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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한국 축구, 덴마크전에서 보약을 마셨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유럽 원정 첫번째 평가전인 덴마크전에서 득점 없이 비겼습니다.

한국은 15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덴마크 리베주 에스비에르서 열린 덴마크와의 평가전에서 0-0으로 비겼습니다. 경기 초반에 수비 실수로 고전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전반 25분부터 미드필더진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끌어 올리면서 무난한 경기 내용을 펼쳤습니다. 특히 유럽 팀을 상대로 경기 분위기 전환, 압박, 스위칭, 원투패스가 매끄럽게 이어졌던 것이 인상적 이었습니다. 이로써 한국은 덴마크전 무승부로 A매치 27경기 연속 무패행진 기록을 이어갔습니다.

공격 강화로 경기 분위기 바꾼 전반전

한국은 덴마크전에서 박주영을 제외한 베스트 멤버를 기용했습니다. 골키퍼에 이운재, 수비수에 이영표-조용형-이정수-차두리, 미드필더에 박지성-김정우-기성용-이청용, 공격수에 이동국-이근호를 투톱에 포진 시켰습니다. 허정무 감독이 이번 덴마크전을 월드컵 본선이라 생각하고 경기하겠다며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기 때문에 덴마크전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입니다.

경기 초반에는 덴마크에게 점유율에서 밀리면서 상대보다 활발한 공격을 시도하지 못했습니다. 덴마크가 후방에서 활발한 패스를 시도하여 공의 소유 시간을 높였고 측면에서의 빌드업 과정이 빠르게 전개 되면서 한국의 허리가 간파 당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전반 15분 볼 점유율에서 33-67(%)로 밀려 공격의 활발함이 무뎠습니다. 특히 미드필더진에서 공격진으로 연결되는 패스가 상대에 번번이 차단되었고 이청용이 공을 터치하는 횟수도 평소보다 부족했습니다.

무엇보다 수비가 좋지 않았습니다. 전반 15분까지 박스 안에서 세 번씩이나 노마크 상황에서 슈팅 기회를 내주거나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뻔했던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전반 5분 덴마크의 왼쪽 크로스가 올라온 상황에서 이정수가 문전에서 무센의 마크를 놓친 것, 13분 문전 정면에서 폴센에게 노마크를 허용하면서 슈팅 기회를 내줬지만 이운재가 끝까지 공을 보고 막을 수 있었습니다. 15분에도 문전 정면에서 무센에게 노마크 상황에서 슈팅을 허용하는 불안함이 있었습니다.

한국의 수비 불안 원인은 두 가지 였습니다. 첫째는 좌우 풀백들의 위치 선정 불안 이었습니다. 이영표가 13분 폴센의 슈팅 과정에서 상대의 오른쪽 크로스를 예측하지 못해 다른 위치에 있었던 것, 차두리가 15분과 21분 상황에서 센터백들과 간격을 좁히면서 오른쪽에서 공격을 시도하던 상대의 공격 기회를 내준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둘째는 미드필더진에서의 점유율 부족이 아쉬웠습니다. 미드필더진에서 공을 소유하는 시간이 짧을수록 상대에게 공격 기회를 내주는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한국은 전반 중반부터 경기 운영을 다르게 바꾸면서 덴마크에 밀리던 경기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바꿨습니다. 박지성과 이청용이 측면과 중앙을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미드필더진의 패스가 활발히 연결되었고 포백이 허리와의 간격을 좁히면서 공을 소유하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빌드업 과정에서는 어느 한 선수의 스피드에 의존하기보다는 상대의 시선을 공쪽에 붙여놓고 원투패스로 전방을 침투하면서 공격의 활로가 열렸습니다. 그래서 24분 이청용, 26분 이청용의 슈팅이 상대 골문과 가까운 곳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박지성의 중앙 이동이 한국이 활발한 공격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원인이 됐습니다. 덴마크가 측면쪽에 쏠리는 공격 패턴을 보이면서 한국이 중앙쪽으로 공격을 풀었던 것이 상대의 공격을 무디는 것과 동시에 한국의 점유율이 높아지게 됐죠. 그래서 박지성이 중앙에서 공간을 부지런히 파고들면서 이동국-이근호에게 공격 기회가 생겼고 때에따라 이청용까지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공격 연결고리 역할을 맡았습니다. 덴마크에 밀리던 경기 분위기를 바꾼 한국의 공격력은 칭찬받아야 마땅했습니다.

경기 분위기 주도한 한국, 그러나 골이 아쉬웠다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이동국을 빼고 설기현을 투입했습니다. 설기현을 기용한 목적은 두 가지 입니다. 첫째는 설기현의 기량을 점검하기 위해, 둘째는 이동국의 과감한 공격이 부족했다는 평가입니다. 이동국은 공격 침투 과정에서 상대 수비를 뚫을 수 있는 임펙트가 약했고 상대 수비를 앞쪽으로 끌어내려 힘을 빼놓는 모습도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포스트플레와 몸싸움이 뛰어난 설기현을 기용해 공격력을 강화했습니다. 이것은 한국이 덴마크전에서 이기겠다는 승부수를 띄운 것입니다.

무엇보다 후반 초반에도 공격력이 매끄러웠던 것이 인상적 이었습니다. 전반 25분부터 경기 분위기를 장악했던 흐름을 끝까지 잃지 않았던 한국의 경기 운영이 좋았습니다. 또한 미드필더들이 수비 과정에서 문전 쪽으로 깊숙하게 수비 가담했고 패스 위주의 경기로 빌드업을 빠르게 유도했던 것이 주효했습니다. 후반 8분에는 설기현이 덴마크 문전 정면에서 기성용의 프리킥을 헤딩골로 연결했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습니다. 헤딩을 받기 이전에 상대 수비 앞쪽에서 대기했던 것이 아쉬웠습니다.

한국의 수비 밸런스도 전반전보다 좋았습니다. 덴마크 선수들이 한국 진영에서 공을 잡으면 우리 선수들이 최소 2명 이상이 가까운 공간에서 견제하고 후방에는 또 하나의 수비 벽이 형성되었습니다. 김정우-기성용이 상대 공격 패턴을 미리 읽으며 길목을 미리 선점했던 것이 상대의 공격이 문전쪽으로 전진하기 어려웠던 흐름으로 유도됐습니다. 미드필더진이 너무 뒷쪽으로 쏠리면 설기현까지 수비 가담하면서 상대보다 압박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은 후반 18분과 20분에 걸쳐 이정수-박지성을 빼고 곽태휘-염기훈을 투입했습니다. 곽태휘를 투입한 것은 덴마크 공격의 높이와 파워를 견제하기 위해서이며 염기훈은 박지성을 대체하기 위한 옵션이자 날카로운 공격을 믿겠다는 허정무 감독의 의중이기도 합니다. 반면에 덴마크는 여러명의 선수들을 교체시키고 전형을 4-3-3에서 4-4-2로 바꿨습니다. 덴마크의 잇따른 선수 교체는 양팀의 공격 템포가 저하되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한국은 후반 막판에 차두리-이청용을 빼고 오범석-김두현을 투입했습니다. 그러나 덴마크가 수비진에서 공을 돌리는 경기 운영을 펼치면서 한국이 역습으로 상대 공격을 궤멸시킬 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습니다. 또한 상대의 수비 밸런스 균형이 견고하다보니 설기현과 염기훈의 전방 침투가 쉽지 않았습니다.

종료 직전에는 상대에게 하프라인 부근에서 공격 기회를 자주 허용했지만 후반 막판까지 압박으로 인한 체력 소모가 많았던 것이 아쉬웠습니다. 그럼에도 포백이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상대 공격을 끊으면서 실점 위기를 모면했고 경기는 0-0으로 끝났습니다. 비록 골은 넣지 못했지만 유럽을 상대로 지금의 전력 상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 덴마크전의 소득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덴마크전에서 월드컵 본선 16강 진출을 위한 보약을 마신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