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드래곤' 이청용(22, 볼튼)이 최근 두 번의 아스날전에서 거둔 성과는 꿈과 희망, 자신감, 성공 같은 긍정적인 키워드들이 아닐까 합니다. 올 시즌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프리미어리그에서의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었고 실패 가능성이 더 컸던 부정적 전망을 실력으로 뒤엎은 것이죠. 2개월 전 부터 팀의 에이스로 떠오르더니 이제는 아스날이라는 강팀과의 경기에서 자신만의 장점을 맘껏 발휘하는 인상깊은 경기를 펼치며 한국 축구팬들을 기쁘게 했습니다.
이청용은 지난 18일 아스날과의 홈 경기 종료 후에는 아르센 벵거 아스날 감독으로부터 찬사를 받았습니다. 벵거 감독은 경기 종료 후 한국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청용은 상당히 활발한 모습을 보였고 패스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것은 벵거 감독이 이청용의 스타일을 인지했음을 의미합니다. 이청용이 볼튼 선수 중에서 물 오른 공격력을 뽐낸 선수였고 아스날의 왼쪽 측면을 시종일관 위협하며 벵거 감독의 전술 운용을 어렵게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청용은 경기 초반부터 아스날의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어 공격 기회를 연결하는 과감함을 뽐냈습니다. 상대팀 왼쪽 풀백인 아르망 트라오레의 뒷 공간을 공략하는 돌파를 통해 정교한 패스와 크로스를 앞세워 여러차례 결정적인 공격 기회를 마련했죠. 메튜 테일러를 비롯한 동료 선수들의 골운이 따라주지 않은 아쉬움이 있었지만 아스날을 상대로 가공할 공격력을 발휘한 것은 상대팀의 입장에서 위협적으로 느꼈을 것임에 분명합니다.
이날 경기 이후에는 아스날의 주장이자 에이스인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이청용의 몸을 붙잡으면서 왼쪽 손으로 엄지 손가락을 가리킨 사진이 한국 축구팬과 누리꾼의 엄청난 관심과 시선이 집중 됐습니다. 실제로는 파브레가스가 이청용의 머리를 스다듬기 위한 제스쳐 과정에서 왼쪽 손이 엄지 손가락 모양처럼 나왔죠.(머리를 스다듬는 사진도 나돌았기 때문입니다.) 파브레가스가 이청용에게 다가가 몸을 만졌던 그 사진은 축구팬들에게 앞으로 오랜 시간 동안 기억 될 장면이자 한국 축구에 영원히 기억 될 역사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21일 아스날 원정 경기에서는 도움 하나를 기록했습니다. 전반 28분 아스날 문전에서 공격을 노리던 과정에서 데니우손에게 태클을 당해 페널티킥을 유도했고 테일러가 골을 넣으면서 도움을 얻었습니다. 이날 경기에서는 원정 경기라는 특성 때문에 공격을 자제하고 평소보다 수비에 높은 비중을 두었지만 매끄러운 공수 조율 능력과 감각적인 움직임을 앞세워 두 번 연속 아스날전에서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습니다. 그래서 <스카이스포츠>는 경기 종료 후 이청용에게 "잘 뛰었다(Ran well)"는 평가와 함께 평점 7점을 부여했습니다.
이청용의 21일 아스날전 공격력은 3일 전 아스날전 보다 위력이 떨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수비에 높은 비중을 두고 경기를 치렀으나 상대 수비를 위협하여 결정적인 골 기회를 마련할 수 있는 과감함이 부족했죠. 하지만 3일만에 아스날이라는 강팀을 상대로 90분 동안 맹공격을 펼치기에는 체력적인 한계가 따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동료 선수들이 3일 전에 썼던 이청용 중심의 공격력을 지양하고 그런 이청용은 팀 플레이에 초점을 맞췄죠. 그럼에도 이청용이 현지에서 좋은 평가를 얻었다는 것은 현장에서 바라 본 이청용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았음을 뜻합니다.(현장에서 축구를 보는 것이 TV와 인터넷으로 보는 것보다 더 정확하고 생동감 넘치기 때문입니다.)
어찌보면 이청용의 21일 경기력은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윙어로 거듭나기 위한 과제를 던져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과감한 공격력과 체력이 바로 그 것입니다. 이청용의 과감함은 볼튼에서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항상 꾸준히 빛을 발할 필요가 있고 자신이 직접 골 기회를 마련할 수 있는 저돌적인 모습도 필요합니다. 엄연히 공격형 윙어이기 때문에 과감함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물론 과감함도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가능합니다. 친정팀 FC서울 시절에도 체력에 문제점이 있었음을 상기하면 앞으로의 성장 여부는 체력에 달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청용의 체력은 시즌 초반보다 부쩍 좋아진 것이 사실입니다. 최근들어 풀타임 출전이 늘어나면서 프리미어리그 특유의 빠른 공수 전환과 부지런한 움직임에 적응한 것은 분명합니다. 그 과정에서 특유의 감각적인 공격력으로 상대 진영을 위협한 것은 적응에 성공했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적응 성공이 아닌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는 활약이 필요합니다. 이청용의 체력은 이번 아스날전에서 드러난 것 처럼 여전히 보완이 필요합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꾸준히 맹활약을 펼치려면 공격력 이전에 체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청용이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지 얼마 되지 않아 볼튼이라는 팀 전체의 축구 스타일을 바꾼 일등공신으로 거듭난 것은 높이 평가해야 할 부분입니다. 볼튼이 소위 뻥축구로 불리는 롱볼을 버리고 미드필더진을 통한 아기자기한 패스를 앞세운 기술축구로 전환했던 결정적 배경은 이청용 영입에 있었습니다. 선수 인건비에 많은 투자를 하지 않는 볼튼은 걸출한 공격 옵션보다 세계 축구를 빛낼 가능성이 있는 무궁무진한 유망주에 눈을 돌렸고 그 선수가 바로 이청용 이었습니다. 이청용은 볼튼의 바램대로 팀 공격의 주요 옵션으로 거듭났고 이제는 볼튼의 미래를 이끌어야 합니다.
리그 19위의 볼튼이 올 시즌 강등을 면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하지만 21일 아스날전을 통해 본 오언 코일 감독의 전술은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그 과정은 칭찬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기존의 4-4-2를 버리고 미드필더진을 두껍게 세우는 4-5-1을 통해 팀의 실점을 줄이고 역습을 노리는 전략을 썼죠. 비록 2-0의 스코어가 2-4로 4실점 역전 당하면서 실패로 끝났지만, 2-0으로 앞서기까지 이청용을 비롯한 공격 옵션들의 동선을 기존과 유연하게 변화하여 중앙 공격에 초점을 둔 방식은 팀의 승리를 위한 용단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코일 감독의 전술 능력이 예사롭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코일 감독은 불과 얼마전까지 번리의 사령탑을 맡아 프리미어리그 승격팀 돌풍을 일으켰던 주역입니다. 특히 번리가 홈 구장에서 빅4 클럽 못지 않은 강인한 모습을 보여줬고 지난해 8월 맨유라는 디펜딩 챔피언을 1-0으로 격파했던 그 중심에는 코일 감독이 있었습니다. 그런 코일 감독은 얼마전 "이청용이 최고의 스타가 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밝히면서 이청용의 물 오른 성장을 돕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맨유에서 빛을 보지 못했던 윙어인 크리스 이글스를 번리의 다재다능한 공격 옵션으로 키웠던 것 처럼, 이제는 이청용에게 시선을 돌린 것이죠.
이청용은 볼튼 선수 중에서 가장 뛰어난 기교를 자랑하고 있지만 프리미어리그라는 테두리 관점에서 비춰볼 때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습니다. 볼튼이 리그 19위에 속한 강등권 팀이고 프리미어리그가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즐비한 것 처럼, 이청용이 프리미어리그의 정상급 윙어로 거듭나려면 가야할 길이 멉니다. 그래서 볼튼 에이스라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최고를 위해 끊임없이 정진해야 합니다. 코일 감독과 함께 볼튼의 강등권 탈출 및 밝은 미래를 이끌어갈 이청용으로서는 프리미어리그 적응과 볼튼에서의 성공을 뛰어넘어 '프리미어리그 최고'에 도전하고 준비할 때가 왔습니다.
그런 이청용의 올 시즌 남은 목표는 볼튼의 강등권 탈출입니다. 이청용이 다음 시즌에도 프리미어리그에서 모습을 보이려면 동료 선수들과 함께 힘을 합쳐 볼튼이 성적 부진에서 벗어나는데 모든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만약 그 목표가 성공하면 다음 시즌에는 볼튼의 화려한 비상을 이끌 주역이 되어야 합니다. 팀의 공격을 이끌어가는 에이스인 만큼 그럴 가치가 충분합니다. 여기에 남아공 월드컵 경험까지 아우러지면, 이청용은 지금보다 더 멋지고 화려한 선수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물 오른 성장을 거듭했던 이청용의 진가라면 언젠가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윙어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불과 몇 개월전 까지만 하더라도 가능보다는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이제는 그저 단순한 꿈이라고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적어도 체력만 보완한다면 틀림없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청용의 체력이 강철이 되는 그 날에는 아스날이 볼튼에 두둑한 이적료로 공식으로 영입 제안을 하는 꿈 같은 순간이 벌어질지 모를 일입니다. 이미 이청용의 진가를 인정했던 프리미어리그 1위 아스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