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이 지난 30일 캐피털 원 컵 4라운드 첼시전에서 후반 36분에 교체 투입하면서 6개월 만에 공식 경기에 나섰다. 아스널이 0-2로 뒤진 상황에서 마지막 조커로 나섰으나 자신만의 경쟁력을 보여주기에는 추가 시간을 포함한 13분이 짧았다. 그럼에도 2013/14시즌에 첫 출전했다는 점에서 국내 축구 여론의 반가움을 얻은 것은 분명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박주영이 한국 대표팀에 복귀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차범근 SBS 해설위원과 박종환 전 대구 감독 같은 축구인들도 박주영이 대표팀에 필요하다고 밝혔다. 홍명보호 원톱에 가장 적합한 선수이자 각급 대표팀을 통틀어 유일하게 잘했던 공격수 또한 박주영이었다. 지난 5년 동안 한국 대표팀에서 제 몫을 다했던 공격수로서 박주영을 두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다.(나머지 한 명은 2011년 아시안컵의 지동원) 문제는 홍명보 감독이 박주영을 대표팀에 복귀시킬 명분이 부족하다.
[사진=박주영 (C)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arsenal.com)]
박주영의 첼시전 13분 출전은 큰 의미가 없다. 아무리 올 시즌 첫 출전했다고 캐피털 원 컵은 프리미어리그와 UEFA 챔피언스리그보다 비중이 떨어진다. 두 대회에 비해서 백업 멤버들의 출전 빈도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특히 아스널은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는 특성상 캐피털 원 컵에서 최정예 멤버를 활용하기 어렵다. 이번 첼시전은 런던 라이벌 맞대결로서 양팀 모두 지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아르센 벵거 감독은 팀이 지고 있던 후반 중반에 메수트 외질과 올리비에 지루를 교체 투입시켜며 반전을 노렸다. 그러나 패색이 짙어지자 박주영이 마지막 조커로 나왔다.
경기 종료 후에는 벵거 감독이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박주영이 훈련에서 괜찮은 모습을 보여 경기에 내보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말을 했다고 박주영의 팀 내 입지가 과연 좋아질지는 의문이다. 지루가 아스널의 주전 원톱인 것은 여전한 사실이며 두번째 원톱 옵션으로 꼽히는 니클라스 벤트너의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 3경기 총 출전 시간은 24분에 불과했다.(추가 시간 제외) 박주영이 벤트너보다 입지가 좋아도 지속적인 출전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박주영의 첼시전 13분 출전은 대표팀 발탁의 명분으로 삼기에는 매우 부족하다. 아스널에서 지속적으로 교체 출전하면 대표팀 복귀 가능성이 무르익을 수도 있으나 지난해 런던 올림픽 이후 90분을 지속적으로 뛰지 못했다. 한국 대표팀의 주전 원톱이 되더라도 90분 동안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보여줄지 알 수 없다. 런던 올림픽에서는 결과적으로 제 몫을 다했으나 동메달 결정전 일본전 결승골 이전까지는 매끄럽지 못한 경기력을 보였다. 본선 경기를 통해 실전 감각을 되찾은 끝에 일본전에서 맹활약 펼쳤다. 이러한 현상이 앞으로 다가올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 재현되는 것은 좋지 않다.
만약 박주영이 홍명보호에 발탁된다고 가정해보자. 그는 브라질 월드컵 본선 첫 경기부터 최상의 몸놀림을 과시하며 상대 수비진을 공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속팀에서 많은 시간 투입해야 한다. 월드컵 본선 이전에 대표팀이 몇 차례 평가전을 치르겠으나 그때는 대표팀 최종 엔트리 발탁 전후에 벌어질 일이다. 박주영의 현재 행보로는 최종 엔트리에 포함될 가능성을 확신하기 어렵다. 내년 1월 이적시장에서 이적 또는 임대를 통해 다른 팀으로 떠나며 실전 감각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앞으로 다가올 11월 A매치 두 경기(스위스전, 러시아전)를 놓고 보면 박주영의 대표팀 복귀는 시기상조다. 한국 대표팀의 원톱 문제도 이제는 이근호 맹활약에 의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최근 대표팀에서 제외된 김신욱은 K리그 클래식 득점 1위에 오르며 대표팀 발탁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대표팀에서 여전히 박주영의 존재감은 크겠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플랜B의 경쟁력이 점점 강해지는 추세다.
물론 이근호는 전형적인 공격수가 아니다. 하지만 손흥민-구자철(또는 김보경)과 공존하려면 원톱으로 올라올 수 밖에 없다. 지난 2년 동안의 대표팀과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력을 놓고 볼 때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 필요한 공격 옵션임에 틀림 없다. 2선이 쟁쟁한 대표팀 특성상 원톱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월드컵 드림을 향한 이근호의 노력을 믿어봐야 할 때다. 우리는 2011년 아시안컵에서 지동원이 박주영 부상 공백을 메우며 제 몫을 다했음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