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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혹사당하는 호날두가 안타까운 이유

 

발목 부상에서 회복중인 '축구 천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4. 레알 마드리드. 이하 레알)의 포르투갈 대표팀 차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호날두의 A매치 출전을 강행하겠다는 포르투갈 대표팀과 선수 보호 차원에서 무리한 출전에 난색을 표하는 레알 마드리드가 대립각을 세우게 됐습니다.

호날두가 소속된 포르투갈 대표팀은 오는 14일과 18일에 열릴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와의 남아공 월드컵 유럽 플레이오프를 치릅니다. 만약 포르투갈이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와의 두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지 못하면 남아공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합니다. 그래서 포르투갈 대표팀의 주장이자 에이스인 호날두의 비중이 팀 내에서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호날두가 A매치에 빠지고 포르투갈이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 자국팬들의 원성을 받을 지 모릅니다. 이것은 포르투갈 대표팀도 같은 입장입니다.

그래서 카를로스 퀘이로스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은 9일 해외축구 언론사 <트라이벌 풋볼>을 통해 "나는 호날두를 차출했다. 호날두가 몇분이라도 출전해서 월드컵 본선 진출을 도왔으면 한다. 우리는 호날두의 회복을 믿고 있으며 그는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전에 출전해야 한다"며 호날두가 부상을 참고 대표팀 경기에 뛸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호르헤 발다노 레알 단장을 비롯한 레알 관계자들이 스페인 언론을 통해 난색을 표하면서 포르투갈 대표팀과 갈등을 벌이게 됐습니다.

포르투갈 대표팀이 치를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전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월드컵 플레이오프 입니다. 그러므로 레알은 FIFA 규정에 따라 호날두를 포르투갈 대표팀에 보내야 합니다. 하지만 호날두가 A매치 스케줄을 치르면서 부상이 악화되면 레알 전력에 적지 않은 타격이 돌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레알이 호날두의 포르투갈 대표팀 차출에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겁니다.

호날두의 대표팀 차출 문제를 둘러싼 포르투갈 대표팀과 레알의 갈등 원인은 지난달 10일 A매치 헝가리전 이었습니다. 호날두가 지난 9월 26일 마르세유전에서 당한 발목 부상으로 몸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에 출전했기 때문이죠. 포르투갈이 월드컵 유럽 예선 탈락 위기에 놓였기 때문에 레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몸이 다친 상황에서 경기에 출전했습니다. 그러나 호날두는 무리한 경기 출전으로 부상이 더 커지면서 경기 시작 27분 만에 교체 됐습니다. 그래서 호날두의 발목 부상은 더 악화되었고 포르투갈 대표팀이 또 다시 차출하면서 레알과의 갈등이 불가피했습니다.

그러나 호날두의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전 출전은 포르투갈의 월드컵 본선 진출 여부를 떠나 호날두에게 손해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발목 부상이 완치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경기에 출전하면 부상이 또 악화 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경기에 출전하지 않더라도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까지 이동하는 대표팀 스케줄을 소화하기 때문에 충분한 휴식과 재활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적습니다. 또한 그동안 많은 경기를 치르면서 발목 부상을 키웠기 때문에 언제 또 부상으로 신음할지 알 수 없습니다.

호날두가 부상당한 발목은 신체를 과도하게 움직이면 부상의 위험성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과도한 일정을 소화한 선수들이 발목 부상에 걸리기 쉽습니다.

여기에 상대의 거친 태클이 자신의 발목쪽으로 날아오면 부상 강도가 더 클 수 밖에 없습니다. 호날두가 지난 9월 26일 마르세유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했던 것도 슐레이망 디아와라의 거친 태클이 결정적 원인입니다. 당초 2~3주 이후 복귀가 유력했지만 선수 본인이 무리하게 헝가리전 출전을 강행하면서 발목 부상이 더 커졌습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는 디아와라에게 거친 태클을 당하기 이전부터 많은 경기를 소화했던 이력이 있습니다. 이것이 호날두의 발목 부상이 악화된 근본 원인으로 지적할 수 있습니다.

호날두는 2006/07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3년 동안 A매치를 포함해 188경기를 뛰었습니다. 1년에 60경기를 넘는 과도한 일정을 소화했지만 발목이 점점 나빠졌습니다. 호날두는 맨유 시절까지는 특유의 내구성으로 부상을 이겨냈고 상대의 거친 태클에 의해 발목을 다치더라도 다음 경기에 선발 출전하는 경우가 여럿 있었습니다. 결국에는 자신의 발목 부상을 키우고 말았습니다.

그런 호날두는 지난해에도 발목 부상으로 신음했습니다. 전 소속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2007/08시즌 일정을 소화한 뒤 지난해 6월 포르투갈 대표팀에 합류했으나 훈련 도중 경미한 발복 부상을 당했습니다. 그래서 부상을 안고 유로 2008에 출전했더니 8강 독일전에서 또 다시 발목을 다쳤습니다. 부상 상태는 맨유 의료진이 생각했던 것 보다 심각했고, 결국 9월 18일 비야 레알전에 이르러 복귀전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복귀 이후 시즌 종료까지 소속팀에서만 50경기를 뛰는 바쁜 일정을 소화했고 시즌 중반에는 슬럼프까지 빠지면서 2007/08시즌의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호날두의 행보는 혹사로 고생했던 다른 선수들의 사례와 밀접합니다. 이동국은 10년 전 각급 대표팀과 프로팀 일정을 무리하게 소화하며 혹사 당한끝에 발목 및 무릎 부상으로 고생했습니다. 그 결과는 경기력 저하로 이어져 오랜기간 동안 슬럼프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호날두와 더불어 '축구 천재'로 일컫는 카카도 레알 이적 전까지는 2년 동안 발목을 비롯한 각종 잔부상에 시달렸습니다. AC밀란이 카카의 기량에 의존하는 팀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카카가 과도한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하지만 카카의 파괴력은 2년 전 '세계 최고의 선수'로 불렸던 시절보다 떨어졌다는 지적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전을 위해 포르투갈 대표팀에 차출된 호날두가 안타까울 수 밖에 없습니다. 대표팀 출전 및 포르투갈의 성적 여부를 떠나 발목 부상 후유증이 염려되기 때문이죠. 물론 헝가리전 출전은 호날두 본인이 출전을 강행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만 그 이전인 맨유 시절부터 거의 매 경기에 선발 출전하면서 혹사된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호날두가 그저 혹사 후유증에 시달리지 않고 편안하게 축구에 전념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