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축구 대표팀의 에이스인 나카무라 슌스케(31, 에스파뇰)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나카무라는 셀틱 소속으로서 스코틀랜드 리그 최우수 선수에 오르며 지난 여름 스페인으로 둥지를 틀었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는 순탄치 않습니다.

나카무라는 올 시즌 소속팀의 리그 8경기 중에 6경기에 출전했고 그 중 5경기에 선발 출전했습니다. 하지만 풀타임 출전한 것은 두 번에 불과하며 지난달 4일 비야 레알전에서는 부상 없이 전반 19분만에 교체되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소속팀의 리그 3경기 중에 2경기를 결장하면서 주전에서 제외 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공격 포인트도 지난 9월 23일 말라가전 도움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러한 나카무라의 기대 이하 행보는 이미 예견 되었던 부분입니다. 나카무라의 폼은 셀틱에서 뛰었던 지난 시즌부터 떨어지기 시작했으며 체력을 비롯한 전반적인 기량이 더 이상 오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여름에 친정팀인 일본 J리그 요코하마 마리노스로 복귀할 예정이었으나 낮은 몸값 제안에 실망해 다시 유럽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그래서 스페인 에스파뇰로 이적해 유럽에서 자신의 기량을 화려하게 꽃피울 수 있는 기회를 맞았지만 지금까지의 활약상은 많은 이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나카무라는 지난 2일 국내 축구 언론사 <스포탈 코리아>와의 현지 인터뷰를 통해 "이곳에는 상대하는 팀들이 모두 강하다.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 뿐 아니라 모든 팀들이 상대하기 어렵다. 우리 팀이 상위권 팀이 아니기에 더욱 그런 편이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나카무라가 속한 에스파뇰이 강팀이 아닌 점도 작용하지만(현재 8위), 이것은 동양인 선수가 스페인에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본 대표팀의 에이스가 프리메라리가의 중위권 팀에서 충분한 주전 확보를 보장받지 못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나카무라의 행보는 무언가 익숙한 느낌을 줍니다. 바로 동양인 축구 선수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실패 사례입니다. 지금까지 동양인 선수, 즉 한국과 일본 선수가 스페인에서 성공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특히 유럽의 빅 리그 같은 경우 한국인 선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일본인 선수는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성공한 사례가 있지만 스페인은 아직까지 이름을 떨친 선수가 없습니다. 현존하는 아시아 선수 중, 프리메라리가에서 자리잡은 선수는 이란 미드필더 자바드 네쿠남, 마수드 쇼자에이(이상 오사수나) 뿐입니다. 

일본 선수들의 기술력은 아시아 최고 입니다. 하지만 기술축구의 요람지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성공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2000년 1월 조 쇼지(전 바이돌리드) 니시자와 아키노리(전 에스파뇰) 오쿠보 요시토(전 마요르카)가 실패했습니다. 한국 선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천수(전 레알 소시에다드&누만시아) 이호진(전 라싱 산탄테르)이 프리메라리가 경기에 출전한 경험이 있지만 일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경기력 부진 및 적응 난조로 결국 '스페인 드림'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반면 한국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일본은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성공한 선수들이 여럿 있습니다. 한국은 박지성-이영표가 성공했고 최근에는 이청용이 자리잡는 모양새입니다. 일본은 나카타 히데토시-나카무라 슌스케-모리모토 다카유키가 성공했고 1999/2000시즌에는 나나미 히로시가 당시 강등팀이었던 베네치아의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한 바 있습니다.

이것은 한국과 일본 선수의 스타일이 각각 프리미어리그, 세리에A에 적합함을 의미합니다. 특히 잉글랜드에서 성공적인 행보를 걸었던 한국 선수들의 공통점은 모두 측면 옵션입니다. 잉글랜드는 강한 압박과 빠른 공수 전환에 필요한 부지런한 기동력과 강철 체력으로 기술력 부족을 만회할 수 있습니다. 박지성이 바로 그런 케이스입니다. 특히 측면은 중앙에 비해 전방으로 돌파할 수 있는 공간이 종종 벌어지기 때문에 한국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일본 축구는 아직까지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한 선수를 배출하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프리메라리가 스타일이 프리미어리그와 서로 다르다는 점입니다. 프리메라리가는 기동력보다는 기술의 효율성과 세기, 타이밍을 중요시하는 세밀한 축구를 합니다. 동료 선수보다 더 많이, 더 열심히 뛰는 것 보다는 얼마만큼 공을 열심히 다루고 패스와 크로스를 통해 공격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에 초점을 맞춥니다. 상대 수비진을 뚫을때는 크로스와 후방에서 찔러주는 롱패스보다는 짧은 패스를 활발히 연결하여 공을 오랫동안 소유하는데 중점을 둡니다. 프리미어리그보다 공격 속도가 느리지만 기술적이고 아기자기한 축구에서 강점을 발휘합니다.

이천수가 2000년대 초중반 스페인에서 실패한 이유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천수는 국내 톱클래스의 기동력과 체력, 그리고 공격수로서 탁월한 센스를 자랑했지만 2003년 유럽 진출 과정에서 길을 잘못 선택했습니다. 프리메라리가에 진출했지만 상대 수비를 뚫을 수 있는 기교와 민첩성이 부족했고, 전방 공간을 뚫기 위해 기동력에 승부수를 띄웠으나 볼 키핑력 부족으로 상대의 오밀조밀한 압박을 뚫지 못했습니다. 패스 연결 과정도 동료 선수보다 타이밍이 느렸고 좁은 공간에서의 볼 처리도 미흡했습니다. 이천수의 장점은 프리미어리그에서 꽃피울 수 있었기 때문에 스페인 실패가 아쉽습니다.

(참고로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이 2003년에 이천수 영입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에인트호벤에서 실력을 검증받아 프리미어리그로 진출했다면 이천수의 축구 인생은 지금보다 좋아졌을지 모를 일입니다.)

일본 선수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일본 선수들은 아시아에서 기술력이 뛰어나지만 프리메라리가를 주름잡는 스페인과 남아메리카-멕시코-아프리카 선수에 비해 기술의 임펙트가 부족합니다. 그리고 피지컬 열세에 고질적인 약점이 있기 때문에 작은 체구를 지닌 상대팀 선수의 끈질긴 압박에 맥 없이 무너질 때가 있습니다. 조 쇼지-니시자와-오쿠보가 부진했던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반면에 나카무라는 일본 선수 중에서 기술이 무르익은 케이스에 속하지만 스페인에서 험난한 행보를 보내고 있습니다. 프리메라리가 특유의 아기자기한 템포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일부 축구팬들이 '박지성의 스페인 진출을 보고 싶다'는 반응을 나타냅니다.("박지성 이적해라" 반응의 또 다른 부류) 하지만 박지성의 프리메라리가 성공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힘듭니다. 박지성은 상대 수비진을 정면에서 기교로 뚫을 수 있는 돌파력이 에인트호벤 시절보다 떨어졌고 패스와 크로스는 컨디션이 나쁠 때 평소보다 정확도가 부족합니다. 고질적인 문제점인 퍼스트 터치 불안은 아직까지 개선되지 못했습니다. 개인의 공격 능력을 중요시하는 프리메라리가에 적합한 스타일이 아닙니다. 박지성의 강점은 기동력과 체력, 공간 창출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일본 축구의 인지도가 세계 축구에서 부쩍 커지려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성공적인 활약을 펼치는 선수가 배출 되어야 합니다. 프리메라리가 성공은 선수 개인의 기술력을 인정받는 것을 의미하며, 더 많은 축구 인재들이 스페인에 도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합니다. 저의 개인적 바람을 한 가지 첨언하면, 나카무라는 스페인에서 성공해야 합니다. 나카무라의 활약이 한국 선수의 스페인 성공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한·일 양국 축구의 ´대들보´ 박지성(27,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나카무라 슌스케(30, 셀틱)가 드디어 한 그라운드에서 조우할 예정이다. 6일 오전 4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셀틱파크서 열리는 2008/0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E조 4차전에서 두 선수의 소속팀인 맨유와 셀틱이 맞붙기 때문.

두 선수는 유럽 무대 진출 이후 단 한번도 그라운드에서 맞붙지 못했다. 나카무라는 2006/07시즌 챔피언스리그 32강전 맨유전 2경기에서 결승골 포함 두 골을 넣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으나 당시 박지성은 부상으로 결장했다. 지난달 22일에는 나카무라가 선발 출장해 후반 14분 교체 아웃됐고 박지성은 후반 36분 교체 투입해 맞대결이 무산됐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는 두 선수의 동시 선발 출장 가능성이 크다. 박지성은 지난주 리그 두 경기에 결장하면서 6일 셀틱전과 8일 아스날전 선발 출장에 힘을 얻었고 나카무라는 셀틱의 에이스로 여전한 위용을 떨치고 있기 때문. 승자는 하나뿐인 축구장 그라운드에서 두 선수의 팽팽한 접전이 주목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박지성vs나카무라, ´승리의 주역 되고 싶다´

맨유와 셀틱의 챔피언스리그 32강 4차전 경기는 두 팀에게 있어 중요한 무대. 맨유는 셀틱전서 승리하면 16강 진출을 조기 확정지을 수 있고 셀틱은 맨유를 이겨야 32강 탈락 위기를 모면할 탈출구를 마련할 수 있다.

두 팀의 승리욕은 박지성과 나카무라의 희비를 엇갈리게 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팀을 위해 열심히 뛰었던 두 선수의 각오가 제법 남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

박지성은 셀틱전서 맹활약을 펼쳐야 치열한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나니가 최근 2경기 연속 선발 출장으로 물오른 공격 본능을 발휘하면서 팀 내 입지에 대한 초조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 최근에는 폴 스콜스의 부상 복귀 수순으로 라이언 긱스가 다시 왼쪽 윙어로 이동할 가능성이 생기자, 셀틱전서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발휘해야 할 타이밍이 오게 됐다. 지난 9월 중순부터 10월 하순까지 붙박이 주전이나 다름 없었던 활약상을 셀틱전서 되살릴 필요가 온 것.

아직 박지성은 맨유 입단 이후 챔피언스리그서 골을 넣은 적이 없었다. 올 시즌 첫 골을 넣은지 한참 지난 만큼 셀틱전서 골을 터뜨려야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신뢰를 독차지 할 수 있다. 그것도 팀 승리를 이끄는 골이라면 ´붙박이 주전 확보´는 두말할 필요 없는 요소. 따라서 박지성의 향후 팀 내 입지는 셀틱전 활약에 따라 좌우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나카무라는 박지성이 처한 환경과 정반대의 입장. 맨유보다 한 수 아래인 셀틱 선수로 활약중이나 팀에 없어서는 안될 중심 선수로 자리잡으며 입지를 굳건히 지켰다. 그러나 나카무라는 올해 초부터 J리그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사를 일본 언론에 내비치더니 지난 9월 14일 잉글랜드 BBC를 통해 "2009년 1월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셀틱을 떠날수도 있다. 나는 일본인이고 가족과 아이들이 있다"며 오랜 유럽 생활에 가족들이 지치자 유럽에서의 선수 생활을 접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나카무라가 지구촌 축구팬들에게 확고한 존재감을 심어줬던 경기가 바로 맨유전이다. 2006년 9월 14일과 11월 22일 맨유와의 챔피언스리그에서 두 골을 뽑았고 그 중 11월 경기에서는 맨유의 0-1 패배를 안기자 한동안 ´맨유 이적설´로 시선 끌었다. 이미 셀틱의 32강 탈락이 유력한 상황에서, ´박지성과 상대할지 모를´ 이번 맨유전은 나카무라의 유럽리거 인생에 있어 가장 큰 경기가 될 것으로 보여 누구보다 승리욕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

박지성vs나카무라, ´너를 이겨야 내가 산다´

퍼거슨 감독은 나카무라가 어떤 존재인지 잘 알고 있다. 2년전 맨유전에서 골을 넣으며 펄펄 날아다니던 선수로 기억하고 있기 때문. 이를 의식한듯, 지난달 22일 셀틱전서 선수들에게 ´나카무라에 대한 압박을 강하게 하라´고 강조했고 이러한 맨유 선수들의 공세에 철저히 막힌 나카무라는 이렇다할 힘을 쓰지 못하고 교체됐다.

이번에는 박지성이 나카무라 공격력 봉쇄에 앞장 설 것으로 보인다. 번개처럼 수비 진영까지 내려와 상대의 역습을 저지하는 장면은 퍼거슨 감독과 현지 언론의 극찬을 받았기 때문. 지난 시즌 FC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는 리오넬 메시를 꽁꽁 묶으며 팀의 무실점 승리에 공헌한 경험이 있어 나카무라 견제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날 수 밖에 없다. 박지성의 수비력은 ´내실 면에서´ 세계 정상급이라고 봐도 손색 없기 때문.

따라서 이번 경기에서는 박지성과 나카무라가 서로 공을 뱃고 빼앗는 장면이 자주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퍼거슨 감독이 2005/06시즌 토트넘전에서 박지성의 위치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려 이영표와 치열한 맞대결을 유도했던 전례를 떠올려 볼 때 박지성이 나카무라의 공격을 막기 위한 ´승부의 고비처´가 될 수 있는 것. 당시 이 경기에서는 박지성이 이영표가 가지던 공을 재치있게 빼앗아 웨인 루니의 골을 도우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두 선수는 이번 경기에서 ´아시아 최고의 축구 선수´를 가리게 된다. 박지성과 나카무라는 각각 PSV 에인트호벤과 레지나에서 활약한 뒤 2005년 맨유와 셀틱으로 이적해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명문 클럽에서 팀 우승을 이끄는 공헌으로 두각을 나타냈던 선수들. 현존하는 아시아 출신 유럽리거중에 가장 성공적인 경력을 쌓고 있는 선수들이 바로 두 선수다.

박지성과 나카무라는 한국과 일본 축구를 이끄는 대들보. 박지성이 나카무라의 공격력을 묶는 철저한 수비력으로 팀 승리를 공헌할지 아니면 나카무라가 박지성의 수비를 가볍게 여기듯 재치있는 볼 재간과 날카로운 슈팅으로 맨유를 또 울릴지 양국 팬들은 두 선수의 맞대결에 벌써부터 설레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