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사상 첫 4연패에 도전하는 팀 입니다. 하지만 맨유의 전력은 지난 시즌보다 약해졌다는 평가입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이적으로 인한 파괴력 부족, 카를로스 테베즈 이적에 따른 전방 압박 부족, 캐릭-박지성의 주춤한 행보, 비디치-퍼디난드의 균열, 골키퍼 에드윈 판 데르 사르를 비롯한 수비 자원들의 잦은 부상이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고민에 빠드리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13일 아스톤 빌라전에서 0-1로 패하면서 새로운 문제점이 떠오르고 말았습니다. 올 시즌 미드필더진의 구심점으로 활약했던 라이언 긱스 위주의 전술이 상대팀에 발목을 잡힌 것이죠. 맨유는 이날 라이언 긱스를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세워 긱스 위주의 경기를 펼치는데 주력했습니다. 이것은 긱스의 공격 역량을 최대화시켜 웨인 루니의 득점을 끌어 올리고 박지성-발렌시아가 측면에서 긱스를 보조하는 것이 맨유의 의도였습니다. 그래서 맨유는 경기 초반부터 긱스쪽에 쏠리는 패스 전개를 적극적으로 구사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 부터 입니다. 긱스는 아스톤 빌라의 '다우닝-페트로프' 중앙 미드필더 조합에 막혀 이렇다할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루니에게 연결하려던 패스 타이밍이 다우닝-페트로프의 길목 차단 앞에 기회를 무산시키면서 공격 템포가 끊어지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긱스의 부진은 루니가 미드필더진으로 내려와 평소보다 많은 움직임을 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로 작용했습니다. 그래서 루니는 골보다 공격 전개에 초점을 모았고 그로인해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며 후반 중반에 왼쪽 윙어로서 활동량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긱스가 부진했던 이유는 아스톤 빌라가 맨유의 전술을 미리 읽었기 때문입니다. 긱스가 그동안 프리미어리그 경기 위주로 모습을 내밀었고 맨유의 공격 연결 고리로서 견고한 활약을 펼쳤기 때문에 상대팀이 이를 막아낼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것은 마틴 오닐 아스톤 빌라 감독이 퍼거슨 감독의 전술을 간파했음을 의미합니다.

여기에 긱스가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아스톤 빌라의 수비력은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중앙은 측면보다 압박의 세기가 두껍기 때문에 수비 밸런스를 튼튼히 구축하면 상대 공격형 미드필더를 막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스톤 빌라는 다우닝-페트로프 조합을 앞세워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쳐 긱스를 막는데 초점을 모았고 그 결과는 성공적 이었습니다. 이에 맨유는 후반 시작과 함께 긱스를 빼고 마이클 오언을 투입해 4-4-2로 전환하여 긱스를 중앙으로 이동시킨 패착을 스스로 인정했습니다.

또한 박지성이 전반 중반 긱스의 자리였던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환했으나 볼 키핑력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던 것도 긱스의 부진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 상대팀이 더블 볼란치와 포백 사이의 중앙 공간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압박에 노력을 한 것이죠. 올 시즌 들어 볼 관리에 약점을 드러냈던 박지성의 중앙 경기력이 매끄럽지 않았던 것은 예견된 수순 이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측면에서 활발한 기동력을 보여줬던 박지성의 폼은 후반 17분 교체되기까지 기복이 있었습니다. 결국, 긱스의 부진은 박지성의 포지션 전환이라는 악수로 이어져 맨유가 패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문제는 이 경기가 시즌 중반에 긱스를 중앙으로 선발 출전시킨 첫 번째 경기였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1~2달 전부터 긱스의 중앙 전환을 미리 예고했기 때문에 언젠가 포지션 전환을 할 것으로 보였지만 아스톤 빌라전 패배는 맨유에게 치명타가 됐습니다. 대런 플래처가 중원에서 경기를 조율하고 긱스가 공격의 구심점을 맡아야 하는 당초의 계획이 아스톤 빌라전에서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이죠. 오른쪽 풀백으로 전환한 플래처의 공백을 메운 안데르손의 폼은 기복이 심했고 긱스까지 무너지면서 맨유 공격 옵션들은 골을 해결짓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퍼거슨 감독의 시즌 중반 계획은 긱스를 중앙으로 배치시키고 박지성이 긱스의 몫을 대신하는 시나리오였을지 모릅니다. '박지성-긱스-발렌시아' 조합으로 원톱 공격수(루니 또는 베르바토프)의 골을 돕는다는 것이 그것이죠. 특히 박지성은 시즌 초반에 부상 등으로 많은 경기를 쉬었고 당분간 A매치에 나서지 않기 때문에 많은 경기를 소화할 필요가 있었죠. 또한 지난 시즌 긱스를 대신해서 주전 윙어로 확고하게 자리를 굳혔던 경험이 있었던 만큼 퍼거슨 감독이 2경기 연속 선발 출전시켜 또 한 번 믿었습니다.

그러나 긱스의 부진은 앞으로 맨유와 상대하는 팀들에게 '맨유 격파'를 위한 기회가 되고 말았습니다. 긱스가 중앙으로 전환하면 압박의 강도를 높여 맨유의 공격 연결고리를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죠. 수비력이 안좋은 팀들은 긱스를 봉쇄하는데 어려움을 겪겠지만 아스톤 빌라처럼 중원과 포백과의 밸런스가 단단하고 쉴세없이 압박을 펼치는 팀들이라면 긱스가 무너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맨유는 4-2-3-1이 아닌 4-4-2를 구사해야하며 긱스를 왼쪽으로 놓을 수 밖에 없습니다. 긱스가 왼쪽에 배치되는 경기에서는 박지성이 벤치를 지켜야 합니다.

물론 긱스는 4-4-2의 중앙 미드필더로 뛸 수 있습니다. 공수 밸런스를 조절하고 공격 옵션들에게 양질의 패스를 활발히 연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맨유의 점유율 축구에서는 긱스의 공격적인 역량을 맨유의 공격 구심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측면으로 배치하는 것이 수월합니다. 중앙은 수비 비중이 적지 않은 만큼 최대한 공격쪽으로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긱스와 맨유에게 유리합니다. 그래서 긱스는 4-4-2에서 왼쪽을 맡아야만 합니다.

하지만 긱스는 측면 포진시 왕성한 기동력과 강철같은 체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일주일에 한 경기씩 선발 출전하여 체력을 안배했습니다. 공격 구심점인 긱스를 마음껏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은 모든 경기를 이기기 위해 노력하는 맨유에게 아킬레스건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맨유의 점유율 축구에서는 긱스의 몫을 대신할 수 있는 미드필더가 없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긱스의 폼이 시즌 중반을 기점으로 떨어질 경우 맨유의 공격 전술은 거의 매 경기마다 문제점이 속출할 것입니다. 긱스의 나이도 내년이면 37세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믿고 기대기 힘듭니다.

맨유는 아스톤 빌라전을 통해 긱스 위주의 전술이 상대팀에 통하기 힘들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고 후반 시작과 함께 4-4-2로 전환했습니다. 긱스에 대한 불안 요소를 해결하려면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의 분발이 요구됩니다. 베르바토프가 4-4-2의 쉐도우 스트라이커 또는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아 긱스의 몫을 대신해야 합니다. 그러나 베르바토프의 폼은 늘 꾸준하지 못했고 상대의 거센 압박을 받으면 여지 없이 무너지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베르바토프가 아스톤 빌라전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도 같은 상황이 초래되었을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그래서 맨유가 프리미어리그 4연패를 달성하려면 긱스의 공격력이 시즌 끝까지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지금으로서는 상대 수비 조직력의 강약에 따라 긱스의 활용 방안을 달리할 수 있는 유연함이 맨유에게 요구됩니다. 하지만 긱스의 경기력이 팀 전력에 플러스가 되지 못하면 앞으로 맨유의 행보가 어두워질 수 있습니다. 긱스의 부진은 프리미어리그 우승 실패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맨유가 인지해야하는 이유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