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8일 한국 축구 대표팀의 브라질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인이 발표되면서 화제를 모은 인물들이 있다. 박주호와 이명주다. 각각 독일 분데스리가와 한국 K리그 클래식에서 맹활약중이나 홍명보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박주호는 오른쪽 발가락 염증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이 좌절되었고 이명주는 대표팀 경쟁 자원들에 밀렸다. 두 선수 모두 자신의 뛰어난 재능을 월드컵에서 마음껏 발휘하지 못하게 되어 아쉽다.

 

박주호와 이명주의 최종 엔트리 탈락에 대하여 홍명보 감독을 좋지 않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선수들을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축구팬과 언론이 아닌 홍명보 감독이다. 선수 선발 권한은 감독에게 있다. 두 선수의 탈락이 소위 말하는 인맥 축구와는 거리감이 있다. 그럼에도 두 선수의 월드컵 불참이 안타깝게 됐다.

 

 

[사진=박주호 (C) 마인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inz05.de)]

 

우선, 한국 대표팀은 지난 몇 년 동안 유럽파가 차지하는 전술적 비중이 높다. 지금의 홍명보호에서도 손흥민-기성용-구자철-이청용이 없으면 제대로된 경기력을 구현하기 어렵다. 심지어 지난 3년 동안 유럽 리그에서 많은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던 박주영이 대표팀의 주전 원톱으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유럽파의 경기력에 따라 한국의 성적이 엇갈릴 것임에 틀림 없다.

 

박주호는 2013/14시즌 유럽 축구에서 활동했던 한국인 선수 중에서 가장 우수한 경기력을 과시했다. 마인츠의 왼쪽 풀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를 오가며 붙박이 주전으로 활동했으며 딱히 부진했던 경기가 드물었을 정도로 항상 안정된 플레이를 선보였다.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13위였던 마인츠가 올 시즌 7위(현재 순위)로 도약하는데 기여했다. 공격 포인트가 많았음에도 기복이 심했던 레버쿠젠의 손흥민, 경기력이 우수했음에도 팀 성적이 시즌 내내 강등권이었던(최근에는 벗어난) 선덜랜드의 기성용과 차별성이 있었다.

 

 

 

 

그럼에도 박주호는 대표팀의 벤치 멤버였다. 왼쪽 풀백으로서 김진수에게 밀렸고 수비형 미드필더로서는 지금까지 홍명보호에서 검증받은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올 시즌 마인츠에서 보여준 활약상을 놓고 보면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 적은 출전 시간을 부여 받을지라도 한국 대표팀에 도움이 되는 경기력을 선보였을지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부상이 문제였다. 그는 6월초부터 훈련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명보 감독이 그를 최종 엔트리에 발탁하지 않은 것은 무리하게 참가시키지 않겠다는 의도가 있다. 부상 불운이 안타깝다.

 

이명주 탈락에 대해서는 일부 여론이 홍명보 감독 선택을 원치 않는 경향이 있다. 물론 소속팀 활약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명주의 경우 홍명보호 출범 이후 대표팀에서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자신의 포지션 경쟁자 기성용-하대성(공격 성향의 수비형 미드필더) 구자철-지동원(공격형 미드필더)을 뛰어 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탈락의 빌미가 됐다. 아무리 소속팀에서 잘해도 대표팀에서 부진하면 소용없다.

 

그럼에도 이명주 탈락이 아쉬운 것은 현존하는 K리그 클래식 최고의 선수가 월드컵에 나설 수 없다는 것이다. 2013시즌에는 MVP 강력한 수상 후보였고 2014시즌 현재까지는 포항의 1위 질주를 주도하며 K리그 클래식에서 독보적인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우수한 경기력을 과시했다. 결과적으로 이명주 탈락은 K리그 클래식 영향력이 약해졌음을 상징하게 됐다. 월드컵 최종 엔트리 필드 플레이어 20명 중에 K리그 클래식 선수는 단 3명에 불과하다. 해외파가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현실에서 K리그 클래식 최고의 선수도 대표팀 합류를 보장 받을 수 없게 됐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한국 대표팀의 우즈베키스탄전 경기 내용은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레바논전과 달리 이길 것 같은 느낌이 짙었다. '겁 없는 신예' 이명주(22, 포항)가 중원에서 버텼기 때문이다. 올해 포항의 K리그 클래식 선두 질주를 이끄는 중원 사령관 답게 자로잰듯한 패싱력과 왕성한 활동량, 2선 침투, 빼어난 커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을 선보였다. 그는 한국의 1-0 승리를 공헌하며 경기 MVP로 선정됐다. 최강희호의 우즈베키스탄전 최고 수확이다.

 

이명주는 우즈베키스탄전이 A매치 데뷔전이었다. 기존의 대표팀 핵심 멤버였던 기성용과 구자철은 소집되지 않았으며 김남일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그 공백을 이명주가 메우면서 한국 대표팀이 중원 걱정을 덜었다. 경기 초반에는 아직 A매치 경험이 없기 때문인지 긴장한 모습이 보였으나 중반에 접어들면서 자신의 색깔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라운드를 활발히 질주하며 다양한 형태의 패스를 공급하고 상대 팀의 공격을 차단하며 중원을 장악했다.

 

이러한 이명주의 맹활약은 우즈베키스탄에게 부담이 됐다. 한국의 페널티 박스 안쪽을 허무는 공격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면서 끝내 무득점에 그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거리 슈팅이 많았던 것은 한국의 중원을 흔드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뜻이다. 즉, 이명주 공략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한국의 포백이 평소와 달리 흔들리지 않았던 것은 이명주가 박종우와 더불어 포백 보호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전 이전까지 최근 A매치 7경기 연속 실점(12실점)을 허용했다. 만약 이명주의 폼이 좋지 않았다면 한국의 포백이 불안했을 것이다.

 

한국 대표팀에서 이명주의 신선한 등장은 예견되어 있었다. 지난해 K리그(현 K리그 클래식)에서 신인왕을 수상했으며 올해 포항의 K리그 클래식 1위 등극의 핵심 멤버로 활약중이다. 프로 2년차를 맞이한 선수가 흔히 말하는 2년차 징크스 없이 K리그 클래식 정상급 미드필더로 떠올랐다. 득점력은 지난해보다 성장했다. 지난해 35경기에서 5골 넣었으며 올해 12경기에서는 4골 기록했다. 현재 추세라면 지난해 득점 기록을 넘을 수 있다. 수비에 많은 비중을 두는 중앙 미드필더 답지 않게 득점력이 발달됐다. 특유의 근성 넘치는 활약에 이르기까지 지난해보다 경기력이 좋아지면서 대표팀에서 통할 것 같은 기대감을 불어 넣었다.

 

이명주는 우즈베키스탄전을 통해 큰 경기에 위축되지 않는 선수임을 입증했다. 이러한 면모는 내년 6월에 펼쳐질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 축구의 저력을 주도할 수 있는 인상을 심어주기 쉽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뛰어난 기량 못지 않게 '쫄지 않는' 과감함이 필요하다. 이명주의 현재 폼이라면 월드컵 본선에서 경쟁력이 있다. 누군가는 우즈베키스탄전 한 경기만으로 속단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나타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명주는 나날이 성장을 거듭중이다. 앞으로 꾸준히 A매치를 경험하면서 자만하지 않는다면 브라질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인에 포함 될 수도 있다.

 

특히 이명주는 기성용-구자철과 포지션이 겹친다. 아직은 기성용-구자철의 대표팀 입지가 굳건하다. 비록 A매치 3연전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경험과 실력을 놓고 볼 때 대표팀 주전으로서 꼭 필요하다. 앞으로의 관건은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도 2012년 런던 올림픽때의 경기력을 재현할 수 있느냐 여부다. 기성용은 2013/14시즌 유로파리그 병행에 따른 체력 부담, 구자철은 원 소속팀 볼프스부르크에서의 험난한 주전 경쟁(사실상 볼프스부르크 복귀로 굳어지는 분위기다.)이 변수다. 한국 대표팀은 기성용-구자철을 긴장시킬 강력한 경쟁자가 필요했고 마침내 이명주가 등장했다.

 

한국 대표팀의 전력이 업그레이드 되려면 유럽파가 붙박이 주전을 보장받기 힘들다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유럽파와 중동파, 일본파, 중국파, 그리고 국내파에 이르기까지 모든 선수들이 경쟁해야 하며 그 중에서 실력이 뛰어난 선수 위주로 라인업이 구축되어야 한다. 과거의 히딩크호가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루었던 배경에는 유럽파도 다른 팀원들과 똑같이 경쟁했다. 과거의 교훈을 놓고 볼 때 '기성용-구자철 vs 이명주'의 주전 경쟁 구도가 형성되어야 한다. 또 다른 중앙 미드필더도 경쟁 대열에 가세할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할 수록 한국 대표팀의 중원 퀄리티가 더 높아질 것이다.

 

이명주는 지금의 기세를 18일 이란전에서도 이어가야 한다. 이란전은 한국의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 여부를 가리는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다. 한국이 홈이기 때문에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축구팬들이 적지 않겠지만, 2010년 9월 7일 이란과의 홈 경기에서 0-1로 패한 경험이 있다. 이번 이란전에서는 박종우가 경고 누적으로 결장하며 김남일의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명주가 좋은 활약을 펼쳐야 대표팀이 중원의 취약함을 극복하며 월드컵 본선 진출의 자신감을 얻게 된다. 그의 물 오른 성장을 이란전에서도 보고 싶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