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올해 마지막 평가전인 세르비아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계획입니다.
허정무호는 18일 저녁 11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잉글랜드 런던 크레이븐 커티지에서 세르비아와 격돌합니다. 지난 15일 덴마크 원정에서 득점 없이 0-0으로 비긴 허정무호는 세르비아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2009년 A매치 일정을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세르비아는 동유럽의 강호이자 남아공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프랑스를 제치고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팀으로서 허정무호의 '진짜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세르비아전 4-2-3-1의 화두는 미드필더
세르비아전에서는 4-2-3-1 전환이 유력시되고 있습니다. 허정무 감독은 유럽으로 출국하기 전에 가진 인터뷰에서 "유럽 원정에서 4-4-2와 4-3-3을 쓸 생각이며 4-3-3의 경우 4-2-3-1을 고려하고 있다"며 4-2-3-1을 쓸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지난 덴마크전에서 4-4-2를 썼기 때문에 세르비아전에서는 4-2-3-1을 쓸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4-4-2의 중앙 미드필더를 담당했던 김정우-기성용이 소속팀의 6강 플레이오프 일정으로 조기 귀국했기 때문에 4-2-3-1이라는 새로운 전형이 불가피합니다.
허정무호가 4-2-3-1을 쓴다고 해서 4-4-2가 실패한 것은 아닙니다. 4-2-3-1은 4-4-2의 대안이자 플랜B 전술이기 때문이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경우에도 주 전술을 4-4-2로 쓰지만 강팀과의 경기에서는 4-2-3-1을 자주 사용합니다. 4-2-3-1이 4-4-2보다 좋은 이유는 미드필더들의 숫자를 늘리며 허리를 두껍게 세울 수 있습니다. 미드필더진의 경기 장악력과 높은 볼 점유율이 중요시되는 현대 축구의 흐름에서는 4-2-3-1 만큼 매력적인 포메이션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강팀과의 경기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4-4-2보다는 4-2-3-1이 더 적합합니다.
그래서 세르비아전에서 4-2-3-1을 쓰는 것은 '현명한 선택' 입니다. 세르비아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0위를 기록중인 팀으로서 덴마크(27위)보다 랭킹이 높으며 공수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유럽 예선에서 비디치-루코비치를 주축으로 10경기에서 8실점을 기록하는 짠물 수비의 위력을 발휘했고, 미드필더들의 끈질긴 조직력, 요바노비치-지기치 투톱이 버티는 공격진의 화력이 강합니다. 특히 유럽 예선에서 프랑스를 제치고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냈기 때문에 허정무호가 4-2-3-1을 실험하기에 가장 적합한 상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4-2-3-1의 화두는 미드필더진 입니다. 2와 3은 각각 수비, 공격 중심의 미드필더이기 때문에 서로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후방과 전방 옵션과의 연계 플레이에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공격시에는 2가 중원에서 다양한 형태의 패스를 날리며 팀의 공격 루트를 다변화시킬 수 있고 3은 유기적인 위치 변경과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최전방을 공략합니다. 수비시에는 2가 중원에서 강한 압박을 할 수 있고 3이 전방 압박을 가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3의 측면 윙어들이 수비 가담하여 역습 기회를 노릴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전술적 특징은 실점을 줄이고 효과적인 공격 루트를 창출할 수 있는 장점과 직결됩니다.
허정무호는 2에 김남일-조원희를 놓고 3에 염기훈-박지성-이청용을 포진시킬 예정입니다. 이 전술에서는 김남일이 키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에서는 사비 알론소처럼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고 전방으로 패스를 활발히 연결할 수 있는 옵션이 필수이기 때문이죠. 그 역할은 김남일이 '후반전에 4-2-3-1을 썼던' 지난달 세네갈전에서 깨끗하게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그래서 3은 김남일의 후방 지원을 받으며 세네갈 진영을 활발히 파고들 수 있었습니다. 만약 김남일의 패싱력이 살아나지 못하면 3의 공격 비중이 약화되고 수비 부담만 커지기 때문에 김남일-3으로 이어지는 연계 플레이가 중요합니다.
만약 한국이 세르비아전에서 수비에 비중을 두지 않는다면 김남일과 조원희의 수비 범위는 클 것입니다. 3의 활동 반경이 상대 진영에 고정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김남일과 조원희의 많은 활동량이 요구됩니다. 하지만 김남일은 넓은 공간을 커버할 수 있는 능력이 약하고 조원희는 소속팀 위건에서 벤치를 지키면서 실전 감각이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 실력을 확신할 수 없습니다. 만약 두 선수가 수비에서 부진하면 포백의 수비 부담이 커지는데, 지난 덴마크전에서 상대 공격수를 놓치는 불안함을 노출한 포백이 요바노비치-지기치에게 흔들릴 가능성이 큽니다. 김남일-조원희에게 많은 수비 부담이 따르면 포백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세르비아전에서 강력한 압박에 역습을 지향하는 경기를 펼칠 가능성이 큽니다. 김남일과 조원희의 수비 부담을 염기훈과 이청용이 측면에서 커버할 수 있기 때문이죠. 두 윙어가 측면에서 적극적인 압박을 가하면 김남일과 조원희가 포백과 함께 수비 밸런스를 잡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염기훈과 이청용을 통한 역습이 활발하게 전개될 수 있습니다. 염기훈의 측면 돌파가 최근 대표팀에서 빛을 발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공격의 세기에서는 염기훈의 날카로움을 믿을 수 밖에 없습니다.
공격에서는 박지성의 비중이 큽니다. 박지성의 공격력에 따라 세르비아의 탄탄한 수비 조직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죠. 박지성은 측면과 중앙, 하프라인과 최전방을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원투패스와 스루패스에 강점을 발휘하는 선수입니다. 또한 프리미어리그에서 보여줬던 것 처럼, 상대의 압박을 민첩한 움직임으로 간파하거나 반칙을 얻어냈기 때문에 대표팀이 중앙에서 활발한 공격 기회를 얻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상대의 수비 조직력이 견고한 만큼, 박지성의 종횡 무진 활약에 기대를 걸어볼 만 합니다.
4-2-3-1의 약점은 원톱이 고립되기 쉽습니다. 그럴수록 원톱의 바로 밑선에 포진한 공격형 미드필더, 대표팀으로 치면 박지성의 움직임이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세르비아전에서 원톱으로 출전할 가능성이 큰 이동국은 강한 수비력을 자랑하는 상대 앞에서 고립되는 문제점이 그동안 수차례 있었던 만큼 박지성의 활발함에 기대를 걸어야 합니다. 또한 박지성은 문전 앞에서 골을 넣는 능력을 지닌 선수이기 때문에 대표팀의 득점 자원으로서 골을 넣어야 하는 임무가 있습니다. 이동국이 골을 해결짓지 못하면 박지성이 해결하는 것이 4-2-3-1의 특징입니다.
물론 박지성의 활동 패턴은 왼쪽으로 쏠리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공격 전개가 세르비아전에서 여러차례 나타나면 팀 공격이 단조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청용이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박지성의 공간을 커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청용은 4-2-3-1을 소화하는 볼튼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입니다. 4-2-3-1에서 어느 위치에 포진하고 어떻게 효율적인 연계플레이를 할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박지성으로 인한 공격의 단조로움을 이청용이 벗겨낼 수 있습니다. 세르비아전 승패 여부는 미드필더진의 역할 수행 여부에서 좌우 될 것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