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감독의 대표팀 사령탑 데뷔전인 나이지리아전을 화려하게 장식한 선수들은 남아공 월드컵에 참가했던 선수들이 아니었습니다. 윤빛가람(20, 경남) 최효진(27, 서울)이 A매치 첫 골을 쏘아올리며 조광래 감독에게 승리를 안겨준 것이죠. 조광래 감독 애제자 윤빛가람의 거침없는 활약이 신선했지만 최효진의 맹활약은 '준비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올 시즌 K리그 거의 매 경기에서 폼이 부쩍 오르면서 대표팀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끝에 거둔 결실입니다.

최효진의 골에 박수를 보내야 하는 이유는 윙백이 골을 넣는 경우가 구조적인 측면에서 힘들기 때문입니다. 윙백은 경기 상황에 따라 측면 수비수 역할까지 겸하기 때문에 자기 진영에서 하프라인으로 넘어오는 일을 반복합니다. 그래서 상대 진영으로 넘어오기가 쉽지 않으며, 오버래핑을 시도하더라도 상대 수비에게 공을 빼앗겨 뒷 공간을 뚫리는 일이 없도록 볼 관리가 철저해야 합니다. 강인한 체력과 지구력, 빠른 스피드와 현란한 개인기까지 자랑하는 윙백이라면 공수 양면에 걸쳐 종횡무진 뛰어다닐 수 있고 슈팅까지 날릴 수 있습니다. 최효진이 바로 그런 성향 이었습니다.

물론 최효진은 나이지리아전 이전까지 축구팬들의 저평가를 받았던 선수였습니다. 172cm의 단신인데다 출중한 공격력에 비해 수비력의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전형적으로 3백의 윙백에 강하지만 4백의 풀백 역할은 부족함이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축구팬들 생각이었고 축구 전문가들까지 입을 모았습니다. 그래서 최효진은 자신의 라이벌인 오범석(울산)의 2인자 기운을 떨치지 못했고 차두리(셀틱)에게 밀리는 인상이 짙었습니다. 그 여파는 남아공 월드컵 최종 엔트리 탈락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최효진이 남아공 월드컵에 참가하지 못했다고 해서 차두리-오범석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라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한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축구는 감독의 호불호에 따라 선발 출전이 가려지고 팀의 전술까지 바뀔 수 있는 '감독 중심의' 스포츠입니다. 최효진은 허정무호의 4백을 맡기에는 수비력에 대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지만 조광래호 3백에서는 차두리-오범석과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는 레벨에 있음을 나이지리아전에서 과시했습니다. 물론 차두리-오범석은 각각 소속팀 적응 및 사타구니 부상을 이유로 나이지리아전에 결장했지만 최효진이 두 선수의 존재감을 완전히 지우는 맹활약을 펼쳐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올 시즌 K리그를 꾸준히 보셨던 분들이라면 최효진의 나이지리아전 맹활약이 결코 '반짝'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셨을 것입니다. 올 시즌 서울의 K리그 단독 선두 도약을 이끈 주역중에 한 명이 바로 최효진이기 때문입니다. 서울은 고질적으로 오른쪽 풀백에 대한 문제가 있었지만 올 시즌 최효진을 영입한 이후 팀의 강점 요소로 거듭나면서 오른쪽 공격 비중을 높인 끝에 상대 수비를 맹렬히 흔들었습니다. 최효진이 상대 진영을 적극적으로 두드리고, 상대 골문까지 활발히 파고들며 슈팅 기회를 노리는 경기 운영으로 재미를 봤기 때문입니다.

최효진은 많은 축구팬들에게 수비력에 대한 비판을 받았지만 정작 서울에서는 포백으로서 맹활약을 펼쳤고 지난해 포항의 포백으로서 소속팀의 아시아 제패를 이끌었습니다. 그 이유는 풀백의 공격 전개가 현대 축구에서 점차 비중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시즌 유로피언 트레블을 달성한 인터 밀란이 오른쪽 풀백 마이콘의 오버래핑 및 볼 배급을 팀 전술의 근간으로 삼듯, 포항과 서울도 최효진 같은 공격적인 풀백의 장점을 최대한 끄집어내는 전술 강화로 짭짤한 재미를 봤습니다. 최효진이 공격을 펼치면 나머지 수비수 3명과 중앙 미드필더 1명이 최효진 곁에서 커버 플레이를 펼쳐 수비력에 대한 약점을 덜어줬죠.

분명한 것은, 조광래호의 3백이 최효진 입장에서 대표팀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는 이점으로 작용한다는 점입니다. 3백의 윙백은 4백의 풀백보다 수비력에 대한 비중이 조금 떨어지기 때문에 공격에 전념할 수 있는 구조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최효진의 공격력이 마음껏 폭발할 수 있는 팀은 바로 조광래호라는 것입니다. 조광래 감독은 윙백의 빌드업을 통해 공격의 템포를 조절하고 좌우 윙 포워드와 폭을 좁혀 콤비 플레이를 유도하는 컴펙트한 축구를 주문합니다. 그 적격에 부응하는 오른쪽 풀백이 바로 최효진 이었습니다.

그래서 최효진의 나이지리아전 맹활약은 일찌감치 예견되어 있었습니다. 올 시즌 K리그에서 꾸준히 맹활약을 펼쳤던 폼을 대표팀에서 그대로 이어간데다 3백의 윙백 체제가 자신에게 적합했기 때문입니다. 포항 시절을 종합하면 기복이 없지 않은 측면이 있지만, 윙백은 체력 소모 및 대표팀에서의 역할이 많은 포지션이기 때문에 기복을 안고 경기에 임할 수 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최효진은 서울로 이적하면서 기복을 줄이고 꾸준함을 키우며 자신의 경기력을 향상 시켰습니다. 서울 이적 후 경기 운영이 너른해지고 시야까지 넓어진 최효진의 성장을 놓고 보면 앞으로의 대표팀 행보를 기대케 합니다.

물론 최효진의 붙박이 주전 도약은 다시 대표팀에 돌아올 수 있는 차두리-오범석의 존재감 때문에 다소 장담하기 힘든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차두리가 3백의 윙백으로서 풍부한 경험을 쌓지 못한데다 오범석이 잔실수가 많다는 점, 그리고 두 선수 모두 기복이 있는 선수라는 점에서 최효진에게 긍정적입니다. 나이지리아전에서 골을 넣는 맹활약을 과시했던 경험이라면 대표팀 입지 강화에 충분한 자신감을 얻는 계기로 작용합니다.

특히 왼쪽 풀백 이영표가 34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젊은 선수 못지 않는 팔방미인의 경기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점은 최효진에게 동기부여이자 자극제로 통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 특징은 대표팀에서 롱런하기 위한 방법으로 여겨질 것입니다. 나이지리아전 맹활약을 통해 대표팀에 없어선 안 될 옵션으로 거듭난 최효진의 오름세가 2011년 아시안컵 우승의 결실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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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탱크' 박지성(2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이 볼프스부르크전에서 평소와 다른 포지션으로 풀타임 출전했습니다. 3백의 오른쪽 윙백으로 선발 출전하더니 후반 28분에는 4-3-3의 오른쪽 풀백으로 전환했습니다.

그 이유는 맨유의 주전과 백업 수비수들이 줄 부상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파트리스 에브라를 제외한 1군의 모든 수비수들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미드필더들의 보직 변경이 불가피 했습니다. 그래서 마이클 캐릭과 대런 플래처가 2경기 연속 수비수로 뛰고 있으며 볼프스부르크전에서는 박지성과 나니가 윙어에서 윙백으로 포지션을 변경 했습니다.

윙백으로 출전한 박지성의 경기력은 훌륭했습니다. 경기 초반 특유의 활발한 움직임으로 맨유의 공격을 주도하며 팀이 점유율에서 우세를 점하는데 큰 몫을 했습니다. 수비 과정에서는 독일 국가대표팀 왼쪽 윙어인 크리스티안 겐트너의 발을 묶은 것을 비롯 적극적인 수비 가담으로 공수 양면에 걸친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비록 후반 11분 샤퍼에게 크로스를 허용해 동점골의 빌미를 제공했지만 그 이전에 샤퍼가 2대1 패스를 연결하고 크로스를 연결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크로스를 내줬습니다. 전문 윙백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하면 전반적으로 좋은 경기를 펼쳤습니다.

박지성은 앞으로의 경기에서 윙백 또는 풀백으로 출전할 가능성이 부쩍 높아졌습니다. 플래처-캐릭이 수비수로서 맹활약을 펼쳤기 때문에 부상으로 신음중인 맨유 수비 자원들이 무리하게 복귀할 필요성이 없어졌습니다. 루이스 나니가 볼프스부르크전에서 왼쪽 윙백으로 나섰으나 경기 내용이 시원치 않았음을 상기하면 맨유는 앞으로 박지성의 수비력에 의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맨유의 주전 윙어인 긱스-발렌시아의 위치 여부에 따라 박지성의 보직이 정해지겠지만 현재까지의 정황상으로는 윙백 또는 풀백으로 계속 출전할 명분이 커졌습니다.

물론 박지성의 포지션 변경은 맨유에서 많은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좌우 미드필더와 공격형 미드필더, 그리고 오른쪽 윙백과 풀백에 이르기까지 많은 포지션을 두루 소화하여 경기에 활용되는 쓰임새가 넓어졌기 때문입니다. 어떤 경기에서는 선발 미드필더로 투입하고 다음 경기에서는 백업 풀백으로 모습을 내밀며 경기 출전 횟수를 늘릴 수 있습니다. 올 시즌 무릎 부상 등의 이유로 경기 출전이 많지 않았던 박지성으로서는 볼프스부르크전 윙백 전환이 반갑게 비춰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포지션 변경은 엄연히 '빛과 그림자'가 있습니다. 팀에서의 활용도가 넓어지고 경기 출전이 늘어날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스페셜리스트로서의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입니다. 흔히 현대 축구에서는 멀티 플레이어가 각광받고 있다는 목소리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주어진 포지션에 맞는 움직임으로 감독의 전술 능력을 다양화 시킬 수 있는 이점과 포메이션의 유동적인 변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멀티 플레이어로 뛰는 선수의 기술적 장점이 떨어지는 단점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멀티 플레이어로서 스페셜리스트로서의 가치를 뽐낸 선수는 여럿 있습니다. 지네딘 지단은 주 포지션이 공격형 미드필더 였으나 레알 마드리드 시절에는 왼쪽 윙어로 뛰었으며 데이비드 베컴은 주 포지션이 오른쪽 윙어지만 레알 마드리드와 최근 LA갤럭시에서는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했습니다. 대런 플래처는 주 포지션인 오른쪽 윙어를 비롯해서 중앙 미드필더, 오른쪽 풀백, 센터백에서 절정의 경기력을 발휘했고 마이클 에시엔은 수비수와 미드필더 전 영역에서 골고루 맹활약을 펼칩니다. 그리고 유상철은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에서 최상의 기량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이들과 반대되는 유형도 있습니다. 안데르손은 본래 포지션이 공격형 미드필더와 왼쪽 윙어였으나 맨유에서는 중앙 미드필더를 맡은 이후부터 공격력의 날카로움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존 오셰이는 맨유에서 다양한 포지션을 거쳤으나 자신만의 특별한 장점을 발휘하지 못해 지난 시즌 주전으로 자리잡기 이전까지 스쿼드 플레이어에 만족했습니다. 최태욱과 김치우, 오장은, 이종민, 서동현은 포지션 전환 이후 성장이 둔해지거나 정체되어 폼이 떨어진 케이스에 속합니다. 멀티 플레이어로 변신한다고 해서 선수 개인의 기량이 늘어난다는 보장은 없으며 퇴보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그래서 윙백으로 전환한 박지성이 앞으로 어떤 길을 걸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박지성이 플래처처럼 여러 포지션에서 맹활약을 펼칠지 아니면 예전의 오셰이처럼 방황을 거듭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부분입니다. 맨유의 수비수들이 부상에서 하나 둘 씩 부상에서 복귀하면 본래의 위치인 윙어로 돌아가겠지만 경우에 따라 윙백 또는 풀백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또한 윙어는 체력 부담이 많은 포지션입니다. 곧 30대를 앞둔데다 잦은 무릎부상으로 신음했던 박지성이 언제까지 윙어로 뛸지는 의문입니다. 비슷한 예로 라이언 긱스는 32세가 되던 2005년 부터 중앙 미드필더로 나오기 시작합니다. 폴 스콜스 부상을 메우기 위한 방편이었으나 그때를 기점으로 중앙에서의 출전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박지성의 볼프스부르크전 윙백 전환은 언젠가 풀백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제 박지성은 멀티 플레이어로서의 갈림길에 접어 들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박지성은 맨유의 윙어입니다. 맨유의 윙어로서 다섯 시즌 동안 경기에 뛰었으며 앞으로 윙어로서 보여줘야 할 것이 많습니다. 축구 선수의 전성기가 대략 27~28세, 늦게는 30대 초반까지이기 때문에 맨유의 윙어로서 아직 완벽한 매듭을 지은것도 아닙니다. 박지성은 맨유의 수비형 윙어에서 공격형 윙어로 발전하는 단계에서 윙백으로 전환했습니다. 이것은 박지성이 맨유에서 완성된 윙어로 성장하지 않았음을 뜻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윙백으로 전환한 것은 윙어로서의 경쟁력을 조금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습니다.

또한 박지성은 불과 4년 전만 하더라도 유럽에서 촉망받는 공격수 였습니다. 2004/05시즌 PSV 에인트호벤의 에이스이자 왼쪽 윙 포워드로서 맹활약을 펼쳐 팀의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을 견인했습니다. 그래서 2005년 유럽축구연맹(UEFA)가 뽑은 올해의 공격수 후보 5명에 이름을 올려 아드리아누, 호나우지뉴, 안드리 셉첸코, 사뮈엘 에토와 어깨를 나란히 했습니다. 그리고 한국 대표팀에서는 팀 공격의 에이스이자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고 있습니다. 하지만 맨유에서 수비적인 역할의 선수로 부각되는 것은 박지성의 경기력에 혼동 현상이 올 수 있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것은 '박지성 공격 의존도가 높은' 한국 대표팀 경기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결국에는 박지성이 하기 나름입니다.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부여받은 포지션과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면서 자신만의 장점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 스페셜리스트로의 경쟁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멀티 플레이어도 성공한 선수가 있고 정체된 유형이 있는 것처럼 박지성은 반드시 전자로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 전자로 거듭나면 실전 경험이 더욱 풍부해지기 때문에 경기 운영이 능숙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맨유에서의 쓰임새가 넓어지고 자신의 역량도 부쩍 늘어날 수 있습니다. 박지성의 볼프스부르크전 윙백 전환은 앞날을 위한 득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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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탱크' 박지성(2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이 유럽 진출 후 처음으로 윙백을 맡아 풀타임 출전했습니다. 박지성은 맨유의 주전과 백업 수비수들이 줄부상을 당하면서 마이클 캐릭, 대런 플래처, 루이스 나니와 함께 수비적인 임무로 보직을 변경했으며 후반 28분에는 풀백으로 전환해 미드필더에서 수비수로 내려갔습니다.

박지성의 맨유는 9일 오전 4시 45분(이하 한국시간) 독일 볼프스부르크 아레나에서 열린 2009/10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본선 6차전 볼프스부르크 원정에서 3-1로 승리했습니다. 전반 44분 마이클 오언이 루이스 나니의 왼쪽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 헤딩 선제골을 넣었으나 후반 11분 에딘 제코에게 헤딩 동점골을 내줬습니다. 그 이후 상대팀의 공세에 흔들리던 맨유는 후반 38분 마이클 오언이 가브리엘 오베르탕의 개인기에 이은 패스를 이어받아 오른발로 가볍게 골을 넣었습니다. 오언은 45분에도 오베르탕의 짧은 패스를 받은 뒤 문전으로 빠르게 치고들어 골을 넣으며 해트트릭을 달성했습니다.

'윙백' 박지성, 맡은 임무 충실히 해냈다

맨유는 볼프스부르크전에서 3-4-1-2 포메이션을 구사했습니다. 쿠쉬착이 골키퍼, 에브라-캐릭-플래처가 3백, 나니-안데르손-스콜스-박지성이 미드필더, 깁슨이 중거리 슈팅을 노리는 공격형 미드필더, 오언-웰백이 투톱에 배치 됐습니다. 박지성은 나니와 함께 좌우 윙백을 맡아 평소보다 더 많은 활동반경을 요구 받았습니다. 두 선수 모두 부지런하고 활동량이 많은 선수들이기 때문에 측면을 독점하다시피 경기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경기 초반부터 나니보다 박지성에게 많은 공격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박지성은 경기 초반부터 동료 선수들로부터 활발히 공을 배급받아 패스와 크로스를 시도하거나 전방쪽으로 침투하여 팀의 공격 분위기를 주도했습니다. 공을 받을때의 지점도 하프라인 근처에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맨유 문전 가까이에서 플래처에게 대각선 패스를 이어받는가 하면 상대 진영 오른쪽 측면에서 깁슨에게 횡패스를 받아 공격을 시도했습니다. 전반 16분에는 상대 아크 오른쪽에서 슈팅을 시도했으나 오프사이드를 범했습니다.

이러한 박지성의 공격적인 활약은 맨유의 공격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박지성이 전반 15분까지 6번의 패스를 동료 선수에게 정확하게 연결했다면 나니는 4번의 패스 중에 3개씩이나 미스를 범했습니다. 박지성의 돌파가 상대 미드필더 뒷 공간을 뚫는데 성공했다면 나니의 돌파는 상대 수비진의 압박에 막히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안데르손과 스콜스가 평소보다 수비쪽에 비중을 늘렸음을 상기하면 박지성의 공격력이 맨유 전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습니다. 맨유가 전반 20분 볼 점유율에서 54-46(%)로 앞서고 공격 분위기를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은 박지성이 공격적 활약이 돋보였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박지성은 그 이후 수비에서 발군의 활약을 펼쳤습니다.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했고 그 속도가 빨랐습니다. 전반 36분 하프라인 부근에서 볼프스부르크 왼쪽 윙어이자 독일 대표팀 선수인 겐트너의 돌파를 태클로 직접 저지한 것을 비롯 겐트너의 측면 침투 공간 길목을 봉쇄 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겐트너의 발을 묶었을 뿐만 아니라 볼프스부르크 왼쪽 풀백인 샤퍼의 돌파까지 막아내면서 상대 왼쪽 공격의 효율성 및 완성도를 떨어뜨렸습니다. 여기에 제코가 왼쪽 문전에서 돌파를 시도할때는 재빠르게 수비로 내려와 커버 플레이를 함으로써 플래처를 도와줬습니다. 

공수 양면에 걸친 박지성의 맹활약은 맨유가 경기 내용에서 상대에 우세를 점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습니다. 공격에서는 박지성의 종횡무진 활약속에 분위기를 띄우며 상대를 몰아 붙였습니다. 수비에서는 박지성의 출중한 수비력을 앞세워 상대의 왼쪽 공격 예봉을 끊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반 44분에 터진 오언의 헤딩 선제골은 상대팀의 분위기를 무겁게 만드는 임펙트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맨유가 전반전을 무실점을 마쳤던 것은 '에브라-캐릭-플래처'로 짜인 3백이 성공했음을 의미하며 이들의 두꺼운 수비력 속에는 박지성의 일차적인 수비 저지가 한 몫을 했습니다.

후반 초반에는 볼프스부르크가 주도권을 잡으면서 박지성이 공을 잡는 횟수가 부쩍 줄었습니다. 볼프스부르크가 맨유를 꺾어야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에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맨유 선수들 전체적으로 공을 활용한 경기력이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후반 11분 제코에게 헤딩 동점골 내줬던 것은 박지성이 샤퍼의 크로스를 놓친것이 골로 연결됐습니다. 상대팀이 박지성을 뚫기 위해 2대1 패스를 연결하고 샤퍼가 크로스를 연결한 것이었기 때문에 박지성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있었습니다. 그보다 더 아쉬웠던 것은 제코를 밀착 견제하지 못한 수비 라인의 집중력 부족 이었습니다.

그 이후 맨유의 공격은 볼프스부르크의 활발함에 무너져 차단되기 일쑤였고 미드필더 장악이 실패하는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미드필더들은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며 수비벽을 두껍게 쌓았습니다. 박지성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후반들어 공격 과정에서의 패스가 줄어들면서 특유의 종횡무진 활약이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박지성의 경기력이 떨어지기 보다는 팀 밸런스가 공격적에 힘을 잃고 수비쪽에 초점을 맞춘 흐름에 따라갔던 것이죠. 그러면서 박지성은 겐트너의 공격 침투 공간을 미리 선점하는 지능적인 수비력을 발휘했습니다.

물론 맨유의 후반전 공격력 저하는 박지성과 나니의 공격력 부족을 아쉬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3-4-1-2에서는 윙백이 체력 문제 및 활동 반경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90분 내내 측면에서 공격을 주도하기 어렵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완급 조절을 하면서 다시 폼을 끌어오리는 것이 윙백이 노련하게 경기를 풀어가는 방법입니다. 그래서 박지성은 후반 23분 부터 오버래핑을 시도하면서 공간 창출에 주력했고 26분에는 상대 진영 오른쪽 측면에서 패스를 시도하여 공격적인 역량에 힘을 실었습니다. 28분에 나니와 웰백이 교체된 것은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의 경기력을 만족했음을 의미합니다.

박지성은 후반 28분 부터 4-3-3의 오른쪽 풀백, 다시 말해 수비수로 전환했습니다. 맨유가 조커로 투입한 오베르탕-발렌시아로 짜인 좌우 윙 포워드 라인을 가동하면서 박지성이 수비수로 내려간 것이죠. 이것은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의 공격적인 역량을 줄인것과 동시에 수비적인 역량을 키워 수비에 전념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입니다. 그래서 박지성은 동료 수비수들과 함께 밸런스를 유지했고 맨유 문전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수비 과정에서의 적극성을 앞세워 겐트너와 샤퍼를 밀착 견제했지만 후반 막판 두 번씩이나 상대에게 공격 기회를 내준 것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그럼에도 박지성은 전문 수비수가 아닌 선수치고는 이날 경기력이 전반적으로 훌륭했습니다. 유럽 진출 후 처음으로 윙백과 풀백을 오가며 풀타임 소화했기 때문에 낯선 자리에서 맡은 임무를 충실히 소화했습니다. 첼시 미드필더 마이클 에시엔도 센터백과 풀백으로 전환했던 초창기에 상대 공격 옵션에게 번번이 흔들렸듯, 박지성의 볼프스부르크전 경기력은 평균 이상의 점수를 줄 수 있었습니다. 적어도 나니보다 공수 양면에 걸쳐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것이 박지성 이었습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