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탱크' 박지성(2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이 무릎 부상 이후 첫 풀타임 출전하여 실전 감각과 동료 선수와의 호흡을 최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박지성은 2일 오전 5시(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09/10시즌 칼링컵 8강 토트넘전에 풀타임 선발 출전했습니다. 전반 16분과 38분 대런 깁슨이 골을 넣는 과정에서 각각 안데르손,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에게 전진 패스를 연결하여 맨유의 골 과정에 기여를 했습니다. 이날 경기에서는 4-4-2의 왼쪽 윙어, 4-3-3의 왼쪽 윙 포워드와 공격형 미드필더에 이르기까지 3개의 포지션을 소화하여 맨유 공격에 활기를 띄웠고 팀은 2-0으로 승리하여 4강에 진출했습니다.

긱스-발렌시아와 차원이 다른 '박지성의 프리롤'

우선, 맨유의 두 골 과정에서는 박지성의 패스가 기여 했습니다. 박지성은 전반 16분 토트넘 문전 왼쪽 바깥에서 안데르손에게 전진패스를 연결했고, 이것이 안데르손의 페인팅과 문전쪽으로 띄운 크로스에 이은 깁슨의 오른발 골로 이어졌습니다. 38분에는 박지성이 선제골 과정에서 패스를 연결했던 지점과 같은 곳에서 베르바토프에게 패스를 연결한 뒤 공은 베르바토프-깁슨-웰백-깁슨으로 이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깁슨이 웰백과의 2대1 패스에 이은 오른발 감아차기 슛으로 추가골을 넣었습니다.

박지성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공격 포인트는 아니더라도 팀이 골을 넣는 과정에서 패스를 연결하여 동료 선수가 골 기회를 엮어내도록 두 번씩이나 기여한 것은 공격 연결고리 역할에 어느 정도 충실했음을 의미합니다. 시즌 초반 경기력 저하 및 무릎 부상, 맨유의 점유율 축구에 적응하지 못했던 박지성으로서는 토트넘전을 통해 공격 연결 고리 역할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자신감을 쌓았을 것입니다. 공격 포인트보다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소화하는 선수임을 상기하면 두 골에 기여한 부분은 긍정적인 의미를 가져다줍니다.

이날 경기에서는 지난달 26일 베식타스전보다 수비에 대한 비중이 컸습니다. 자신의 뒷 공간을 커버하는 왼쪽 풀백 리치 드 라예가 불안한 위치선정과 커버 플레이로 매끄럽지 못한 경기 운영을 펼치면서 박지성에 대한 수비 부담이 많았기 때문이죠. 맨유로서도 상대팀 공격의 젖줄이자 '올 시즌 포텐이 터진' 아론 레넌을 봉쇄하려면 경험이 부족한 드 라예보다는 박지성과의 협력 플레이를 통해 공격을 막아내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박지성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은 레넌이 돌파 과정에서 맨유의 촘촘한 수비 밸런스에 흔들리면서 디포-크라우치 투톱이 연쇄 고립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문제는 박지성이 수비에 대한 임무가 늘어나자 공격 과정에서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맨유의 두 골 과정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지만 여러차례 패스 미스를 범했고 백패스까지 연결하는 문제점을 노출한 것이죠. 공격 연결 고리 역할을 믿음직스럽게 소화하기에는 패싱력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점유율 축구에서 군더더기 없는 패싱력이 전제 조건임을 상기하면 아직은 패싱력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박지성은 후반 17분 캐릭의 교체 투입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패스미스가 여럿 노출되는 문제점을 안고 경기를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박지성의 폼은 아직 최상의 단계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부상에서 회복한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맨유의 점유율 축구에 적응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수 양면에 걸쳐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활약하는 경기력을 보여주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특히 점유율 축구에서는 미드필더들이 공격적인 활약을 펼쳐야 투톱 공격수가 고립되지 않기 때문에 적극적인 수비 가담이 최상의 공격력을 보여주는데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날 경기에서는 박지성만 기복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우아한 볼 키핑력과 볼 센스를 자랑하는 베르바토프 조차도 최전방에서 여러차례 공을 빼앗겼습니다. 웰백과 오베르탕 같은 공격 옵션들도 박지성-베르바토프와 마찬가지 였으며 특히 오베르탕은 돌파 조차 위협적이지 못해 후반 17분에 교체되고 말았습니다. 박지성 혼자만 경기력에 문제점이 있었다고 받아들이는 것 보다는 맨유의 공격 옵션 모두가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부분을 우리가 인지해야 할 것입니다. 축구는 개인 기량보다는 팀의 밸런스와 경기 흐름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

그러던 박지성에게 변화가 찾아온 것이 후반 17분 마이클 캐릭의 교체 투입 이었습니다. 박지성은 캐릭이 투입하자 4-3-3의 왼쪽 윙 포워드로 올라가면서 더 이상 수비에 전념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공격 과정에서 17분 이전보다 더 부지런하고, 공간을 창출하고, 정확한 패스를 연결하는 모습을 보이며 그동안의 공격력 실수를 만회하는 기색이 역력 했습니다. 전반전에 무난한 경기를 펼치면서 후반전에 자신의 에너지를 쏟아내는 박지성 특유의 공격 본능이 되살아 났습니다.

박지성은 후반 36분 토시치의 교체 투입 이후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려 갔습니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위치를 옮긴것은 토시치의 투입 원인도 있었지만 자신의 프리롤 역량을 최대화하려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의도를 읽을 수 있습니다. 박지성은 중앙을 기점으로 삼으면서 경기 상황에 따라 왼쪽과 오른쪽을 부지런히 오가며 공간을 창출하는데 바빴습니다. 그 과정에서의 패스 연결도 대부분 동료 선수에게 정확하게 향했습니다. 동료 선수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지친 반면에 박지성은 프리롤 역할에서 자신의 폼을 끌어 올리며 에너지를 힘껏 쏟았습니다.

특히 프리롤에서 강점을 발휘한 것은 맨유의 점유율 축구에서 자신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명분이 될 것입니다. 박지성은 패싱력을 주무기로 삼는 선수가 아닙니다. 하지만 프리롤 역할을 맡아 전방 공간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공간을 창출하고 동료 선수에게 패스하는 부지런함은 긱스-발렌시아에게 없는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긱스가 기동력과 체력이 좋지 않고 발렌시아의 공격 패턴이 오른쪽에 쏠렸음을 상기하면 박지성은 두 선수에게 없는 특징을 모두 갖춘 것입니다. 이러한 프리롤 활약은 박지성이 긱스-발렌시아와의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돌파구가 될 것입니다.
 
박지성의 토트넘전 활약상은 앞날 경기력에 긍정적인 힘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이날 경기에서 4-4-2의 왼쪽 윙어로 투입했고 후반 17분 캐릭의 교체 투입 이후에는 4-3-3의 왼쪽 윙 포워드로 올라왔습니다. 36분 토시치 교체 투입 이후에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려가 한 경기에서 3개의 포지션을 소화했습니다. 부상 복귀 이후 첫 풀타임 출전 경기에서 폼을 서서히 끌어 올린것은 앞으로의 맹활약을 기대케 합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축구에서는 자신의 포지션 역할과 관계없이 중앙과 측면을 오가며 다양한 공격을 펼치는 선수를 가리켜 '프리롤(Free-Role)'이라 부른다. 지난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오른쪽 윙어라는 포지션과 관계없이 프리롤의 역할을 수행하며 리그 31골을 기록한 것 처럼 프리롤은 팀 공격의 핵심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올 시즌 K리그 1위 수원의 차범근 감독은 2004년 부임 이후 줄곧 프리롤 형태의 공격을 고수했다. 2004년 김대의를 3-4-1-2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하는 프리롤 공격의 재미로 정규리그 우승을 거두었고 2005년 안효연, 2006~2007년 이관우를 거쳐 올해는 서동현을 4-4-2의 오른쪽 윙어로 놓으며 프리롤 공격의 효과를 봤다.

그리고 네덜란드 페예노르트에서 1년 임대로 이천수를 영입해 올 시즌 K리그 우승을 위한 결정적인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 여름까지 K리그를 대표했던 이천수의 가세는 2위 성남과의 불꽃튀는 선두 다툼에 엄청난 기름을 부은 격이어서 향후 이천수가 전력에 가세하는 수원의 모습이 벌써부터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분명한 것은 울산에서 프리롤 공격을 전담했던 이천수의 역할이 수원으로 옮겨질 공산이 크다. 이천수가 2005년 스페인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울산으로 복귀한 뒤 3-4-1-2 포메이션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아 프리롤을 수행했던 경험 역시 참고해야 할 부분.

188cm의 장신이자 최전방 공격수인 서동현이 수원의 오른쪽 측면에서 프리롤을 맡는 것은 역설적으로 윙어들의 활약이 기대 이하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수원은 오른쪽 측면에 서동현을 고정했지만 왼쪽에 '김대의-루이스(현 전북)-이관우-남궁웅' 등을 로테이션으로 활용했음에도 뚜렷한 적임자가 없었음을 입증하고 있다. 올해 34세인 김대의의 나이와 이현진-배기종의 기나긴 슬럼프가 수원 측면에 부담거리로 굳어진 것.

최근에는 서동현의 프리롤 공격에 대한 일부 수원팬들의 불만이 하나둘씩 늘어났다. 서동현은 7월에 접어들자 오른쪽보다 중앙에 치우치는 공격으로 측면 돌파보다 골에 대한 욕심을 냈지만 자신의 슈팅이 번번이 골대 바깥을 스치면서 팀의 7월 부진(1승3패) 장본인으로 비판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서동현의 이 같은 욕심이 올림픽대표팀 제외로 이어진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제기 할 정도.

더구나 서동현이 병역 미필이란 점에서 이천수가 프리롤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충분해졌다. 프리롤 상태에서 더욱더 자신의 가치를 발산하는 스타일을 지닌데다 날카로운 킥력과 크로스, 경기 조율 능력까지 고루 갖춘 이천수의 합류는 수원의 전술적 비중을 높이 살 수 있다.

물론 '좌 천수 우 동현' 라인이 측면에 활용될 수도 있다. 이천수가 지난 시즌 페예노르트에서 왼쪽 윙 포워드로 활약했다는 점에서 그의 왼쪽 측면 기용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의 측면 뒷 공간을 보조할 양상민과 송종국의 수비 부담이 커지는 단점이 있겠지만 두 명의 프리롤 공격을 앞세워 파상적인 공세를 펼치는 장점이 있어 '골 넣는 공격축구'를 선호하는 차범근 감독이 채택할 여지가 분명 있다.

'이천수 프리롤'의 성공 여부는 이천수 본인에 달려 있다. 이천수는 지난 시즌 12경기 출전(선발 4회)에 그친데다 최근 발목 수술 재활까지 받고 있어 9~10월에 복귀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천수는 수원의 K리그 우승을 위해 데려온 선수라는 점에서 중요한 고비마다 그의 활용도와 가치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포스트 시즌을 겨냥한 비밀병기라는 것.

지난 두 시즌 동안 K리그 우승의 문턱에서 고개를 떨궈야 했던 수원. 올해는 그동안 갈망했던 우승의 한을 '이천수 프리롤'의 효과로 풀으며 K리그 명문의 자존심을 다시 세울지 귀추가 주목된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