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라이벌 한국 일본 축구 맞대결이 인천 아시안게임 8강을 뜨겁게 빛낼 것이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은 28일 오후 5시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일본과 4강 진출을 다툰다. 개최국 우승을 노리는 이광종호에게 일본은 반드시 이겨야 할 상대다. 많은 사람들이 한일전 명승부를 기대할 것이며 경기장을 찾는 관중들이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요일 경기인 만큼 관중석에 사람들이 가득차는 풍경을 보고 싶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한국이 일본에 우세다. 한국이 김신욱, 김승규, 박주호 같은 국가대표팀 3인방을 와일드카드에 포함시킨 23세 이하 대표팀을 내세웠다면 일본은 선수 전원이 21세 이하다. 다시 말해서 '한국 U-23 & 와일드카드 3인방 vs 일본 U-21 대표팀' 맞대결이다. 하지만 한국 일본 축구 경기는 라이벌전으로서 팽팽한 접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인천국제공항역에서 봤던 인천 아시안게임(인천 아시아경기대회) 공식 마스코트 (C) 나이스블루]

 

무엇보다 한국 대표팀의 인천 아시안게임 4경기 경기 내용이 전체적으로 시원치 않았다. 경기 결과만을 놓고 보면 4연승을 거두면서 단 1실점도 허용하지 않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답답한 공격 전개가 아쉽다. A조 예선 3경기에서 공격 옵션들의 정확성 떨어지는 패스와 창의적인 공격 전개 부재, 원톱의 존재감이 약했다면 16강 홍콩전 전반전에는 잦은 크로스 때문에 공격이 단조로워지는 문제점이 있었다. 말레이시아, 사우디 아라비아, 라오스, 홍콩은 한국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팀들이다. 그런 팀들을 상대로 경기 흐름에서 편차가 심한 모습을 보였던 것은 아쉬운 일이다.

 

이광종호는 8강 일본전을 각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일본은 한국과 대등한 경기력을 과시할 수 있는 팀이다. 21세 이하 대표팀을 구성한 것이 불안 요소이나 국가 대표팀 전력에서는 일본이 한국에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2000년대 이후 4번의 아시안컵 중에 3번의 우승을 달성한 것과 더불어 한국전 A매치 4경기 연속 무패(2승 2무)를 기록중이다. 국가 대표팀과 아시안게임 대표팀 전력은 엄연히 다르겠지만 그렇다고 일본 축구를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한국 일본 축구 맞대결 관전 포인트는 공격수다. 일본의 강점은 든든한 골잡이를 보유했다는 점이다. 스즈키 무사시 라는 이름의 자메이카계 혼혈 공격수는 아시안게임 16강까지 5골 기록중이다. 185cm 74kg 체격을 갖춘 그는 올해 20세이며 빠른 주력과 뛰어난 골 결정력을 과시한다. 한국 아시안게임 대표팀 왼쪽 풀백으로 활약중인 김진수(호펜하임)와 2014시즌 전반기까지 니가타에서 함께 뛰었다. 김진수가 전 동료였던 스즈키 특징을 한국 선수들에게 전파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반면 한국의 약점은 공격수다. 김신욱이 A조 2차전이었던 사우디 아라비아전 도중에 부상을 당하면서 현재까지 경기를 뛰지 못하는 중이다. 일본전에서는 조커 투입이 예고 되었으나 90분 동안 눈부신 활약상을 펼치기에는 몸 상태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의 대체자 이용재는 16강 홍콩전에서 골을 터뜨렸음에도 아시안게임 경기력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다. 원톱을 맡는 선수 답지 않게 최전방에서 자신의 뚜렷한 강점을 발휘하지 못했다. A조 3차전 라오스전에서는 상대 수비에 묶여 고립되는 모습도 보였다. 일본전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한국의 간판 공격수로 발돋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의 일본전 승리를 보고 싶은 이유는 한국 축구의 명예회복이 기대된다는 점이다. 이번 경기를 이긴다고 한국 축구가 완전히 부활한다고 볼 수는 없으나 적어도 축구 실력을 통해 국민들에게 실망시키지 않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흥미롭게도 한국 국가 대표팀이 끝없는 침체에 빠졌던 결정적 경기가 2011년 8월 10일 일본 원정 0-3 완패였다. 그 이후부터 2014년 6월 브라질 월드컵까지 한국 국가 대표팀 행보가 잘 풀리지 않았다. 이제는 인천 아시안게임 8강 한국 일본 축구 라이벌전을 계기로 우리나라 대표팀이 한일전에서 많이 이기는 모습을 보고 싶다. 비록 아시안게임은 A매치가 아니지만 개최국 한국 입장에서 일본전 패배는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다.

 

8강 한국 일본 축구 경기를 빛낼만한 키 플레이어는 한국의 공격형 미드필더 김승대다. A조 조별예선 3경기에서 모두 골을 터뜨리는 해결사 기질을 과시했다. 8강 일본전은 국민적인 관심이 쏠리는 만큼 '한국 축구의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기 위한 결정적 기회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포항의 핵심선수로 활약중인 면모를 한국 일본 라이벌전에서 마음껏 과시할지 주목된다. 한국의 일본전 승리를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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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이 이번 대회 조별예선 일정을 모두 마쳤다. A조 3경기 전승을 거두면서 16강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했으며 앞으로 남은 4경기 연속 승전보를 전하면 금메달 획득하게 될 것이다.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은 A조 1차전 말레이시아전 3-0, 2차전 사우디 아라비아전 1-0, 라오스전 2-0 승리를 거두었다. 시원스러운 대량 득점 경기는 없었으나 예선에서 단 1실점도 허용하지 않은 것이 의미있다.

 

앞으로의 관건은 한국 대표팀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하느냐 여부다. 한국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이후 28년 동안 이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으며 6개 대회 연속 결승 진출 조차 실패했다. 최근 대회였던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동메달에 그쳤다.

 

[사진=인천국제공항역에서 봤던 인천 아시안게임(=인천 아시아경기대회) 마스코트 (C) 나이스블루]

 

인천 아시안게임 축구 종목에 참가중인 이광종호가 A조 예선 3경기에서는 모두 이겼으나 한국 대표팀의 금메달을 장담하는 사람은 아마도 적을 것임에 틀림 없다. 말레이시아, 사우디 아라비아, 라오스를 제압했음에도 경기 내용이 모두 안좋았다. 답답한 공격 전개와 부정확한 패스 미스 거듭, 공격 옵션들의 수비시 집중력 부족, 김신욱-윤일록 부상, 이용재 부진, 라오스전에서 드러난 주전과 백업 선수의 뚜렷한 기량 차이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약점들이 노출됐다.

 

그럼에도 예선에서 3전 전승을 거두었던 것은 상대 팀 전력이 약했기 때문이다. 한국이 손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였다. 문제는 김승대 3경기 연속 골이 없었다면 3전 전승까지 불투명했을 것이다. 김승대 득점이 있었기에 말레이시아전과 라오스전에서 후반전이 한창일 때 그의 한 방에 의해 승부의 쐐기를 박을 수 있었다. 사우디 아라비아전에서는 김승대 결승골 없었다면 한국이 비겼을지 모른다.

 

 

한국의 A조 예선 3경기를 놓고 보면 팀으로서 하나로 완성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A조 최약체로 꼽혔던 라오스에게 조차 공격시의 부분 전술 정확도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며 상대 팀의 밀집 수비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종호 선제골이 전반 막판에 터져서 다행이었으나 그 장면 마저 없었다면 지금보다 더욱 씁쓸했던 경기가 되었을 것이다. 여기에 김신욱 타박상과 윤일록 부상 이탈이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가 겹치면서 개인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의 영향력이 토너먼트에서 반감될 수도 있다. 더욱 아쉬운 것은 김신욱 대체자 이용재의 사우디 아라비아전, 라오스전 부진이 찜찜하다.

 

그나마 김승대가 A조에서 잘했으나 토너먼트에서는 상대 팀의 집중 견제에 시달릴 위험이 따른다. 한국이 토너먼트에서 김승대 의존도를 줄이려면 그의 주변에 있는 동료 선수들이 상대 팀 선수들의 시선을 자신쪽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예를 들면 과감한 1대1 돌파와 주변 선수와의 원투 패스를 통한 예측 불가능한 공격력을 전개하며 상대 수비수의 시선을 끌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김승대와 약속된 움직임에 의한 패스를 주고 받거나 또는 김승대가 결정적인 공격 기회를 마련할 공간을 창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격력은 팀의 조직력이 높은 수준으로 발달되지 않으면 실현되기 어렵다. 한국이 앞으로도 팀 공격의 짜임새가 부족한 모습을 드러내면 토너먼트에서 고전할 것이다.

 

만약 레버쿠젠이 손흥민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 차출 허락했다면 이광종호 경기력이 지금보다 더 좋아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손흥민은 한국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에서 볼 수 없다. 그가 대표팀에 차출된다고 할지라도 동료 선수들이 손흥민과 톱니바퀴 같은 연계 플레이를 펼칠지 여부조차 의문이다. 한국은 선수들의 개인 능력 이전에 조직력 조차 완성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토너먼트 최대의 불안 요소는 체력이다. 아무리 한국이 16강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지라도 빠듯한 경기 일정에 따른 선수들의 피로도가 경기를 치를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라오스전에서는 일부 핵심 선수가 결장했거나 적은 출전 시간을 소화한 것이 다행이나 주전과 비주전의 경기력 편차를 줄이지 못했다. 이대로는 한국의 금메달 전망이 불투명하다. 경기력 개선을 위한 이광종 감독의 승부수가 더욱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 다가왔다. 한국이 토너먼트에서 긍정적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금메달 따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손흥민 아시안게임 출전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오는 9월에 펼쳐질 인천 대회에서는 그가 대회에 참가하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손흥민 소속팀 레버쿠젠이 그의 아시안게임 차출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아시안게임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대회가 아니면서 국가 대표팀 경기도 아니다. 더욱이 올림픽 본선 대회도 아니다. 따라서 클럽팀이 선수의 아시안게임 출전을 반드시 허용해야 할 의무는 없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에이스 손흥민 올해 나이는 22세이며 오는 9월에 펼쳐질 인천 아시안게임 참가가 가능하다.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종목은 와일드카드 선수 최대 3명을 포함한 23세 이하 대표팀이 출전하는 대회다. 그런데 손흥민의 참가 무산은 매우 뼈아프게 느껴진다.

 

[사진=손흥민 (C) 나이스블루]

 

유럽파라고 아시안게임 출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때는 당시 AS모나코에서 활약했던 박주영이 대회에 참가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마인츠의 박주호와 호펜하임의 김진수가 이광종호에 발탁됐다. 박주호는 올해 27세로서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며 김진수는 22세로서 아시안게임 참가가 가능한 연령대다. 그런데 손흥민은 레버쿠젠의 반대로 인천 아시안게임에 참가할 수 없게 됐다. 박주호, 김진수와 함께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중임에도 아시아 최고의 스포츠 대회에 출전할 수 없는 불운을 겪게 된 것이다.

 

축구 선수에게 아시안게임이 중요한 것은 병역 혜택 때문이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면 병역 혜택이라는 특혜가 주어진다. 아직 병역 문제를 해결짓지 못한 박주호가 와일드카드로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박주호가 유럽 롱런의 명분을 얻을 수 있는 기회는 인천 아시안게임 말고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마도 이러한 배경 때문에 마인츠의 허락을 받으며 한국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한 것으로 여겨진다. 김진수는 지난 6월 호펜하임 입단 계약 당시 인천 아시안게임 출전 조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손흥민은 김진수와 다르다. 지난해 여름 레버쿠젠으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인천 아시안게임 출전 조항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조항이 있었다면 이광종호 아시안게임 명단에 손흥민 이름이 새겨졌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레버쿠젠은 손흥민이 아시안게임에 뛰는 것을 원치 않았다. FIFA 주관 대회가 아닌 이유도 있지만 하필이면 그 시기가 레버쿠젠의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본선 일정을 치를 때다. 아직 레버쿠젠의 조별본선 진출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으나 현재 코펜하겐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3-2로 이겼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진출했던 경험을 놓고 보면 올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어하는 마음이 충분할 것이다.

 

만약 레버쿠젠이 손흥민의 인천 아시안게임 차출을 허락하면 팀의 전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시드니 샘의 샬케04 이적 공백을 극복하면서 손흥민 아시안게임 차출 공백을 메워야 하는 부담을 안게되는 것은 레버쿠젠이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였는지 모른다. 팀이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조별본선과 분데스리가에서 승승장구를 거듭하는데 있어서 손흥민은 반드시 필요한 선수였다. 아시안게임이 FIFA 주관 대회가 아니라는 점에서 레버쿠젠의 입장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손흥민의 아시안게임 참가 무산은 안타깝다. 그의 병역 혜택 기회가 날아갔기 때문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본선에 이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참가가 좌절되는 불운을 겪게 됐다. 더욱이 런던 올림픽에서는 한국 대표팀이 동메달을 따내면서 올림픽 3위 이내 입상 조건에 의해 병역 혜택을 얻었다. 박주영과 기성용 등 여러 명의 런던 세대들에게 병역 혜택의 기회가 주어졌던 것. 그러나 손흥민은 런던 올림픽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으며 병역 혜택과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레버쿠젠의 반대로 출전이 무산됐다.

 

물론 손흥민의 병역 혜택 기회는 앞으로 더 있다. 2016년 히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2019년 아시안게임이다.(2018년이 아닌 2019년 개최 예정) 그러나 인천 아시안게임은 한국에서 개최되는 유리함이 있다. 그가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의 금메달 멤버로 활약했다면 앞으로 약 10년 동안 유럽 무대에서 활약했을지 모를 일이다. 손흥민 대회 참가 무산이 아쉬운 또 다른 이유는 한국 아시안게임 대표팀 전력이 '손흥민 합류'라는 플러스 효과를 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광종호는 손흥민 없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아마도 한국이 스페인에게 패하겠지? 뻔할 뻔 이잖아!'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0 대표팀이 16강 스페인전을 치르기 전까지는 이러한 생각을 했습니다. 조별 본선 프랑스-콜롬비아전 패배 및 무기력한 경기 내용에 실망하면서 스페인전에 대한 비관적인 느낌이 가득했죠. 말리전 승리와 조3위 와일드카드 혜택이 없었다면 지금쯤 이광종호는 귀국했을지 모릅니다. 특히 지난 주말 콜롬비아전에서 경기 내내 허술함을 일관하면서 스페인전 대량 실점이 우려됐습니다. '쿠칭의 비극'으로 일컬어지는 1997년 U-20 대표팀의 브라질전 3-10 대패까지 떠오를 정도로 말입니다.

[사진=한국 U-20 대표팀 (C) 아시아축구연맹(AFC) 공식 홈페이지 메인(the-afc.com)]

그런데 스페인전은 저의 예상과 달랐습니다. 스페인전이 시작되었던 오전 7시에 TV 리모콘 전원을 누르면서 리틀 태극 전사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며 긍정적인 확신을 얻었습니다. '적어도 국제 망신은 면하겠다'라고 말이죠. 4-4-1-1이 아닌 4-2-3-1로 전환하면서 미드필더 중심의 존 디펜스를 강화하며 상대 공격을 끊는데 집중했습니다. 공격 옵션들이 스페인 진영으로 올라와 포어 체킹을 시도하며 상대 공격 템포를 늦췄고, 스페인이 우리 진영에 접근하면 미드필더들이 협력 수비를 강화하면서 수비수들이 빈 공간을 커버하는 움직임이 활발했습니다. 프랑스-콜롬비아전보다 수비 집중력이 부쩍 좋아진 느낌이 들었죠. 그래서 실점을 안할거라 생각했습니다.

한국의 무실점을 예감했던 이유는 스페인 공격의 세기가 점점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세르히오 카날레스, 호드리고 모레노, 알바로 바스케스 같은 스페인 공격 옵션들이 한국의 끈질긴 수비에 막혔습니다. 상대 미드필더들도 한국의 압박에 주춤하면서 매끄럽지 못한 연계 플레이를 거듭했죠. 상대가 고전할 수록 한국 수비가 스페인 선수들을 매섭게 달려들며 팽팽한 접전이 계속 됐습니다. 스페인 특유의 패스 축구를 차단하려면 전사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매우 열심히 뛰어야 했죠. 생중계 시청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모두가 몸을 내던지는 투지를 발휘했습니다.

가장 마음에 아팠던 것은 후반 막판 및 연장전 이었습니다. 우리 선수들의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면서 또는 상대 반칙에 쓰러지면서 몸의 고통을 참으며 뛰어야 했던 상황이 수없이 나타났습니다. 객관적으로 스페인 전력이 우리보다 강하면서, 선수들 개개인의 소속팀 커리어가 화려했던 만큼 우리는 투지 하나로 버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스페인이라는 유럽 강호에게 의기 소침하지 않고 상대와 대등하게 싸우는 굳센 마음 말입니다. 그래서 열심히 뛰어야 했습니다. 아쉽게도 골은 넣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라운드에 나뒹구는 힘든 순간을 참아가면서 스페인전 패배를 어떻게든 막아야했고, 결국 승부차기까지 이어지면서 스페인과 공식 경기상 무승부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에게 승부차기 운은 따르지 않았습니다. '제2의 호아킨(스페인 3번 키커를 맡은 코케)'은 있었지만 제3의, 제4의 호아킨은 없었습니다. 일부 누리꾼들은 승부차기에서 실축했던 김경중을 질타하지만, 김경중은 그저 운이 없었을 뿐입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2007/08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첼시전 승부차기에서 실축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김경중을 비롯한 모든 선수들이 하나로 똘똘 뭉치며 120분 혈전을 무실점으로 마쳤고 승부차기까지 끌고간 겁니다. 우리는 리틀 태극 전사에게 비난할 자격 없습니다.

솔직히 말해봅시다. 한국이 스페인을 이길거라 생각했습니까? 프랑스-콜롬비아전 패배를 놓고 보면 16강에 오른 것 만으로 충분합니다. 물론 스페인을 꺾었으면 더 좋았지만요. 하지만 지동원-남태희-손흥민-석현준 차출이 불발 되었고, 대회 개막을 전후해서 이민선-황도연이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하차 했습니다. 공수 양면에서 구심점 역할을 해줄 선수들을 잃었죠. 스페인전 포백 구성원 중에서 3명은 본래 수비수 주전이 아니었습니다. 이광종호는 전력 약화를 감수하고 16강 고지에 오르며 스페인과 싸워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리틀 태극 전사들은 해발 2150~2650m 고지대에서 U-20 월드컵을 치렀습니다. 경기 장소 만큼은 다른 나라 선수들과 같은 조건 이었지만 일부 주축 선수들이 빠진 한국의 어려움은 배로 컸습니다. 1983년 멕시코 U-20 월드컵 4강 신화를 달성했던 선배들은 고지대에서 자고 일어나면 코피를 흘렸다죠.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했던 이광종호 입니다. 한국은 16강에서 탈락했지만, 스페인에게 지지 않겠다는 선수들의 투지는 박수 받아야 마땅합니다.

청소년 대회 성적이 자국 축구의 미래를 좌우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나라 선수든 청소년 레벨까지는 촉망받는 미래였지만 성인 레벨에서 여러가지 이유로 성장이 정체되면서 끝내 추락했던 인재들이 부지기수였죠. 2009년 가나의 U-20 월드컵 우승을 이끌며 골든볼(최우수 선수)을 수상했던 도미니크 아디야는 어린 나이임에도 여러팀을 전전하는 신세로 전락했죠.

그런데 스페인과 승부차기 접전을 펼친 한국 대표팀 선수들 만큼은 미래가 밝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세계 최정상 축구 실력을 자랑하는 팀을 상대로 대등한 공방전을 펼치며 절대 주늑들지 않았습니다. 과거의 한국 축구는 유럽 강호들과 만나면 기가 죽는 답답함이 있었지만 2002년 월드컵 이후의 청소년 세대들은 선배 세대와 대조적이었죠. 특히 스페인과 싸웠던 선수들은 상대를 거침없는 경기를 펼쳤습니다. 그 마음이 앞으로 변치 않는다면 축구 선수로써 틀림없이 화려하게 성공할 것입니다.

냉정한 관점에서는 이번 대표팀의 전술은 2007년 조동현호, 2009년 홍명보호보다 부족했다는 인상입니다. 스페인을 상대로 잘싸웠지만 프랑스-콜롬비아전 패배의 원인을 생각할 필요가 있죠. 그런데 그 부족함이 스페인전에서 선수들이 단합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습니다. 현실적으로 스페인 선수와의 개인 기량에서 밀릴 것임을 미리 인지했습니다. 그래서 선수들은 팀의 위대함을 믿어야 했고 그라운드에서 모든 힘을 다해 움직였습니다. 끝내 이변을 일으키지 못했지만 연장전까지 대등한 경기를 펼쳤던 선수들의 열정이 많은 사람들의 박수 갈채를 받았죠.

이광종호의 '16강 투지'는 전날 밤 일본에게 0-3으로 완패했던 조광래호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조광래호는 현대 축구의 흐름과 함께하기 위해 패스 축구를 시도하며 기존의 전술을 아기자기하게 풀어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라이벌 일본 선수들에게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투쟁심이 부족했죠. 정신력을 강조하는 것은 현대 축구에서 구시대적인(?) 발상으로 비춰질지 모릅니다. 하지만 상대를 괴롭히겠다는 승부근성 만큼은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한국 축구 고유의 강점이었죠. 정신력이 축구의 전부는 아니지만 실력이 안되면 오기로 버텨야 마땅합니다. 그것이 조광래호와 이광종호의 차이 였습니다.

만약 이광종호가 스페인전에서 프랑스-콜롬비아전에 이은 졸전을 펼쳤다면 조광래호에 이어 국민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스페인전 행보는 당초 예상을 뒤집는 선전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리틀 태극 전사들의 투지에 감동을 받으며 일본전 패배의 분노를 가라앉히고 한국 축구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게 됐습니다. 한국 축구의 저력을 일깨워준 한국 U-20 대표팀 선수 및 코칭스태프 여러분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