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리버풀, 골잡이 영입 '필요한 이유'

 

리버풀의 프리미어리그 8위 추락은 강팀 경쟁력이 의심됩니다. 2011/12시즌을 포함한 지난 3시즌 동안 빅4에서 탈락한 것도 문제지만 8위라는 성적은 중상위권보다는 중위권에 더 어울리는 순위입니다. 프리미어리그는 '최대 7위'까지 유로파리그 출전이 가능하니까요.(페어플레이 티켓 논외) 시즌 막판에 중상위권으로 순위를 회복할 수 있겠지만 빅4 진입 실패는 사실상 확정적입니다. 아무리 칼링컵에서 우승했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의 부진은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단골로 모습을 드러냈던 클럽이니까요.

[사진=앤디 캐롤 (C) 리버풀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liverpoolfc.tv)]

특히 득점력 저하가 심각합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33경기에서 40골에 그쳤습니다. 빅6에 포함된 나머지 5팀 평균 득점 67.2골보다 한참 부족합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득점 선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2경기 40골) 골 수치와 똑같습니다. 팀 내에서 10골 이상 득점한 선수가 없는 것이 경기력 저하로 이어졌습니다. 루이스 수아레스(8골) 크레이그 벨라미(6골) 스티븐 제라드(5골)가 팀 내 득점 1~3위를 기록했지만 프리미어리그 득점 20위권 안에 포함된 선수는 없습니다. 팀에서 특출난 골잡이가 보이지 않음을 뜻합니다.

리버풀은 프리미어리그 득점 선두 로빈 판 페르시(아스널, 33경기 27골) 같은 존재감을 자랑하는 킬러가 필요했습니다. 만약 아스널이 판 페르시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면 아마도 4위권 안에 포함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시즌 초반부터 하위권에서 허우적거렸죠. 판 페르시가 아스널을 먹여살렸다는 표현이 결코 어색하지 않습니다. 현재 6위로 추락한 첼시도 리버풀처럼 판 페르시 같은 선수가 필요했습니다. 프랭크 램퍼드(11골) 다니엘 스터리지(10골)가 리그에서 10골 넘겼지만 이들은 최전방 공격수가 아닙니다. 페르난도 토레스 부진(3골), 디디에 드록바 노쇠화(5골)가 팀 공격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죠.

최전방 공격수가 중요한 이유는 골을 통해서 한 순간에 경기 흐름을 뒤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들라이커 내지는 윙 포워드가 득점을 해결할 수 있지만 거리상으로는 최전방 공격수가 더 유리하죠. 첼시는 2선과 측면에서 뛰는 선수의 득점력이 좋았지만 최전방 공격수 부재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반면 아스널은 2선 미드필더들의 골 마무리가 부족했지만 판 페르시라는 훌륭한 원톱이 존재하면서 강팀의 자존심을 잃지 않았죠. 리버풀에게 어떤 유형의 선수가 필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아마도 리버풀은 다음 시즌 목표를 프리미어리그 4위 진입으로 설정할 겁니다. 그래서 선수 영입을 단행하겠죠. 특출난 골 감각을 자랑하는 선수를 새롭게 수혈할 필요가 있습니다. 칼링컵 우승에 따른 다음 시즌 유로파리그 진출을 감안하면 수아레스, 캐롤로는 역부족입니다. 두 선수와 경쟁하면서 자극 심리를 일으킬 수 있는 골잡이가 있어야 든든합니다. 공격수 전환이 가능한 디르크 카위트(2골)의 득점력이 예년에 비해서 주춤한 것을 봐도 말입니다.

물론 선수 영입이 능사는 아닙니다. 캐롤, 스튜어트 다우닝은 비싼 이적료 가치를 실현하지 못했죠. 호세 엔리케, 찰리 아담 같은 이적생들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수아레스는 경기력만을 놓고 보면 리버풀에 꼭 필요한 선수지만 인종차별 발언, 손가락 욕설로 팀에 안좋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지금의 리버풀에게 새로운 골잡이가 필요하지만 그 선수가 엄청난 골을 넣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어쩌면 내부 성장이 정답이 될 수도 있습니다. 판 페르시는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골잡이로 자리잡기까지 아스널에서 8시즌 동안 성장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수아레스-캐롤의 기량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죠.

하지만 리버풀은 다음 시즌 어떻게든 성적을 내야 합니다. 명문 구단의 위상을 되찾으려면 지금과 같은 프리미어리그 성적으로는 부족합니다. 빅4 진입을 이끌 골잡이 존재감은 필수입니다. 수아레스-캐롤이 경기 흐름상 투톱으로 공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에서 최전방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달글리시 감독의 재신임 여부와 더불어 시즌 종료 후에 해결할 중요한 사안으로 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