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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리옹전 부진' 리버풀, 챔스 32강 탈락하나?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이 이끄는 리버풀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의 최대 고비였던 리옹 원정에서 승리하지 못해 32강 본선 탈락이 가시화 되었습니다.

리버풀은 5일 오전 4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스타드 드 제를랑에서 열린 리옹과의 2009/10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본선 B조 4차전에서 1-1로 비겼습니다. 후반 38분 라이언 바벨의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승리를 굳히는 듯 했으나 7분 뒤 리산드로 로페즈에게 동점골을 허용해 원정에서 승점 3점을 획득하는데 실패했습니다.

이로써 리버풀은 B조에서 승점 4점(1승1무2패)를 기록해 데브레체니를 5-2로 대파한 조2위 피오렌티나(승점 9)와의 승점이 5점 차이로 벌어졌습니다. 앞으로 남은 데브레체니 원정과 피오렌티나와의 홈 경기를 모두 이기더라도 피오렌티나가 2경기 중에 1경기를 이기면, 리버풀은 16강 진출이 좌절됩니다. 리옹 원정에서 이겼어야 할 리버풀의 경기력 부진 및 막판 방심이 아쉬운 이유입니다.

리버풀, 리옹전에서 왜 고전했나?

리버풀은 리옹전에서 4-4-2 포메이션을 구사했습니다. 레이나를 골키퍼로 놓고 인수아-크리지아코스-아게르-캐러거를 포백, 베나윤-루카스-마스체라노-카윗을 미드필더, 보로닌을 쉐도우, 토레스를 타겟맨에 배치했습니다. 제라드-리에라-켈리-스크르텔이 부상으로 결장하고 존슨-아우렐리우-은고그-아퀼라니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리옹전 선발 라인업이 가용할 수 있는 최정예 자원입니다. 비록 선수층은 평소보다 좋지 않지만 리옹전은 이겨야했던 경기이기 때문에 선수들의 단결된 활약이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리버풀은 경기 초반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말았습니다. 좌우 풀백인 인수아와 캐러거가 4-3-3을 쓰는 리옹의 좌우 윙 포워드인 고미스-바스토스에게 뒷 공간을 내주면서 상대의 측면 공격 기회를 쉽게 허용했습니다. 아게르와 크리지아코스의 밸런스가 좋지 않았다면 경기 초반부터 실점했을지 모를 일입니다. 수비 불안은 중원에서도 이어졌습니다. 루카스-마스체라노 콤비가 람스트롬-마쿤-퍄니치의 공세를 이겨내지 못해 경기 초반부터 리옹에게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특히 수비수들의 패스미스는 리버풀이 경기 초반부터 고전했던 원인이 되었습니다. 전반 14분까지 캐러거거 7개의 패스 중에 3개, 인수아와 아게르가 7개의 패스 중에 4개, 크리지아코스가 9개의 패스 중에 6개를 정확하게 연결했습니다. 그래서 포백에서 중원으로 연결되는 패스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캐러거의 잇따른 패스미스는 카윗에게 공격이 활발히 연결되지 않는 문제점으로 이어졌고 리옹이 왼쪽 측면에서 기선 제압에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이 됐습니다.

전반 중반부터는 공격 연결 과정에서 실수가 속출했습니다. 미드필더진에서 공격진으로 연결되는 패스가 상대의 수비 견제에 끊기는 장면들이 여럿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리버풀은 상대의 위험지역을 통과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토레스의 볼 터치도 저조했습니다. 베나윤과 카윗의 측면 돌파도 상대의 견고한 압박에 힘을 잃으면서 공격의 활기를 띄우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보로닌은 공간을 넘나드는 움직임만 활발했을 뿐 토레스에게 공을 연결하거나 빈 공간을 창출할 수 있는 활발함. 그리고 상대 포백을 뚫기 위한 과감함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리버풀은 전반 35분 부터 베나윤의 기동력을 살리는 공격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베나윤이 중앙에서 공을 잡으면서 대각선 패스 연결에 치중했고 36분에는 다시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으며 직접 돌파를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루카스-마스체라노가 공격적인 측면에서 아무런 비중을 실어주지 못했고, 보로닌이 토레스와 미드필더 사이에서 어중간한 활약을 펼치면서 리버풀의 공격 마무리가 떨어지는 문제점은 여전했습니다. 43분에는 루카스가 왼쪽 측면에 포진했던 인수아에게 롱패스를 연결한 것이 그대로 옆줄아웃되는 실수가 있었습니다.

리버풀은 전반전에 이어 후반 초반에도 공격 과정에서 실수를 거듭했습니다. 미드필더진에서 공격진으로 연결되는 패스가 상대 수비에 번번이 끊어졌고 토레스-보로닌이 침투 과정에서 상대의 거친 몸싸움에 밀리면서 좀처럼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후반 12분에는 아게르가 최전방에 있던 토레스에게 롱패스를 시도하면서 공격 패턴을 새롭게 바꿨지만 패스 마저 부정확하게 향했습니다. 그러더니 공격진과 미드필더진의 간격이 점차 벌어지면서 공격의 물꼬를 트는데 실패했습니다.

후반 13분 이후에는 미드필더진이 상대의 공세에 밀려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공격을 활발히 시도했으나 효율성 부족으로 주춤했던 것이 후반 중반에 이르러 힘이 빠지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여기에 루카스-마스체라노 조합도 중원 장악에 실패하면서 리버풀의 수비가 흔들릴 위기에 놓였습니다. 하지만 수비는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크리지아코스-아게르가 리산드로를 꽁꽁 봉쇄했고 인수아와 캐러거도 상대 측면 공격을 여러차례 끊으면서 실점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리옹에게 골을 내주면 승산 가능성이 없었던 만큼, 수비만큼은 제 몫을 다했습니다.

리버풀은 후반 22분 보로닌을 빼고 바벨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보로닌이 어중간한 활약으로 토레스를 보조하는데 실패한 것을 바벨의 기동력을 만회하겠다는 것이 베니테즈 감독의 의도였습니다. 23분에는 루카스의 왼발슛과 세컨 상황에서 터진 카윗의 오버헤드킥이 상대 골키퍼와 수비수에게 막혀 노골이 되고 말았습니다. 카윗의 오버헤드킥 타점이 빗맞았다면 상대 수비가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이어졌을지 모를 일입니다.

리옹에게 고전을 면치 못했던 리버풀에게 반전이 된 시간이 바로 후반 38분 이었습니다. 바벨이 문전 바깥쪽 중앙에서 감각적인 터치로 상대 수비수 두 명을 제치고 오른발로 일직선 중거리슛을 날렸던 것이 골로 연결 됐습니다. 리옹 수비수들의 견제에 맥을 못추었던 리버풀의 무기력했던 공격이 바벨의 한 방에 의해 경기 분위기를 뒤집을 수 있었습니다. 만약 리버풀이 바벨의 골을 경기 종료까지 확실하게 지켰다면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에 힘을 얻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리버풀을 외면했습니다. 후반 45분 리산드로에게 문전 정면에서 동점골을 허용하고 말았던 것이죠. 크리지아코스가 리산드로를 놓치고 아게르의 커버가 늦었던 것이 리산드로와 크리스에게 노마크를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리산드로는 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를 확실하게 살리며 리버풀에 비수를 꽂았습니다. 바벨의 중거리슛으로 기쁨에 흥겨워하던 리버풀의 방심이 결국 리옹전 무승부 및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 좌절의 위기로 이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