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볼프스부르크전에서 미드필더 위주의 포백을 구성할 예정입니다. 그 중에 한 명이 '산소탱크' 박지성이 될 가능성이 높아서 많은 축구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박지성이 속한 맨유는 오는 9일 오전 4시 45분(이하 한국시간) 독일 볼프스부르크 아레나에서 열리는 2009/10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본선 6차전 볼프스부르크 원정 경기를 갖습니다. 대회 16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지은 맨유로서는 볼프스부르크전 원정에 대한 중요성이 크지 않지만 지난 5차전 베식타스와의 홈 경기에서 패했기 때문에 챔피언스리그 2연패 또는 2연속 무승을 바라지 않을 것입니다. 볼프스부르크전에서 정정당당한 실력으로 승리해야 강팀다운 면모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맨유는 주전과 백업 수비수들 모두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수비 라인이 붕괴되고 말았습니다. 비디치-퍼디난드-오셰이 같은 주전 수비수들이 모두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에반스-브라운-네빌-다 실바 형제까지 부상으로 경기에 뛸 수 없어 볼프스부르크전 원정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습니다. 1군 선수 중에서 파트리스 에브라만이 유일한 수비수로 남아있지만 그는 2007/08시즌부터 거의 매 경기 선발 출전을 거듭하여 지금까지 과도한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만약 에브라까지 부상으로 빠지면 맨유의 1군에는 수비수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포백은 4명의 수비수가 포진하는 시스템입니다. 에브라 만으로는 포백을 꾸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미드필더를 맡는 선수들이 수비수로 내려와 보직을 변경해야 합니다. 볼프스부르크전 원정 명단 19인 중에 13명이 미드필더여서, 일부 미드필더들의 수비수 전환 가능성이 큽니다. 그 중에 두 명이 대런 플래처와 마이클 캐릭입니다. 두 선수는 각각 오른쪽 풀백과 센터백을 맡아 상대 공격 옵션을 꽁꽁 묶고 동료 선수들과 함께 밸런스를 튼튼히 구축하여 팀의 무실점 승리(4-0승)에 기여를 했습니다. 볼프스부르크전에서는 두 선수가 에브라와 함께 수비수를 맡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유럽 현지 기자들이 박지성의 풀백 전환을 예상하면서 남은 한 자리가 채워질 예정입니다. 박지성은 맨유의 수비형 윙어로서 월등한 수비력을 발휘했던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리오넬 메시, 조 콜, 조세 보싱와, 더글라스 마이콘 같은 걸출한 기량을 자랑하는 상대팀의 측면 옵션을 꽁꽁 묶었던 전례가 있어 수비수로 전환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또한 지난 3월 풀럼 원정에서는 후반 중반에 폴 스콜스가 퇴장 당하면서 웨인 루니와 함께 3백 라인의 좌우 윙백을 소화했던 경험이 있어 이번 경기에서 풀백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박지성까지 수비수로 내려가면 풀백 자원이 세 명(박지성, 에브라, 플래처)이 됩니다. 그래서 에브라의 센터백 전환 가능성이 예상됩니다. 에브라가 볼프스부르크전에서 왼쪽 풀백으로 기용되면 맨유의 포백은 '에브라-캐릭-플래처-박지성'으로 꾸려집니다. 또한 에브라가 센터백을 맡으면 '박지성-에브라-캐릭-플래처'로 짜인 포백을 볼 수 있습니다. 박지성의 풀백 위치 및 역할은 에브라의 포지션에 따라 가려질 전망입니다.

박지성의 풀백 전환은 맨유의 볼프스부르크전 승리의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플래처와 캐릭은 이전 경기에서 오른쪽 풀백과 센터백으로서 군더더기 없는 활약을 펼쳤기 때문에 이제는 박지성이 수비에서 힘을 실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박지성이 두 선수 처럼 수비수 역할에 무리없이 적응하면 맨유의 수비력에 탄탄함이 실리면서 승리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만약 박지성이 상대 공격 옵션에게 측면 뒷 공간을 자주 허용하면 맨유의 수비 밸런스가 무너져 실점 허용 가능성이 높습니다. 박지성의 역할이 팀 내에서 막중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런 박지성은 멀티 플레이어로 두각을 나타냈던 선수입니다. 센터백과 중앙 공격수를 제외한 필드 플레이어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이며 한국 대표팀 초창기 시절에 오른쪽 윙백으로 활약했습니다.(당시 한국 대표팀이 3백을 쓰고 있었죠.) 하지만 맨유에서의 수비수 역할은 낯설고 어색합니다. 지금까지 맨유에서 좌우 미드필더로 꾸준히 모습을 내밀었고 지난 2일 토트넘전에서는 후반 막바지에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았습니다. 수비수로 내려간 경험이 지금까지 없었기 때문에 무조건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러나 수비수로 첫 경기를 뛸지모를 볼프스부르크전에서의 시작이 좋다면 상대팀의 공세를 막아내는 것 정도는 능히 막아낼 수 있습니다. 경기 초반부터 수비수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면서 상대 공격 옵션을 끈질기게 추격하고, 공간을 차단하고, 인터셉트에 성공하고, 동료 수비수와 하나된 호흡을 발휘하면 남은 시간 동안 수비수로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전술 이해도가 풍부하다는 칭찬을 받은 것을 비롯 경기 경험이 풍부한 박지성으로서는 수비수 전환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박지성이 오른쪽 풀백을 맡으면 볼프스부르크의 왼쪽 윙어인 크리스티안 겐트너와 매치업을 벌입니다. 겐트너는 독일 대표팀에서 활약중인 24세의 윙어이자 신장 189cm의 거구입니다.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34경기에서 4골 7도움을 기록했고 올 시즌에는 15경기 2골 2도움을 기록한 선수로서 거침없는 전방 돌파 능력과 정확한 볼 배급을 자랑합니다. 공격적인 윙어인 만큼, 맨유로서는 수비력이 출중한 옵션을 오른쪽 풀백에 배치해야 합니다. 그래서 박지성이 겐트너를 막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입니다.

에브라가 센터백을 맡는 상황에서 박지성이 왼쪽 풀백을 맡으면 '박지성vs하세베'의 한일 매치업 대결이 벌어집니다. 하세베 마코토는 일본 대표팀의 미드필더로서 최근 3경기 연속 주전 오른쪽 윙어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지난 9월 맨유 원정에서도 오른쪽 윙어로 선발 출전했고 에딘 제코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했기 때문에 이번 맨유와의 경기에서 같은 포지션에 출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맨유로서는 하세베를 견제하기 위한 카드로 박지성을 왼쪽 풀백에 배치할 수 있습니다. 박지성이 왼쪽을 맡을지 오른쪽을 맡을지는 '에브라의 포지션과 더불어' 퍼거슨 감독의 선택에서 갈릴 것입니다.

맨유와 상대하는 볼프스부르크는 이 경기에서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입니다. 맨유를 이겨야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죠. 맨유에 이어 B조 2위를 기록중이지만 CSKA 모스크바와 승점이 같아(승점 7) 맨유전을 무조건 이겨야 합니다. 그래서 박지성에게는 수비적인 임무가 막중할 수 밖에 없으며 팀의 풀백으로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만약 박지성이 볼프스부르크전만 잘 넘긴다면 퍼거슨 감독의 신임을 얻어 앞으로의 경기에서 팀 승리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선수로 거듭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박지성의 올 시즌 행보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축구 선수들에게 '포스트 000(제 2의 000)'으로 불리는 일은 영광이지만 뒤따라 오는 부상 또는 부진 만큼은 달갑지 않다.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수비수로 평가받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이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코치다. 그의 국가대표팀 은퇴 뒤 '포스트 홍명보'로 기대 받던 선수들이 여럿 있었다. 박용호(27,서울) 조병국(27, 성남) 임유환(25, 전북) 이강진(22, 부산)이 그들이다.

당시 박용호는 2000년 안양(현 FC서울)의 정규리그 우승 멤버로 이름을 알렸으며 조병국은 2002년 수원의 신인 수비수로서 큰 두각을 나타냈다. 임유환과 이강진은 각각 U-20, U-17 대표팀의 중심 수비수로 주목 받던 선수들.

그러나 '포스트 홍명보' 징크스 때문일까? 기량이 한층 무르익어가던 시점에 찾아 온 잦은 부상은 슬럼프를 불러 왔고 점점 대표팀에서 이들의 얼굴을 보기란 어렵기만 했다. 결국 '포스트 홍명보' 라는 타이틀 마저 조용형(25, 제주)에게 내줘야 했고, 대표팀에서는 이정수, 곽희주(이상 28, 수원) 김진규(23, 서울) 강민수(22, 전북)에게 밀리고 말았다.

박용호는 1999년 이천수, 최태욱과 함께 한국 축구를 빛낼 '부평고 3인방'으로 꼽히며 일찌감치 대형 수비수 재목으로 주목 받았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대표팀서 부주장을 맡을 정도로 발전을 거듭하는 듯 했지만 그해 소속팀 서울에서 부진에 빠져 5경기 출장에 그치고 광주 상무 입대를 결정하게 됐다.

지난해 복귀한 박용호는 훈련 도중 광대뼈 골절 부상을 입으며 시즌 전반기를 소화하지 못했으며 올해 5월 인천전 도중 부상 당하며 두 달 가량 경기에 나오지 못했다. 지난 2일 수원전과 5일 포항전에 선발 출장했던 그는 상대팀 공격을 활발히 끊는 수비력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지만 기대 만큼 많은 성장을 하지 못한 것이 여전히 흠으로 남아있다.

조병국은 한때 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에서 '수비의 핵'으로 활약했지만 2004년 하반기부터 부상 악몽에 시달렸다. 3번(7월 올림픽대표팀 유럽전지훈련, 9월 1일 수원-광주전, 10월 말 소속팀 연습 도중) 연속 오른쪽 발목 부상을 입은데다 습관적인 어깨 탈구 부상으로 고생했다. 그는 부상 여파로 2004년 후기리그에서 수원의 벤치 멤버로 전락하자 이듬해 전남으로 이적했다.

전남에서 부상 후유증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조병국은 2005년 여름 성남 이적 후 주전 멤버를 꿰차며 팀의 K리그 독주를 이끌었다. 그러나 수원 시절에 비해 탄력과 공중볼 장악능력, 스피드가 떨어졌다는 축구 전문가들의 지적을 받을 정도로 과거의 부상 악몽을 말끔히 털지 못했다. 지난 6월 국가대표팀에 합류했던 그는 고막 부상을 입으며 허정무호에서 중도 탈락했다.

임유환은 2002년 U-20 아시아 선수권 대회에서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던 수비의 핵. 그러나 2005년 8월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더니 2006년 2월 오른쪽 무릎 인대까지 다쳐 1년 2개월 뒤에나 K리그에 돌아올 수 있었다. 지난해 울산으로 이적하여 비상을 꿈꿨으나 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해 그 해 7월 다시 친정으로 돌아왔다. 올 시즌 20경기에서 3골 터뜨리며 팀의 주축으로 자리잡았지만 현재 그의 포지션은 수비수가 아닌 수비형 미드필더다.

이강진은 2002년 U-17 아시아 선수권 대회에서 한국의 정상 등극을 이끌었지만 지금은 대표팀 발탁만 되면 부상이다. 2006년 8월 대만전(A매치)을 앞두고 발목을 다치더니 지난해 2월 그리스전(A매치) 이전에 오른쪽 새끼발가락 통증에 시달려 8월 초까지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8월 올림픽대표팀의 우즈베키스탄전을 앞두고 왼쪽 허벅지 안쪽 근육이 파열되었으니 '대표팀 소집=부상'인 셈. 결국 올림픽대표팀 40인 엔트리에서 제외돼 베이징의 꿈이 좌절됐다.

이들에게 다시 '포스트 홍명보'의 모습을 찾을 수는 없을까. 다행히 박용호와 조병국의 '새옹지마'는 임유환과 이강진 같은 또 다른 '포스트 홍명보' 세대에게 힘이 될 듯하다. 박용호는 최근들어 서울에서 제 궤도를 되찾았으며 조병국은 성남 이적 이후 '절치부심' 끝에 성남의 중심 수비수로 발돋움하며 특유의 믿음직스러운 활약을 뽐내고 있다. 침체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시련을 묵묵히 이겨낸 것.

얼마 전 허정무 국가대표팀 감독은 "대표팀에 쓸 만한 중앙 수비수가 없다"며 한국 축구의 한 없이 부족한 중앙 수비 자원을 아쉬워했다. 그런 현실 속에 '포스트 홍명보'로 불렸던 선수들의 재도약과 대표팀 선발, 그리고 홍명보가 붉은 유니폼을 입으며 맹활약을 펼쳤던 포스(!)를 바래본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