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컵을 우승하기 위해서 좋은 선수 영입을 많이 했고,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스플릿 시스템이 시작하는 한 해다 보니까,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 준비를 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7월에 개최되는 피스컵을 멋지게 도전해서 처음으로 성남이 우승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신태용 성남 감독이 지난 2월 22일 '2012 피스컵 수원 협약식'에서 발언했던 내용 중에 일부다. 함부르크(독일) 선덜랜드(잉글랜드) 구단 관계자가 지켜보는 앞에서 성남의 피스컵 우승을 이끌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함부르크와 선덜랜드는 유럽 빅 리그에 소속된 클럽이지만 성남도 우승을 못한다는 법은 없다. 개최국 프리미엄을 놓고 볼 때 성남의 화려한 비상을 기대할 수 있다. 지난 4번의 피스컵에서 우승에 실패했던 성남의 도전이 4전 5기 끝에 보람찬 결실을 볼지 주목된다.
[사진=신태용 성남 감독 (C) 효리사랑]
성남은 지난 4번의 피스컵 조별예선에서 모두 탈락했다. 2003년 피스컵 A조 2승1패를 기록했으나 1위 리옹(프랑스)과의 골득실에서 1골 밀리면서 아깝게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그 후 2005년 피스컵 A조 3패, 2007년 피스컵 A조 2무1패, 2009년 피스컵 A조 1무1패(당시 2경기)를 기록하며 3개 대회에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다. 피스컵을 통해서 지구촌 명문 클럽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했다. 반면 2003년에는 성남이 K리그에서 독주를 내달렸던 시점이었다. K리그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과시했던 감각이 피스컵에서 재현된 것이다.
그렇다면 성남의 2012년 피스컵 우승 전망은 어떨까? 무엇보다 K리그 성적이 좋지 않다. 최근 5경기 1무4패로 부진하면서 K리그 10위(6승4무10패, 7월 4일 기준)로 추락했다. 이대로라면 상위 8팀에게 주어지는 상위권 스플릿 진입이 어렵다. 이에 선수단에서는 위기 의식이 발동하면서 최근 머리를 짧게 깎으며 성적 향상을 위한 결의를 다졌다. 전남전(8일) 광주전(14일)에서 경기력 업그레이드에 성공하면 오는 19일 저녁 7시 수원 빅버드에서 진행되는 선덜랜드전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 경기에서 승리하면 대회 룰에 의해 결승 진출에 성공한다.
최근 성남의 행보를 놓고 보면 위기에 강했다. 구단의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정성룡, 몰리나, 조병국, 라돈치치 같은 주축 선수들을 잃으면서 성적 관리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2010년에는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면서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고의 클럽으로 발돋움했다. 2011년에도 재정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K리그 10위로 마감했지만 FA컵 결승에서 수원을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2009년 FA컵 결승에서 수원과의 승부차기 끝에 패했던 악몽을 되갚았다. 예전보다 K리그 성적이 안 좋아졌지만 2010년 AFC 챔피언스리그, 2011년 FA컵 우승을 통해서 과거 '한국 최고의 축구 클럽'으로 군림했던 클래스를 잃지 않았다.
그 밑바탕에는 신태용 감독이 있었다. 신 감독은 1992년부터 2004년까지 성남의 현역 선수로 활약하면서 수많은 업적을 이루었던 '성남 레전드'이자 '우승제조기'로 불린다. 특히 1993~1995년, 2001~2003년 팀의 K리그 우승을 이끈 주인공이다. 지금까지 K리그 3연패는 성남이 유일하며 그것도 두 번에 걸쳐 달성한 성과다. 그 외에도 1996년 아시아 클럽 선수권(AFC 챔피언스리그 전신), 아시안 슈퍼컵, 아프로-아시안 클럽 선수권 우승을 해냈으며 2004년 A3 챔피언스컵 우승으로 아시아 클럽 무대를 빛냈다. 1995년과 2001년에는 K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이력에 이르기까지 역대 K리그 선수 중에서 가장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신태용 감독과 우승의 인연은 지금도 끈끈하다. 감독으로서 2010년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2011년 FA컵 우승을 경험했다. 아직 K리그 우승을 이끌지 못했지만, 팀의 힘들었던 재정 상황을 고려하면 AFC 챔피언스리그-FA컵 우승은 대단한 성과였다. 그리고 2012년. 성남이 현실적으로 우승을 노릴 대회는 피스컵뿐이다. 이미 AFC 챔피언스리그-FA컵에서 탈락했으며 K리그에서는 10위로 추락하면서 사실상 우승 경쟁 대열에서 밀렸다. 성남이 올해 무관을 면하기 위해 피스컵 우승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성남의 피스컵 우승 과정은 절대 만만하지 않다. 오는 19일에 상대할 선덜랜드는 애스턴 빌라(잉글랜드) 사령탑으로서 2009년 피스컵 우승을 경험했던 마틴 오닐 감독이 팀을 지휘하고 있다. 오닐 감독은 평범한 클럽을 프리미어리그의 다크호스로 키우는 기질이 남다른 지도자다. 축구가 감독의 비중이 높은 스포츠임을 상기하면 성남과 선덜랜드의 대결은 신태용 감독과 오닐 감독의 지략 싸움에서 명암이 엇갈릴 것 같다. 이기는 팀이 결승에 진출하는 진검승부. 신태용 감독은 피스컵 우승을 위한 첫 관문으로 오닐 감독을 넘어야 한다.
*본 포스트는 피스컵 공식 블로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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