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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삼례여중, 한국 여자 축구의 희망 되기를

 

저에게는 어렸을적 부터 육상을 했던 친척 여동생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또래들보다 더 빨리 달렸고 운동감각이 발달되었기 때문인지 육상에 관심을 가지면서 운동 선수의 길을 걷게 됩니다. 특히 학창 시절에는 도내 대표로 나갈 만큼 출중한 실력을 과시하며 성공을 꿈꾸게 됐습니다. 열악한 시골 환경과 어려운 집안 형편 속에서도 '실업팀 입단'을 목표로 운동 선수로서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충만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고등학교 입학 무렵부터 운동을 할 수 없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운동하려면 시골을 벗어나 도시에 있는 학교에 다녀야 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도시에서의 생활을 위해 적지 않은 재정적 부담을 견뎌내야 하지만 집안 형편이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고민 끝에 육상부를 그만두고 실업팀 입단에 대한 꿈을 접었습니다. 어려웠던 외부 환경 때문에 자신이 마음속에서 절실하게 하고 싶었던 것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을 곱씹었죠.

[사진=여자축구 선수로서의 성공을 꿈꾸는 삼례여중 축구부원들. 이들은 SK 텔레콤 생각대로T의 후원으로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제주도에서 동계훈련을 가졌습니다. (C) 생각대로 T]

그런데 이러한 사례는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운동 선수로 성공하기까지 엄청난 돈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몇천만원, 많게는 1억원이라는 돈을 투자해야 한다는 내용의 소식을 몇년 전 뉴스로 들었을때 기겁했던 생각이 납니다. 야구 같은 경우에는 몇십만원의 장비를 부담해야 하는 현실이죠. 생활 체육 문화가 발달 된 스포츠 선진국과 달리 엘리트 체육을 지향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저변의 열악함이 아쉽습니다. 운동에 소질 있음에도 재정적 사정으로 그만두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죠. 이것은 한국 스포츠 발전의 큰 손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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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지난 5일 제주 유나이티드 클럽 하우스에서 간판 공격수 김은중 선수와 함께 몸 풀고 있는 삼례여중 축구부 (C) 생각대로 T]

그뿐만이 아닙니다. '여자가 스포츠 활동을 꼭 해야 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일상 생활에서 접할 수 있습니다. 스포츠를 남성의 전유물로 바라보는지는 몰라도, 여자가 스포츠를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풍토가 아직 우리나라에서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편견은 여자 스포츠를 비롯, 한국 스포츠 발전의 장애물이 될 뿐입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세계적인 피겨여왕 김연아와 세계 최고의 여자 역도 선수인 장미란을 비롯해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세계에 빛낸 여자 태극 낭자들이 많았던 사실 말입니다. 최근에는 신지애가 미국 골프계를 평정했다죠.

여자는 남자와 같은 인간이며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권리도 동등해야 합니다. 스포츠도 마찬가지 입니다. 금녀의 벽은 반드시 무너져야 합니다. 남자만의 스포츠로 여겨졌던 한국 권투가 4명(김주희, 최현미, 허은영, 김지영)의 여자 세계 챔피언을 보유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는 것 처럼, 여자 스포츠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이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터닝 포인트가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화룡정점은 여자 축구가 될 것입니다.

한국 여자 축구는 불과 10년 전 까지만 하더라도 아시아의 변방 이었습니다. 중국과 일본 같은 여자 축구 강국들을 상대로 두 수 아래의 경기를 펼치고 말았죠. 주변국을 넘기에는 인프라와 실력, 사람들의 관심과 지원이 부족했습니다. 이 때는 '여자가 무슨 축구를 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축구가 남자들의 전유물이라는 사고방식이 우리 사회에 팽배했던 것이죠. 그러던 한국 여자 축구가 달라졌습니다. 2000년대 초 부터 대한축구협회(KFA)의 지속적인 지원이 시작되면서 변화와 발전의 길을 걷게 됩니다. 그리고 2005년 8월 12일 국제축구연맹(FIFA) 홈페이지에는 이러한 내용의 소식이 떴습니다.

"태극 낭자들이 대륙의 신흥 강호로 떠올랐다"

한국 여자 축구가 동아시아연맹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FIFA의 조명을 받게 된 것입니다. 과거에는 중국-일본-북한의 파워에 의해 아시아 대회 우승이 그저 꿈이었지만 이제는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여자 월드컵에서는 최근 3개 대회 연속 본선 진출에 실패해 아직까지 요원한 꿈으로 남았지만, 2008년 U-20 월드컵에서 8강 진출의 쾌거를 달성했고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U-19 챔피언십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한국 여자 축구는 청소년 대표팀 세대에서 성공의 결실을 보기 시작했고 그 밑에 있는 세대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육성하면 세계 무대에서 돌풍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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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은중 선수에게 기술에 대한 노하우를 받고 있는 삼례여중 축구부원 (C) 생각대로 T]

최근 삼례여중 축구부가 축구팬들의 열렬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 여자 축구 변화의 흐름이 삼례여중의 성공 스토리와 맥을 같이하기 때문입니다. 전라북도 완주군 삼례읍에 위치한 삼례여중 축구부는 지난 2000년에 창단하여 그해 5월 전국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하지만 첫 경기 결과는 0-8 완패 였습니다. 선수들의 경험 및 실력 부족은 예상된 일이었지만, 그 이전에는 선수들이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못했고 경기 규칙 조차 몰랐습니다. 선수 구성원은 1~2학년 이었고 대회를 앞두고 4명을 충원하여 14명으로 출전 명단을 꾸렸습니다.

그랬던 삼례여중 축구부가 전국의 새로운 강호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지난해 6월 소년 전국 체전 준우승, 그해 8월 여왕기 우승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도시가 아닌 어느 한 시골의 작은 학교 축구부가 20명이 안되는 선수 구성에 열악한 환경을 뒤로 하고 전국을 제패했습니다. 특히 그녀들은 도시 아이들에게 지지 않기 위해 투철한 승리욕을 발휘하며 그라운드에서 부지런히 뛰기위해 노력한다고 합니다. 그녀들에게 있어 도시의 친구들은 질투의 대상이자 부러움의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녀들이 전국 제패를 위해 부단이 노력했던 원동력은 도시 친구들에 대한 열등감 때문이 아닙니다. 축구에 대한 열정이 다른 누구보다 충만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시골이라는 환경적인 한계로 인한 선수 수급의 어려움, 집안의 어려운 형편, 인조잔디 조성이 되지 않은 맨땅 운동장에서 기적을 일궈냈습니다. 그럼에도 그녀들은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축구선수로서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마음으로 훈련을 하루라도 소홀히 여기지 않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여기에 훈련 종료 후 학업을 병행하며 미래를 대비했으니 어린 나이임에도 피곤한 일상을 이겨내며 축구 선수로의 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특히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은 꿈나무들에게 쉽지 않은 일입니다. 훈련을 마치고 공부하는 것은 맨땅 운동장에서 고된 스케줄로 몸과 마음이 녹초가 된 선수들에게 피로함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면 경기력이 엉망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녀들은 학업을 묵묵히 병행했고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들이 축구부에 있는 이유는 축구가 좋아서, 축구 선수로 성공하고 싶어서 또래들과 함께 모였기 때문입니다. 축구선수로서 성공하기 힘들면 학업에 전념하여 좋은 진로를 찾아야 하는 만큼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죠. 

어쩌면 몇년 뒤에는 지난해 삼례여중의 전국 대회 우승 멤버 혹은 지금의 삼례여중 축구부 멤버 몇 명이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의 일원으로 뛰고 있을지 모릅니다. 적게는 2~3년 안으로 청소년 대표팀 멤버로 출전하여 한국 여자 축구의 위상을 빛내기 위해 국제 무대에서의 선전을 꿈꾸고 있겠죠. 그리고 지난해 한국 여자 축구선수로는 최초로 유럽에 진출한 차연희(바트 노이에나르, 독일 분데스리가 소속)선수를 꿈꾸며 미래를 설계할 것입니다. 삼레여중 선수들이 축구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먼 훗날에 그토록 바랬던 꿈을 이룰 수 있으며 '여성들의 힘'이 막강함을 한국 사회에 과시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루려면 이들의 의지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서론에서 육상 선수의 꿈을 키웠던 저의 친척 여동생을 예로 든 것 처럼, 사람들의 꾸준한 지원과 관심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인프라를 비롯해 행정과 물질적인 지원 등이 전제되어야 이들이 마음 편하게 축구에 전념할 수 있고 기량을 키우며 한국 여자 축구의 전성기 주역으로 발돋움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축구인 뿐만 아니라 지방 자치단체와 기업 등 사회 모두가 도와줘야 실현 가능합니다. 그것은 곧 한국 여자 스포츠의 발전이자 한국 스포츠의 체질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SK 텔레콤 생각대로 T는 풀뿌리 축구 사랑 캠페인의 일환으로 삼례여중을 후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삼례여중은 생각대로 T의 후원 속에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5박 6일 기간의 제주도 동계훈련을 끝마쳤고 한라산과 성산일출봉을 등반하며 2010년의 각오를 다졌습니다. 5일에는 K리그 제주 유나이티드 클럽 하우스에서 간판 공격수인 김은중 선수를 1일 강사로 초대하여 전반적인 축구 기술을 배우고 축구론을 들었습니다. 김은중 선수가 한 쪽 눈을 실명하는 어려움속에서도 축구선수로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삼례여중 선수들에게 전파한 것이죠.

생각대로 T의 지원은 이것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동계훈련 기간 중 선수들에게 다운자켓을 증정했고 학교 운동장에 녹색 잔디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구상했습니다. 여기에 각계 각층에서 다양한 지원이 실행된다면 삼례여중 축구부 뿐만 아니라 어려운 환경에서 스포츠에 전념하는 모든 일원들이 항상 웃으면서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 될 것입니다. 특히 삼례여중 축구부의 무한한 성공은 한국 여자 축구가 발전하는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축구 선수로 성공하겠다는 마음으로 무장하여 아름다운 도전을 펼치고 있는 삼례여중 축구부원들. 삼례여중 축구부의 무한한 성공은 한국 여자 축구가 발전하는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