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를 빛냈던 선수가 아시아 무대에서 뛰는 것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중동과 중국, 일본리그는 한때 유럽 무대에서 맹활약 펼쳤던 선수들이 여럿 뛰었다. 심지어 남미 무대에서 인상 깊은 경기력을 과시하며 자신의 몸값을 높였던 선수들도 있다. 이제는 K리그 클래식을 주름잡던 스타들이 다른 아시아리그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선수 영입에 돈 많이 쓰는 아시아 팀이 점점 늘어나는 분위기 같다.

 

2014년 아시아 축구에는 색다른 남미 출신 선수의 등장이 화제를 모으는 중이다. 우루과이 출신 공격수 디에고 포를란이 지난 1월말 일본 J리그 세레소 오사카에 입단하며 화제를 모았다. 포를란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인터 밀란 같은 유럽 빅 클럽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는 골잡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우루과이의 4강 진출을 이끈 공로로 최우수 선수(MVP, 골든볼)를 수상했다. 엄청난 경력의 인물이 이제는 J리그에서 뛰게 됐다.

 

 

[사진=디에고 포를란 (C) 세레소 오사카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cerezo.co.jp)]

 

포를란의 세레소 오사카 이적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세레소 오사카는 2013시즌 J리그 4위팀 자격으로 올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을 얻었다. 32강 조별리그에서 E조에 편성되었으며 포항 스틸러스(한국) 부리람(태국) 산둥 루넝(중국)과 함께 16강 토너먼트 진출을 다투게 됐다. 2014시즌 J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 선전을 위해 포를란 영입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동안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J리그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2008년 감바 오사카 우승을 끝으로 J리그의 영향력이 약해졌다. 2009~2012년에는 한국의 K리그(현 K리그 클래식) 클럽들이 강세를 나타냈다면 지난해에는 중국 슈퍼리그 광저우 에버그란데가 아시아 무대를 평정했다. 일본 클럽들이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힘을 못쓰는 실정이었다. 그나마 지난해 32강 조별리그에서는 가시와 레이솔이 수원 원정에서 6-2 대승을 거두면서 J리그 약세를 만회하는듯 했다. 그러나 4강 1~2차전에서 광저우 에버그란데에게 통합 스코어 1-8로 무너졌다.

 

세레소 오사카가 포를란을 영입한 것은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의욕이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포를란 연봉은 6억 엔(약 62억 5천만 원)으로 알려져 있으며 J리그 역대 최다 연봉에 해당한다. 세레소 오사카가 포를란에게 거는 기대치가 높다는 뜻이다. 그와 동시에 포를란의 가치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포를란은 올해 35세이며 2012년 여름부터 1년 반 동안 브라질 인테르나시오날에서 활약한 뒤 일본 무대에 진출했다.

 

포를란하면 떠오르는 수식어가 월드컵 MVP다. 4년 전 남아공 월드컵에서 대회 최우수선수로 활약했다. 본선 조별리그 남아공전 2골, 8강 가나전 1골, 4강 네덜란드전 1골, 3~4위전 독일전 1골에 이르기까지 총 5골 넣으며 우루과이의 4강 진출을 주도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16강 진출 이후 20년 동안 침체기에 빠졌던 우루과이 축구의 세계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월드컵 4위 팀에서 MVP가 등장한 것도 이례적이다. 포를란이 남아공 월드컵에서 얼마나 뛰어난 활약을 펼쳤는지 실감하게 된다.

 

그 당시의 포를란은 세르히오 아게로(현 맨체스터 시티)와 더불어 아틀레티코의 간판 공격수로 활약했다. 2009/10시즌 유로파리그 우승 멤버로 활약했으며 결승 풀럼전에서는 2골 넣으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그 이전이었던 2004/05, 2008/09시즌에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득점왕을 달성했다. 득점력이 뛰어난 골잡이로 유명하며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쉐도우 스트라이커로서 팀의 공격을 조율하는 역할까지 잘 맡았다. 그 기세는 2011년 코파 아메리카에서도 이어지면서 우루과이 우승을 이끌었다.

 

그랬던 포를란이 오늘(2월 25일) 저녁 7시 30분 포항 스틸야드에서 펼쳐질 AFC 챔피언스리그 32강 E조 1차전 포항 원정에 출격할 예정이다. 한국 축구팬들의 시선이 포를란에게 집중되기 쉬울 것이다. 최근 부상으로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나 팀 훈련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포항전 출전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과연 포를란이 포항전에서 월드컵 MVP에 걸맞는 활약을 펼칠지 주목된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오스카 타바레스 감독이 이끄는 우루과이 축구 대표팀이 '남미 국가 대항전' 코파 아메리카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에서 남미 국가로는 유일하게 4강 진출에 성공했던 우루과이가 코파 아메리카를 계기로 진정한 남미 축구의 강호로 거듭났습니다. 또한 이번 우승으로 코파 아메리카 최다 우승국가(15회)로 떠올랐습니다.

우루과이는 25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에리스에 소재한 모누멘탈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1 코파 아메리카 결승 파라과이전에서 3-0으로 승리했습니다. 루이스 수아레스가 전반 12분 결승골을 넣었으며 디에고 포를란은 전반 41분과 후반 44분에 추가골을 터뜨리며 우루과이의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두 선수가 공격의 주축이 된 우루과이는 90분 동안 파라과이를 압도하는 경기 내용을 발휘하며 우승팀의 위용을 과시했습니다. 대회 우승 과정이 당연했던 결승전 이었습니다.

[사진=파라과이전 2골로 우루과이의 코파 아메리카 우승을 이끈 디에고 포를란 (C) 코파 아메리카 공식 홈페이지 메인(ca2011.com)]

모든 면에서 파라과이를 압도했던 우루과이

우루과이는 파라과이전에서 4-4-2로 나섰습니다. 무슬레라가 골키퍼, 카세레스-코아테스-루가노-막시 페레이라(M. 페레이라)가 수비수, 알바로 페레이라(A. 페레이라)-리오스-페레스-곤잘레스가 미드필더, 수아레스-포를란이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8강 아르헨티나전에서 퇴장 당했던 페레스의 복귀로 중원 수비가 강해졌습니다. 파라과이도 4-4-2를 활용했습니다. 비야르가 골키퍼, 마레코스-베론-다 실바-피리스가 수비수, 베라-리베로스-오르티고사-카세레스가 미드필더, 세발로스-발데스가 공격수를 맡았습니다. 산타크루즈-토레스-알카라즈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고 마르티노 감독-산타나는 4강 베네수엘라전 퇴장으로 결장했습니다.

그런 우루과이의 우승 원동력은 이른 시간안에 선제골을 넣는 작전 이었습니다. 그동안 수비에 중점을 두는 경기를 펼쳤지만 파라과이도 비슷한 콘셉트였기 때문에 일찌감치 기선 제압이 필요했죠. 그래서 선수들이 전면 공격 및 포어 체킹으로 파라과이 진영을 흔들었습니다. 전반 7분까지 5개의 코너킥을 얻을 정도로 경기 초반부터 공격에 초점을 맞췄고, 코너킥 때는 센터백 루가노가 골문쪽으로 올라와 골을 노렸습니다.

결국, 우루과이의 의도는 적중했습니다. 전반 12분 수아레스가 박스 오른쪽에서 페레스의 로빙 패스를 받아(패스가 상대 수비의 몸을 맞고 굴절된) 오른발로 베론을 제끼고 왼발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우루과이 미드필더들이 앞쪽으로 올라와서 경기 분위기를 장악했던 것이 홀딩맨 페레스가 로빙패스를 띄우는 여유를 가지게 됐습니다. 그리고 파라과이가 후방에서 빌드업을 시도하기전에 포어 체킹으로 상대 공격 템포를 떨어뜨렸고 전방에 있는 세발로스-발데스 투톱을 봉쇄하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우루과이는 때에 따라 수아레스, 포를란을 2선으로 내리며 중앙 미드필더들의 공격 부담을 덜어줬습니다. 리오스-페레스가 전반 중반부터 무게 중심을 아랫쪽으로 내리고 상대 선수들을 끈질기게 따라 붙으면서, 수아레스-포를란이 공격 전개 역할을 도맡았죠. 그래서 파라과이 공격이 박스 바깥에서 끊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다만, 우루과이는 거친 플레이가 다소 지나쳤습니다. 전반 중반에만 카세레스-페레스-M. 페레이라가 경고를 받아 옐로우 트러블에 직면했습니다. 파라과이 공격 옵션들의 순발력이 빠르다보니 수비가 거칠어졌죠. 무더기 경고 이후에도 깊은 태클이 계속되면서 상대 공격을 어떻게든 끊으려 했습니다.

반면 파라과이는 선제 실점 이후 수비수-미드필더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는 약점을 노출했습니다. 동점골을 넣기 위해 허리 라인을 올렸으나 공격 옵션들이 우루과이의 거친 수비를 스스로 벗겨낼 볼 컨트롤이 민첩하지 못했고, 최전방으로 킬러 패스를 띄우는 세밀함이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우루과이에게 역습을 내줬는데 미드필더들의 수비 가담이 늦어지면서 일부 수비수가 우루과이 공격수와 대처하는 위기 상황을 초래했습니다. 그런 우루과이는 전반 41분 포를란 골에 힘입어 2-0으로 앞섰습니다. 리오스가 오르티고사의 볼을 빼앗아 단독 침투를 강행하며 왼쪽에 있던 포를란에게 패스를 띄웠고, 포를란이 왼발 인사이드 슈팅으로 상대 골문을 흔들었습니다.

우루과이는 후반전이 시작하자 수비 모드를 일관했습니다. 전반 시작과 함께 닥공(닥치고 공격), 1-0 이후 선 수비-후 역습 이었다면 후반전에는 철저하게 지키는 경기를 했었죠. 파라과이가 결승전에서 수비 불안 및 공격 템포 저하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우루과이 입장에서는 무리한 공격을 펼칠 이유가 없었습니다. 후반 8분에는 파라과이 발데스 슈팅이 크로스바를 강타하는 고비가 있었지만, 미드필더들이 앞쪽으로 올라와서 직접 상대 공격을 끊는 과감한 수비를 펼쳤고, 파라과이 공격이 소강 상태에 빠지면서 다시 역습을 강행했습니다. 후반전에도 우루과이가 경기 흐름을 장악했습니다.

특히 남아공 월드컵 4강 진출의 원동력이었던 미드필더들의 터프한 수비 및 활발한 움직임이 파라과이 공격을 제어하는데 주효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수비가 안정되고 골키퍼 무슬레라 존재감까지 더해지면서 상대 공수 밸런스를 휘어잡았고, 포를란-수아레스는 활동 폭을 넓히면서 공격 상황에 적극 참여하며 골을 노리는 패턴을 진행했습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완성된 전술이 코파 아메리카에서 숙성되면서 개최국 아르헨티나를 8강에서 승부차기 끝에 제압했고, 페루에 이어 파라과이까지 격침했죠. 후반 18분에는 그동안 부상으로 신음했던 카바니를 오른쪽 윙어로 교체 투입하여(Out A. 페레이라) 결승전 출전 기회를 제공하는 여유를 부렸습니다. 후반 44분에는 포를란이 카바니-수아레스로 이어지는 패스를 받아 추가골을 넣으며 우루과이의 우승을 굳혔습니다.

우루과이의 코파 아메리카 우승은 남미 축구에서 선 수비-후 역습이 '대세'였음을 알렸던 대회였습니다. 브라질-아르헨티나 같은 공격 축구를 지향하는 팀들이 상대팀의 선 수비-후 역습을 극복하지 못했고, 4강에 진출한 우루과이-페루-파라과이-베네수엘라는 수비에 중점을 두는 팀들입니다. 그중에서 우루과이는 전술의 완성도가 가장 높았죠. 개인 클래스가 뛰어난 선수들이 남아공 월드컵 이전부터 공수 양면에서 숙달된 경기 운영을 과시하며 원하는 형태의 작전이 가능했습니다. 반면 파라과이는 결승전 수비 불안이 악재였죠. 적어도 조직력에 있어서는 우루과이가 남미 최강이라 할 수 있습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