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의 한국 축구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대한 열기가 고조되어 있습니다. 지난 5일 한국의 본선 B조 상대로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그리스가 배정된 이후부터 한국 대표팀의 16강 진출 여부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축구 관련 매스컴 소식에는 월드컵 관련 이야기들이 상당수 눈에 띄고 있습니다. 여기에 박지성과 이청용의 유럽파 근황 소식과 축구 스타들의 결혼 소식에 이르기까지 축구 관련 보도를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축구의 근간' K리그는 행복하지 않습니다. 매스컴에서 외면 받고 있기 때문이죠. 공중파에서 K리그 생중계를 보는 것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고 이제는 케이블 마저도 생중계를 거르는 실정입니다. 녹화 중계는 기본, 최근에는 후반전 생중계까지 빈번하게 방영되는 현실입니다. 녹화 중계라면 경기 결과를 알아버린 상황에서 브라운관을 바라봐야 하며 후반전 생중계는 전반전 없이 경기를 봅니다. 지방에서 열리는 K리그 빅 매치는 중계 일정을 잡지 않는 경우가 부쩍 늘어났습니다. K리그 팬들이 K리그를 마음껏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 가운데, 12일 오전 1시 국제축구연맹(FIFA) 2009 클럽 월드컵 6강전 포항과 마젬베의 경기는 국내에서 중계되지 않았습니다. 국내 방송사들이 방송 중계권을 구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포항의 경기를 중계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있는 축구팬들은 포항 경기를 생중계하는 외국 방송을 인터넷으로 봤습니다. TV 브라운관보다 화질이 좋지 않고, 버퍼링 때문에 동영상이 종종 끊기고, 한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중계되는 포항의 경기를 바라보는 한국 축구팬들의 현실은 그저 씁쓸할 따름입니다.

효리사랑은 그나마 운이 좋은 케이스 였습니다. 인터넷에서 일본 TV 생중계 방송을 찾아서 경기를 봤으니까요. 일본어를 조금 알아듣기 때문에 아나운서와 해설자가 어떤 말을 하는지 약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랍어와 중국어로 해설 듣는 것보다는 '일본어를 배운' 한국인에게는 일본 방송이 더 편했습니다. 누군가는 그럴 것입니다. '외국어로 방영되는 축구 경기를 쓰잘데기 없이 왜 보냐?'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입니다. K리그 팀의 국제 대회 경기를 한국어가 아닌 외국 방송으로 들어야 하는 현실 말입니다.

물론 포항의 경기는 비중 없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미 K리그 일정은 끝났고 포항은 한달 전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서 K리그에 대한 열기가 식을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포항은 세계 최고의 클럽을 가리는 클럽 월드컵에 출전했습니다. 아시아의 챔피언 자격으로서 이번 대회에 출전했고 '아프리카 최강자' 마젬베를 물리치고 4강에 진출했습니다. 4강에서는 후안 베론의 소속팀인 아르헨티나의 에스투디안테스와 맞붙습니다. 그리고 결승에 진출하면 2008/09시즌 유럽 축구 트레블을 달성한 스페인 명문 FC 바르셀로나와 붙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포항과 에스투디안테스의 경기는 마젬베전에 이어 국내에서 중계되지 않습니다. 포항과 FC 바르셀로나의 매치가 성립되면 그 경기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K리그의 자존심을 걸고 세계 축구계에서 파란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을 다하는 포항 선수들의 승리욕을 한국 축구팬들은 TV 생중계로 볼 수 없습니다. 클럽 월드컵은 포항이 우승했던 AFC 챔피언스리그보다 권위가 높으며 그것도 FIFA가 주최합니다. 각국의 클럽들이 모여 친선경기를 갖는 개념의 경기가 아닌 세계 최고의 클럽을 가리는 공식 경기입니다. 그럼에도 방송사들은 포항의 클럽 월드컵 경기를 외면했습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지난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클럽 월드컵 경기는 어느 케이블 방송사에서 생중계로 방영했습니다. 맨유에 박지성이 있었기 때문이죠. 맨유는 한국 축구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국민팀이고 박지성까지 있으니 당연히 생중계를 보여줄 수 밖에 없습니다. 참고로 케이블 축구 중계 중에서 가장 선호도 높은 경기가 맨유 경기입니다.(그렇다고 맨유를 비하하는건 아닙니다.)

그러나 올해 포항의 클럽 월드컵 경기는 중계일정 조차 편성하지 않았습니다. 포항은 엄연히 한국 클럽이고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클럽 자격이자 K리그와 아시아의 자존심을 걸고 대회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포항 경기가 방송사에서 외면받는다면, 포항은 도대체 어느 나라 클럽이란 말입니까. 지난해 맨유의 클럽 월드컵 경기를 생중계했던 그 방송사는 올해 포항의 AFC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경기를 생중계했습니다. 지난 여름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프랑스리그 중계권을 따면서 축구 중계에 열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포항의 클럽 월드컵 경기는 왜 안됩니까.

물론 포항 경기는 다른 케이블 방송사에서도 생중계 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에 케이블 중계를 보니까 다양한 경기들이 생중계 되더군요. 남녀 프로농구와 프로배구는 물론이요, 국내 여자 실업축구인 WK리그, 사회인 야구를 생중계하고, 김연경의 일본 여자 배구 경기까지 녹화 중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포항 경기는 안됩니까. 생중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녹화 중계권이라도 따야하는거 아닌지요.

이러한 방송사들의 K리그 중계 외면에 프로축구연맹은 최근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개 했습니다. K리그 TV중계 확대를 위해 내년부터 월요일에 K리그 경기를 열겠다는 것입니다.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지 않는 월요일에 K리그 경기를 진행하여 TV 생중계를 추진한다는 것이죠. WK리그가 월요일 저녁 케이블 방송사에서 생중계 된 것을 참고했다고 합니다. 또한 프로축구연맹이 연예 기획사와 계약을 맺고 대형 가수의 공연을 월요일 경기 하프타임때 진행하는 아이디어가 최근 프로축구연맹 워크숍에서 논의 되었다고 합니다. 얼핏보면 월요일 경기는 TV 생중계를 위한 틈새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K리그 경기를 프로야구 때문에 월요일에 열겠다는 발상은 매우 잘못 됐습니다. 월요일은 회사들의 업무가 많은 날이자(그렇지 않은 회사들도 있겠지만) 일주일 중에 첫 날을 업무로 보냅니다. 또한 학생들은 공부에 매진해야 합니다. 그래서 많은 관중들을 기대할 수 없으며 TV 시청률 효과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월요일 경기가 중계되면 관중석이 썰렁한 경기들 때문에 대중들에게 'K리그=텅 빈 관중'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만 키울 수 밖에 없습니다. 월요일 경기는 'K리그가 프로야구에 완전히 밀렸다'는 사람들의 인식과 함께 K리그라는 브랜드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겁니다.

더 걱정되는건 내년입니다. 내년에 스포츠 케이블에서는 한국 프로야구를 비롯 일본 프로야구 생중계에 열을 올릴 겁니다. WBC 신화의 주인공인 김태균과 이범호가 각각 지바 롯데와 소프트뱅크 호크스에 입단했기 때문이죠. 특히 신동빈 지바 롯데 구단주 대행인은 김태균 영입 직후 "지바 롯데 TV 중계권을 한국에 판매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케이블 방송사들은 야구 중계에 열을 올릴 것이며 그 과정에서 죽어나는 것이 바로 K리그 입니다. 이제는 케이블 방송사에서 K리그 경기를 얼마나 보게 될지 참으로 걱정스럽습니다. 축구팬들이 K리그 경기를 인터넷을 통해 직접 중계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지만 어느 모 포털 사이트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어 중계가 쉽지 않습니다.

2009년 12월의 한국 축구는 남아공 월드컵 분위기가 고조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K리그는 거센 찬바람과 눈보라를 쓸쓸하게 맞고 있습니다. K리그의 정규리그 스폰서가 없고, 현직 감독이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되고, 한국 축구의 특출난 유망주들이 K리그 진출에 등을 돌리고 있고, 이제는 방송사 마저 중계에 소극적입니다. 포항의 클럽 월드컵 경기가 녹화 중계마저 열리지 않는 지금의 K리그 현실이 그저 씁쓸하고 안타깝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전후로 K리그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방송사들이 이제는 K리그 흥행의 장애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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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준의 프리킥이 골로 연결되는 순간, 트위터로 경기 문자 중계하던 저는 엄청난 환호성을 내지르며 박수를 쳤습니다. 후반 12분이면 골이 필요로 하는 순간이자 상대의 공격 기세를 꺾을 수 있는 절호의 시간대 였습니다. 더욱이 상대팀이 후반 시작과 함께 공격에 모든 힘을 쏟다보니 노병준의 골은 한 골 이상의 가치가 있었습니다. 노병준이 골을 넣는 순간, 저는 포항이 우승할거라 예상했고 그 예감은 결국 현실로 이루어졌습니다.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이 이끄는 포항이 마침내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아시아 최고의 클럽을 가리는 결승전에서 '한국 킬러'이자 '중동의 깡패'로 불렸던 사우디 아라비아의 명문 알 이티하드를 2-1로 제압 했습니다. 동아시아와 중동 클럽 중에서 가장 공격적인 축구를 하기로 손꼽히는 두 팀의 대결에서 포항의 공격축구는 결승 무대에서도 빛을 발했습니다. 아시아 최고의 무대에서 K리그의 위상을 드높인 포항의 축구는 'K리그의 자존심'으로 치켜세우기에 충분합니다.

포항의 우승, 머릿속에 스친 5년전의 굴욕

포항의 우승이 값진 이유는 상대팀이 알 이티하드였기 때문입니다. 알 이티하드가 2004년과 2005년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면서 한국 클럽을 상대로 많은 재미를 봤기 때문이죠. 당시 한국 클럽이었던 성남-전북-부산을 상대로 6경기 중에 4번이나 승리했습니다. 그것도 성남과 부산과의 원정 경기에서는 5-0 대승을 거두며 국내 축구팬들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습니다. 알 이티하드의 파상적이고 조직적인 공격축구는 K리그 클럽이 막아내기에는 역량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5년 전인, 2004년 12월 1일은 축구팬인 저에게 '최악의 날'로 회자됩니다. 제가 지금까지 현장에서 봤던 축구 경기 중에서 가장 보고 싶지 않았던 경기였기 때문이죠. 성남 종합 운동장에서 있었던 2004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2차전 성남vs알 이티하드의 경기는 저뿐만 아니라 그 경기를 관전했던 2만 5천여명의 관중들, 그리고 K리그를 사랑하는 모든 축구팬들에게 치욕과 같은 경기였으니까요.

당시 성남은 1차전 사우디 아라비아 원정에서 3-1로 승리했습니다. 그래서 홈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최소 1골 차이로 패하더라도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알 이티하드는 '아시아의 깡패'가 아닌 '성남의 우승 제물'이 될 것 같았습니다. 저를 비롯한 모두가 성남의 우승 과정을 가볍게 여겼고 선수들의 경기 자세도 방심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결국, 성남은 알 이티하드에게 홈에서 0-5로 대패하는 '굴욕'을 당했습니다. K리그 역사에 잊혀지지 않을 치욕스런 순간을 저를 비롯한 2만 5천여명의 관중들이 두 눈으로 지켜 봤습니다.

이러한 성남의 대패에 관중석 분위기는 씁쓸했습니다. 성남의 무기력한 축구에 답답함을 감추지 못해 "똑바로 안해"라고 소리치시는 분이 있는가 하면, 제가 있던 근처에서 한 숨을 크게 내쉬는 분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어떤 관중은 알 이티하드가 골을 넣는 모습에 어이없는 듯 웃으면서 현실을 부정하고 싶으셨고, 또 다른 관중은 경기 종료 후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당시 성남이 2001년 부터 2003년까지 3년 연속 K리그 우승했던 'K리그의 자존심'이었음을 상기하면 모두들 성남의 대패를 납득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 K리그의 AFC 챔피언스리그 좌절은 '전북이 우승했던' 2006년을 제외하고 계속 되었습니다. 2005년에는 부산이 홈에서 알 이티하드에게 0-5로 패했고 2007년에는 성남과 전북이 당시 일본 최강인 우라와 레즈의 우승 제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포항과 전남이 AFC 챔피언스리그 8강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이러한 K리그의 내림세는 2년 연속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팀을 배출한 일본 J리그의 오름세 행보와 대조적 이었습니다. 여기에 지난 여름 조모컵에서 K리그 올스타가 J리그 올스타에 1-4로 대패했던 것 까지, K리그의 경쟁력은 아시아 무대에서 점점 주춤했습니다.

포항 스틸러스, '아시아 최강' 자격 충분하다

하지만 포항의 축구는 달랐습니다. 지난해 AFC 챔피언스리그 8강 토너먼트 출에 실패하자 올해 초 '스틸러스 웨이'를 표방해 경기력과 태도에서 혁신적인 자세를 추구하며 공격 축구에 올인 했습니다. 공격 축구가 포항의 용광로 축구를 대표할 수 있는 색깔이자 수많은 축구팬들의 시선을 끌어 모을 수 있다는 것이 파리아스 감독의 의중 이었습니다.

그 과정은 아주 유쾌했습니다. 32강 조별 예선에서는 K리그 팀들 중에서 유일하게 1위로 16강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뉴캐슬 제츠(호주)-분요도코르(우즈베키스탄)-움 살랄(카타르) 같은 강호들을 상대로 5경기에서 14골을 퍼붓는 공격축구로 팬들의 시선을 끌어 모았습니다. 특히 뉴캐슬과의 16강 단판 승부에서는 6-0 대승을 거두면서 아시아를 제패할 수 있는 경쟁력과 자신감을 키웠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알 이티하드를 2-1로 물리치면서 '스틸러스 웨이'의 완성을 알렸습니다.

공격 축구는 줄곧 공격만 시도하는 축구가 아닙니다. 안정된 수비를 기반으로 점유율을 높이며 활발한 공격 시도속에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골을 넣는 것이 공격 축구의 일반적인 과정입니다. 그래서 포항은 결승 단판 경기에서 수비에 신경쓴 모습이 역력 했습니다. 알 이티하드의 에이스이자 공격형 미드필더인 누르를 홀딩맨인 신형민이 끈질기게 마크하고, 공격형 미드필더 듀오인 김재성과 김태수가 신형민과 간격을 좁히면서 상대의 중앙 공격을 차단하는데 주력했습니다. 그리고 센터백인 황재원-김형일은 상대 투톱 공격수를 꽁꽁 묶으며 골을 내주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했습니다.

포항이 전반전에 알 이티하드에 결정적인 골 기회를 쉽게 허용하지 않았던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미드필더진을 주축으로 수비 밸런스가 균형있게 잡혔기 때문에 상대 미드필더진에서 공격진으로 연결되는 공을 적시적소에 차단했습니다. 중동 축구가 경기 분위기에 휩쓸리기 쉬운 단점을 노려 상대의 공격 기세를 완전히 꺾었습니다. 특히 신형민이 누르의 공격 침투 차단에 성공했던 것이 '노병준 프리킥과 더불어' 승패가 갈렸던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그래서 포항은 수비 작전이 성공하면서 공격에 자신감을 가졌습니다. 노병준-김태수-김재성의 반격을 앞세운 활발한 공격 시도로 상대의 미드필더진을 허무는데 주력했습니다. 비록 스테보의 몸이 평소보다 무거웠기 때문에 피니시가 약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공격에 전념했습니다. 그리고 후반 12분과 20분 세트 피스 상황에서 노병준의 프리킥 골, 김형일의 헤딩슛으로 상대의 골망을 갈랐습니다. 골을 넣겠다는 포항의 의지가 세트 피스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상대팀이 여러차례 세트 피스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음을 상기하면, 포항은 골 넣는 본능에 충실했습니다.

이러한 포항의 경기 내용은 '아시아 최강'으로 도약하는데 손색 없었습니다. 강팀을 상대로 어떻게 이겨야 하는지 알고 있었고 '화끈하게' 요리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포항의 우승은 알 이티하드 악몽에 시달렸던 국내 축구팬들에게 유쾌상쾌통쾌한 기쁨을 안겼습니다. 알 이티하드전 0-5 대패라는 예전의 안좋았던 추억도 이제는 포항의 우승으로 존재감이 떨어졌습니다.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K리그의 자존심을 드높인 포항의 축구가 고마운 이유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전반전을 0-0으로 마치면서 결승 진출이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술적으로 상대의 공세를 완전히 틀어막았기 때문에 후반전에 공격 과정에서 확실한 임펙트를 발휘하면 이길거라 생각했습니다. 중동 원정에서 전술적으로 완벽한 경기를 펼친 것은 정말 대단할 따름입니다. 그것도 AFC 챔피언스리그(ACL) 4강 2차전에서 말입니다.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이 이끄는 포항 스틸러스가 움 살랄(카타르)을 꺾고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포항은 29일 오전 0시(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스포츠 클럽에서 열린 2009 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2-1로 승리했습니다. 후반 10분 스테보가 선제골을 넣으며 기선제압에 성공했고 4분 뒤에는 노병준이 추가골을 넣으며 승리를 굳혔습니다. 후반 47분에는 이브라히마에게 오른발 프리킥을 허용했지만 2-1 리드를 지킨채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이로써 포항은 움 살랄과의 합계 스코어에서 4-1로 승리하면서(1차전 2-0 승) 결승 진출 및 아시아 정상을 바라보게 됐습니다. 포항은 오는 7일 일본 도쿄 요요기 스타디움에서 열릴 결승전에서 '한국 킬러' 알 이티하드(사우디 아라비아)와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놓고 치열한 한판 승부를 펼칩니다.

파리아스는 역시 파리아스 다웠다

움 살랄 원정을 치른 포항은 전술적인 준비가 철저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상대의 전술적 특징을 면밀하게 파악하여 확실한 대비책을 세웠기 때문이죠. 이번 경기는 카타르 원정이었고 분요도코르(우즈베키스탄)과의 8강 1차전에서 1-3으로 패했던 전적이 있기 때문에 경기 운영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전술적인 무장이 되어있지 않으면 이번 경기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전략가' 파리아스 감독은 역시 파리아스 감독 다웠습니다.

포항은 움 살랄전에서 4-3-3을 구사했습니다. 신화용을 골키퍼, 김정겸-김형일-황재원-최효진을 포백, 김태수를 수비형 미드필더, 신형민과 김재성을 공격형 미드필더, 노병준-스테보-데닐손을 스리톱에 포진 시켰습니다. 선발 라인업을 놓고 보면 팀의 득점을 책임지는 스리톱의 공격력에 무게감이 실릴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공격수보다 미드필더들의 짜임새 넘치는 경기 운영이 승리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중동 클럽의 특징은 경기 분위기에 잘 휩쓸리는 것입니다. 한 번 분위기를 타면 거침없는 공격력으로 상대팀을 몰아 붙이지만(알 이티하드가 대표적)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좋은 경기를 펼치기 어렵습니다. 포항은 그 특징을 잘 이용했습니다. 경기 초반부터 미드필더진을 윗쪽으로 끌어올리고 좌우 풀백인 김정겸과 최효진이 공격에 자주 올라오면서 움 살랄 진영에서 적극적인 공세를 펼쳤습니다. 전반 7분에는 최효진의 오른발 중거리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면서 상대의 기세를 완전히 뺐었습니다.

특히 김재성과 신형민의 침착한 경기 운영이 돋보였습니다. 두 선수는 중원에서의 적절한 위치 선정으로 상대 중앙 공격 길목을 차단하고 적시 적소의 패스로 팀 공격의 활력을 키웠습니다. 서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전방 압박에 많은 비중을 두었던 것이 움 살랄의 공격이 하프라인에서 끊어지는 경우가 잦은 효과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포항이 두 선수의 안정된 밸런스 속에서 경기 주도권을 손쉽게 장악할 수 있었고 빌드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포항판 산소탱크' 노병준의 기동력을 활용한 부분전술로 상대 왼쪽 측면을 적극적으로 파고 들었습니다.

4-3-3의 특징은 삼각형을 형성하는 세 명의 미드필더가 서로 일치된 밸런스를 유지해야 합니다. 김재성-김태수-신형민은 항상 삼각형 모양을 유지하며 공수 양면에 걸친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부분 전술을 강화했습니다. 1명이 중원에서 공을 잡으면 다른 한 명이 전진 패스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또 다른 한 명은 상대의 압박을 저지하도록 길목을 지키거나 측면-최전방 옵션과 간격을 좁혀 공격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러한 전술적 형태가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상대 미드필더진의 경기 장악력이 떨어졌고 마침내 후반전에는 수비진까지 흔들리는 효과로 이어졌습니다. 

포항 미드필더진의 능구렁이 같은 경기 운영은 수비에서도 빛났습니다. 김태수가 포백 앞선에서 몸을 내던지며 상대 중앙 공격을 철저히 봉쇄했고 김재성과 신형민도 적극적인 압박을 가했습니다. 그 효과는 마그노-다비 투톱을 봉쇄하는 포백의 수비력이 편해지는 이점으로 이어졌습니다. 만약 상대가 공격에 많은 숫자를 투입하면 노병준과 데닐손까지 포항 문전 안으로 들어가 수비에 깊숙히 가담하면서 숫적 열세를 면했습니다. 그래서 포항의 수비가 움 살랄 공격을 상대로 이중, 삼중의 압박을 가하여 실점을 허용하지 않는데 주력했습니다.

그리고 움 살랄은 '마그노-다비' 투톱의 역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팀입니다. 브라질 출신인 두 선수의 민첩한 스피드와 순도 높은 결정력을 봉쇄하지 못하면 결승 진출은 어림 없었습니다. 그래서 포항 포백은 두 공격수에게 문전 침투 및 슈팅 공간을 내주지 않는데 초점을 맞췄고 미드필더들까지 도와주면서 압박 작업이 순조롭게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더니 두 공격수는 포항의 거센 압박에 밀려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화려한 경기력을 뽐내지 못합니다. 여기에 미드필더진이 포항에게 완전히 제압당했으니, 포항이 전술적인 힘으로 상대의 기세를 무너뜨렸습니다.

공격수들의 경기 운영도 칭찬할 부분입니다. 노병준이 경기 초반부터 왼쪽 공간에서 특유의 기동력으로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면 스테보와 데닐손은 완급 조절이 돋보였습니다. 전반 30분까지는 많이 뛰기 보다는 상대 수비를 한쪽으로 몰아 세우는데 집중했고, 그 이후에는 스테보가 오른쪽에서 상대 수비를 끌어내면서 체력적으로 지치게하고, 데닐손이 미드필더 지역으로 내려가면서 활발한 볼 터치에 이은 감각적인 돌파로 상대 중앙 수비를 흔들었습니다.

이러한 역동적인 경기 운영은 후반전에 두번씩이나 손 쉽게 골을 넣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후반 10분 선제골 상황에서는 상대 포백이 김재성의 문전 침투를 막는데 집중하다보니 근처에 있던 스테보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 틈을 순식간에 알아챈 김재성은 스테보에게 한 박자 빠른 대각선 패스를 연결했고 이것이 스테보의 선제골로 이어졌습니다. 상대 수비진과 미드필더진을 거침없이 흔들었기 때문에 스테보의 선제골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되었던 것입니다.

후반 14분 노병준의 추가골도 마찬가지 입니다. 노병준은 왼쪽 측면에서 문전쪽으로 빠르게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여 자신을 견제하는 상대 수비수들의 중심을 무너뜨렸습니다. 그래서 두 선수 사이를 돌파하고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골을 성공 시켰습니다. 페인팅-드리블-슈팅의 과정을 혼자서 연출한 노병준의 개인 공격력이 빛났던 것은 상대 수비가 포항의 강력한 공세에 의해 집중력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노병준은 상대 약점을 간파하여 자신의 힘으로 골을 넣었습니다.

이러한 포항의 경기력은 다음달 7일 알 이티하드와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전망을 밝히기에 충분했습니다. 알 이티하드가 2004년과 2005년에 성남과 부산을 5-0으로 대파했던 팀이기 때문에 움 살랄보다 강한 위용을 뽐낼 것으로 보이지만 포항도 만만찮다는 평가입니다. 파리아스 감독의 전술적인 능력이 빛을 발하는 포항의 강렬한 포스라면 알 이티하드전도 승산이 있음에 틀림 없습니다. 움 살랄을 꺾고 결승에 진출한 포항의 선전에 박수를 보내고 싶을 뿐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가 공격수 스테보(26)와 오른쪽 풀백 신광훈(21)을 맞임대하기로 했다.

전북과 포항은 4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두 선수의 맞임대 사실을 알렸다. 임대 기간은 2년 6개월이며 두 선수가 임대 기간 중 이적할 시 이적료를 50 대 50으로 나누는 조건으로 합의했다.

두 팀의 맞임대는 ´골잡이´가 필요한 포항과 ´오른쪽 풀백´이 필요한 전북에게 서로 전력적인 이익을 안겨주는 ´윈윈(Win-Win) 트레이드´라 할 수 있다. 각각 선두권과 중상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는 정규리그 4위 포항과 11위 전북은 새로운 선수 영입으로 순위 향상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무엇보다 지난 시즌 29경기 15골 5도움으로 전북 공격의 핵으로 자리잡았던 스테보의 포항 임대는 전북 팬들에게 의외의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올 시즌 13경기 4골 2도움으로 지난 시즌보다 주춤한 모습을 보인데다 팀의 성적 부진과 조재진 영입으로 설 자리를 잃으면서 끝내 포함으로 임대됐다.

반면 포항은 ´검증된 카드´ 스테보를 영입해 공격력 강화를 노리게 됐다. K리그 정상급 테크니션으로 자리잡은 황진성을 축으로 ´데닐손(남궁도)-스테보´ 투톱을 최전방에 포진하는 공격 삼각편대를 구성할 수 있어 팀 공격력을 배가시킬 수 있다. 그의 합류로 데닐손에게만 의존하던 공격 루트도 다채로울 전망.

스테보의 맞임대 상대인 신광훈은 지난해 캐나다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특급 유망주. 공수 양면에 걸친 적극적인 활약과 폭 넓은 움직임을 앞세워 윙백과 풀백의 역할을 자유자재로 소화하는 그는 당시 브라질전서 현란한 마르세유턴을 선보이며 경기를 지켜봤던 축구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던 주인공이다.

신광훈은 비록 포항에서 최효진에 밀려 줄곧 벤치를 지켰지만 풀백의 적극적인 활약을 중요시하는 최강희 전북 감독의 신뢰를 받을 것으로 엿보인다. 전북은 왼쪽 풀백 최철순의 활발한 움직임을 앞세워 공격을 펼쳤으나 오른쪽 측면 뒷공간에서 그와 함께 장단을 맞출 선수가 없어 한 쪽 옆구리가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정규리그 11위로 처진 전북은 신광훈의 임대로 귀중한 ´전력 플러스´를 얻게 됐다.

문제는 전북과 포항의 선수 교환 과정에서 두드러지게 성공한 선수가 없는 것. 두 팀은 시즌 전 ´최태욱, 김성근-권집, 김정겸´ 트레이드를 성사했고 전북은 포항에서 뛰던 이원재와 온병훈을 추가로 영입했지만 주전으로 자리잡은 선수는 없었다. 전 소속팀에서 입지를 잃어갔던 스테보와 신광훈이 새로운 팀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결코 없다는 분석이다.

맞임대 형태로 팀을 옮길 스테보와 신광훈은 이번 주말에 열릴 정규리그 13라운드가 끝난 뒤 포항, 전북에 합류할 예정이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