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하면 떠오르는 부정적인 수식어가 있다. 바로 국내용이다. 지금까지 지긋지긋했던 이동국 국내용 논란은 아직까지 종결되지 않았다. K리그에서는 잘하는데 유독 대표팀에서 경기력이 좋지 않았던 것을 가리켜 그런 말이 나오게 됐다. 하지만 그는 지난 5일 A매치 베네수엘라전에서 2골 넣으며 한국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이 6개월 만에 A매치에서 승리하는 과정에서 역전골과 추가골을 터뜨리는 해결사 기질을 발휘했다.

 

여론에서는 이동국 베네수엘라전 2골을 좋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동국 국내용 공식이 맞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없지 않을 것이다. 특히 이동국을 싫어했던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동국 국내용 논란은 펙트부터 잘못됐다. A매치 100경기에서 32골 기록한 선수가 지금까지 국내용 소리 들었던게 참 이상하다.

 

[사진=이동국 (C) 나이스블루]

 

베네수엘라전은 이동국이 센추리클럽에 가입한 경기였다. 1998년 5월 16일 자메이카전 이후 16년 4개월만에 A매치 100번째 경기에 뛰었던 것. 한국에서 9번째로 센추리클럽에 가입하면서 지금까지 수많은 A매치에 임했다. 100번의 대표팀 공식 경기에 임했다는 것은 그의 실력이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2010년대 초반과 중반에 이르기까지 한국 정상급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동안 K리그에서 잘해왔기 때문에 대표팀 발탁 기회가 많았던 것은 맞다. 그런데 국내용 소리를 들을만큼 대표팀에서 지독하게 부진했다면 센추리클럽에 가입하는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

 

이동국이 그동안 대표팀에서 항상 잘했던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이 부분은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동국의 이력을 되돌아보면 '정말 국내용 맞아?'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2000년 아시안컵 득점왕, 아시안컵 통산 10골, 2011년 AFC 챔피언스리그 득점왕 및 최우수 선수(MVP), A매치 100경기 32골의 이력을 놓고 보면 국내용과 전혀 거리가 멀다. 이동국은 국내용이 아니었다.

 

 

이동국 역대 A매치 골 기록을 살펴보자.

 

2000년 : 코스타리카전 1골, 호주전 1골, 인도네시아전 3골, 이란전 1골, 사우디 아라비아전 1골, 중국전 1골
2001년 : 나이지리아전 1골
2004년 : 바레인전 1골, UAE전 1골, 쿠웨이트전 2골, 이란전 1골, 베트남전 1골, 몰디브전 1골, 독일전 1골
2005년 : 쿠웨이트전 2경기 2골, 우즈베키스탄전 1골, 세르비아-몬테네그로전 1골
2006년 : 멕시코전 1골
2010년 : 홍콩전 1골, 일본전 1골, 코트디부아르전 1골
2012년 : 우즈베키스탄전 2경기 3골, 쿠웨이트전 1골, 호주전 1골
2014년 : 베네수엘라전 2골. 지금까지 A매치 100경기 32골.

 

이동국이 골 넣은 경기들을 살펴보면 아시아 팀들과의 경기에서 많은 골을 넣었음을 알 수 있다. 아무리 이동국이 아시아팀에 강했다고 국내용 소리를 듣는 것이 맞다면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그는 국내에서만 잘했던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그의 역대 A매치 골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아마도 어떤 이는 이 글을 보며 '그럼 이동국은 아시아에서만 잘했네'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 같은 아시아에 속하는 국가가 다른 아시아팀들과 경기하는 것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냉정하게 말해서 현재 아시아 무대에 통할만한 한국인 공격수는 이동국 단 1명뿐이다. 올해 35세 이동국보다 더 잘하는 한국인 공격수가 없다. 손흥민의 경우 한국 대표팀과 소속팀 레버쿠젠에서 왼쪽 미드필더로 뛰고 있기 때문에 이동국과 포지션이 다르며 경기력이 윙어로 완성화되는 중이다. 이미 아시아 정상권에서 밀려난 한국 대표팀의 예전같지 않은 경기력을 놓고 보면 오랫동안 아시아권에서 맹활약 펼쳤던 이동국의 가치가 크다. 그가 30대의 절반이 지난 지금까지 어떠한 노쇠화 조짐 없이 자신의 기량을 변함없이 유지한 것은 대단한 일이다.

 

이동국 베네수엘라전 2골은 자신을 둘러싼 국내용 논란이 잘못되었음을 알리는 경기가 됐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였다고 국내용 소리를 들었던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 이동국 국내용 논란은 근거없는 선수 비방에 불과할 뿐이었다. 펙트가 뒷받침하지 못하는 말은 사람들을 설득시키기 어렵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현존하는 한국 축구 선수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그리고 많은 비난과 조롱을 당했던 선수는 '사자왕' 이동국(30, 전북) 입니다. 공격수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주목을 끌기 때문에 주변의 기대가 클 수 밖에 없지만 때로는 이것이 집중 포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황선홍과 김도훈, 최용수가 그랬고 그 다음 주자가 바로 이동국 이었습니다. 10년 동안 '게으른 공격수'라는 편견과 싸우고 있는 이동국을 향한 여론의 시선이 곱지 못한 이유입니다.

최근에는 이동국을 향한 새로운 비아냥거리가 생겼습니다. 바로 '국내용 선수(이하 국내용)'입니다. 이동국은 국내 K리그에서만 통하고 대표팀을 비롯한 국제 무대에서 부진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 요지죠. 문제는 이동국을 국내용으로 지칭하는 축구팬들이 적지 않다는 겁니다. 이제는 언론에서마저 이동국이 국내용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블로거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이동국에게 국내용이라는 오명을 씌우기에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모순이 있기 때문입니다. 축구 선수로서 더 많은 꿈과 희망을 품고 있는 이동국에게 국내용으로 부르는 것은 적절치 못합니다.

1. 이동국은 아시안컵 득점왕 출신이다

이동국은 지난 2000년 아시안컵에서 대회 6골로 득점왕에 오른 골잡이입니다. 아시아 최고의 축구 대회에서 득점왕에 오른 것은 아시아 최정상급 골잡이임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물론 9년 전 이야기지만, 이동국을 국내용으로 부르기에는 '아시안컵 득점왕'이라는 경력이 무색해집니다. 그리고 2004년 아시안컵에서는 한국이 4강 진출에 실패했음에도 4경기에서 4골을 넣으며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공격수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습니다. 비록 2007년 아시안컵에서는 조재진과의 주전 경쟁에서 밀려 무득점에 그쳤지만 아시안컵 득점왕이라는 타이틀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동국은 적어도 아시아에서는 충분히 통하는 선수입니다.

2. 이동국은 원정 A매치에서 넣은 골이 많았다

이동국은 A매치 72경기에 출전하여 22골 넣었습니다. 국내에서 열린 A매치에서는 22경기에서 7골 넣었으며 원정 A매치에서는 50경기에서 15골 기록했습니다. 한국 대표팀은 그동안 홈에서만 강하고 원정 경기에 약한 특성 때문에 일부 팬들에게 '안방 호랑이'라는 비아냥을 받지만, 이동국은 원정 경기에서도 골잡이로서의 제 역할을 다했습니다. 물론 출전 횟수가 홈 경기보다 많지만, 원정이라는 부담감이 따르는 것을 상기하면 결코 평가 절하될 기록은 아닙니다.

또한 이동국의 A매치 22골 중에 6골은 비아시아권 팀을 상대로 작렬한 기록입니다. 코스타리카(2000년 2월) 호주(2000년 10월, 당시 오세아니아 소속) 나이지리아(2001년 9월) 독일(2004년 12월) 세르비아 몬테네그로(2005년 11월) 멕시코(2006년 2월)전에서 골을 뽑았죠. 비아시아권 팀에 강한 공격수라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그렇다고 골을 못 넣은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골을 넣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국내용으로 단정짓는데 무리가 있다.

3. 베르더 브래멘-미들즈브러 실패 원인, 부상 후유증

이동국이 국내용으로 불리는 대표적 원인은 독일 베르더 브래멘(2001년) 잉글랜드 미들즈브러(2007~2008년)에서의 실패가 컸습니다. 두 클럽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해 결국 국내로 쓸쓸히 돌아오고 말았죠. 특히 미들즈브러 시절에는 현지 언론으로부터 역대 프리미어리그 최악의 선수 BEST11 포함, 재능없는 돼지 품바라는 직설적인 독설까지 들어야 했습니다. 이동국은 두 클럽에서 철저하게 실패한 선수가 맞습니다.

하지만 이동국이 두 클럽에서 실패한 원인을 단순히 실력 부족으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브래멘 진출은 각급 대표팀 혹사로 인한 무릎부상 후유증 속에서 추진 되었던 작업이었습니다. 당시 22세의 영건이 아픈 무릎을 부여잡고 독일이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단기적인 성공을 거두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미들즈브러 진출 당시에는 전방 십자인대 파열이 100% 회복되지 않고 실전 감각이 부족한 상황 이었습니다. 2007/08시즌 실패는 아시안컵 차출로 인해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이 짧으면서 몸을 충분히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컨디션 저하로 고전을 거듭했던 것이 결국에는 부진으로 이어졌죠. 만약 부상 후유증 없이 최적의 몸 상태에서 유럽에 진출했다면 지금쯤 그의 축구 인생은 다른 국면에 있을지 모릅니다.

4. 월드컵 본선에서 안통한다? 13분 뛰었을 뿐이다!

이동국을 국내용으로 지칭하는 부류에서는 '이동국은 월드컵 본선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나타냅니다. 국내용 선수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월드컵 같은 중요한 국제 무대에서의 부진은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 그들의 반응입니다.

하지만 이동국은 월드컵 본선에서 고작 13분 뛰었을 뿐입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네덜란드전에서 후반 32분에 교체 투입된 게 전부였고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되었습니다. 2002년에는 슬럼프로 고전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웠지만 2006년에는 대회 직전에 불의의 전방 십자인대 부상을 당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대표팀의 중심 공격수였고 독일 월드컵 본선 선발 출전은 당연한 것 처럼 보였습니다. 월드컵 본선에서 충분히 검증받지 못한 선수에게 안통한다는 말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편견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이죠.

5. 독일전 터닝슛 잊었는가?

이동국은 2004년 12월 19일 A매치 독일전에서 후반 26분 멋있는 골을 꽂아 넣었습니다. 페널티 에어리어 왼편 바깥쪽에서 공을 잡는 과정에서 180도로 몸을 비틀며 오른발에 공을 맞춰 그림같은 터닝슛이자 결승골을 기록했습니다. 당시 독일을 3-1로 완파한 여운은 축구팬들의 가슴을 시원한게 만들어주는 통쾌한 명승부를 연출했고 이동국은 이 경기에서 시원한 결승골 한 방을 터뜨린 것입니다.

그 골을 막지 못했던 '당시 세계 최고 골키퍼' 올리버 칸은 "어떤 골키퍼든 허용할 수 밖에 없는 놀라운 골"이라고 했으며 한 독일 축구 기자는 "이동국의 골은 네덜란드 특급 골잡이 마르코 판 바스텐이 1988년 유럽 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터뜨린 골과 비견된다"고 극찬했습니다. 만약 이동국이 국내용이라면 독일전의 멋진 추억은 무엇이겠습니까. 독일전 터닝슛이 우연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동국은 본프레레 체제 시절 A매치 22경기에서 11골 넣으며 자신의 최고 전성기를 보냈습니다.

6. 조모컵-파라과이전 부진은 당연한 결과

1~5번의 내용이 과거에 대한 이야기라면 6번은 현재를 말합니다. 조모컵과 파라과이전 부진 말입니다. 이동국이 두 경기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원인은 컨디션 때문입니다. 한달 동안 감기에 걸린 몸으로 7월 4일부터 지난 12일까지 40여일 동안 9경기에 출전하는 바쁜 일정을 보냈습니다. 무덥고 습한 날씨속에서 빠듯한 일정을 보냈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많았습니다. 조모컵과 파라과이전에서는 다른 감독이 요구하는 새로운 전술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컨디션이 떨어진 몸으로 새 옷을 모양새있게 입기가 힘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대표팀에서는 그동안 손발을 맞춰보지 못했던 선수들과 원만한 호흡을 발휘하기에는 소집 기간이 짧았습니다. 자신이 어떤 선수인지를 실력으로 보여주기에는 파라과이전 45분 출전이 짧았습니다. 일각에서는 파라과이전에서 당장에 결과를 보여줘야 마땅했다는 아쉬움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동국은 다른 누구보다도 슬럼프와 부상으로 고전하던 시간들이 많았습니다. 파라과이전에서 무리한 모습을 보였다면 컨디션이 더 악화되거나 부상 당했을지 모릅니다. 45분 활약 만으로 대표팀에서 필요없다, 국내용이다는 말을 하는것은 섣부른 주장일 뿐입니다.

7. 이동국은 국내용과 격이 다르다

신태용, 김현석, 윤상철, 노상래, 최문식, 우성용은 축구팬들에게 대표적인 국내용으로 꼽히는 선수들입니다. K리그에서는 오랫동안 독보적인 활약을 펼쳤지만 대표팀에서는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지 못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A매치 40경기 이상 출전한 적이 없습니다. 반면 이동국은 30세의 나이에도 72경기에 출전했습니다. 신태용 등은 A매치 7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가 자격을 지닌 국가대표 은퇴식을 치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동국은 그 자격에 해당합니다. 물론 신태용 같은 국내용 출신들과 이동국에 대한 우열을 가르는 것은 아닙니다. 이동국은 그들과 격이 다르다는 것을 강조했을 뿐입니다. 70경기 이상 뛰었다는 것은 국제 경기에서도 통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커리어를 이어온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8. 이동국의 나이는 30세다.

이동국은 지난달 5일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제 나이 서른이다. (올드보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아직 그런 이야기를 듣기에는 젊다. 지금이 축구 선수로서 피크라고 생각한다"라며 현 시점이 자신의 경기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전성기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몇년 뒤에는 은퇴하겠지만, 자신의 클래스를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은 아직 몇년 더 남았습니다.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이 있듯, 이동국도 클래스가 있는 선수입니다. 아무리 이동국이 국내용이라고 할지라도 그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는 여전히 풍부합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과 2011년 아시안컵, 그리고 AFC 챔피언스리그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동국은 지금까지 커리어를 쌓으면서 국내용이 아님을 보여줬습니다.

축구 선수로서 더 많은 목표를 달성해야 할 이동국에게 국내용이라는 편견을 주는 것은 가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저 이동국이라는 이유만으로 폄허하기에 바쁘고, 비난만 일삼고, 국내용이라는 무리한 주홍글씨를 새기는 것은 잘못된 행동입니다. 그 과정 속에서 빚어지는 편견은 선수 본인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는 것과 동시에 향후 대표팀 선수로 무럭무럭 성장할 유망주들에게 좋지 못한 악순환을 안겨주는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동국이 편견과의 싸움에서 이겨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는 여론에서 지나친 편견을 가지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