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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첼시-아스날-맨유, 부상 선수에 울고 웃다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첼시와 아스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선두 경쟁 구도가 형성 됐습니다. 첼시는 10승2패(승점 30)로 1위를 기록중이며 아스날과 맨유는 각각 8승1무2패와 8승1무3패(이상 승점 25)로 2위와 3위에 랭크 되었습니다. 아스날이 한 경기를 덜 치른데다 지난 시즌보다 전력이 향상되었고 맨유가 프리미어리그 3연패의 저력이 있음을 상기하면 어느 팀이 최후에 우승의 기쁨을 누릴지 알 수 없습니다.

이러한 세 팀의 선두 경쟁에 희비를 가르는 변수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주축 선수들의 부상입니다. 첼시와 아스날은 일부 주축 선수들이 A매치 데이를 전후로 부상을 당하면서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반면에 맨유는 부상 선수들의 복귀에 힘을 얻으며 리그 1위에 진입할 수 있는 명분을 마련했습니다. 오는 12월말까지 UEFA 챔피언스리그, 칼링컵, 박싱데이로 인한 바쁜 일정을 치러야 하는 세 팀의 선두 경쟁은 부상 선수의 공백, 부상 복귀 선수의 활약 여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입니다.

첼시-아스날은 울상, 맨유는 반색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얼마전 언론에서 잉글랜드와 브라질이 제3국(카타르)에서 A매치를 치르는 것을 비판했습니다. 잉글랜드가 아닌 곳에서 A매치를 치를 필요가 있는지 의심을 품은 것이죠. 그 속내는 웨인 루니, 마이클 캐릭, 웨스 브라운, 벤 포스터 같은 맨유 선수들이 카타르로 이동하는 대표팀 일정을 치르는 부담감을 경계한 것입니다. 만약 이들이 대표팀 경기 도중 부상을 당했다면 맨유 전력에 타격이 크기 때문에 퍼거슨 감독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잉글랜드-브라질의 A매치로 정작 울어야 할 사람은 퍼거슨 감독이 아닙니다. 바로 카를로 안첼로티 첼시 감독입니다. 첼시 전력을 오랫동안 지탱했던 프랭크 램퍼드와 존 테리가 대표팀에서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죠. 램퍼드는 브라질전 직전에 왼쪽 허벅지 부상으로 고국으로 돌아갔고 테리는 발목 부상으로 브라질전에 결장했습니다.

두 선수는 그동안 첼시 경기에서 거의 매 경기에 선발 출전했지만 당분간 결장이 불가피하면서 첼시 전력의 무게감이 떨어졌습니다. 램퍼드는 6주 동안 출전할 수 없으며 테리의 복귀 시점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첼시 전력에서 두 선수의 비중이 크다는 점입니다. 램퍼드는 미들라이커로서 첼시의 득점력을 높일 수 있는 핵심 자원입니다. 하지만 램퍼드가 빠지면서 중원의 무게감이 약해졌습니다. 테리의 부상 공백은 알렉스가 메울 예정이지만 그동안 출전 기회가 꾸준히 주어지지 못했기 때문에 실전 감각이 우려됩니다.

첼시의 부상 악재는 램퍼드-테리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디디에 드록바가 지난 9일 맨유전에서 조니 에반스의 날아차기로 가슴을 가격당해 갈비뼈가 골절 되었습니다. 당초 19일 독일전에 출전할 예정이었으나 부상 회복이 느려지면서 3주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드록바의 거침없는 골 감각을 앞세워 리그 1위를 기록했던 첼시의 오름세는 중대한 고비를 맡게 되었습니다. 오는 30일 '런던 라이벌' 아스날전 복귀 여부도 장담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만약 첼시가 부상 선수의 공백속에 아스날에 패하면 선두 수성이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아스날도 첼시와 마찬가지로 주축 선수의 부상으로 전력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골 넣는 공격축구의 주역이었던 로빈 판 페르시, 니클라스 벤트너가 A매치 데이를 전후로 장기간 부상을 당했습니다. 특히 올 시즌 만개한 기량을 발휘했던 판 페르시는 지난 14일 이탈리아전에서 조르지오 키엘리니의 태클에 의해 발목을 다쳐 전반 12분에 조기 교체 되었습니다. 앞으로 4~6주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아스날의 공격 마무리가 저하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판 페르시의 백업 역할을 할 수 있는 벤트너도 부상 당했습니다. 지난달 31일 토트넘전에서 사타구니 부상을 당하면서 4주 진단을 받았고 스포츠 헤르니아(탈장) 수술까지 겹치면서 내년에 그라운드에 복귀할 전망입니다. 벤트너는 올 시즌 판 페르시를 보조하는 오른쪽 윙 포워드로서 날카로운 공격력을 과시했던 것과 동시에 판 페르시를 대신하여 최전방 공격수로 뛸 수 있는 선수입니다. 에두아르두 다 실바, 안드리 아르샤빈 같은 윙 포워드 자원들은 스리톱에서 최전방 공격수를 맡기에는 피지컬의 열세가 있기 때문에 부상 선수 공백을 메우기 힘듭니다.

그래서 판 페르시-벤트너의 부상은 아스날의 전술 변경을 시사합니다. 두 명의 최전방 공격수 자원이 빠지면서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중심으로 놓는 4-3-3이 기존의 4-4-2로 대체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전망됩니다. 최근에 사미르 나스리가 부상에서 복귀했기 때문에 '에두아르두-아르샤빈'을 투톱으로 놓고 나스리와 엠마뉘엘 에부에(또는 테오 월컷)을 측면에 포진시키는 전술을 쓸 것임이 유력합니다. 올 시즌 4-3-3 효과에 힘입은 다득점 축구로 리그 우승을 노렸던 아스날이 고비를 넘길지 주목됩니다.

반면에 맨유는 부상 선수들의 복귀로 반색을 하고 있습니다. '산소탱크' 박지성을 비롯해 오언 하그리브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네마냐 비디치가 부상에서 복귀하기 때문이죠. 특히 박지성과 비디치는 지난 15일 A매치 데이 경기를 치르면서 소속팀 복귀를 눈앞에 두게 되었습니다. 박지성은 루이스 나니의 부진과 라이언 긱스의 체력 저하를 커버할 수 있는 측면 옵션이며 비디치는 조니 에반스(또는 브라운-네빌)과 함께 리오 퍼디난드의 등 부상 공백을 메울 것으로 보입니다.

하그리브스의 복귀는 맨유의 중원 수비력이 강해지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올 시즌 맨유의 중원에서 대런 플래쳐 이외에 어느 누구도 수비에서 강점을 발휘하지 못했던 맨유로서는 하그리브스의 복귀로 중원에서 쓸 수 있는 카드가 다양해졌습니다. 베르바토프도 부상에서 회복되면서 맨유팬이 선정한 10월의 선수상에 선정된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난 시즌보다 화력이 약화된 맨유의 공격력에서는 베르바토프의 꾸준한 맹활약이 필수입니다.

이러한 부상 선수들의 복귀는 맨유가 박싱데이까지 최상의 스쿼드를 유지하며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는 플러스 효과가 될 것입니다. 또한 지난 시즌보다 선수 기용폭이 얇았던 로테이션 시스템의 두께가 두꺼워지면서 바쁜 일정속에서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하며 혹사를 방지할 수 있는 긍정적 기대를 할 수 있습니다. 부상 선수들에 의해 희비가 엇갈린 첼시와 아스날, 맨유의 선두 경쟁이 무척 흥미롭게 전개 될 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