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감독이 네 명의 선수를 방출할 것이라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잉글랜드 언론 <뉴스 오브 더 월드>는 23일(이하 현지시간) "네마냐 비디치, 마이클 캐릭, 벤 포스터, 루이스 나니가 맨유의 방출 명단에 포함됐다"고 밝혔습니다. 포스터와 나니는 맨유에서의 생활에 불만족을 표시했고 비디치는 훈련 도중 마케다-웰백 같은 영건들에게 거친 태클을 범해 분위기를 악화시켰고 조니 에반스를 키우기 위한 목적에서 방출 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그리고 캐릭은 올 시즌 맨유의 중원이 좋지 않기 때문에 토트넘의 루카 모드리치가 대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바로 캐릭입니다. 캐릭은 올 시즌 경기력이 저하된 모습을 보이며 팀 전력에 큰 공헌을 하지 못했습니다. 수비 과정에서 상대팀 선수에게 뒷 공간을 쉽게 내준것을 비롯 위치선정 불안으로 팀의 수비 밸런스가 깨지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맨유가 중원을 바탕으로 경기 분위기를 선점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여기에 안데르손의 폼이 올라오는 것, 오언 하그리브스의 컴백, 라이언 긱스가 조만간 중앙 미드필더로 전환할 예정이기 때문에 캐릭의 입지가 단단히 좁아지고 있습니다.
물론 캐릭은 2007년 이맘때 즈음에 맨유에서 떠날 것이라는 현지 언론의 보도에 직면했습니다. 제2의 로이 킨이 될 것이라는 맨유의 기대와 어긋나는 모습을 보였고(결과적으로 스콜스-캐릭 조합이 완성되었지만) 2007/08시즌 초반에 폼이 떨어진 모습을 보이며 이적설이 나돌았던 전례가 있습니다. 이적이 유력하게 점쳐졌던 팀이 바로 친정팀 토트넘입니다. 토트넘이 자신을 원했기 때문이죠. 이 시기에는 토트넘 공격수였던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의 맨유 이적설까지 겹치면서 캐릭-베르바토프의 트레이드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2년 뒤인 올해는 맨유가 캐릭을 다른 팀에 보내고 모드리치를 영입할 예정이어서 눈길을 끕니다. 토트넘이 팀의 플레이메이커인 모드리치를 다른 팀에 보내면서 캐릭을 얻는 것을 희망하면 캐릭-모드리치의 트레이드는 성사될 수 있습니다. 그 시점이 내년 1월인지 아니면 남아공 월드컵이 끝나는 내년 여름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맨유가 캐릭을 나니-포스터와 내년 1월에 정리하기로 결심을 굳힌다면 모드리치가 이번 시즌 중에 맨유 유니폼을 입을수도 있습니다.
물론 퍼거슨 감독은 아무리 스쿼드 플레이어라 할지라도 1월 이적시장에서 정리하는 성향이 아닙니다. 스쿼드 플레이어도 로테이션 시스템에 있어 어느 정도의 비중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맨유는 1월 이적시장에서 대형 선수를 영입하거나 방출하는 일이 적었습니다. 1~2년 전까지 맨유에 몸담았던 루이 사아, 앨런 스미스 같은 맨유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던 선수들도 여름 이적시장에서 떠났던 선수들입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릅니다. 맨유가 프리미어리그 4연패 달성에 있어 강력한 적을 만났기 때문이죠. 바로 첼시입니다. 첼시는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의 다이아몬드 효과에 힘입어 프리미어리그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으며 2위 맨유와의 승점을 5점 차이로 벌렸습니다. 이러한 첼시의 오름세가 계속된다면 맨유의 우승 행보에 악재가 따릅니다. 그래서 맨유가 우승을 하려면 팀 전력의 불안 요소를 잠재우면서 장점을 부각시켜야 할 것입니다. 1월 이적시장에서 대형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 그것이죠.
그런데 캐릭-모드리치 트레이드는 맨유와 토트넘에게 윈윈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맨유는 캐릭을 스쿼드에 제외하면서 중앙 미드필더들의 포화를 막을 수 있습니다. 모드리치가 토트넘에서 왼쪽 윙어로 자주 모습을 드러냈음을 상기하면 긱스의 몫을 대신할 수 있는 돌파구가 생깁니다. 또한 모드리치의 주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입니다.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빼어난 공격력을 발휘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원톱인 웨인 루니를 보조하는데 용이합니다. 4-2-3-1에서 걸출한 공격형 미드필더가 없었던 맨유로서는 모드리치가 탐이 날 것입니다.
맨유는 내년 1월 왼쪽 윙어를 영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호날두-테베즈가 떠나면서 드리블을 앞세워 측면을 붕괴시키고 팀의 골을 늘릴 수 있는 선수의 부족함을 올 시즌에 절감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비드 실바(발렌시아) 프랑크 리베리(바이에른 뮌헨) 같은 파괴적인 왼쪽 윙어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모드리치는 실바-리베리와는 달리 프리미어리그 적응이 완료된 선수이기 때문에 두 옵션보다 경쟁력이 높습니다. 그래서 맨유는 캐릭을 토트넘에 팔면서 모드리치를 얻는 트레이드에 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토트넘은 윌슨 팔라시오스의 중원 파트너로 마이클 캐릭을 쓰면서 공격 상황에서의 파괴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중원에서 팔라시오스에 대한 의존도가 컸기 때문에, 팔라시오스 없이도 '캐릭-허들스톤(지나스)' 조합으로 스쿼드를 운영할 수 있는 명분이 실립니다. 왼쪽 윙어로 쓸 수 있는 모드리치와 니코 크란차르의 포지션 중복도 캐릭-모드리치 트레이드를 통해 정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드리치를 시즌 중에 다른 팀에 내주는 것은 부담이 있지만 2년 전에 영입 관심을 가졌던 캐릭이 트레이드 대상이라면 상황이 다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캐릭-모드리치 트레이드는 맨유와 토트넘의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순위를 결정짓는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트레이드 성사 및 실패 여부에 따라 두 팀의 성적이 갈릴 수 있기 때문이죠.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4연패와 빅4 진입을 꿈꾸는 맨유와 토트넘이 캐릭-모드리치 트레이드를 통해 중대한 결단을 내릴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