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호날두-메시는 올해까지 3년 단위로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타이틀을 3년 단위로 사이좋게 나누었습니다. 세 명의 선수 모두 소속팀의 에이스로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며 발롱도르와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에 오르며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선수로 떠올랐습니다. 세계 최고의 선수의 조건은 천부적인 실력과 더불어 카카-호날두-메시의 사례처럼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끄는 에이스로 거듭나야 하는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 됐습니다.

올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도 마찬가지 입니다. 팀의 우승을 이끄는 에이스라면 세계 최고의 선수로 도약 할 명분이 생깁니다. 그 명분 속에는 어느 누구도 범접하기 힘든 경기력 및 파괴력이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디펜딩 챔피언이자 유럽 축구에서 불꽃 공격력을 과시하며 많은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FC 바르셀로나의 2연패가 유력한 상황입니다. 바르셀로나가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의 홈 구장인 베르나베우(결승전 장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시나리오는 바르셀로나 팬들에게 있어 달콤한 일이 될 것입니다.

한 가지 눈여겨 볼 것은 바르셀로나의 올 시즌 공격이 '에이스' 리오넬 메시에 대한 비중이 줄었습니다. 지난 시즌의 바르셀로나는 메시가 사비-이니에스타-알베스의 지원 사격을 받아 오른쪽 측면 침투를 활발하게 파고들며 많은 골을 생산 했습니다. 올 시즌에는 좌우 풀백인 알베스-막스웰이 활발히 오버래핑하여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머리를 향해 크로스를 띄웁니다. 즐라탄은 후방쪽으로 활동 반경을 옮겨 상대 수비수들의 압박을 분산시켜 동료 공격 옵션의 골 기회를 열어줍니다. 지난 시즌보다 공격 패턴이 다양해져 메시의 의존도를 줄이는 효과를 바르셀로나가 얻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즐라탄의 역할이 팀 내에서 막중합니다. 즐라탄이 얼마만큼 공중볼을 따내고 상대 수비의 압박을 무너뜨리느냐에 따라 동료 공격 옵션들의 공격력이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바르셀로나는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지난 시즌보다 상대팀의 거센 견제를 받거나 공격 과정에서의 공간이 좁아지는 불리함에 직면할 것입니다. 그래서 즐라탄이 타겟맨으로서 우수한 활약을 펼쳐야 동료 선수들의 공격력이 수월해져 바르셀로나의 우승 가능성이 커집니다.

바르셀로나의 이러한 전술적 변화는 적절했습니다. 올 시즌에도 'REM 트리오(앙리-에토-메시)'를 앞세워 지난 시즌과 비슷한 전술을 구사했다면 상대팀에게 읽혔을 것입니다. 바르셀로나의 공격력을 연구하며 허점을 공략하는 상대팀들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바르셀로나는 팀의 전술 변화를 위해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사뮈엘 에토에 4000만 유로(676억원)를 더하여 인터 밀란 에이스인 즐라탄과 맞트레이드 했습니다. 에토와 즐라탄의 맞트레이드는 바르셀로나에게 있어 모험에 가까웠지만 결과적으로 공격력이 다양해지는 이점을 얻었습니다.

즐라탄은 에토처럼 골을 노리는 저격형 공격수가 아닙니다. 지난 시즌 세리에A 득점왕(35경기 25골)의 타이틀을 지녔지만 골 이외에도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다기능 공격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전 앞에서 골을 노리는 것을 비롯, 195cm의 큰 키를 앞세워 공중볼을 따내거나, 우월한 피지컬로 상대 수비수와의 몸싸움에서 우세를 점하거나, 타겟맨으로서 상대 수비의 압박을 분산시키거나, 자신의 장점인 패싱력을 앞세워 팀의 공격 마무리를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선이 굵으면서 창의적인 공격력을 뽐낼 수 있는 즐라탄의 장점은 바르셀로나의 아기자기한 축구와 궁합이 맞습니다.

특히 바르셀로나는 올 시즌 즐라탄 효과를 앞세워 프리메라리가 1위를 기록했습니다. 즐라탄은 13경기에 출전하여 11골을 기록해 9골의 메시를 제치고 팀 내 득점 1위를 올리며 골잡이로서의 진가를 과시했습니다. 바르셀로나가 올 시즌 12승3무 중에 2번의 무승부가 즐라탄이 결장했던 경기임을 상기하면, 즐라탄의 해결사적인 면모와 전술적인 비중이 커졌습니다. 바르셀로나의 올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및 트레블 달성의 성패와 그 정점이 즐라탄에게 달린 것입니다.

하지만 즐라탄은 완벽한 공격수가 아닙니다. 큰 경기에 약하기로 잘 알려진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할 만큼 유럽 무대의 중요한 경기에서는 해결사적인 기질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골을 노리는 역할에 치중하지 않지만 팀의 골잡이로서 골이 없었던 것은 아이러니 합니다. 큰 경기에서 경기 내용까지 부진한 것이 아닌 다기능적인 역할의 한계가 골에 대한 비중을 늘리는데 발목이 잡힌 것입니다.

인터 밀란 소속으로 뛰었던 지난 시즌 맨유와의 16강 2차전이 적절한 예입니다. 즐라탄은 상대 수비수들을 위협하는 제공권 장악능력과 문전에서의 날렵한 돌파, 현란한 패싱력을 뽐내며 팀 공격을 주도했습니다. 인터 밀란의 공격 전개가 미드필더진 보다는 즐라탄의 이타적인 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죠. 그래서 즐라탄은 최전방에서 골을 노리는것 보다는 후방으로 내려가 수비를 달고 다니며 공간을 확보하고 날카로운 패싱력을 뽐내며 맨유 진영을 위협했습니다. 문제는 즐라탄의 골 기회를 받아줄 동료 공격 옵션들의 활약이 미진했고 이것은 인터 밀란이 맨유에게 0-2로 패해 16강에서 탈락한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인터 밀란과 바르셀로나는 엄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지난 시즌의 인터 밀란은 걸출한 공격수 부족으로 즐라탄에게 의지하는 몫이 컸다면 바르셀로나는 에이스가 골을 해결짓지 못해도 다른 선수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걸출한 공격 옵션들이 다수 포진한 바르셀로나라면 즐라탄의 다기능적이고 창의적인 공격력을 받아낼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즐라탄이 동료 선수들의 도움을 받아 골을 터뜨릴 수 있습니다. 즐라탄이 큰 경기에서 골이 없었던 문제점은 바르셀로나에서 개선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물론 즐라탄에게 있어 큰 경기에서의 골이 중요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즐라탄이 이타적인 활약에 초점을 맞춰 앙리-메시-페드로 같은 공격 자원들의 골 기회를 돕는데 치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즐라탄이 자신의 약점을 깨뜨리고 세계 최고의 선수로 도약하려면 중요한 무대에서의 골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큰 경기에 강한 임펙트를 발휘하고 그것이 꾸준해야 지금보다 화려한 가치를 뽐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레알 마드리드와의 엘 클레시코 더비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듯, 바르셀로나의 즐라탄이라면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고 세계 최고의 선수로 떠오를 수 있을 것입니다.

즐라탄이 2010년 발롱도르와 FIFA 올해의 선수가 될 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합니다. 바르셀로나의 2연패 여부가 주목되지만 토너먼트에서 고비에 직면할 수 있으며 2010년에는 남아공 월드컵이 있습니다. 즐라탄이 소속된 스웨덴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음을 상기하면 이것은 즐라탄의 세계 최고의 선수 도약에 있어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주역으로서 맹위를 떨친다면 그 자격은 충분합니다. 바르셀로나의 유럽 제패는 즐라탄에게 달렸고, 즐라탄의 세계 최고의 선수 도약은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가려질 것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