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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청용, PFA 영 플레이어 수상 가능할까?

 

'블루 드래곤' 이청용(22, 볼튼)이 2010년 새해 첫 경기에서 팀의 승리를 이끄는 골을 터뜨리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습니다.

이청용은 3일 오전 0시(이하 한국시간) 리복 스타디움에서 열린 FA컵 3라운드(64강) 링컨 시티와의 경기에서 후반 6분 골을 넣으며 팀의 4-0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문전에서 이반 클라스니치의 크로스를 따낸 뒤 오른발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고 이 골은 자신의 시즌 4호골이자 FA컵 첫 골이 됐습니다. 그래서 볼튼은 이청용의 골과 후반 4분 모세스 스와이브의 자책골, 37분 케이 힐, 46분 마크 데이비스의 추가골에 힘입어 FA컵 4라운드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특히 이청용이 이번 링컨 시티전을 비롯 올 시즌 골을 넣은 4경기는 볼튼이 모두 승리했습니다. 이청용은 지난해 9월 26일 버밍엄 시티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결승골을 넣으며 볼튼의 2-1 승리를 이끌었고 지난해 10월 25일 에버튼전에서는 선제골을 넣으며 팀의 3-2 승리를 도왔습니다. 지난달 16일 웨스트햄전에서도 선제골을 넣으며 팀의 3-1 승리를 견인했고 이번 링컨 시티전에서는 두번째 골을 넣으며 팀의 FA컵 4라운드 진출을 공헌했습니다. 이것은 이청용 골의 영양가가 풍부함을 의미합니다.

그런 이청용의 링컨 시티전 골은 최근의 오름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대목입니다. 이청용은 지난달 12일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전과 16일 웨스트햄전을 기점으로 팀 공격을 이끄는 에이스로 거듭났고 롱볼 축구를 펼치던 팀의 기술 축구 정착을 위한 중심 역할을 도맡고 있습니다. 이대로의 경기력이라면 앞으로 더 많은 공격 포인트와 꾸준한 맹활약이 기대되며, 볼튼은 이청용 중심의 공격력으로 단련되어 강등권 탈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청용의 맹활약을 늘 기대했던 국내 축구팬들 중에 일부는 그의 잉글랜드 프로선수협회(PFA) 영 플레이어 수상 여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PFA 영 플레이어란 잉글랜드 프로축구 선수 대부분이 가입된 단체로서 그 중에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23세 이하의 선수에게 상을 주는 것입니다. K리그가 시즌 종료 후 정규리그 최우수 선수(MVP)와 신인왕을 선정하는 것 처럼,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중인 선수들이 개인상으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상이 바로 PFA 올해의 선수와 영 플레이어입니다.

PFA 영 플레이어와 올해의 선수는 2월 즈음에 PFA에 소속된 선수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한 뒤 4월경에 수상자를 발표합니다. PFA는 수상자 발표에 앞서 투표 상위권을 기록한 선수들을 후보로 발표하고 며칠 후에 상을 받는 선수의 이름을 공개합니다. 지난 시즌에는 라이언 긱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가 PFA 올해의 선수를 수상했고 애슐리 영(아스톤 빌라)이 영 플레이어를 수상하여 2008/09시즌을 빛낸 선수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특히 지난 10년 동안 PFA 영 플레이어에 선정된 선수들의 공통점은 시즌 최고의 영건으로 각광을 받은 선수들입니다. 2000년 해리 큐얼(리즈 유나이티드)을 시작으로 스티븐 제라드(리버풀) 크레이그 벨라미(뉴캐슬) 저메인 지나스(뉴캐슬) 스콧 파커(첼시) 웨인 루니(맨유, 2년 연속) 크리스니아누 호날두(맨유) 세스크 파브레가스(아스날) 애슐리 영이 바로 그들입니다. 특히 이들이 상을 받던 시즌에는 소속팀 성적이 상위권이었던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것은 영 플레이어 수상이 팀 성적에 영향을 받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지난 시즌이 그랬습니다. PFA 올해의 선수 후보에 이름을 올린 6명의 선수 중에 5명이 맨유 선수였기 때문이죠. 당시 맨유는 투표가 실시된 2월에 리그 1위를 달리며 프리미어리그 3연패를 자신했습니다. 영 플레이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이 소속된 아스톤 빌라는 지난 2월 중순까지 첼시와 아스날을 제치고 리그 3위를 기록하는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조니 에반스와 하파엘 다 실바 같은 맨유의 영건들도 영과 더불어 영 플레이어 후보에 이름을 올렸으나 두 선수는 들쭉날쭉한 경기 출전 때문인지 아스톤 빌라의 돌풍을 이끈 영의 활약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PFA 올해의 선수와 영 플레이어는 올 시즌에도 팀 성적을 기반으로 수상자를 가릴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리그 상위권 소속팀에 포함된 선수들이 수상 여부에 많은 주목을 받을 것입니다. 그래서 리그 18위의 강등권에 빠진 볼튼 에이스 이청용의 수상 여부는 현재로서는 힘듭니다. 볼튼이 앞으로 거의 매 경기에서 승리하거나 중위권 도약에 성공하고 그 과정에서 이청용의 활약이 크다면 영 플레이어에 선정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볼튼이 기존 전력에서 강등권 탈출을 위한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어 중위권 도약 여부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청용이 팀의 성적 부진 속에서도 후보에 이름을 올린다면 그 가치가 제법 클 것입니다. 에런 레넌(토트넘) 알렉산드레 송 빌롱(아스날) 에밀레이노 인수아(리버풀) 안데르손(맨유) 마이카 리차즈(맨시티) 등과 같은 프리미어리그 23세 이하 선수 중에서 올 시즌 두각을 떨친 선수들과 같은 후보가 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현지 여론으로부터 2009/10시즌을 빛낸 영건으로 이름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죠. 이청용의 볼튼이 지금부터 성적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좋은 결과를 거둔다면, 이청용은 이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명분이 실릴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활약과 팀 성적을 고려하면 레넌이 영 플레이어에 선정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레넌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18경기에서 3골 8도움을 기록해 토트넘의 리그 4위 진입을 이끌었고 날이 갈수록 폼이 부쩍 오른 활약을 펼쳤습니다.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않은 경기에서도 빠른발을 앞세운 측면 침투와 날카로운 볼 배급으로 팀 공격을 이끌며 토트넘 오른쪽 공격의 젖줄 역할을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레넌은 이청용과 같은 포지션이자 공격 성향의 윙어이기도 합니다. 만약 아스날이 2월 안으로 리그 1위에 진입하면 송 빌롱이 레넌과 각축전을 벌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부 국내 축구팬들은 볼튼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이청용의 영 플레이어 수상 여부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청용의 올 시즌 영 플레이어 수상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하지만 영 플레이어는 K리그의 신인상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올해 22세의 이청용은 다음 시즌에도 영 플레이어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으로서는 이청용의 물 오른 성장이 꾸준히 유지되는 것과 동시에 볼튼 성적의 향상을 기대해야 할 것입니다. 볼튼이 올 시즌 잔류에 성공하면 다음 시즌에 돌풍을 일으키고 이청용이 그 중심이 되었으면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봅니다.

비록 상은 받지 못한다고 할 지라도, 이청용이 프리미어리그 첫 시즌에 팀의 에이스로 자리잡으며 성공적인 활약을 펼친것은 높이 평가 받아야 마땅합니다. 일부 국내 축구팬들이 이청용의 영 플레이어 수상에 관심을 두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청용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했다는 증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