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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시티 하그리브스, 이제는 맨유의 배신자

 

"많은 치료를 받았지만 나는 기니피그(실험용 쥐)가 되어야 했다"

'유리몸의 대명사' 오언 하그리브스(30, 맨체스터 시티. 이하 맨시티)는 지난 22일 잉글랜드 일간지 <가디언>을 통해 이전 소속팀이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를 비난했습니다. 맨유가 자신을 기니피그처럼 대했다는 내용을 비롯해서, 지난해 11월 7일 울버햄턴전 5분 선발 출전에 대한 불만, 맨시티 의료진에 대한 칭찬으로 마무리하며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러자 맨유가 인터뷰 진위 여부를 확인한 결과 23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내비치면서, 하그리브스가 맨유를 질타했던 가디언 인터뷰는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사진=오언 하그리브스 (C) 맨시티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cfc.co.uk)]

우선, 하그리브스는 2007년 여름 1800만 파운드(약 326억원)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바이에른 뮌헨에서 맨유로 둥지를 틀었습니다. 2007/08시즌에는 맨유의 더블 우승(EPL+CL) 멤버로 활약했지만 그 이후 3시즌 동안 5경기 출전에 그칠 정도로 지독한 무릎 부상 악령에 시달렸습니다. 2010/11시즌에 유일하게 출전했던 지난해 11월 7일 울버햄턴전에서는 깜짝 선발 출전했으나 경기 시작 5분 만에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고 교체 됐습니다. 그 이후 재활에 몰두했으나 올해 여름 맨유와 계약이 만료되어 팀을 떠났고, 이적시장 마감 직전에 지역 라이벌 맨시티로 이적했습니다.

하그리브스는 현지 시간으로 지난 21일 저녁 칼링컵 32강 버밍엄전에서 골을 터뜨리며 맨시티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그 이후 현지 언론을 통해 맨유를 겨냥하는 인터뷰를 했었죠. 가장 논란이 된 것이 주사 문제입니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 시달렸던 하그리브스는 맨유 의료진의 주사 치료가 자신의 부상을 악화시키며 '겨우 걸을 수 있었다', '무릎이 유리처럼 된 것 같다'고 발언했습니다. 맨유 의료진 조치가 잘못되었다는 뚜렷한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하그리브스 본인 주장에 의하면 맨유의 주사 치료가 오히려 부상을 더 키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또한 하그리브스는 지난해 11월 울버햄턴전 5분 출전에 대해서 "근육 두 곳의 부상과 함께하면서 경기에 나섰다. 45분 동안 극복하려고 했으나 5분에 그쳤다. 나는 맨유 의료진들에게 햄스트링에 문제가 있다고 말을 했었다"며 당시 울버햄턴전 출전이 잘못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의문은, 맨유가 하그리브스를 무리하게 출전 시켰을 가능성은 충분하지 않다고 봅니다. 당시 2년 넘게 즉시 전력감으로 활용하지 못했던 그의 출전을 신중하게 판단했겠죠. 퍼거슨 감독이 잦은 무릎 부상에 시달렸던 박지성 출전을 아꼈던 것은(올 시즌 입지 논외)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결국, 맨유는 23일 공식 홈페이지에 성명서를 발표하며 하그리브스를 향한 실망감을 표현했습니다. 또한 "맨유는 지난 3년 동안 하그리브스를 최대한 보살폈고, 그때 맨유가 성공하면서 하그리브스가 함께하지 못한 것이 실망스럽다. 우리는 맨시티와 진료 기록을 공유했고, 그의 발언은 타당성과 인정성이 없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그리브스 본인이 맨유에서 부상으로 신음했던 3년 동안 구단을 향한 서운한 감정이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부상 선수 관리를 소홀히했다고 주장하며 기니피그라는 표현을 쓴 것은 맨유 입장에서 당혹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맨유와 하그리브스 중에서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더 지켜봐야 합니다. 하그리브스가 먼저 맨유에 직격탄을 날렸지만 어디까지나 그의 주장일 뿐입니다. 반면 맨유는 성명서를 띄우며 하그리브스의 태도를 못마땅하게 여겼지만 무릎 주사 치료, 울버햄턴전 선발 출전이 최선 또는 차선의 선택인지 국내 축구팬인 저로서도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하그리브스는 바이에른 뮌헨 시절에도 무릎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맨유와 하그리브스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됐습니다. 하그리브스는 한때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멤버로 활약했지만 이제는 관계가 완전히 틀어졌습니다. 일각에서는 맨시티로 이적했던 하그리브스를 향한 동정어린 시선이 있었습니다. 하그리브스가 맨시티에 입단한 과정은 극적이었기 때문이죠. 맨시티가 받아주지 않았다면 그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볼 수 없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하그리브스는 맨유의 배신자로 낙인 찍혔습니다. 이번 발언도 그렇지만, 맨유의 지역 라이벌 맨시티에 입단한 것 자체가 석연치 않았습니다. 다른 팀을 거쳐서 라이벌 팀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다이렉트로 맨시티 선수가 됐습니다. '박지성 절친' 카를로스 테베스는 한때 맨유에 대한 애정어린 충성심을 공개적으로 표현했지만, 2년 전에 맨유에서 맨시티로 떠난 바람에 올드 트래포드에서 관중들에게 야유받는 신세가 됐습니다. 이제는 하그리브스도 맨유팬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기게 됐죠.

또한 맨유가 하그리브스를 방출한 것은 옳았습니다. 2007/08시즌 더블 우승 멤버로 활약했지만 그 이후 3년 동안 부상 악령에 시달리며 경기 출전이 극히 드물었죠. 그를 영입하는데 1800만 파운드의 돈이 들었지만 정작 하그리브스는 부상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맨유가 3년 동안 그의 치료와 재활, 회복을 도왔지만 결국에는 계약 기간이 만료 됐습니다. 하그리브스와 재계약을 선택할 이유가 없었죠. 저의 추측으로는, 하그리브스가 맨유에 대한 무언가의 서운한 감정 때문에 논란이 되는 발언을 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결과적으로,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다투는 맨유와 맨시티의 라이벌 대립 관계는 더욱 깊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