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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흔들리는' 맨유 vs '잘 나가는' 첼시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 후보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첼시가 드디어 맞대결을 펼칩니다. 이번 경기의 승리팀은 프리미어리그 1위 경쟁에서 우세를 점할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할 것으로 보입니다.

맨유와 첼시는 9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간)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2009/1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 경기를 치릅니다. 8승1무2패(승점 25)를 기록중인 맨유는 9승2패(승점 27)의 첼시를 꺾으면 리그 선두에 오를 수 있으며, 첼시가 맨유를 꺾으면 독주 체제를 형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합니다. 2005/06시즌부터 2007/08시즌까지 리그 1~2위를 번갈아가는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두 팀의 대결에 지구촌 축구팬들이 뜨거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흔들리는' 맨유, 첼시전이 전환점 될까?

현재 맨유의 행보는 지난 시즌보다 좋지 않습니다. 우선, 수비가 문제입니다. 리그 최강의 센터백 라인이었던 비디치-퍼디난드의 폼이 완전히 떨어졌으며 오른쪽 풀백을 맡던 존 오셰이도 경기력이 저하 되면서 게리 네빌에게 주전에서 밀릴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올 시즌에 허용한 11실점 중에 9실점이 리그 8위권 안에 포함된 팀들에게 내준 것은 강팀 또는 다크호스와의 경기에서 고질적인 수비 불안에 시달렸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행보대로라면, 첼시전 실점 가능성이 큽니다.

공격도 문제입니다. 맨유는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변함없이' 루니-베르바토프 투톱 카드를 꺼내들 것입니다. 하지만 두 선수는 최상의 호흡을 자랑하지 못합니다. 루니가 타겟맨에 고정되고 베르바토프가 프리롤 형태로 측면과 중앙을 골고루 휘젓지만, 두 선수 사이의 패스 횟수가 적다보니 상대 수비를 파괴할 피니시 능력이 떨어집니다. 특히 베르바토프가 부진한 날에는 루니가 최전방에서 고립되면서 동시 부진에 빠지는 악순환이 나타났습니다. 베르바토프가 첼시의 터프한 수비에 막히면 루니의 맹활약은 보장할 수 없습니다.

그런 맨유에게 있어 첼시 원정은 반갑지 않습니다. 맨유는 2002년 이후 6년 연속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승리한 적이 없으며 6경기 동안 단 2골에 그쳤습니다.(그 중에 한 골이 지난해 박지성의 골 이었습니다.) 그리고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13번이나 이기지 못했습니다. 또한 맨유는 지난 시즌보다 전력이 떨어진 반면에 첼시는 '안첼로티 효과'로 전력 업그레이드에 성공했습니다. 맨유가 불안한 전적을 무릅쓰고 적지에서 승리할지는 의문입니다.

하지만 맨유가 리그 선두권 진입 및 우승을 위해서라면 첼시 원정에서 승점 3점을 따내야 합니다. '골 넣는 공격축구'를 표방한 3위 아스날의 추격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첼시를 반드시 꺾어야 앞날의 전망이 밝습니다. 퍼디난드의 등 부상 공백을 메울 조니 에반스가 지난 시즌 첼시 원정에서 '지난 시즌 리그 득점 1위' 니콜라 아넬카를 꽁꽁 묶었던 경험이 있는 것을 비롯해, 회춘모드 중인 긱스-네빌, 부상에서 돌아온 대런 플래처, 맨유 측면의 뉴페이스로 떠오른 안토니오 발렌시아의 활약이 맨유에게 있어 반가운 부분입니다.

또한 맨유는 올 시즌 리그 11경기 23골 중 17골이 후반전에 나왔습니다. 지난 4일 CSKA 모스크바전에서는 1-3으로 뒤진 상황에서 경기 막판에 두 골을 넣는 저력을 발휘했습니다. 이것은 맨유가 경기 승부를 결정짓는 절호의 타이밍에 강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저력이 리그 선두인 첼시전에서 불을 뿜으면 이번 경기에서 뜻밖의 결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중요한 승부처에서 골을 넣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맨유의 응집력이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빛을 발할지 주목됩니다.

첼시의 '안첼로티 효과', 맨유전서 빛날까?

첼시의 오름세는 리그 독주를 형성했던 2000년대 중반의 모습과 흡사합니다. 무리뉴 체제의 첼시가 짠물축구로 재미를 봤던 것 처럼, 안첼로티 체제의 키워드인 다이아몬드 전술은 상대팀이 맘껏 공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첼로티 체제와 무리뉴 체제는 철벽 수비와 미드필더진의 튼튼한 짜임새를 앞세워 상대팀을 공략했습니다.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안첼로티 체제는 미드필더진에서의 높은 점유율을 앞세워 공격적인 축구를 펼치는 반면에 무리뉴 체제는 수비 지향적입니다.

특히 첼시의 미드필더진은 리그에서 가장 으뜸입니다. 그랜트-히딩크 체제에서 다져진 '램퍼드-에시엔-발라크'로 짜인 중원의 호흡은 단연 최고이며 터프한 수비력과 효율성 높은 공격, 그리고 매서운 움직임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데쿠는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아기자기한 경기 운영을 펼쳐 미드필더진과 공격진 사이의 공격 연결고리 역할을 성공적으로 소화했습니다. 네 선수의 조직적인 역량은 다이아몬드가 성공할 수 있었던, 안첼로티 체제가 빛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습니다.

특히 안첼로티 감독의 다이아몬드는 지난 8월 8일 맨유와의 커뮤니티 실드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안첼로티 감독은 맨유가 좌우 윙어인 박지성-나니의 공격 침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간파해, 후반전부터 말루다-발라크를 앞세워 맨유 두 윙어의 뒷 공간을 파고드는 돌파에 주력했습니다. 중앙에 있던 에시엔이 두 선수 사이에서 중심을 맞추고 램퍼드가 돌파 공간을 마련하면서, 말루다-발라크의 돌파가 맨유의 미드필더진을 뚫으며 상대 수비의 저항을 이겨냈습니다.

최근에는 4경기에서 15골, 2실점을 기록하는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첼시의 공격과 수비가 최상의 폼을 발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경기 상대는 지난 시즌보다 전력이 약해진 맨유이기 때문에 지금의 기세대로라면 승리할 가능성이 큽니다. 첼시는 전통적으로 스탬포드 브릿지에 강하며 올 시즌 홈 경기에서 모두 승리했습니다. 그리고 안첼로티 감독은 AC밀란 사령탑 시절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상대로 4전 3승1패의 우세를 점했습니다. 이번 맨유전에서 승리하면 안첼로티 감독은 '퍼거슨 킬러'라는 닉네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번 맨유전에서는 램퍼드의 오름세를 눈여겨 봐야 할 것입니다. 램퍼드는 최근 4경기에서 3골  넣으며 시즌 초반 득점력 부진을 만회했습니다. 램퍼드가 미들라이커로서 순도높은 득점력을 과시했고, 드록바-아넬카 투톱에게 활발한 공격 기회를 제공했던 선수임을 상기하면 맨유전에서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첼시가 맨유를 꺾고 리그 독주 체제를 형성하려면 램퍼드의 가공할 공격력은 필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