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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09 FC서울의 K리그 4위 추락, 그 원인은? (16)

 

FC서울이 전북 원정에서 뜻하지 않은 패배를 당하면서 K리그 선두에서 4위로 추락하게 됐습니다. 전북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지만 문제는 전술적인 패착이 아쉬웠습니다.

서울은 8일 저녁 7시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16라운드 경기에서 전북에게 0-1로 패했습니다. 후반 12분 에닝요의 결승골을 막지 못했고 그 이후 여러차례의 골 기회를 번번이 놓친것이 패배의 원인이 됐죠. 경기 종료 직전에는 제파로프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했으며, 이미 교체된 김한윤이 심판 판정에 거칠게 항의하다 벤치 퇴장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서울은 전북전 패배로 K리그 1위에서 4위로 추락하여 9경기 연속 무패 기록이 깨졌습니다. 반면 전북은 최근 8연승의 오름세를 달리며 서울을 제치고 2위로 도약했습니다.

'최태욱 결장' 서울, '능구렁이' 전북의 전략에 말렸다

우선, 서울과 전북은 각각 최태욱-이동국의 결장 공백을 안고 경기를 치렀습니다. 서울은 최근 최태욱을 전북에서 영입하는 과정에서 이번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다는 계약에 합의했고, 이동국은 지난 부산전에서 퇴장 당했습니다. 서울은 지난해 여름 이청용 이적 이후 측면 공격의 파괴력이 떨어진 것, 전북은 이동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번 경기의 관건은 그 약점을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메우고 강점을 키우느냐에 달렸습니다.

서울은 최근 오름세를 달렸던 이승렬-고요한을 측면에 배치하며 최태욱의 공백을 만회하려고 했습니다. 두 선수 모두 기복이 심한 단점이 있지만 젊은 선수로서 무궁한 잠재력을 지녔고, 특히 이승렬은 남아공 월드컵 참가 영향에 따른 자신감이 붙었기 때문에 서울 입장에서 믿고 의지했을 것입니다. 여기에 제파로프의 가세로 4-4-2에서 4-2-3-1로 전환하면서 최근 3경기 연속 데얀 원톱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그런데 전북의 선택은 다소 의외였습니다. 그동안 이동국의 백업으로 뛰었던 로브렉이 아닌 No.3 원톱 자원이었던 이광재가 선발로 나섰습니다. 로브렉의 득점력이 뛰어나지만 상대 수비수를 괴롭히는 헌신적인 움직임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광재에게 무게감이 실릴 수 밖에 없었죠. 여기에 에닝요-루이스가 측면에서 전진 배치되고 2선과 풀백이 폭을 좁혀 연계 플레이 위주의 공격 패턴을 나타내면서 서울의 후방을 공략했습니다. 그래서 서울은 전북의 골문을 두드리기 보다는 상대팀의 기세를 무너뜨리는 시간이 많을 수 밖에 없었고 이승렬-고요한이측면에서 좀처럼 결정적인 공격 기회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제파로프가 좌우 측면을 골고루 휘저으며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서 데얀의 최전방 고립을 부추겼습니다.

서울 공격의 또 다른 문제점은 데얀의 원톱 배치 입니다. 데얀은 그동안 K리그 최정상급 타겟맨으로서 맹활약을 펼쳤지만 올 시즌 빙가다 체제에서는 투톱 상태에서 쉐도우로 활약했습니다. 방승환이나 정조국 같은 타겟맨이 상대 수비를 끌고 다니는 움직임을 펼치면서 체력 소진을 유도하면, 데얀이 2선에서 전방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이 용이하게 이루어졌고 많은 어시스트를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파로프가 가세한 이후부터 원톱으로 뛰더니 상대 수비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말았습니다. 거의 매 경기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면서 상대팀들의 공략 대상이 되었고 전북전에서는 심우연에게 꽁꽁 막히고 말았습니다. 제파로프의 영입이 성공작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문제는 데얀의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빙가다 감독은 후반 12분 에닝요에게 골을 허용하자, 후반 17분과 28분에 정조국과 방승환을 교체 투입 시켰습니다. 정조국과 방승환의 교체 대상자는 이승렬-고요한으로써, 측면 옵션을 줄이고 공격수를 늘리는 변화를 줬습니다. 데얀-정조국 투톱에 제파로프-방승환이 좌우 윙어와 최전방을 번갈아갔고 현영민-최효진의 오버래핑 시도를 늘렸는데 정작 골 결정력에 발목 잡혔습니다. 서울은 전반전 슈팅 숫자에서 3-5(개)로 밀렸지만 후반전에는 14-3(개)의 일방적인 우세를 점했습니다. 그런데 단 한 골도 넣지 못한 것은 서울 선수들의 골 결정력이 전체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이유는 서울이 전북의 '능구렁이' 같은 전략에 말려들었기 때문입니다. 전북은 에닝요가 골을 넣자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며 1-0의 리드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습니다. 서울에게 많은 슈팅을 허용하더라도 상대의 약점을 노려 1골을 지키겠다는 것이 그 요지죠. 그 약점이 바로 서울의 마인드 컨트롤 부족 이었습니다. 서울 선수들은 심리 조절에 실패하면 과도한 반칙을 범하거나 불필요한 판정 항의를 하는 경우가 잦았는데 문제는 그 현상이 일시적이 아니라 몇년 동안 꾸준했습니다. 서울의 공격이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0-1의 압박에 쫓길 것이라는 것을 최강희 감독이 예상했고 그 결과는 적중했습니다. 경기 막판 제파로프-김한윤이 퇴장당했기 때문이죠.

빙가다 감독은 경기 종료 후 "많은 파울 장면이 있었지만, 서울이 경고를 받은 반면 전북은 그러지 않았다"며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서울 입장에서 심판 판정이 아쉽겠지만, 역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최강희 감독의 노림수가 서울에게 뼈아픈 패배를 안겼음을 알 수있는 대목입니다. 이승렬-고요한이 기대만큼 제 몫을 다하지 못한 것이 서울에게 아쉬웠지만 결과론적인 관점을 놓고 볼 때 최태욱 공백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최태욱처럼 상대 수비를 벗기는 페인팅에 이은 드리블 돌파로 상대 압박을 이겨낼 수 있는 옵션이 부족한 것이 서울의 불안 요소였죠.

그나마 골키퍼 김용대가 전반 중반에 3번의 결정적인 실점 위기를 넘긴 것은 서울에게 위안이 되었습니다. 후반 12분 에닝요에게 실점을 허용했지만 전반전에 여러차례 고비를 넘긴것은 추가 실점을 줄일 수 있었던 계기가 됐습니다. 다음 경기에서 제파로프-김한윤이 출전하지 못하지만, 최태욱이 그라운드를 밟는데다 데얀을 쉐도우로 놓을 수 있습니다. 서울은 K리그 4위로 추락했지만 다시 1위로 도약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전북전 패배를 추스릴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