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리버풀의 감독으로 유명했던 빌 샹클리는 "축구팀은 피아노와 같다. 옮기는 데는 여덟 명이 필요하지만 그 악기를 연주하는 건 세 명 뿐이다"라며 살림꾼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스타 선수가 경기를 지배하려면 살림꾼이 뒤에서 헌신적인 활약을 펼쳐야 가능함을 강조했습니다. 집에서 어머니가 가사 일을 도맡으며 가족들이 일상 생활에 전념하도록 돕는 것과 같은 이치 입니다.

K리그의 수원 블루윙즈도 마찬가지 입니다. 1996년 K리그 참가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우승을 이루면서 중원의 살림꾼들이 팀을 지탱했습니다. 1998년 수원의 첫 K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윤성효, 1990년대 후반 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수원 중원을 주름잡았던 김진우, 2006년 후기리그 우승 멤버였던 김남일, 2008년 수원의 네번째 K리그 우승을 책임진 조원희가 대표적입니다. 네 명은 당시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K리그 톱클래스의 활약을 펼쳤습니다. 윤성효는 고종수, 김진우는 고종수-가비-김두현, 김남일과 조원희는 이관우-백지훈의 수비 부담을 덜어주며 전형적인 홀딩맨의 활약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수원은 윤성효-김진우-김남일-조원희 같은 특출난 살림꾼이 없습니다. 플레이메이커가 없는 아쉬움도 있지만 홀딩맨으로 활용할 스페셜 리스트가 마땅치 않죠. 현재 수원의 지휘봉을 잡는 윤성효 감독이 "선수가 없다"고 발언한 것도 나름의 일리가 있습니다.(그러나 선수가 없다고 하기에는 최근 이적시장에서 너무 많은 선수들을 영입했던) 이용래-오장은 공존 실패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오범석-양준아 같은 윙백들에게 홀딩맨을 맡겼지만 성과가 좋지 못했습니다. 지난 20일에는 제주 미드필더 박현범 영입을 공식 발표하면서 양준아를 트레이드 했습니다.

수원의 박현범 영입은 중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입니다. 박현범이 가세하면서 그동안 대표팀을 병행하며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했던 이용래의 체력적 부담을 덜어주면서, 4-1-4-1 전환시에는 이용래-오장은이 공격에 전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박현범은 이용래-오장은과의 콘셉트가 겹칩니다. 전형적인 공격형 미드필더, 수비형 미드필더도 아닌 4-4-2 중앙 미드필더 또는 앵커맨 성격이 강합니다. 박현범도 이용래-오장은처럼 움직임 및 패싱력에 일가견 있는 선수입니다. 하지만 수원이 원하는 홀딩맨과는 거리감이 있습니다.

그런 수원은 박현범-이용래-오장은을 모두 가용할 경우 기존의 3-4-3에서 4-1-4-1로 전환할 가능성이 큽니다. 더블 볼란치를 세우는 4-3-3 혹은 4-2-3-1 전환도 예상되지만 윤성효 감독은 4-1-4-1을 선호합니다. 박현범이 수비형 미드필더, 이용래-오장은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면서 수원의 허리를 지탱하겠죠. 우선, 세 가지의 장점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수비적인 역할이 많아지면서 공격적인 장점을 활용하기 어려웠던 이용래의 폼이 살아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장은은 자신과 호흡이 잘 맞는 오범석과의 연계 플레이를 늘리면서 때에 따라 슈팅을 시도하는 과감함을 발휘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이용래-오장은은 미드필더로서 득점력이 충분한 이점을 살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박현범이 수비형 미드필더 구실을 못하면 이용래-오장은 조합이 어긋나면서 수원 공격 밸런스가 무너질 우려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4-1-4-1은 공격형-수비형 미드필더 사이의 공간이 벌어지면 상대에게 중앙 공격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수원의 센터백은 발이 느리기로 유명합니다. 센터백들이 골문쪽으로 내려와서 라인을 잡으니까 미드필더들의 수비 가담이 많아지면서 패스 플레이가 살아나지 않는 약점을 아직까지 극복 못했습니다. 그래서 4-1-4-1이 아닌 3-4-3을 활용하며 최근에는 오범석을 센터백으로 내렸습니다. 박현범이 궂은 역할을 능수능란하게 해결하지 못하면 수원 수비의 약점이 노출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박현범의 수비력이 강하지 않습니다. 2009년까지 수원에서 뛸 때는 수비력 약점이 아쉬웠던 선수였습니다. '박에이라(박현범+비에이라)'라는 별명으로 주목 받았던 2008년에는 조원희와 공존하면서 공격적인 재능을 마음껏 활용했지만, 조원희가 떠난 2009년 부터 폼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자기 관리까지 소홀해지면서 결국 제주로 떠나게 됐습니다. 특히 수비력에 있어서는 순발력이 느린것이 흠입니다. 194cm 장신 선수임에도 제공권에서 강한 인상을 주지 못한 단점도 있죠. 그리고 2~3년 전 수원 시절에는 볼을 잘 빼앗기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제주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맹활약 펼쳤지만 4-2-3-1의 더블 볼란치 짝을 이루는 오승범의 살림꾼 모드가 없었다면 수비력이 약하다는 지적을 피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과거의 수원 시절만큼 약하지 않지만요.

현역 시절 반칙왕으로 유명했던 수원 레전드 김진우도 발이 느린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김진우는 상대 공격을 끊어내는 세밀함과 부지런함에 있어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뒤쳐지지 않았습니다. 홀딩맨으로서 궂은 역할을 마다 않는 성실함이 오랫동안 습관에 베이면서 자신만의 클래스를 만들었습니다. 2005시즌에는 이적생 김남일에게 주전 경쟁에서 밀릴 것이라는 외부의 예상과 달리 붙박이 주전을 지키며 김두현을 윙백으로 밀어냈죠. 하지만 박현범은 김진우처럼 수비력에서 농익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가 아닙니다. 다시 돌아온 수원에서 열의를 다하면 수비력 약점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축구 선수의 스타일이 하루 아침에 바뀔수는 없습니다.

수원의 더블 볼란치 전환 가능성도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용래-오장은 중에 한 명은 박현범과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면서 공격적인 재능을 줄여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아직 K리그 이적시장 기간이 더 남았지만, 수원이 홀딩맨을 추가 수혈하려면 박현범-이용래-오장은 중에 1~2명을 벤치로 내리거나 또는 오장은을 오른쪽 윙어로 배치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오장은은 측면에서 뛰었던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수원의 향후 이적시장 행보를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박현범을 영입한 현 시점에서는 기존처럼 살림꾼이 없습니다. 시즌 후반기 대도약을 꿈꾸는 수원의 고민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수원 삼성은 K리그의 영원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화려한 선수 구성으로 '한국의 레알 마드리드'라 불리는 것은 물론 벤치에 앉아 있는 웬만한 선수들은 다른 구단에 가면 붙박이 활약이 보장될 정도의 기량을 소유한 이들이다. 올 시즌에는 정규리그 11연승과 K리그 18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구가하며 불과 얼마전까지 독주 행진을 벌였다.

그런 수원이 7월에 접어들자 혹독한 위기에 봉착했다. 5일 인천전 2-0 승리를 제외한 3경기에서(2일 서울전, 13일 대전전, 20일 성남전) 내리 0-1로 무너진 것. 한때 2위 성남과 9점까지 벌어진 정규리그 승점 차는 어느 새 3점으로 좁혀졌고 일각에서는 현 전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하나 둘 씩 늘어나고 있다. 과연 수원은 무엇이 문제일까.

줄 부상에 시달리는 수비수들, 전력 약화의 근본

차범근 감독은 성남전이 끝난 뒤 "최근 수비진이 워낙 불안해졌다. (미드필더와 공격수들이) 수비 부담을 갖다보니 체력 소모가 많아져 공격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며 수원 부진의 근본적인 원인을 수비력으로 꼽았다.

수원의 가장 큰 문제는 수비수들의 줄 부상으로 인한 전력 누수. 수비의 핵인 곽희주-마토가 부상당하고 양상민, 손승준 같은 젊은 수비수들까지 부상으로 출전할 수 없어 정상적인 포백을 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에는 송종국이 센터백으로 전환했으며 미드필더 옵션이었던 김대의와 홍순학, 남궁웅, 조원희가 수시로 풀백을 맡을 정도로 '짜깁기 수비라인'을 가동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시즌 초반 '곽희주-마토'를 앞세운 수원 수비의 막강한 모습은 7월에 이르러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7월에 내준 3골 모두 수비수의 실책에서 비롯됐는데, 서울전에서는 수비수 4명이 우물주물한 움직임 속에 판단 착오로 골을 내줬고 대전전 실점은 공을 걷어내려다 오히려 상대방에게 빼앗긴 송종국의 실수로 비롯됐다. 성남전 실점 역시 두두를 압박하지 않던 이정수의 집중력이 아쉬운 대목이었다. 수비 실수가 계속되는 악순환이 '악몽같은' 7월을 보내는 수원을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7월 0-1 패배 3경기, '골이 없었다'

수비수 줄 부상으로 인한 수원의 전력 누수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7월 4경기에서 0-1로 무너졌던 경기가 3경기였으며 서울-대전-성남전에서 어느 누구도 골을 넣지 못했다. 3경기 모두 상대팀 보다 더 많은 슈팅을 시도했음에도(서울전 19-9, 대전전 16-13, 성남전 15-11...수원이 우세) 한 골도 뽑지 못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원의 한 관계자는 14일 < 스포츠서울 >을 통해 "우리 팀은 신영록, 서동현 등 올림픽팀 멤버들이 주 공격수들인데 이들이 올림픽팀 훈련에 왔다갔다 하면서 정상 플레이를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렇다 보니 공격수 끼리의 조직력 허점이 나타났고 '서로의 간결한 호흡이 필요한' 공격 전개의 맥이 약화됐다. 여기에 득점력이 강한 김대의가 계속 풀백으로 기용된 것과 이타 성향이 출중했던 루이스의 팀 이탈로 측면 공격이 약화된 것도 부담이다.

팀 내 득점 1위 에두가 7월 들어 골 침묵에 빠진 것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부분. 그는 7월 4경기에서 서동현(10개) 신영록(9개)보다 더 많은 17개의 슈팅을 날렸음에도 단 한 골도 상대팀 골망을 출렁이지 못했다. 신영록은 4월 20일 울산전 결승골 이후 80일 동안 기나긴 골 침묵에 빠졌으며 서동현은 결정적인 상황에서 골대 바깥을 스치는 장면이 많았던 것이 흠이다.

시간이 필요한 루카스, 경쟁에서 밀린 안영학

수원의 또 다른 외국인 공격수 루카스의 부진도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지난 5일 인천전서 첫 선을 보였던 루카스는 최전방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해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4년부터 올해까지 프랑스 1부리그와 2부리그를 오가는 아삭시오에서 주전 공격수로 뛰었던 그가 새로운 팀인 수원에서 주 공격 옵션으로 발돋움 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까지 부산의 특급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안영학의 슬럼프도 눈에 띄는 부분. 그는 자신의 포지션 경쟁자인 조원희-박현범-남궁웅-홍순학-조용태 등에 밀리며 올 시즌 5경기 출장에 그쳤다. 지난 17일 서울과의 2군 경기에서 골을 넣으며 부활 조짐을 보였지만 20일 성남전 엔트리에 끼지 못하는 수모를 당하며 사실상 주전 경쟁에서 탈락했다. 줄 부상을 안고 있는 수원 1군에 그의 존재가 보이지 않는 것은 결코 지나칠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수원에 있어 7월은 악몽 같았지만 8월말까지 이어지는 베이징올림픽 공백 기간을 통해 호흡을 가다듬을 만한 충분한 시간이 있다. 부상 선수들이 팀 전력에 복귀할 수 있는데다 부진했던 선수들이 자신의 출중했던 기량을 되찾을 여유가 있다. 다음달 23일 경남전을 시작으로 인천-부산 등 비교적 손쉬운 상대와 경기를 치른다는 점에서 어려운 고비를 끝낼 기회를 맞게 됐다.

'잔인한 달' 7월을 보낸 수원이 과연 시즌 후반 어떤 성적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