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판 니스텔로이의 리버풀 이적을 보고 싶다

 

2000년대 초반과 중반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뤼트 판 니스텔로이(33, 레알 마드리드. 이하 레알)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재진출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판 니스텔로이는 지난해 유로 2008에서 네덜란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으나 2010 남아공 월드컵 출전의 꿈을 키우고 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히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소속팀을 찾아야 합니다.

잉글랜드 일간지 <데일리 스타>는 19일 "리버풀과 토트넘, 풀럼이 판 니스텔로이를 영입하려고 한다. 판 니스텔로이는 레알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월드컵 본선 출전이 어렵다. 그래서 레알은 내년 1월 이적시장에서 500만 파운드(약 100억원)의 이적료로 판 니스텔로이를 팔게 될 것이다"며 판 니스텔로이가 내년 1월 이적시장에서 레알을 떠나 프리미어리그 팀에 이적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판 니스텔로이는 데일리 스타와의 인터뷰에서 "계속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면 1월 이적시장에서 팀을 떠날 옵션이 있다.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감독과 대표팀 선발에 관한 이야기도 필요하다. 만약 내가 레알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면 대표팀 경기 출전은 불가능할 것이다"며 1월 이적시장에서 레알을 떠날 의사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무엇보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네덜란드 대표팀 선수로 뛰는 것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이적이 현실화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판 니스텔로이는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성공적인 가도를 달렸던 공격수입니다. 유로 2008에서 화려한 골 감각을 발휘했고 지난해 10월 6일 유벤투스전까지 시즌 10경기 선발 출전에 7골 2도움을 기록하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최고의 공격수로서 녹슬지 않은 실력을 발휘했습니다. 하지만 유벤투스전에서 뜻하지 않은 무릎 부상으로 조기에 시즌 아웃되면서 장기간 부상 공백으로 빠졌습니다. 그러더니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카카-호날두-벤제마 같은 걸출한 공격 옵션들이 레알에 입성하면서 자신의 입지가 급격하게 좁아졌습니다.

그래서 판 니스텔로이는 지난 여름 레알의 살생부 명단에 올랐습니다. 토트넘으로부터 125만 파운드(약 25억 3000만원)의 이적료를 제시받았고 블랙번의 관심까지 받았지만 이적이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8월 중순에는 베트남 프로축구팀 T&T 하노이의 영입 대상자로 분류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리버풀과 토트넘, 풀럼의 영입 관심을 받고 있어 앞으로의 거취가 주목됩니다.

토트넘은 투톱 공격수로서 디포-킨-크라우치가 치열한 주전 경합을 벌이는 상황이며 판 니스텔로이의 꾸준한 경기 출전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풀럼은 올 시즌 성적 부진을 비롯 거의 매 시즌 뚜렷하게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한계가 있습니다. 판 니스텔로이가 붙박이 주전으로 뛸 수도 있겠지만 동기부여적인 측면에서 풀럼은 매력적인 팀이라고 보기에 어렵습니다.

반면에 리버풀은 다릅니다. 페르난도 토레스가 수없이 사타구니 부상을 당하면서 많은 경기를 뛰는데 지장이 있기 때문이죠. 토레스는 스페인 대표팀의 주전 공격수로서 내년 6월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하기 때문에 리버풀에서의 경기 출전에 보호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다비드 은고그는 카메룬 축구협회로 부터 대표팀 제의를 받으면서 내년 1월 네이션스컵 출전 가능성이 있습니다. 토레스의 대체 공격수로 활약했으나 지금까지 기대에 못미쳤습니다. 안드리 보로닌은 거듭된 경기력 부진으로 팀 공헌도가 약하며 공격수로 뛸 수 있는 디르크 카윗은 지난 시즌보다 폼이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리버풀은 공격수 4명이 온전치 못한 행보를 걷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 시즌에는 성적 부진으로 총체적 위기를 겪으면서 체질 개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1월 이적시장에서 팀 전력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누군가를 데려오지 못하면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빅4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크며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의 경질이 구체화 될 것입니다. 리버풀의 행보와 비슷했던 지난 시즌의 아스날은 1월 이적시장에서 안드리 아르샤빈을 영입해 프리미어리그 6위에서 4위로 시즌을 마감했던 전례가 있습니다. 공격력이 약화된 리버풀은 새로운 공격수가 필요합니다.

리버풀은 구단주의 자금 악화로 이적시장에서 많은 돈을 쏟을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자금난 속에서도 지난 여름 아퀼라니 영입에 2000만 파운드를 들인 것은 미스테리지만) 그래서 예전보다 몸값이 떨어진 판 니스텔로이를 영입하는데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판 니스텔로이는 과거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활약했던 경험이 있고 토레스처럼 골 결정력으로 승부를 거는 타겟맨입니다. 맨유와 레알, 네덜란드 대표팀의 4-2-3-1 원톱에서 절정의 실력을 발휘했던 만큼, 베니테즈 감독의 4-2-3-1에 무리없이 적응할 것으로 보입니다.

판 니스텔로이에게 있어 리버풀은 매력적인 팀입니다.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 좌절 위기로 유로파리그 잔여 일정을 소화 할 가능성이 있지만(챔피언스리그 조 3위 팀들이 유로파리그 일정을 소화하죠),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를 4위로 마치면 다음 시즌에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을 수 있습니다. 토레스가 잦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출전하기 어려운데다 은고그-보로닌의 기량은 판 니스텔로이를 앞선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판 니스텔로이에게 많은 경기 출전 기회가 주어질 것입니다.

리버풀은 명문 클럽으로서 우승에 대한 매리트가 있습니다. 올 시즌 하반기에 유로파리그 일정을 소화하면 우승에 본격적으로 도전할 것입니다. 또한 FA컵 우승도 노려볼 만 합니다.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리그보다 토너먼트 대회에서의 우승 인연이 많은 만큼, 판 니스텔로이는 리버풀에서 우승의 기쁨을 누릴 기회가 있습니다.

또한 판 니스텔로이의 리버풀 이적은 맨유와 리버풀의 라이벌 구도가 또 다시 흥미롭게 전개되는 이슈가 될 것입니다. 맨유가 지난 여름 리버풀의 에이스였던 마이클 오언을 영입했던 것 처럼, 리버풀도 맨유 에이스였던 판 니스텔로이를 영입하면 두 팀의 대립 스토리가 흥미진진할 것입니다. 2006년 초 맨유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의 대립 이후 벤치 신세로 전락해 그해 여름 레알로 떠났던 판 니스텔로이로서는 리버풀 이적을 충분히 고민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판 니스텔로이는 올 시즌 레알에서 두 경기만 출전했을 뿐 이과인-벤제마-라울과의 공격수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렸습니다. 네덜란드 대표팀 경기에 출전하고 남아공 월드컵 무대를 밟으려면 새로운 소속팀을 찾아야 합니다. 특히 많은 경기 출전이 보장될 수 있고 명문팀이라는 매리트가 있는 리버풀이 끌릴 수 밖에 없습니다. 팀의 성적 부진 및 토레스의 부상 결장으로 걱정하는 리버풀 팬들이 판 니스텔로이의 안필드 행을 원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