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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파브레가스, 우승을 위해 아스날에 잔류하라

 

스페인 출신 미드필더 세스크 파브레가스(22, 아스날)는 지난 2년 전 부터 FC 바르셀로나 이적설에 시달렸던 선수입니다.

특히 스페인 언론들로부터 "파브레가스는 바르셀로나의 영입 관심을 받고 있다", "언제 즈음에 바르셀로나로 이적할 것이다"는 내용의 이적설에 꾸준히 이름이 등장했습니다. 심지어 리오넬 메시도 23일 <선데이 미러>를 통해 "파브레가스가 바르셀로나에 올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적설을 부추겼습니다. 이것은 바르셀로나가 자국 언론을 이용해서 파브레가스를 영입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이에 파브레가스는 바르셀로나 이적설이 언론에 불거지면 항상 "아스날에 잔류하겠다"며 팀에 대한 잔류 의지를 굽히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파브레가스는 24일 아스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바르셀로나 이적 루머에 흔들리지 않는다. 그 이적설은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다. 나는 위대한 팀에 있는 것에 충분히 행복하다"며 최근에도 아스날에 계속 잔류하겠다는 의지를 공개했습니다.

이러한 파브레가스의 행보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과거를 떠올리게 합니다. 호날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시절이었던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 이적설에 시달렸습니다. 특히 마드리드를 기반으로 하는 아스와 마르카가 주기적으로 호날두의 레알 이적설을 보도하며 맨유를 잔뜩 긴장 시켰습니다. 이에 호날두는 "맨유에 계속 잔류하겠다"며 팀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지만 지난해 여름 팀을 떠나고 싶다고 언급했고 지난 여름에서야 레알로 이적했습니다.

호날두의 전례대로라면, 파브레가스는 언젠가 바르셀로나로 이적할 가능성이 큽니다. 파브레가스는 스페인 국적이자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에서 뛰었던 선수였기 때문에 바르셀로나에 애착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스페인은 잉글랜드보다 날씨가 따뜻하기 때문에 축구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잉글랜드 정부가 내년부터 연봉 15만 파운드(약 3억원) 이상의 고소득자에게 50%의 세금을 물리겠다고 밝혔습니다. 파브레가스로서는 20%의 세금을 걷는 스페인에 눈길을 돌릴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아스날의 핵심 선수는 다른 팀에 이적하기 쉬운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아스날은 2004년 2월에 3억 9000만 파운드를 들여 새로운 홈 구장인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을 지으면서 긴축 재정을 선언하더니 여러 명의 주축 선수들을 다른 팀에 팔으며 이적료를 얻었습니다. 티에리 앙리, 패트릭 비에라, 질베르투 실바 같은 아스날의 레전드급 선수들도 팀을 떠나야 하는 운명이 됐습니다. 이러한 아스날의 환경에서는 파브레가스도 예외는 아닙니다.

문제는 파브레가스가 바르셀로나로 이적하는 시점입니다. 새로운 팀으로 떠나려면 기존 팀에서의 이별 수순이 매끄러워야 합니다. '아스날의 킹'이었던 티에리 앙리는 2년 전 아스날을 떠났지만 그동안 팀에 많은 우승 트로피를 바치면서 팀을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았습니다. 그래서 아스날 팬들에게 원망섞인 반응을 듣지 않고 바르셀로나로 둥지를 틀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의 카카도 친정팀 AC밀란에 대한 각별한 충성심을 쏟았지만 팀의 유럽 제패를 이끈 명분이 있었기에 얼마전 AC밀란 원정 경기에서 친정팀 팬들의 박수 갈채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파브레가스가 아스날팬들의 질타를 듣지 않고 바르셀로나로 떠나려면 팀에서 가장 원하는 것을 들어줘야 합니다. 바로 우승입니다. 아스날은 2004/05시즌 FA컵 우승 이후 네 시즌 연속 무관에 빠졌습니다. 올 시즌에도 우승에 실패하면 다섯 시즌 연속 우승과 인연이 없으며 아르센 벵거 감독의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아스날의 행보는 팀 전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에이스이자 주장인 파브레가스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벵거 감독 그리고 아스날팬들이 가장 염원하는 것은 팀의 우승입니다. 하지만 파브레가스가 팀의 우승을 이끌지 못한 상황에서 바르셀로나로 떠나면 우승을 이끌어야 하는 숙명을 지닌 에이스의 책임감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바르셀로나 이적을 바라보는 아스날팬들의 시선이 곱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다른 누구보다도, 아스날팬들은 우승을 목말라하며 파브레가스에 거는 기대가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스티븐 제라드가 에이스이자 주장으로 뛰고 있는 리버풀도 20년 동안 프리미어리그 우승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라드는 2004/05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존재감을 통해 리버풀의 위대한 주장으로 거듭났습니다.(제라드는 리버풀에 계속 남겠지만) 그런 파브레가스에게 있어 아스날의 우승을 이끄는 것은 자신의 개인 커리어와 직결된 문제입니다. 

파브레가스의 개인 실력 만큼은 카카-호날두-메시 같은 세계 3대 축구천재에 절대 뒤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파브레가스는 외부에서 세 명보다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 팀의 에이스로서 우승을 이끈 경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카카-호날두-메시는 2007년부터 3년 동안 사이좋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했습니다. 파브레가스가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명성을 쌓으려면 우승을 통해 존재감을 남겨야만 합니다.

또한 아스날의 현 전술은 파브레가스를 위한 시스템입니다. 아스날은 올 시즌부터 4-3-3을 쓰면서 공격형 미드필더인 파브레가스의 공격 역량을 최대화 시키는데 중점을 맞췄습니다. '아르샤빈-판 페르시-벤트너(에두아르두)'로 짜인 3톱은 파브레가스의 패스를 받으며 골 기회를 노렸고 송 빌롱과 아부에 디아비 같은 미드필더들도 파브레가스를 뒷받침하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3톱이 후방 옵션들의 문전 침투를 위해 공간을 열어주는 것도 파브레가스의 득점력을 높이기 위한 방편입니다. 세트 피스 상황에서 파브레가스의 킥력을 믿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스날은 파브레가스를 위한 팀이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파브레가스로서는 자신의 커리어를 빛내기 가장 좋은 팀에서 뛰고 있는 셈이죠. 자신을 도와주는 아스날에 보답하기 위해서는 우승을 이끌어야 합니다. 호날두가 레알로 이적한 이후에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맨체스터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하고 팬들의 원망을 듣지 않았던 것도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3연패와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 여러대회 우승을 이끌었던 명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맨유에서 이룰 것을 다 이루었기 때문에 레알로 이적하는데 어색함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파브레가스는 아스날에서 우승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팀에서 가장 절실한 우승의 꿈을 실현시켜야 할 때입니다. 그때 쯤이면 바르셀로나로 이적하는데 아무런 걸림돌이 없습니다. 여기에 개인 커리어까지 포함하면, 파브레가스는 우승을 위해 아스날에 잔류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