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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구자철 데뷔골-석현준 2골, 의미있는 3가지

 

지난 주말에 유럽 축구와 관련된 기쁜 소식들이 있었습니다. 구자철(23, 아우크스부르크)이 독일 분데스리가 진출 이후 1년 1개월만에 데뷔골을 터뜨렸습니다. 팀의 레버쿠젠전 1-4 대패 속에서도 골을 넣으며 붙박이 주전 도약 가능성을 알렸습니다. 네덜란드리그에서 활약중인 석현준(21, 흐로닝언)은 '명문' PSV 에인트호벤을 상대로 2골 작렬했습니다. 시즌 5호골 기록했으며 네덜란드 진출 이후 처음으로 멀티골을 경험했습니다. 팀의 3-0 승리를 이끌며 앞으로 출전 시간이 늘어날 것으로 짐작됩니다.

구자철과 석현준의 골은 세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로 올 시즌 유럽 무대를 누비는 한국인 선수들의 활약상이 전체적으로 다운 그레이드 됐습니다. 결장과 후반전 교체 출전이 빈번한 것 같습니다. 박주영은 여전히 아스널에서 개점 휴업중이며, 지동원-손흥민-기성용은 시즌 전반기에 비해 출전 시간이 줄었고(다행히 기성용은 시즌 7호골 기록했지만), 이청용은 장기간 부상 중이며, 박지성-차두리는 로테이션 투입 성격이 강합니다. 박지성의 경우 예전과 달리 빅 매치 선발 출전 빈도가 적습니다. 남태희는 유럽을 떠나 카타르에 정착했죠.

구자철과 석현준의 지금까지 행보는 순탄치 못했습니다. 만약 구자철이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두각을 떨쳤다면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되지 않았을 겁니다. 볼프스부르크에서 넉넉한 선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이 결정적입니다. 시즌 중반부터 선발 기용이 늘었지만 펠릭스 마가트 감독에 의해 공격수-측면 미드필더 같은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포지션에 기용됐습니다. 개인 역량을 힘껏 발휘하기에는 옷이 안맞습니다.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이후 3경기 중에 2경기 풀타임 출전했고 그 중에 레버쿠젠전에서 골을 넣었습니다. 지금의 페이스를 놓고 보면 볼프스부르크 시절보다 능숙한 경기력을 발휘할지 모릅니다. 유럽파 중에서 시즌 후반기를 화려하게 장식하지 않을까 싶은 기대감을 가집니다.

석현준은 불과 몇개월전까지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습니다. 아약스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죠. 2년전 입단 초기에는 일부 축구팬들이 대표팀 발탁을 주장할 정도로 과분한 관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어린 나이의 이방인이 명문 클럽 주전 공격수로 발돋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1군 중용이 적었죠. 특히 2년 전 자신을 받아줬던 마틴 욜 감독이 2010년 12월 사임한 이후부터 사실상 전력외 선수로 분류됐습니다. 그 여파는 연령별 대표팀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축구계의 안타까움과 우려를 자아냈죠. 지난해 여름 흐로닝언에 입단하여 한때 3경기 연속골 터뜨렸지만 장기간 무릎 부상에 시달리면서 또 다시 시련이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석현준은 시련을 뚫고 달렸습니다. 에인트호벤전 2골로 팀의 3-0 승리를 주도했습니다. 팀 내 입지 상승과 더불어 국내 여론의 호평을 받게 됐습니다. 지금까지의 석현준은 대중적 관점에서 거의 잊혀진 이미지였지만(아약스 입단 시절과 비교하면) 어느 날 갑자기 명문 클럽을 상대로 멀티골을 만끽하면서 다시 호감을 얻었습니다. 특히 두번째 골 장면이 놀라웠습니다. 박스 오른쪽 바깥에서 오른발로 툭 밀어 넣었던 볼이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국내 축구팬들의 찬사를 받게 됐죠. 더 이상의 불운이 없다면 네덜란드리그에서 무럭무럭 성장하리라 믿습니다.

구자철 데뷔골-석현준 2골의 두번째 의미는 두번째 이유는 런던 올림픽 입니다. 두 선수는 런던 올림픽 합류가 가능한 연령대 입니다. 소속팀에서 시즌 후반기에 꾸준한 실전 경험을 쌓아야 대표팀 승선 가능성이 커집니다. 유럽파가 홍명보 감독의 시선을 받기 위한 절대적 기준은 소속팀 출전 시간입니다. 아무리 유럽파라도 실전 감각이 부족하면 제 기량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올해 여름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유럽파들이 K리그-J리그 선수들보다 불리한 것은 실전 경험입니다. 한국과 일본에서 뛰는 선수들은 한창 경기 감각이 올라올때죠. 구자철과 석현준이 런던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면 지금의 소속팀에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물론 석현준의 런던 올림픽 출전은 낙관하기 어렵습니다. 올림픽 대표팀에서 박주영(와일드카드)-지동원-손흥민-김현성-김동섭 같은 공격수 자원이 풍부합니다. 잠재적인 인원까지 포함해서 말입니다. 석현준의 경우 지금까지 올림픽 대표팀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기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런던행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박주영-지동원-손흥민 같은 기존 유럽파들이 시즌 후반기 소속팀에서 충분한 출전 시간을 얻지 못할 경우 런던 올림픽 출전을 장담 못합니다. 세 선수보다 더 낮은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석현준이 변수로 떠오를지 모릅니다. 에인트호벤전 2골에 탄력 받아 거의 매 경기마다 무르익은 공격력을 과시한다는 전제에서 말입니다.

구자철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본래의 폼을 되찾으면 제주 시절에 빛났던 경기 운영이 좋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2~3년전 홍명보호 주장으로 활약했던 경험을 놓고 보면 런던 올림픽 엔트리 합류가 긍정적입니다. 다만, 홍명보호가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거머쥐려면 구자철 같은 주력 선수들의 맹활약이 필요합니다. 석현준도 그렇겠지만 유럽 롱런을 위해서 올림픽 메달이 필요합니다. 병역 혜택을 받으니까요. 지난 주말 골을 통해서 런던 올림픽 경쟁력을 키웠습니다.

세번째 의미는 유럽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길렀습니다. 만약 팀 내 입지 약화에 위축되었다면 지금같은 골 장면을 연출했을지 의문입니다. 심리적으로 불안했다면 주어진 골 기회를 놓쳤을지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두 선수에게는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이미 유럽이라는 낯선 무대에서 벤치를 지키며 고생 했으니까요.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죠. 런던 올림픽이라는 동기부여를 위해서 더욱 힘을 내야 합니다. 이제는 올라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