했습니다.
물론 이날 경기에서는 이청용의 골이 아쉬울 수도 있습니다. 이청용이 골보다는 이타적인 활약에 치중하면서 골을 아끼는 것 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청용의 역할은 철저하게 팀 공격을 만들어가는 플레이메이커 역할 이었습니다. 플랫 4-4-2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중앙까지 커버하는 측면 옵션의 경기 조율 능력이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그 역할을 맡은 이청용은 무암바-엘만더와의 연계 플레이를 통해 적시 적소의 공간에서 송곳같은 패스를 이어갔으며 왼쪽과 중앙의 공격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역동성을 나타냈습니다.
이러한 이청용의 역할은 한달전에 두 골을 기록했을 때보다 차이점이 있습니다. 한달전에는 과감한 문전 침투를 통해 골을 넣으려는 의지를 나타냈지만 울버햄턴전에서는 측면과 중앙에서 공격을 조율하는 플레이메이커를 소화했습니다. 상대 문전에서 공을 잡을때는 직접 골을 넣기 위해 돌파를 시도하기보다는 동료 선수에게 패스를 연결하는데 바빴습니다. 볼턴이 그동안 5경기 연속 무득점에 시달리다보니, 무리한 공격 작업보다 팀 플레이에 초점을 맞춘 것입니다. 볼턴의 공격을 주도하며 나이트의 결승골을 엮어내는 도움을 기록한 이청용의 진가가 이날 경기에서 빛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