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10.06 홍명보에게서 명장의 향기가 난다 (44)
  2. 2009.03.15 맨유는 패했지만 퍼거슨은 잘했다

 

"젊은 감독, 스타 플레이어 출신의 감독은 명장이 될 수 없다"

축구에서는 감독과 관련된 한 가지 편견이 있습니다. 젊은 감독과 스타 플레이어 출신의 감독은 명장이 될 수 없다는 것이 그것이죠. 감독이라는 직업은 오랫동안 선수들을 지도했던 경험과 선수 장악력, 그리고 전술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선수와는 체계가 다릅니다. 그래서 젊은 감독과 스타 플레이어 출신의 감독이 지도자로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결국에는 이것이 편견으로 굳어졌습니다.

하지만 편견은 편견일 뿐입니다. 선수와 감독으로서 모두 성공한 지도자들도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죠. 지난 시즌 FC 바르셀로나의 트레블(3관왕)을 이끈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 AC밀란에서 화려한 선수 시절을 보낸 카를로 안첼로티 첼시 감독이 대표적 예입니다. 그 외에도 베른트 슈스터 전 레알 마드리드 감독, 프랑크 레이카르트 갈라타사라이 감독, 둥가 브라질 대표팀 감독을 비롯해서 K리그에서는 최강희 전북 감독과 김호 전 대전 감독이 있습니다.

한국 U-20 청소년 대표팀 사령탑을 맡는 홍명보 감독(40)도 성공을 향해 전진중입니다. 감독 자격으로서 처음 메이저급 국제대회에 출전하여 지도력을 검증받게 된 것이죠. 그런데 감독으로서 젊은 나이인 40세에 일찌감치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한국 대표팀의 U-20 월드컵 8강 진출을 이끈 것이죠. 유럽 강호 독일을 상대로 1-1 무승부를 거두더니 미국과 파라과이를 상대로 3-0 완승을 거두고 8강 무대에 올랐습니다. 한국 축구가 국제 무대에서 고전했던 흔적이 많았음을 상기하면 홍명보호의 저력이 실로 대단합니다.

홍명보 감독은 7년 전인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진출을 이끌었던 주장이자 명 수비수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당시 한국은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같은 우승 후보들을 차례로 격파하고 4강에 진출했습니다. 감독으로 대표팀에 문을 두드린 홍명보 감독은 그때의 영광을 지금의 청소년 대표팀 선수들에게 물려주고 있습니다. 이미 8강 진출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하지만, 한일 월드컵에 이은 또 한 번의 4강 진출을 위해 힘찬 도전길에 나섰습니다.

한 가지 주목되는 것은, 홍명보호가 U-20 월드컵 8강에 진출한 과정이었습니다. 그 과정을 놓고보면 홍명보 감독이 사령탑으로서 앞으로 성공적인 행보를 걸을 것임을, 그리고 축구팬들의 믿음과 신뢰를 얻을 명장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했습니다. 감독은 전술 능력으로 말하는 것 처럼, 홍명보 감독도 전술로서 명장이 될 수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줬습니다.

한국의 16강 경기였던 파라과이전은 '점유율의 승리' 였습니다. 전반 15분 볼 점유율에서는 46-54(%)의 열세를 나타냈지만 34분에는 54-46으로 역전했습니다. 45분에는 63-37의 우세를 나타냈고 경기 분위기를 장악했던 후반전에 3골 몰아쳤습니다. 경기 초반에 공격보다 수비에 중점을 두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펼치면서 미드필더진을 조금씩 상대 진영으로 끌어올리는 홍명보 감독의 지략이 적중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는 수비수-미드필더-공격수로 이어지는 간격을 최대한 좁히며 패스 위주의 경기를 펼쳤습니다. 백패스, 롱패스, 스루패스, 전진패스 등등 여러 패턴의 패싱력을 앞세워 경기를 주도했습니다. 공교롭게도 한국은 독일-미국-파라과이전에서 상대팀보다 볼 점유율, 패스 성공률, 패스 시도 횟수가 많습니다. 이것은 홍명보호가 상대팀보다 볼 키핑력이 좋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독일-미국-파라과이 같은 축구 강국과 다크호스를 상대로 경기 내용에서 우세를 점한 것은 감독의 지략 능력이 일가견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한국은 후반전이 되면 전반전보다 왕성한 활동 폭과 부지런한 움직임을 뽐냈으며 손쉽게 경기를 장악했습니다. 그래서 독일전에서 김민우가 0-1로 뒤진 후반 25분에 동점골을 넣을 수 있었고 파라과이전에서는 후반 10분부터 25분까지 15분 동안 세 골 몰아쳤습니다. 이것은 홍명보호 선수들의 체력이 뛰어남을 의미합니다. 홍명보 감독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을 통해 체력 강화의 노하우를 길렀던 것이 청소년 대표팀에서 효과를 봤습니다.

선수 구성도 탁월했습니다. 홍명보 감독은 2개 이상이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을 대표팀에 발탁 했습니다. 대표팀 주장인 구자철은 공격형, 수비형 미드필더 포진이 가능하며 이승렬-조영철-박희성-김보경은 좌우 윙 포워드와 중앙 공격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습니다. 파라과이전에서 2골을 넣은 김민우는 왼쪽 윙 포워드와 풀백을 맡는 전천후 멀티 플레이어 자원입니다. 이것은 멀티 플레이어의 중요성을 강조한 히딩크 감독의 전술 운용과 흡사합니다.

홍명보 감독은 '한국 축구의 신성' 기성용 없이도 U-20 월드컵에서 8강 진출을 달성하는 쾌거를 달성했습니다. 김보경-구자철-문기한의 능력이 세계 축구 무대에서 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것이죠. 또한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넣은 7골 중에 프로 선수가 넣은 골은 구자철의 미국전 페널티킥 뿐입니다. 김민우와 김보경, 김영권은 아마추어(대학생) 선수들입니다. 이것은 홍명보 감독이 특정 선수의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타입의 지도자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홍명보 감독은 파라과이전 종료 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U-20 월드컵에서 한번도 못 이겼던 미국과 파라과이를 넘었다. 그것만으로도 역사는 달성됐다. 다음 목표는 8강에서 승리해 준결승에 가는 것이다. 솔직히 선수들이 이렇게 잘 해줄 줄 알았다. 믿고 있었다."라고 8강 진출의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습니다. 자신의 전술을 충분히 이행한 선수들에게 언론을 통해 고마움을 표시한 그의 명장 자질을 알 수 있습니다.

홍명보 감독은 초보 감독입니다. 감독으로서 나이가 젊기 때문에 실전에서 실수가 속출할 가능성이 다분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달랐습니다. 다른 명장 못지 않게 전술 능력에서 전략적인 기질을 보이며 미국, 파라과이를 제압하고 8강에 진출했습니다. 38세의 과르디올라 감독이 프로 첫 시즌이었던 지난 시즌에 바르셀로나의 트레블을 이끌었듯, 홍명보 감독도 과르디올라 감독처럼 젊은 나이에 명장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라이너스 2009.10.06 09: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홍명보 너무 좋아하는 선수였죠.^^
    지금은 사령탑으로^^
    잘보고갑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 대구고대 2009.10.06 12:50  댓글주소  수정/삭제

      홍명보가 최고인 이유는 민족고대출신이기 때문이다.
      좌빨들이 황선홍을 추천했었지만, 황선홍이 감독이었다면 우린 예선3패로 탈락했을것이다.
      앞으로 감독은 민족고대출신이 맏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성인 대표팀도 빨리 민족고대출신 감독이 해야한다.
      지금 대표팀이 이렇다할 성적이 안난다. 왜냐하면, 감독이 연세대 출신이라서 그런거다.

      민족고대는 군대식이고 상명하복이다. 연세대는 인간적이고 신사적이다. 축구에서 누가더 좋은 성적을 낼까?
      우리나라 운동하는 애들 안맞으면 성적 안나온다.
      그래서 민족고대가 감독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 어이.. 2009.10.06 14: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나도 고대생이지만 대구고대 같은 사람을 보면 부끄럽다 ㅡㅡ

    • 대구고대.. 2009.10.06 14:19  댓글주소  수정/삭제

      황선홍 건대 출신인데.. 그리고 축구를 학벌로하냐? 너같은 사람이 있으니까 축구도 줄타서 하지.. 진짜 한심하다. 너같은 애들이 고대 물흐린다. 아니지.. 너같은 애가 고대출신이겠냐? 그냥 못가서 부러워 그러는 거겠지머. 힘내라! 글고 짜장면 불기전에 얼렁 배달이나 가고..
      사장님 안달난다~ㅋ

    • 나도고대 2009.10.06 15:40  댓글주소  수정/삭제

      홍명보랑 동기학번이긴 해서 기분은 좋은데...
      대구고대같은 교우인지 아닌지 하는 사람들때문에 쪽팔리다.고대가 군대식이고 상명하복이라고? 그것이 고대를 망치는 지름길이다.참 창피해..

    • 나이스블루 2009.10.06 23: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라이너스님도 행복한 밤 되세요...^^

      언제나 고맙습니다...^^

  2. Boramirang 2009.10.06 09: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첫 게임을 대하면서 잘해줄것으로 믿었는데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얼마나 기분좋던지요. 마치 2002월드컵을 보는듯 기분좋았는데 홍명보감독도 디~게 좋아하더군요. 마치 아이들 처럼 말이죠. 신나는 날입니다. ^^

  3. 칫솔 2009.10.06 10: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첫경기 볼 때만 해도 앞이 깜깜했는데, 독일전은 완전히 분위기가 달라서 깜짝 놀랬더랬죠. 그 뒤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승리를 거두고 있어 기쁘네요. 앞으로 잘 회복해서 남은 세 경기(?)도 잘 치렀으면 좋겠어요. ^^

  4. 영웅전쟁 2009.10.06 10: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자질과 인격적인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는 느낌을 저도 효리사랑님 처럼 느끼고 있습니다. ㅎㅎ
    기성용이 없어 일말의 불안감을 잘 해소해주는 ㅋ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멋진 하루 열어가시길 바랍니다.

    • 나이스블루 2009.10.06 23: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 혼자만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마치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 야구 선수단을 보는 듯한 느낌이에요. 이상하게도 그때의 포스가 지금의 홍명보호에서 느껴지더군요.

      즐거운 밤 되세요...^^

  5. 티런 2009.10.06 10: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폭 지지합니다.^^ㅎㅎ
    효리사랑님 추석잘보내셧죠~

  6. 감자꿈 2009.10.06 10: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맞아요. 편견은 편견일 뿐이죠.
    홍명보 감독 파이팅입니다. ^^

  7. 모세초이 2009.10.06 12: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새벽에 보는데, 홍명보 선수 웃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너무 좋더라구요~ 활짝 웃으니까 더 간지남인듯 ㅎㅎ 한국의 진정한 스타감독이 탄생하는 것 같아서 너무 기쁩니다~

  8. 달려라꼴찌 2009.10.06 12: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히딩크 감독을 많이 닮은 듯 합니다.

  9. 어신려울 2009.10.06 12: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홍명보 감독 지금 잘하고 잇는거 맞죠..
    오늘새벽인데 축구를 못보고 3대0으로 이겼다는 승전보만 듣고 있네요.
    4강에 이어 결승까지가서 꼭 우승의 미소를 지엇으면 하네요..

  10. 고요호수 2009.10.06 13: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확한 분석 감사합니다..요즘 한국축구계에 인재들이 쏟아지는것 같아서 흐뭇하네요..박주영,이청용은 물론이거니와 청소년대표팀들도 대학축구를 다시보게 만들만한 경기력을 보여줫고 그들을 또 잘 조련한 홍명보감독의 역량에 또 감탄했습니다..요즘 축구 볼맛 나는군요^^

  11. 보안세상 2009.10.06 13: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홍명보 감독님 믿습니다!!!

    아직은 어린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결과인것같습니다.

  12. 임현철 2009.10.06 14: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단한 일입니다.

  13. blue paper 2009.10.06 14: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차세대 국가대표감독으로 성장해 나가시길 ~!!!!

  14. ㅂㅅ 2009.10.06 16: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축구가 학교 출신이랑 뭔 상관이냐? ㅉㅉ 학연/지연으로 똥줄타는 거지 근성은 언제 버릴건지.

    어디서 고대출신이라고 나대지말로 민족이라는 말 함부로 달지 말고

  15. ㅂㅅ 2009.10.06 16: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암튼 홍명보감독 서정원코치 김태영코치.. 그대들 이름만 들어도 벅찹니다~ 화이팅!!ㅎ

  16. bong 2009.10.06 16: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보고갑니다^^
    읽고 보니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걸요~~ 알찬 분석 인상적입니다ㅎㅎ

  17. 넷테나 2009.10.07 08: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파라과이전 하이라이트를 보니 시원시원하니 기분좋게 골을 넣었더군요
    아주 그냥 우승했으면 좋겠구만요...ㅋㅋ

  18. 태현 2009.10.07 13: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결승진출이 목표던데, 경기운용능력과 컨디션 상태를 보니 허세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선수들도 감독도 정말 기대가 되는군요. 결과에 관계없이 너무 만족스럽습니다. 미래도 낙관적이구요. =)

  19. 2009.10.07 19: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또 사람들 왠지 이러다가 조금이라도 주춤하면 욕할 것 같아....
    계속 열심히 응원해줍시다^^!!!
    잘할땐 박수를 조금 주춤거려도 격려를!!!
    홍명보 감독님 파이팅> <!!!

  20. Soul. 2009.10.10 13: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기자들도 그렇고 네티즌들도 그렇고 냄비근성만 안보여줬으면 좋겠네요. 조금 못하면 바로 욕부터 하니 원 ㅡㅡ 선수시절때 바르셀로나에서 입단 제의 왔는데 소속팀에서 반대해서 못갔다고 하시던데 그거보고 많이 안타까웠는데.. 이젠 감독으로 이름 날려서 대한민국의 레전드가 되셨으면 좋겠네요 ㅋㅋ

 

올 시즌 5관왕 및 프리미어리그 3연패를 노리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그것도 올드 트래포드에서 굴욕을 당하리라 예견한 이는 거의 없었습니다. 올 시즌 리그 홈 경기에서 12승1무의 높은 성적을 자랑했고 지난 12일 인터 밀란과의 홈 경기에서도 2-0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에 이번 리버풀전에서도 승리를 거둘 가능성이 컸기 때문입니다. 맨유가 2004년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 부임 이후 리버풀을 상대로 7승1무2패의 높은 성적을 거두었기 때문에 이 경기에서 패하리라 예상한 이들이 드물었습니다.

그러나 축구는 '각본없는 드라마'라는 말이 있듯, 맨유가 리버풀에게 1-4 대패를 당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맨유전 이전까지 리그 3위였던 리버풀이 우승 레이스에서 멀어지는 절박감 속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강인한 응집력을 앞세워 승리한 것은 극찬받아야 마땅할 것입니다. 반면 안방에서 대패의 충격을 받은 맨유 입장에서는 이번 경기 패배를 쉽게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 했습니다.

많은 축구팬들은 맨유의 결정적 대패 원인을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박지성 교체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박지성은 루니-호날두-테베즈가 전반 30분 이후 기동력 저하로 주춤하자 적시적소에 맞는 빠른 타이밍의 패스로 팀 공격을 주도했지만 후반 27분에 교체되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후반 중반까지 공격 주도권에서 우세를 점하던 맨유의 공격이 리버풀의 역습에 밀리는 역효과로 이어졌으며 '비디치 퇴장과 맞물려' 후반 막판 2실점을 헌납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리버풀전에서 좋은 경기력을 펼친 박지성을 뺀 퍼거슨 감독의 용병술 실패였던 것입니다.

퍼거슨 감독의 악수는 이것 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3경기를 소화했던 '에브라-비디치-퍼디난드-오셰이'로 짜인 포백을 리버풀전에서 그대로 들고 나온 것입니다. 지난 8일 풀럼전과 12일 인터 밀란전에서는 무실점 수비를 펼쳤지만 지친 몸 상태에서 리버풀전을 치렀기 때문에 퍼거슨 감독의 로테이션 작전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네 명의 수비수들을 리버풀전에 그대로 투입시키더니 '제토라인' 제라드와 토레스에 끌려다니는 불안한 모습을 일관했던 것입니다. 호날두에 의존하는 단조로운 공격 전술과 지난 시즌에 비해 활약상이 떨어지는 안데르손 투입에 이르기까지, 여기까지는 퍼거슨 감독의 '완벽한 패배'였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리버풀전은 퍼거슨 감독의 전술적인 패착에서 비롯된 대패였지만 한편으로는 퍼거슨 감독이 이번 경기에서 자신이 명장임을 또 한번 증명했기 때문이죠. 지난 2007년 9월 잉글랜드 대중지 <타임즈>로 부터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감독으로 인정받았단 그였기에 리버풀전 한 경기 패배 만으로 '졸장'처럼 다루는 것은 분명 무리가 큽니다.

명장은 크게 3개의 조건으로 구별됩니다. 때로는 따뜻한 마음으로 선수들을 격려하고(덕장) 때로는 야단치면서 선수들을 휘어잡고(용장) 때로는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자신의 머리를 짜내며 온갖 전술들을 구사하는(지장) 장점들을 모두 갖춰야 명장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퍼거슨 감독은 이번 리버풀전에서 자신의 판단 미스로 지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덕장으로서의 면모 만큼은 칭찬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퍼거슨 감독은 경기 종료 후에 가진 인터뷰에서, 후반 31분 퇴장 및 1-4 대패의 빌미를 제공했던 비디치를 꾸짖기는 커녕 위로의 마음을 전하며 다음 경기에서 좋은 모습 보이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는 "(네마냐) 비디치는 올 시즌 우리를 위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꾸준한 활약을 펼친 선수다. 선수들은 쉬어야 할 때가 있는 법인데 비디치는 한 명의 사람이고, (리버풀전에서) 실수를 범했다. 모든 선수들은 실수를 한다. 단지 우리의 희생이 컸을 뿐이다(Nemanja has been unbelievably consistent for us this season. Players do have off days, and he’s made a mistake. He’s a human being, all players make mistakes. It’s just a costly one for us.)"라며 1-4 패배로 절망하고 있을 비디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위로의 말을 꺼낸 것입니다.

다른 감독이라면 비디치에게 엄청난 질타를 가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퍼거슨 감독은 오히려 비디치를 옹호했습니다. 맨유가 올 시즌 5관왕을 바라보기까지 가장 결정적인 공헌을 한 선수가 다름아닌 비디치이기 때문이죠. 비디치는 올 시즌 42경기에서 6골을 기록하여 '골 넣는 수비수'로 명성을 떨쳤지만 다른 누구보다 많은 경기에 출장하면서 최근 수비에서의 집중력과 체력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남기고 말았습니다. 육체적으로 힘들어하고 있을 비디치를 많은 경기에 선발 출장시켰던 퍼거슨 감독으로서는 제자에게 미안할 수 밖에 없는 법이죠. 수비수는 10경기 중에 1경기만 못해도 사람들의 욕을 먹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퍼거슨 감독이 이를 모를리 없는데다 이들의 고충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퍼거슨 감독이 비디치에게 화를 내기보다는 그의 마음을 위하는 말을 한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비디치를 향한 퍼거슨 감독의 발언을 립서비스로 여기고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박지성은 경기 종료 후 퍼거슨 감독이 선수들에게 화를 냈냐는 기자의 질문에 "큰 소리로 이야기하시지는 않았다. 조용한 목소리로 말씀을 하셨다"고 말한 것 처럼 퍼거슨 감독은 어느 누구에게도 화를 내지 않았습니다. 이는 비디치를 향한 퍼거슨 감독의 발언이 자신의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따뜻한 진심' 이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비디치를 옹호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예전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경기 내용이 좋지 않을 경우 라커룸에서 스코틀랜드 특유의 거센 억양(퍼거슨 감독은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엄청난 화를 내는 것과 동시에 주변 집기를 발로 걷어차거나 물건을 내던지며 선수들을 독려하는 등 승부에 대한 집착이 심하기로 유명했던 지도자였습니다. 평소 다혈질 성격 때문에 주변으로부터 좋지 못한 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었죠. 2002/03시즌 도중 맨유 최고의 인기스타였던 데이비드 베컴의 얼굴에 축구화를 던진 사례는 여전히 우리들에게 유명한 이야깃거리로 회자되고 있습니다.(스타 플레이어에 대한 불만 때문이기도 하지만요.)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승부에 대한 집착을 하기 이전에 선수들을 진심으로 아끼는 덕장 이었습니다.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간단하고 힘이 실린 발언으로 그들의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 '촌철살인'이 바로 그것이죠. 퍼거슨 감독이 비디치를 위로하는 것 역시 촌철살인의 대표적인 예를 나타내고 있는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박지성도 퍼거슨 감독의 배려 속에 맨유에서 성공적인 활약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박지성은 2006/07시즌 초반 부상으로 장기간 엔트리에서 제외되자 현지 언론으로부터 팀 전력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혹평을 받았습니다. 이에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은 맨유에서 가장 저평가된 선수 중에 한 명이다. 그는 맨유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라고 박지성을 극찬한 것입니다. 이에 박지성은 2006년 12월 부상 복귀 후 10경기에서 5골 2도움을 기록하며 자신을 향한 비판을 모두 잠재운 것과 동시에 퍼거슨 감독의 믿음에 부응할 수 있었습니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는 올 시즌 초반 기대 이하의 활약으로 먹튀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지만 퍼거슨 감독의 보호속에 이름값을 해낼 수 있었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해 11월 1일 맨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베르바토프가 게으르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그는 움직임에 있어 매우 효율적이며 골 넣을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움직임이 환상적이다"며 외부 여론에서 게으른 선수로 낙인찍힌 베르바토프를 옹호한 것입니다. 퍼거슨 감독은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4일 잉글랜드 일간지 <데일리 스타 선데이>를 통해 "나는 베르바토프가 느리거나 게으르다는 사람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웨인 루니보다 더 많이 움직인다"고 주장하며 제자에게 힘을 실어준 것입니다. 이에 베르바토프는 퍼거슨 감독의 기대에 힘입어 시즌 중반부터 골을 몰아치면서 맨유 공격의 중심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퍼거슨 감독이 비디치에게 의미심장한 긍정적 말을 내뱉은 것은 그가 박지성과 베르바토프의 전례처럼 앞으로의 경기에서 좋은 모습 보여주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비디치는 비록 리버풀전에서 1-4 대패의 빌미를 제공했지만 앞으로 중요한 경기들이 여럿 남았기 때문에 이전보다 더 좋은 수비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겠지요. 무엇보다 퍼거슨 감독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얻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앞으로 그라운드에서 최상의 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됩니다. 비록 퍼거슨 감독은 리버풀전에서 자신의 판단 미스로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선수를 애뜻하게 아끼는 덕장으로서의 임무를 충실히 했습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