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리더스 UTD, 한국 축구의 새로운 희망

 

저는 이기적인 축구팬입니다. 제가 지지하는 팀이 무조건 이기고 우승하기를 원해서죠. 그 팀이 예전부터 우승과 질긴 인연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늘 '나의 축구팀은 무조건 최고여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 잡혔습니다. 리그 2위로 떨어질때는 '그것밖에 못해? 우승 못하면 안되는데...'라며 팀의 행보를 걱정했습니다. '축구는 전쟁이다'는 말이 있듯, 축구는 약육강식의 세계이며 강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나의 팀이 끝없이 최고이기를 바랬습니다.

하지만 저의 축구 관념에는 한 가지 모순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자녀가 또는 제자가 오직 1등만을 하길 바라는 존재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죠. 1등 아니면 다 안되고 2등부터 고개 들 수 없는 사고방식은 축구의 매력을 제한하게 합니다. 저의 중학교 1학년때 급훈이 바로 '최고보다 최선을' 이었습니다. 축구도 마찬가지 입니다. 축구는 최고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선을 다해 경기를 치르는 것이 더 중요하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불어넣기 때문입니다.

축구 단편 영화 <비상>이 그런 케이스입니다. 비상의 주인공은 인천 유나이티드 입니다. 인천은 2004년 전기리그 꼴찌팀이자 구단의 재정 상황이 열악하지만 2005년에는 스타 플레이어 없이 감독 및 코칭스태프, 선수가 서로 똘똘 뭉쳐 2005년 정규리그 준우승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는 1차전 1-5 대패를 극복하기 위한 기적을 위해 모든 선수들이 합심하여 최선을 다했습니다. 대중들은 비상을 통해 인천의 저력에 박수의 갈채를 보내며 축구는 약자가 성공할 수 있고 희망을 불어넣을 수 있는 스포츠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김명철 감독이 이끄는 리더스 유나이티드(UTD)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리더스 유나이티드는 전라북도 정읍의 유소년 축구 클럽으로서 80여명의 꿈나무들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결손가정의 자녀를 비롯해서 편부모 자녀, 새터민, 학교에서 왕따(집단 따돌림) 당하는 아이, 지역 문제아 등 소외되거나 힘든 환경에 처한 꿈나무들이 리더스 유나이티드에서 땀을 흘리며 축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리더스 유나이티드는 학교에 소속된 학원 축구팀이 아닙니다. 초중고등학생들이 함께모여 축구로 하나 된 순수한 유소년 클럽입니다.

하지만 리더스 유나이티드는 열악한 환경속에서 축구를 하고 있습니다. 등록비를 고정적으로 내고 활동하는 꿈나무가 적기 때문이죠. 대부분 어려운 환경속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리더스 유나이티드에 지불할 수 있는 돈이 마땅치 않습니다. 그래서 김명철 감독은 자신이 운영중인 카센터를 통해 얻은 수익중에 매달 100만원 이상의 사비를 털면서 팀 운영에 투자해 꿈나무들의 경제적인 부담을 더는 것과 동시에 팀 운영비에 지출했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10년이 훌쩍 넘은 12인승 승합차가 80여명의 교통수단이 되기에는 안전에 문제가 있습니다. 차량 이동이 많은 시골 지역에서는 사고의 위험성이 우려됩니다. 전용 구장 없이 학교 운동장 이곳 저곳을 전전하며 맨땅 운동장에서 연습하고 미니골대는 임시로 제작한 것을 이용합니다. 수도권 학교 축구부가 교내에 있는 인조잔디 운동장에서(점점 늘어나는 추세죠.) 축구 연습하는 것을 비교하면, 리더스 유나이티드의 꿈나무들은 열악한 상황에서 축구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축구 꿈나무들의 경기력 및 동기부여가 향상되려면 다양한 팀들과 상대하며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리더스 유나이티드는 지방의 낙후된 환경 때문에 좋은 상대들과 경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성인이 주축이 된 지역 축구 동호회와 2주에 한 번 경기하는 것이 전부이며 라이벌은 커녕 연습 상대도 부족합니다. 그래서 김명철 감독은 지난 20일 KBS N <꿈을 향한 뜨거운 열정, 드림 풋볼>을 통해 "전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주고 싶고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은데 그렇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 무척 마음이 아픕니다"며 팀의 어려움을 안타까워 했습니다.

그럼에도 리더스 유나이티드가 매년 축구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2004년 창단한 리더스 유나이티드는 2005년 전북 도지사배 풋살대회 우승을 비롯 각종 축구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꿈나무들의 일취월장한 축구 실력을 뽐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제2회 국민생활 전국 청소년 중등부 축구대회 3위, 제3회 금강배 리틀 K리그 전국 유소년 축구대회 3위의 성적으로 전국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김명철 감독은 대회 성적에 집착하는 축구를 하지 않습니다. '축구를 즐기면서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누구나 기분 좋게 경기에 임하기를 원합니다. 지역 동호회와의 경기에서는 실력의 좋고 나쁨을 떠나 누구나 경기에 투입시키고 여러가지 포지션을 시험합니다. 어렸을적부터 학교 축구부에서 축구를 전문적으로 배운 선수가 아닌 어려운 환경에 있는 일반 학생들이 축구에 대한 재미를 붙일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김명철 감독은 KBS N에서 "아이들이 훈련할 때는 훈련도 열심히 한다. 놀때는 잘 논다. 우리 아이들은 (축구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꿈나무들이 축구를 즐기면서 기량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리더스 유나이티드는 축구를 통해 지역 문제아를 어엿한 모범생으로 변화 시켰습니다. 운동 클럽에서 단체 생활을 익히면서 내가 무엇을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아이들이 깨달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김명철 감독은 학창 시절에 술과 담배의 유혹에 빠지면서 싸움까지 일삼았던 문제아 출신이어서 그들의 심리를 꿰뚫고 있습니다. 문제아들이 어딘가에서 몰래 무엇을 하는지 눈치를 파악하기 때문이죠. 김 감독은 고2때부터 어느 한 목사의 도움으로 축구를 하면서 인생을 건실하게 살아갔고 훗날인 지금은 문제아들이 더 이상 방황하지 않도록 축구를 전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운동 선수하면 머리가 나쁘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학교 운동부 선수들이 학교 수업에 정상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하루 종일 운동만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반 학생들보다 공부량이 부족합니다. 이것은 운동 선수가 '운동 기계'가 될 수 밖에 없는 한국 스포츠의 문제점을 상징하는 대목입니다. 운동과 공부를 모두 병행하는 스포츠 선진국보다 열악한 환경에 처한 것이 한국 스포츠의 한계입니다.

하지만 리더스 유나이티드는 한 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시험을 치르며 성적이 떨어진 꿈나무를 한 달 동안 운동을 금지 시킵니다. 그리고 두 달 연속 떨어지면 탈퇴 시킵니다. 김명철 감독은 자신이 운영하는 카센터 옆에 공부방을 차리며 아이들이 학습할 수 있는 학습 환경을 조성 했습니다. 아이들이 축구를 비롯 공부까지 열심히 해야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기 때문이죠. 초등학교 3학년인 한 꿈나무는 1년전부터 리더스 유나이티드에서 축구하면서 성적이 최상위권으로 급등했다고 합니다. 그는 KBS N을 통해 "축구를 통해서 새로운 꿈을 얻었다"며 축구를 통해 공부를 잘할 수 있었던 자신감을 키웠다고 자랑스러워 했습니다.

김명철 감독과 함께 KBS N에 출현한 리더스 유나이티드 꿈나무들은 축구를 하면서 인내를 배웠다고 합니다. 축구 연습을 하면서 힘든 순간을 견뎌내고, 오직 나 자신부터 생각하는 이기적인 모습보다 동료들을 생각하는 마인드를 키우며 희생을 기릅니다. 이것은 앞으로 밝은 미래를 보낼 꿈나무들이 인생을 어떻게 설계하고 실행하는지를, 그리고 단체 생활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성공하는지를 리더스 유나이티드와 축구를 통해 깨우치게 됩니다. 이것은 축구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꿈나무들의 인성 교육과 사회성 교육에 유익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시발점이 바로 리더스 유나이티드입니다.

리더스 유나이티드는 한국 유소년 축구, 더 나아가 한국 축구를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모범 답안이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의 유소년 축구가 그동안 학원 축구 중심이었기 때문이죠. 학원 축구도 나름의 장점이 있겠지만 여러가지 안좋은 모습들이 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일선 학교 축구부들이 승부에 집착하는 축구를 하면서 체벌 및 폭력 문제가 끊이지 않았고 몇몇 꿈나무들은 코칭스태프 또는 선배의 구타에 못이겨 축구를 그만뒀습니다. 또한 실력이 부족한 선수는 윗선에서 폭언 및 욕설을 견뎌내야만 합니다. 리더스 유나이티드와 반대되는 행보입니다.

기존의 학원 축구가 엘리트 육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리더스 유나이티드는 풀뿌리 축구의 대표적인 키워드입니다. 누구나 쉽게 축구를 즐기며 환경의 저변을 넓히는 풀뿌리 축구의 장점이 리더스 유나이티드와 맥락을 같이하기 때문이죠. 물론 한국에는 학원 축구만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축구의 저변이 넓어지고 인프라까지 확충되면서 사설 축구 교실이 전국에서 방방곳곳 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리더스 유나이티드는 영리적으로 운영되지 않는데다 전용구장이 없기 때문에 사설 축구 교실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키우기 위한 사명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국 유소년 축구의 발전 및 한국 축구의 미래가 밝아지려면 리더스 유나이티드의 사례를 통해 저변을 넓힐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합니다. 잉글랜드와 독일, 이탈리아를 비롯한 세계적인 축구 강국들, 그리고 일본은 어린 꿈나무들이 축구를 즐겁게 배울 수 있는 시설을 대거 확충하고 인원과 팀을 늘리며 저변 향상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특히 일본 같은 경우 J리그 클럽이 연령대별 유소년 팀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 유망주의 브라질 축구 유학까지 적극적으로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K리그 클럽들은 유소년 팀을 보유하지 않은 팀들만 여럿 있습니다.

이광종 U-17 대표팀 감독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유소년) 선수층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본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밖에 안된다'며 한국 유소년 축구의 저변이 일본에 절대 열세임을 언급 했습니다. 한국은 2000년에 대한축구협회(KFA)가 유소년 전임지도자 시스템을 시작하면서 연련대별 운영 체계화로 축구 꿈나무 엘리트를 육성하는데 중점을 맞췄습니다. 하지만 일본보다 유소년 축구 참여 인원이 10분의 1보다 못한것은 한국 축구가 넓은 저변을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데 한계가 있음을 시사합니다. 리더스 유나이티드 같은 팀들이 한국 축구 발전의 필수 옵션이 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국내 유명 통신업체인 SK 텔레콤은 최근 '소년들의 희망풋볼'이라는 키워드를 내걸며 리더스 유나이티드를 후원하게 됐습니다. 지난 3일에는 서울 목동 운동장에서 홍명보 장학재단의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홍명보 감독이 SK 텔레콤 주최로 리더스 유나이티드의 드림 클리닉을 열었습니다. SK 텔레콤은 리더스 유나이티드의 각종 장비와 유니폼까지 지원했고 앞으로 꿈나무 양성에 힘쓰는 지도자를 후원하는 프로그램까지 지원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SK 텔레콤의 풀뿌리 축구 지원은 한국 축구의 질적인 발전을 꾀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나이키가 대표적 예입니다. 나이키는 각 스포츠 분야에서 떠오르는 선수들에게 용품 제공 및 CF 출현을 통해 스포츠 대표 브랜드의 이미지를 세계인들에게 심어줬습니다. SK 텔레콤은 나이키의 사례처럼 리더스 유나이티드 및 풀뿌리 축구를 지원하면서 스폰서 홍보만이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방법이 아님을 제시했습니다. 이러한 SK 텔레콤의 후원 활동은 한국 축구의 밝은 미래를 기대케 합니다.

한국 축구가 발전하려면 리더스 유나이티드를 비롯한 풀뿌리 축구단의 활성화가 필수입니다. 한국 축구에 있어 꿈나무들이 즐겁게 축구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의지가 충만하면 리더스 유나이티드는 어떠한 어려움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습니다. 김명철 감독이 꿈나무들을 위해 노력했던 것이 이제는 열매를 맺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풀뿌리 축구의 매력이자 보람이기 때문이죠. 한국 축구와 SK 텔레콤, 그리고 팬들의 꾸준한 관심속에서 리더스 유나이티드가 언젠가 한국 유소년 축구의 대표적인 모델로 도약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