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거침없습니다. 박지성의 동료인 웨인 루니(25,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가 올 시즌 만개한 공격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23경기에서 20골에 득점 선두를 달리는 괴력의 골 감각을 과시하고 있죠. 이러한 활약에 힘입어 올 시즌 맨유의 에이스로 떠오른 것은 물론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로 거듭날 기세입니다.
현재까지는 루니의 올 시즌 득점왕 등극 가능성이 큽니다. 23경기에서 20골 넣었는데 2위인 저메인 디포(22경기 15골)보다 5골 앞섰습니다. 디포에 이어 디디에 드록바(첼시, 14골) 대런 벤트(선더랜드, 14골) 페르난도 토레스(12골, 리버풀) 카를로스 테베즈(맨체스터 시티, 이하 맨시티, 12골)가 루니를 추격하는 상황이지만 골 차이가 적지 않습니다. 루니의 득점왕 독주 체제가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반면에 루니의 득점포는 최근에 이르러 물이 올랐습니다. 맨유가 최근 3경기에서 10골을 넣었는데 그 중에 6골을 루니가 기록했습니다. 지난달 24일 헐 시티전 4골, 28일 맨시티전(칼링컵 4강 2차전) 1골, 지난 1일 아스날전 1골로 팀 승리의 결정적 주역으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맨유는 헐 시티전 이전까지의 9경기에서 4승1무4패의 강팀 답지 못한 행보를 그렸는데 루니가 4골 넣은 헐 시티전부터 공격력이 불을 뿜으면서 최근 3연승을 거두었습니다. 이것은 박지성-나니의 오름세도 있었지만 루니의 득점포도 빛을 발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미 프리미어리그 20골 고지를 돌파한 루니의 목표는 득점왕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목표는 바로 '30골 득점왕' 입니다. 1997/98시즌 이후 12시즌 동안 프리미어리그에서 30골 이상의 기록으로 득점왕을 달성한 선수가 3명일 정도로 달성 가능성이 쉽지 않은 기록입니다. 1999/00시즌의 케빈 필립스(당시 선더랜드, 30골) 2003/04시즌의 티에리 앙리(당시 아스날, 30골) 2007/08시즌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당시 맨유, 31골)가 바로 그들이며 이제 루니가 30골 득점왕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또한 루니의 득점왕 등극이 확정되면 필립스 이후 10년 만에 잉글랜드 출신 선수가 득점왕에 오르게 됩니다.
지금까지의 추세대로라면 루니의 30골 득점왕 달성은 충분히 실현될 수 있습니다. 23경기에서 20골 넣으며 1경기 당 0.87골을 기록했고 최근의 골 감각을 그대로 이어가면, 맨유가 앞으로 프리미어리그 14경기 남았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12골을 더 추가할 수 있습니다. 물론 루니는 UEFA 챔피언스리그와 칼링컵 결승전 같은 토너먼트 대회를 병행해야 합니다. 그래서 체력 안배를 위해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로테이션 차원에서 결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3경기에서 6골 넣은 기세라면 30골 득점왕 고지는 문제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루니는 골 결정력에 약점이 있던 선수였습니다. 본래 포지션이 공격수였으나 경기 상황에 따라 왼쪽 측면과 중원까지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활동폭을 넓히다보니 여러차례 무리한 슈팅을 날리는 경향이 지난 시즌까지 두드러 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루니는 올 시즌에 타겟맨으로 자리잡으면서 골문 앞에서 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지난해 여름 호날두-테베즈가 다른 팀으로 이적하면서 맨유 공격의 초점이 자신에게 향했기 때문에 팀의 득점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도맡았고 그 기회를 충분히 살리며 골 결정력에 대한 약점을 걷어냈습니다.
최근에는 맨유가 점유율에서 역습 위주의 공격 전술로 변화하면서 자신에게 골 기회가 더 늘어났습니다. 기존에 루니-베르바토프 투톱 체제에서는 쉐도우인 베르바토프가 상대 수비진의 압박에 맥 없이 밀리자, 후방의 공격 지원을 받지 못해 최전방에서 고립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루니-베르바토프 투톱은 맨유 공격 기여에 있어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점유율 축구는 맨유 침체의 원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베르바토프가 벤치로 밀린 최근의 역습 축구에서는 원톱인 루니가 박지성-나니 같은 윙 포워드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최근 3경기에서 6골 넣었습니다. 박지성-나니가 자신에게 다이렉트로 골 기회를 활발하게 밀어주면서 상대 골망을 흔드는 과정이 매끄러워졌습니다. 루니보다는 미드필더들과 공을 돌리기에 바빴던 베르바토프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결국, 맨유의 역습 축구는 루니가 꾸준히 골을 넣고 30골 득점왕을 달성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습니다. 이것은 루니의 득점력이 춤을 추면서 맨유가 프리미어리그 4연패를 넘볼 수 있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또한 루니는 맨유의 페널티킥을 전담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29일 포츠머스전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했는데 그 중에 두 골이 페널티킥 이었습니다. 페널티킥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은 맨유 선수중에서 킥력이 가장 우수함을 뜻합니다. 이제는 득점왕을 노려야하기 때문에 앞으로 자신에게 페널티킥 기회가 주어질 것임에 틀림 없으며 기회만 충분히 살리면 30골 득점왕 달성이 수월할 것입니다. 2007/08시즌의 호날두가 31골을 넣을 수 있었던 것도 페널티킥 전담 효과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루니의 30골 득점왕 달성의 가장 큰 고비는 체력입니다. 시즌 종료까지 앞으로 3개월 동안 프리미어리그 14경기를 비롯해 UEFA 챔피언스리그, 칼링컵 결승전을 치러야 하는 강행군에 시달립니다. FA컵 조기 탈락으로 일정이 그나마 수월해졌지만 지금까지 대부분의 경기에 선발 출전했기 때문에 그것이 누적이 되어 시즌 후반 경기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합니다. 물론 루니는 강철같은 체력과 '드록바를 이길 정도로' 어느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피지컬이 있지만, 그동안 강행군에 시달렸기 때문에 체력 문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욱이 루니는 매 시즌마다 잔부상을 거듭했습니다. 부지런히 그라운드를 누비면서 상대팀 선수의 견제에 시달리다보니 부상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지난해 10월 장딴지 부상으로 잉글랜드 대표팀의 A매치 벨로루시전과 맨유의 CSKA 모스크바 원정에 결장했던 전적이 있어 언제 부상당할지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루니가 체력 한계를 극복하고 부상에 시달리지 않는다면 30골 득점왕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30골 득점왕을 꿈꾸는 루니는 2007/08시즌과 2008/09시즌의 12골 기록을 이미 넘어섰고 자신의 프리미어리그 최다골 기록을 경신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득점왕 등극에 불을 뿜고 있는 기세라면 올 시즌 30골 고지에 오르며 득점왕을 바라 볼 가능성이 큽니다. 무엇보다 역습 축구를 펼치는 맨유의 골 기회가 루니에게 집중되어 있어, 앞으로 루니의 발끝에서 더 많은 골이 터질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