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브라질이 격돌했던 올림픽 축구 4강전. 후반 19분 레안드로 다미앙에게 실점을 허용하면서 스코어는 0-3이 되었고 사실상 패배가 확정됐다. 강팀 브라질을 상대로 0-3을 4-3으로 뒤집기에는 매우 역부족이었다. 그런데 후반 25분 박주영이 교체 투입 되면서 후배 선수들에게 "포기하지마"라고 외쳤던 입모양이 TV 화면에 잡혔다. 동료들에게 위축된 플레이를 하지 말라고 주문하면서 3~4위전 일본전이 남아있음을 일깨운 것 아닐까.

브라질전 패배는 어쩔 수 없었다. 런던 올림픽 5경기 연속 3골로 대회 최고의 공격력을 과시했던 브라질을 꺾기에는 두 나라 축구 레벨 격차가 벌어져있다. 한국이 동메달을 획득할 수 있는,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받을 마지막 기회는 3~4위전 일본전 승리 뿐이다.

만약 한국이 일본에게 졌다고 가정해보자. 어떤 일이 벌어질까? 홍명보호는 국민적인 질타를 피해가지 못할 것이다. 선수들은 병역 혜택을 받지 못하면서 해외리그 진출 및 롱런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한국 축구 인지도 향상의 한계로 작용한다. 국민들은 '삿포로 참사'로 일컬어지는 지난해 8월 10일 A매치 일본전 0-3 패배의 악몽을 1년 만에 또 느끼면서 무더운 날씨와 더불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역대 최대 금메달을 바라보는 한국의 런던 올림픽 성적의 오점으로 남게될지도 모른다. 정말 끔찍한 시나리오들이다.

반대로 한국이 일본을 이기면 어떻게 될까. 홍명보호 일원은 국민적인 영웅으로 떠오를 것이며 박종우-김창수-이범영 소속팀 K리그 부산 아이파크는 '스타 마케팅'을 기대할 것이다. 선수들은 병역 혜택에 의해 해외에서 오랫동안 활약할 명분을 얻을 것이다.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앞둔 기성용 몸값 폭등도 기대할 수 있다. 최근에는 맨체스터 시티, 아스널 영입 관심을 받고 있다. 스포츠 방송사들은 한국의 일본전 승리 혹은 그동안의 행보를 다룬 하이라이트를 장기적으로 방영할지 모른다. 야구 대표팀의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하이라이트처럼 말이다.

한국이 일본을 이겨야 할 이유는 여럿 있다. 개인적으로 이것을 강조하고 싶다. 한국이 아시아 축구 최강국임을 일본에 과시해야 한다. 실제로는 일본이 아시아 No.1이다. 지난 4번의 아시안컵에서 3번 우승했고 지난해 A매치 한국전에서 3-0으로 이겼다. 물론 한국 축구팬으로서 인정하기 싫다. 2010년 A매치 일본전 2연승까지는 한국 대표팀이 일본 대표팀보다 월등했다. 이제는 '한국<일본'을 '한국>일본'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런던 올림픽이 A매치가 아니라는 점에서 두 나라 축구 레벨이 달라지지 않을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의 마음속에서 홍명보호의 세키즈카 재팬 격파는 '한국이 일본보다 축구를 더 잘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쉽다.

이번 일본전은 홍명보호의 마지막 경기다. 국가 대표팀의 경우 지금까지 토너먼트 혹은 메이저 대회 본선 탈락, 아시아 지역예선 부진을 통해서 감독이 교체된 일이 잦았다. 그나마 핌 베어벡 전 감독은 자신의 한국 대표팀 마지막을 일본전 승부차기 승리(2007년 아시안컵)로 장식했지만 공식 기록상 무승부였다. 올림픽 대표팀 같은 경우에는 탈락만 반복했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이전 대표팀 감독들과 다를 수 있다. 한국의 일본전 승리를 이끌면 마지막 경기에서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 입상이라는 쾌거를 달성하고 올림픽 대표팀 여정을 마무리한다.

홍명보호는 3~4위전에 대한 좋은 추억이 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3~4위전 이란전에서 1-3으로 질뻔했던 경기를 4-3 대역전극을 펼치면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4강 UAE전 패배로 금메달 획득에 실패하면서 사람들을 실망시켰지만 이란전에서 화끈한 명승부를 펼치면서 민심을 회복했다. 그때 뛰었던 선수 중에 몇몇이 런던 올림픽 일본전 승리를 잔뜩 벼르고 있다. 만약 일본에게 밀리더라도 동점골, 역전골을 넣기 위한 불굴의 의지를 불태울 것이다. 선수들에게 절실한 병역 혜택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한국은 런던 올림픽 본선에서 짝수번째 경기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1,3,5번째 경기였던 멕시코-가봉-브라질전은 모두 승리하지 못했다. 세 경기 모두 내용이 좋지 못했고 브라질전은 패했다. 2,4번째 경기였던 스위스-영국전에서는 웃었다. 스위스전 승리로 8강 진출의 토대를 마련했고 영국전에서는 승부차기 끝에 이기면서 4강에 올랐다. 일본전은 한국의 6번째 경기다. 이번에도 짝수번째 경기에 강한 모습을 보이면 일본전 승리는 현실이 된다.

런던 올림픽 한일전은 국민들 기억속에 남을 명승부가 연출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 더불어 일본 선수들도 틀림없이 라이벌 의식을 느낄 것이기 때문. 두 팀 모두 서로에게 지지 않기 위한 필사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다. 한국과 일본 선수들의 약점으로 체력 저하가 꼽히지만 라이벌전은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칠 정도로 뛰어야 한다. 승리욕이 강한 팀은 상대에게 밀리는 경기를 끝내 이기는 저력이 있다. 또는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다. 그 팀이 한국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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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축구는 1983년 멕시코 U-20 월드컵과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이어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4강 진출을 이루었다. 대표팀 축구의 국민적인 인기에 비해서 그동안 올림픽에서는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했으나 이제는 올림픽 4강 반열에 올랐다.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올림픽 메달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2009년 이집트 U-20 월드컵 8강,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 2011년 콜롬비아 U-20 월드컵 16강 진출까지 포함하면 한국 축구는 더 이상 축구 변방국이 아니다. 이제는 아시아 강호를 넘어 세계 대회에서 성과를 내는 팀으로 도약했다.

특히 8강 영국전 승리는 한국 축구 역사에 남을 명장면이었다. 연장전 끝에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4로 승리했다. 골키퍼 이범영이 영국의 다섯번째 키커 다니엘 스터리지의 슈팅을 선방했고, 한국의 다섯번째 키커 기성용이 팀의 4강을 이끄는 골을 터뜨렸다. 2002년 한일 월드컵 8강 스페인전 승부차기 승리와 흡사했다. 골키퍼 이운재가 스페인 4번째 키커 호아킨 슈팅을 막아낸 뒤 한국의 홍명보가 골을 넣었던 짜릿함을 떠올리게 했다. 그때의 홍명보가 10년 뒤 런던 올림픽 대표팀 감독으로써 한국의 4강 진출을 이끌었다.

경기 내용에서도 영국을 압도했다. 미드필더들이 강도 높은 압박을 펼치면서 영국 선수들이 힘겨운 모습을 보였다. 그 과정에서 지공으로 점유율을 늘리거나 여러차례 결정적인 골 기회를 노리면서 영국 골문을 위협했다. 한국의 페이스였던 전반 29분 지동원 선제골은 영국 골키퍼가 막는데 실패했다. 수비 조직력도 뛰어났다. 빠른 발과 날카로운 침투를 자랑하는 스터리지-싱클레어-벨라미 봉쇄에 성공한 것. 경기 초반 김창수가 오른팔 부상으로 교체되는 불운, 두 번의 페널티킥을 허용 당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수비력이 안정됐다. 연장전에는 '맨유 레전드' 라이언 긱스의 존재감까지 지웠다. 전반 39분 애런 램지의 페널티킥을 막아냈던 정성룡 불꽃 선방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의 올림픽 4강 진출이 자랑스러운 이유는 그 성과의 제물이 다름 아닌 영국이기 때문이다. 영국은 런던 올림픽 강력한 우승 후보이자 개최국이다. 이번 대회 우승을 위해 잉글랜드와 웨일즈가 단일팀을 꾸렸다. 잉글랜드 대표팀이 1966년 자국에서 진행된 월드컵에서 우승했듯, 영국 단일팀도 2012년 런던 올림픽 우승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지구촌 축구팬들도 올림픽 개막 이전부터 영국의 우승 여부를 주목했을 것이다. 그들을 향한 기대치를 한국이 실력으로 제압한 것은 '한국 축구가 강해졌다'는 인식을 전 세계에 전파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어떤 관점에서는 한국의 영국전 승리는 이변이 아닐 수도 있다. 영국 축구가 다른 유럽 축구 강국에 비해서 과대 평가 되었기 때문. 그러나 아시아 국가가 유럽 강팀과의 원정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은 매우 드문일이다. 유럽 현지 축구팬에게 생소하게 느껴질 법한 일이다. 아무리 영국 전력에 거품이 있더라도 경기 장소는 다름 아닌 영국이다. 과거의 한국 축구 같았으면 유럽 선수들에게 주눅이 들면서 90분 동안 위축된 모습을 보였겠지만(대표적으로 2001년 A매치 체코 원정 0-5 대패),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한국 축구는 더 이상 유럽 강팀 원정 경기가 두렵지 않다.

물론 한국 경기력이 최상의 상태는 아니었다. 런던 올림픽 4경기 3골을 봐도 득점력이 부족하다. 박주영을 비롯한 일부 공격 옵션의 폼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4경기에서 2실점만 허용하는 짠물 수비를 과시했다. 어느 팀이든 중요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강력한 수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올림픽 이전까지는 중앙 수비가 불안하다는 여론의 지적이 제기됐다. 홍명보 감독 현역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수비수가 등장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그런 말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홍명보 감독이 국가 대표팀 선수에서 은퇴한 이후에는 여러 명의 수비수 유망주들이 '제2의 홍명보'로 조명 받았으나 부상과 실력 부족 등의 이유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그럼에도 홍명보호 수비력이 강했던 이유는 팀이 하나로 단합되었기 때문이다. 상대팀이 후방에서 공격을 시작하면 한국의 공격 옵션들이 포어체킹을 펼쳤고, 미드필더들은 상대팀 패스 길목을 끊기 위해 협력 수비를 강화하며 분주하게 움직였고, 수비수들은 상대팀 주요 공격수를 따라다니며 침투를 허용하지 않으려 했다. 모든 선수들이 수비 움직임을 늘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몸을 던지며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데 앞장섰다. 개인보다는 팀이 중심이 되면서 영국보다 더 강한 조직력을 과시한 것. 팀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현대 축구의 흐름과 일치한다. 스페인 특유의 패스 축구도 선수들의 짜임새 넘치는 수비력 없이는 불가능했다.

이제 남은 것은 한국의 런던 올림픽 최종 성적이다. 최악의 경우 4위에 그칠 확률이 있지만(그럴 일이 없기를) 영국을 이긴 기세라면 메달 획득은 긍정적이다. 태극 전사들은 일본이 올림픽 4강에 진출한 것을 보며 더욱 분발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일본의 4강 진출을 반가워하지 않겠지만 한 가지 긍정적인 점이 있다. 한국 선수들에게 '일본에 뒤지지 말아야 한다'는 승부 근성이 발동할 수 있다. 아무리 올림픽 4강 업적을 달성했지만 최종 순위에서 일본에게 밀리는 것은 찜찜하다. 한국 선수들이 4강에 진출했다고 방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참고로 4강 상대팀 브라질은 올림픽 금메달 경력이 없다.

런던 올림픽에서는 한국 축구를 비롯해서 많은 종목의 태극 전사와 태극 낭자들이 기대 이상의 선전을 했다. 오진혁이 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양궁 사상 첫 개인전 금메달을 획득했고, 펜싱에서는 6개의 메달(금2, 은1, 동3)을 획득하면서 올림픽의 새로운 효자 종목으로 떠올랐다. 우리 나이로 34세 노장 송대남은 온갖 시련을 이겨내고 유도 금메달을 따냈고, 20세 사격 신예 김장미는 여자 25m 권총에서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면서 세계를 제패했다. 펜싱의 신아람은 단체전 은메달을 획득하면서 개인전 1초의 불운을 달랬다. 앞으로도 다양한 종목에서 메달을 따내겠지만, 한국 축구 올림픽 대표팀도 이들과 같은 대열에 포함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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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올림픽 대표팀의 8강 진출이 의미있는 이유는 4년 전 베이징 세대보다 더 나은 전력임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그때는 이탈리아전 졸전과 본선 탈락으로 많은 국민들을 실망 시켰다. 그러나 런던 세대의 8강 진출에 너무 많은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한국 대표팀의 목표는 메달 획득이며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일종의 문을 통과했을 뿐이다. 홍명보호의 올림픽 본선 3경기를 돌아보며 개인적으로 느끼는 5가지 짧은 생각을 풀이했다.

1. 이제는 세계 대회 토너먼트 진출은 기본이다

한국 축구는 불과 몇년전까지 아시아 무대에 강했으나 세계 대회에 약한 면모를 보였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8강 진출을 제외하면 세계 대회에서 이렇다할 성과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달라졌다. 2009년 U-20 월드컵 8강 진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 2011년 U-20 월드컵 16강 진출, 2012년 런던 올림픽 8강 진출(현재까지는)의 성과를 이루었다. 이제는 세계 대회 토너먼트 진출은 기본이 되었다. 한국 축구가 예전보다 강해졌다는 증거.

근본적인 이유는 유럽 축구를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태극 전사와 유럽 빅 클럽 위주로 경기를 보면서 유럽 축구의 최근 흐름을 읽게 됐다. FC 바르셀로나식 패스 축구를 하겠다는 K리그 감독도 있을 정도. 올 시즌 K리그에서 제로톱이 유행한 것도 유럽 축구 영향력과 밀접하다. 또 하나는 유럽 리그에 정착한 선수들이 늘어났다. 직접 현지에서 볼을 다투면서 유럽 선수들을 이기는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대표팀 전력을 지탱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전에는 우리 나라 선수들이 유럽 선수들에게 잔뜩 주눅들었지만 이제는 한국 축구가 세계 축구와 가까워졌다.

그렇다고 지금의 성과에 도취되어서는 안된다. 이웃 나라 일본도 국제 무대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면서 유럽파들이 증가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2. 구자철-박주영을 통해 본 '실전 감각의 무서움'

축구 선수는 뛰어야 한다. 아무리 잘하는 선수라도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실전 감각 저하로 고생한다. 구자철과 박주영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두 선수는 불과 몇개월 전까지 유럽 소속팀에서 지속적인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면서 실전 감각 부족을 절감했다. 그나마 구자철은 지난해 11~12월에 볼프스부르크에서 선발 출전 횟수가 늘었지만 K리그 시절에 비해 위축된 플레이를 펼쳤다.

하지만 같은 처지였던 두 선수의 현재 행보는 대조적이다. 구자철은 지난 1월 이적시장 마감 당일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되면서 붙박이 주전으로 도약했지만 박주영은 여전히 아스널 1군 전력에서 철저하게 배제됐다. 그 여파는 런던 올림픽 본선에서도 이어졌다. 구자철은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비면서 패싱력, 공격 조율, 퍼스트 터치, 압박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슈팅 빼고) 반면 박주영은 스위스전 골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폼이 안좋았다. 특히 박주영은 멕시코전, 가봉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했다. 어느 팀이든 주력 선수는 팀이 승부수를 띄우는 시점에 교체되지 않는다. 이래서 실전 감각이 중요하다.

3. 와일드카드 저주? 김창수는 잘했다! ... 정성룡은 영국전이 중요

한국 축구는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와일드카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와일드카드 저주', '와일드카드 잔혹사'라는 수식어가 존재할 정도. 런던 올림픽에서도 와일드카드를 뽑느냐, 마느냐를 놓고 여론에서 말이 많았다. 특히 박주영이 병역 논란에 시달리면서 홍명보호의 와일드카드 효과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본선 3경기까지는 박주영 활약이 부족한 것이 사실.

다만 김창수 만큼은 잘 뽑았다. 김창수는 공수 양면에서 고른 활약을 펼쳤다. 경기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오버래핑하면서 팀의 공격 전개를 도와줬으며 수비시에는 끈질긴 대인마크로 상대 팀 왼쪽 윙어를 막아냈다. 무엇보다 기복을 타지 않았다. 본선 3경기에서 흔들림 없는 활약을 펼치며 후배 선수들을 도와줬다. 어쩌면 기성용과 더불어 홍명보호 일원 중에서 가장 맹활약 펼친 선수가 아닐까 싶다. 또 한 명의 와일드카드인 골키퍼 정성룡은 본선 3경기 1실점 기록했지만 8강 영국전에서는 더 많은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토너먼트에 접어든 지금부터는 되도록 무실점 경기를 펼쳐야 한다.

4. 박종우 등장이 반가운 이유

박종우를 보면 토트넘의 스콧 파커가 떠오른다. 토트넘의 플레이메이커 루카 모드리치의 공격 전개가 힘을 얻는 이유는 파커의 헌신적인 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중원에 든든한 살림꾼이 있으면 또 다른 파트너가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게 된다. 기성용이 런던 올림픽에서 볼을 잘 다루었던 이유중에 하나는 박종우의 존재감이 있었다. 여러차례 상대 팀 중앙 공격을 끊으면서 한국의 공격 전환을 도왔다. 점유율 축구를 지향하는 홍명보호에 없어선 안 될 선수로 떠올랐다. 또한 박종우는 김창수와 더불어 '질식수비'로 유명한 부산의 선수다. 안익수 감독은 홍명보호 8강 진출의 또 다른 공로자다.

5. 김보경, 각성해야 한다

김보경의 축구 센스는 뛰어나다. 하지만 박지성처럼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면 상대팀 선수의 압박을 이겨내는 힘을 길러야 한다. 런던 올림픽 본선 3경기만을 놓고 보면 그라운드 주변을 돌아보는 시야가 좁았다. 동료 선수와의 연계 플레이를 통해서 압박을 풀어야 하는데 돌파에 치중하는 느낌이 없지 않다. 8강 잉글랜드전에서는 패스를 주고 받는 움직임을 늘리면서 패스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 홍명보호가 멕시코전, 가봉전에서 공격력 저하로 골이 없었다는 점에서 김보경 각성은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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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베이징 올림픽 최고의 장면을 꼽으라면 한국 야구 대표팀의 금메달 획득이었다. 쿠바-일본-미국 같은 야구 강국들을 물리치면서 9전 전승을 거둔 것은 한국 야구 사상 최고의 국제적인 성과가 아닐까 싶다. 이승엽이 4강 일본전에서 8회말 역전 홈런을 터뜨리며 합법적인 병역 브로커로 떠올랐던, 허구연 해설위원이 "대쓰요", "G.G. 사토 고마워요", "아~, 더블 플레이! 더블 플레이! 고엥민! 고엥민!"라고 외친 장면은 4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많은 사람들은 한국 야구의 금메달에 열광했고 그 여파는 '롯데의 돌풍과 맞물려' 프로야구의 국민적 인기로 이어졌다.
 
반면 축구 대표팀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웃지 못했다. 본선 1차전 카메룬전에서 1-1로 비겼으나 2차전 이탈리아전에서 0-3으로 패했다. 특히 이탈리아전 졸전으로 축구 대표팀에게 국민적인 지탄이 쏟아졌으며, 3차전 온두라스전에서 1-0으로 이겼으나 8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한동안 여론의 비아냥을 들어야했다. "축구장에 물 채워라. (박)태환이 수영해야 된다"라는 말이 유행했을 정도. 한국 축구 자존심이 상처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축구팬 중심의 시각에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와 축구 성적이 비교되는 것은 안타깝다. 축구 대표팀이 이탈리아전에서 패하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싸웠다면 적어도 놀림을 피했을지 모를 일이다. 2007년 U-20 월드컵 본선 탈락 속에서도 담대한 경기를 펼치면서 여론의 박수를 받았던 전례를 떠올리면 말이다. 당시의 축구는 야구에 비해서 올림픽 메달 가능권은 아니었다고 판단되지만, 그래도 강팀에게 물러서지 않는 투혼을 발휘했어야 마땅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은 4년전의 아쉬움을 만회할 최적의 기회다. 더욱이 이번 대회는 야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축구가 국민들의 엄청난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사람들은 축구 대표팀의 첫 올림픽 메달 획득을 바라겠지만, 현실적으로 확신하기 어렵다. 브라질-우루과이-스페인이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이며 영국 단일 축구 대표팀의 개최국 효과가 작용할 전망이다. 다행히 홍명보호는 본선에서 이들과 겨루지 않지만 토너먼트에서 어떤 팀과 외나무 다리에서 만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럼에도 홍명보호는 역대 최고의 올림픽 축구 대표팀 전력이 아닐까 싶다. 해외에서 맹활약 펼쳤거나 유럽리그 경험을 쌓은 선수들이 여럿 포진했다. 기성용(셀틱)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박주영(아스널) 지동원(선덜랜드) 김보경(세레소 오사카) 남태희(레퀴야) 등을 거론할 수 있다. 와일드카드로 꼽힌 박주영을 비롯해서 정성룡(수원) 김창수(부산)는 대표팀 경험이 풍부하거나 K리그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던 선수들이다.

몇몇 선수의 와일드카드 발탁 무산과 부상에 따른 올림픽 불참은 아쉽지만 4년 전에 비해서 선수층이 좋다. 특히 기성용은 베이징 올림픽 시절에 비해서 기량 업그레이드에 성공했으며 셀틱에서 성공한 저력까지 갖췄다. 4년 전 이맘때까지는 국가 대표팀 출전 경험이 없었지만 이제는 에이스급으로 성장했다. A매치 출전 횟수가 벌써 47경기다.

홍명보 감독도 믿음직하다. 지난 몇년간 대표팀 코칭스태프를 경험한데다 2009년 U-20 월드컵 8강 진출을 일군 성과라면 런던 올림픽 선전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불운했다. 4강 아랍에미리트연합(UAE)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에 실점한 것이 뼈아팠다. 하지만 당시의 대표팀은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명승부를 발휘했다. 3~4위전 이란전에서 2:3으로 질뻔했던 승부를 종료 직전 지동원 2골에 의해 4:3으로 바꾸면서 값진 동메달을 따냈다.

구자철은 얼마전 KBS 2TV '이야기쇼 두드림'에서 이란전 에피소드를 전하면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는 생각에 의욕이 없는 선수들 모습을 보고 평소 화를 잘 내지 않는 홍명보 감독이 호된 꾸지람을 줬다"고 밝혔다. 홍명보 감독에 자극받은 선수들은 반드시 이기겠다는 투혼으로 무장하여 마침내 이란을 격퇴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어떤 드라마를 써낼지 기대되는 이유다.

홍명보호의 런던 올림픽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는 앞으로 한국 축구의 10년을 이끌어갈 주역들이 포진했다. 기성용-구자철-김보경 같은 선수들은 대략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한국 대표팀을 짊어져야 한다. 런던 올림픽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에 주눅들지 않는 당당한 경기력을 선보이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비롯한 메이져 대회에 강한 면모를 발휘할 경험을 얻게 된다. 만약 런던 올림픽에서 3위 이내의 성적을 거두면 병역 혜택을 받게 된다. 선수들의 유럽 진출 및 유럽 롱런이 보다 쉬워진다.

현실적으로 홍명보호의 런던 올림픽 동메달 이내의 입상을 쉽게 낙관하기는 어렵다. 한국 축구가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4강에 진출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2년은 느낌이 좋다. 아까도 말했듯 4년 전과 비교해서 선수층이 좋아졌지만, 2004년 아테네 올림픽 8강 세대에 비해서 수비력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 한국의 중원을 책임질 기성용-구자철-박종우는 기본적인 수비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다. 골키퍼는 와일드카드 정성룡이 발탁됐다. A팀 주전 골키퍼가 올림픽 대표팀 수문장으로 나선 것은 한국 대표팀 전력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올림픽 같은 중요한 대회에서는 되도록이면 실점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적어도 한국 축구 올림픽 대표팀이 베이징 올림픽때와는 다를 것 같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지난 주말에 유럽 축구와 관련된 기쁜 소식들이 있었습니다. 구자철(23, 아우크스부르크)이 독일 분데스리가 진출 이후 1년 1개월만에 데뷔골을 터뜨렸습니다. 팀의 레버쿠젠전 1-4 대패 속에서도 골을 넣으며 붙박이 주전 도약 가능성을 알렸습니다. 네덜란드리그에서 활약중인 석현준(21, 흐로닝언)은 '명문' PSV 에인트호벤을 상대로 2골 작렬했습니다. 시즌 5호골 기록했으며 네덜란드 진출 이후 처음으로 멀티골을 경험했습니다. 팀의 3-0 승리를 이끌며 앞으로 출전 시간이 늘어날 것으로 짐작됩니다.

구자철과 석현준의 골은 세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로 올 시즌 유럽 무대를 누비는 한국인 선수들의 활약상이 전체적으로 다운 그레이드 됐습니다. 결장과 후반전 교체 출전이 빈번한 것 같습니다. 박주영은 여전히 아스널에서 개점 휴업중이며, 지동원-손흥민-기성용은 시즌 전반기에 비해 출전 시간이 줄었고(다행히 기성용은 시즌 7호골 기록했지만), 이청용은 장기간 부상 중이며, 박지성-차두리는 로테이션 투입 성격이 강합니다. 박지성의 경우 예전과 달리 빅 매치 선발 출전 빈도가 적습니다. 남태희는 유럽을 떠나 카타르에 정착했죠.

구자철과 석현준의 지금까지 행보는 순탄치 못했습니다. 만약 구자철이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두각을 떨쳤다면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되지 않았을 겁니다. 볼프스부르크에서 넉넉한 선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이 결정적입니다. 시즌 중반부터 선발 기용이 늘었지만 펠릭스 마가트 감독에 의해 공격수-측면 미드필더 같은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포지션에 기용됐습니다. 개인 역량을 힘껏 발휘하기에는 옷이 안맞습니다.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이후 3경기 중에 2경기 풀타임 출전했고 그 중에 레버쿠젠전에서 골을 넣었습니다. 지금의 페이스를 놓고 보면 볼프스부르크 시절보다 능숙한 경기력을 발휘할지 모릅니다. 유럽파 중에서 시즌 후반기를 화려하게 장식하지 않을까 싶은 기대감을 가집니다.

석현준은 불과 몇개월전까지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습니다. 아약스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죠. 2년전 입단 초기에는 일부 축구팬들이 대표팀 발탁을 주장할 정도로 과분한 관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어린 나이의 이방인이 명문 클럽 주전 공격수로 발돋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1군 중용이 적었죠. 특히 2년 전 자신을 받아줬던 마틴 욜 감독이 2010년 12월 사임한 이후부터 사실상 전력외 선수로 분류됐습니다. 그 여파는 연령별 대표팀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축구계의 안타까움과 우려를 자아냈죠. 지난해 여름 흐로닝언에 입단하여 한때 3경기 연속골 터뜨렸지만 장기간 무릎 부상에 시달리면서 또 다시 시련이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석현준은 시련을 뚫고 달렸습니다. 에인트호벤전 2골로 팀의 3-0 승리를 주도했습니다. 팀 내 입지 상승과 더불어 국내 여론의 호평을 받게 됐습니다. 지금까지의 석현준은 대중적 관점에서 거의 잊혀진 이미지였지만(아약스 입단 시절과 비교하면) 어느 날 갑자기 명문 클럽을 상대로 멀티골을 만끽하면서 다시 호감을 얻었습니다. 특히 두번째 골 장면이 놀라웠습니다. 박스 오른쪽 바깥에서 오른발로 툭 밀어 넣었던 볼이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국내 축구팬들의 찬사를 받게 됐죠. 더 이상의 불운이 없다면 네덜란드리그에서 무럭무럭 성장하리라 믿습니다.

구자철 데뷔골-석현준 2골의 두번째 의미는 두번째 이유는 런던 올림픽 입니다. 두 선수는 런던 올림픽 합류가 가능한 연령대 입니다. 소속팀에서 시즌 후반기에 꾸준한 실전 경험을 쌓아야 대표팀 승선 가능성이 커집니다. 유럽파가 홍명보 감독의 시선을 받기 위한 절대적 기준은 소속팀 출전 시간입니다. 아무리 유럽파라도 실전 감각이 부족하면 제 기량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올해 여름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유럽파들이 K리그-J리그 선수들보다 불리한 것은 실전 경험입니다. 한국과 일본에서 뛰는 선수들은 한창 경기 감각이 올라올때죠. 구자철과 석현준이 런던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면 지금의 소속팀에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물론 석현준의 런던 올림픽 출전은 낙관하기 어렵습니다. 올림픽 대표팀에서 박주영(와일드카드)-지동원-손흥민-김현성-김동섭 같은 공격수 자원이 풍부합니다. 잠재적인 인원까지 포함해서 말입니다. 석현준의 경우 지금까지 올림픽 대표팀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기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런던행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박주영-지동원-손흥민 같은 기존 유럽파들이 시즌 후반기 소속팀에서 충분한 출전 시간을 얻지 못할 경우 런던 올림픽 출전을 장담 못합니다. 세 선수보다 더 낮은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석현준이 변수로 떠오를지 모릅니다. 에인트호벤전 2골에 탄력 받아 거의 매 경기마다 무르익은 공격력을 과시한다는 전제에서 말입니다.

구자철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본래의 폼을 되찾으면 제주 시절에 빛났던 경기 운영이 좋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2~3년전 홍명보호 주장으로 활약했던 경험을 놓고 보면 런던 올림픽 엔트리 합류가 긍정적입니다. 다만, 홍명보호가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거머쥐려면 구자철 같은 주력 선수들의 맹활약이 필요합니다. 석현준도 그렇겠지만 유럽 롱런을 위해서 올림픽 메달이 필요합니다. 병역 혜택을 받으니까요. 지난 주말 골을 통해서 런던 올림픽 경쟁력을 키웠습니다.

세번째 의미는 유럽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길렀습니다. 만약 팀 내 입지 약화에 위축되었다면 지금같은 골 장면을 연출했을지 의문입니다. 심리적으로 불안했다면 주어진 골 기회를 놓쳤을지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두 선수에게는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이미 유럽이라는 낯선 무대에서 벤치를 지키며 고생 했으니까요.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죠. 런던 올림픽이라는 동기부여를 위해서 더욱 힘을 내야 합니다. 이제는 올라가야 합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