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년 만의 아시아 제패를 꿈꾸는 한국 축구 대표팀에게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지난 5일 아랍에미리트 연합(UAE) 클럽인 알 자지라와의 평가전에서 조용형이 센터백에서 오른쪽 풀백으로 이동했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차두리의 허벅지 부상, 최효진의 경기력 저하에 시달렸던 불안 요소를 지우기 위해 조용형 카드를 만지작 거렸죠. 지난해 12월 서귀포 전지훈련에서 조영철을 오른쪽 풀백으로 실험했지만 아시안컵을 앞두면서 조용형으로 변경했습니다.
조용형의 오른쪽 풀백 변신이 의외인 이유는 그동안 센터백의 이미지가 굳었습니다. 한국 축구가 홍명보 이후 걸출한 센터백을 배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여론 입장에서 조용형에게 거는 시선이 남달랐죠.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테크니컬한 커팅 및 악착같은 대인마크를 앞세워 한국의 16강 진출을 공헌했습니다. 하지만 아시안컵에서는 오른쪽 풀백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물론 센터백으로 다시 돌아갈 수도 있겠지만 차두리-최효진의 문제점을 대회 끝까지 안고 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한국이 아시안컵에서 우승하려면 조용형의 포지션 전환이 성공해야 합니다.
조용형의 오른쪽 이동, 이청용 공격력과 밀접하다
조광래 감독은 특정 선수의 포지션 변화가 잦은 지도자로 유명합니다. 특히 윙백(3백 체제에서)이 대표적 사례 입니다. 사령탑으로 몸담았던 안양LG(현 FC서울)-경남에서 공격 옵션들의 윙백 전환이 잦았죠. 안양 및 서울에서는 최태욱-한정화-이준영-이원식-김승용, 경남에서는 김영우-서상민을 꼽을 수 있습니다. 지금의 대표팀에서는 4백으로 전환하면서 조영철-이용래를 각각 오른쪽, 왼쪽 풀백으로 테스트했고 이제는 조용형까지 오른쪽 풀백으로 맡겼습니다. 물론 조용형은 공격 옵션이 아니지만 측면에서의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축구에서 윙백 또는 풀백의 경기력은 감독의 전술 능력과 밀접합니다. 조광래 감독이 측면 뒷 공간에 민감한 이유죠.)
사실, 조용형은 2007년 성남에서 오른쪽 풀백으로 뛰었습니다. 조병국-김영철로 짜인 성남 센터백과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4백 이해도까지 떨어지는 바람에(당시 조용형은 3백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오른쪽으로 이동하여 박진섭의 백업 멤버로 활약했죠. 김상식-손대호가 아시안컵에 차출되었을 때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섰죠. 오른쪽 풀백 전환은 주전 진입 실패에 따른 '좌천' 성격이 짙었습니다. 고려대 시절에 오른쪽에서 출전했던 경험이 있었지만 센터백으로서 빛을 발하는 선수죠. 2008년에 친정팀 제주로 돌아가 다시 센터백으로 전환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그런 조용형이 아시안컵에서 오른쪽 풀백으로 구김살 없는 활약을 펼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 포지션을 맡았던 경험이 있지만 측면에서의 실전 감각이 저하되었기 때문에 자신의 장점을 힘껏 발휘할지는 실전에서 지켜봐야 합니다. 한 가지 불안한 것은, 조용형은 발이 빠르지 않기 때문에 상대 공격 옵션들에게 뒷 공간을 허용당할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측면이 중앙보다 공간이 넓은데다 부지런한 활동량을 요구하는 특성이 있죠. 커버 플레이를 얼마만큼 착실하게 하느냐에 따라 포지션 전환의 성패를 좌우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조용형은 오른쪽 풀백으로 성공해야 합니다. 서두에서 차두리-최효진의 불안 요소를 언급했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작용하죠. 조용형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이청용이 활발히 공격할 수 있도록 받치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이청용 공격력을 끌어올리는 방안으로 조용형을 풀백에 배치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표팀에서 박지성-이청용으로 짜인 좌우 윙어들의 공격 비중이 높기 때문에 풀백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죠. FC 바르셀로나의 오른쪽 풀백 다니엘 알베스가 공간을 넓게 움직이면서 메시-페드로 같은 오른쪽 윙 포워드 자원이 공격에 전념할 수 있었던 효과와 밀접합니다. 박지성이 이영표-에브라와 호흡이 잘 맞았던 것도 활동 폭이 넓은 풀백과의 만남이 주효했죠. 반면, 활동 폭이 좁은 오셰이와의 공존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가깝게는 '이청용 소속팀' 볼턴의 예를 들 수 있습니다. 이청용은 수비 성향의 풀백(스테인슨)과 호흡하면 적극적으로 빌드업을 전개하거나 또는 상대 진영을 활발히 넘나들며 킬러패스를 연결합니다. 하지만 공격 성향의 풀백(리케츠)과 공존하면 오히려 수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공격력이 주춤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특히 리케츠가 스테인슨을 제치고 주전으로 자리잡았던 최근에는 이청용의 공격력이 무뎌졌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시즌 6번째 도움을 기록했던 지난해 12월 27일 웨스트 브로미치전에서는 스테인슨이 주전으로 출전했죠. 하지만 스테인슨은 상대 왼쪽 윙어 초이를 놓치는 불안한 수비력에 시달리며 후반 18분 리케츠와 교체 됐습니다. 그 이후 이청용의 공격적인 페이스가 '체력 저하와 맞물려' 눈에 띄게 저하되었죠.
이청용은 박지성처럼 공수 양면에서 적극적으로 팀에 기여를 하거나 강철같은 체력을 자랑하는 선수가 아닙니다. 철저한 공격형 윙어로서 후방보다는 전방에서의 플레이에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타입이죠. 또한 체력은 이청용의 대표적 약점으로 통합니다. 지난 2년 동안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며 엄청난 스케줄을 소화했기 때문에 이번 아시안컵에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임할지 걱정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아시안컵 경기 간격이 결코 넉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조광래호가 아시안컵에서 우승하려면 박지성-이청용의 명불허전 공격력이 보장되어야 하며, 특히 이청용의 경기력이 살아나려면 오른쪽 풀백의 수비력이 중요합니다. 볼턴으로 치면 스테인슨의 역할을 짊어질 선수를 말합니다. 바로 조용형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최효진의 컨디션 저하가 아쉽습니다. 지난해 10월 12일 일본전에서 카가와 봉쇄에 성공했던 터프한 수비력을 자랑했기 때문입니다. 한때 4백에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난해 서울의 4백에서 끈질긴 마크 및 커버 플레이를 펼치며 소속팀의 K리그 우승을 공헌했습니다. 과거에 비해 수비력이 업그레이드 되었던 자신감, 빠른 타입의 상대 공격 옵션을 막아낼 스피드 보유, 조광래호 출범 이후 주전을 꿰찼던 경험이 아시안컵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서울에서 시즌을 마친지 불과 한 달에 불과하면서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했고, 그 사이에는 상무 입대 및 기초 군사 훈련에 임했습니다.(훈련 기간 못채우고 대표팀 합류) 컨디션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죠.
그래서 조용형이 오른쪽 풀백으로 전환한 것은 최효진의 단점을 메우겠다는 조광래 감독의 복안입니다. 최효진이 아시안컵에서 정상적인 폼을 발휘하기에는 대회 일정이 빠듯합니다. 부상에 시달리는 차두리 또한 다를 바 없죠. 이청용의 공격력 강화 차원에서는 수비적인 풀백의 중요성이 크기 때문에 조용형이 조광래 감독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조용형이 오른쪽 풀백 전환이 조광래호 행보를 좌우할 수 있습니다. 만약 조용형이 흔들리면 최효진-차두리의 출전 부담이 늘어나면서 자칫 경기력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한국이 아시안컵에서 우승하려면 조용형의 포지션 변신이 성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