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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동국의 '20골 득점왕'이 특별한 이유

 

2009 K리그의 정규리그 1위의 주인공은 전북 현대가 되었습니다. 전북의 우승을 이끈 주역 중에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선수가 바로 '사자왕' 이동국(30) 입니다. 이동국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20골을 넣으며 팀의 1위를 이끌었고 생애 첫 득점왕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특히 이동국의 정규리그 20골 득점왕(27경기) 기록은 K리그의 4번째 기록입니다. 1990년 포철의 조긍연(38경기 20골), 1994년 LG의 윤상철(28경기 21골) 2003년 성남의 김도훈(40경기 28골)에 이은 대기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올 시즌 정규리그가 각 팀당 28경기 치러졌음을 상기하면 이동국의 20골은 제법 가치가 큽니다.

일부 팬들은 특정 선수의 대기록 경신 과정에서 영양가 논란을 제기합니다. 하지만 이동국의 27경기 20골은 영양가 논란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대기록입니다. 무엇보다 정규리그에서 20골 이상의 성적으로 득점왕에 등극한 역대 K리그 선수가 4명에 불과한 점은 이동국이 득점력이 뛰어난 공격수임을 증명할 수 있는 펙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동국은 정규리그에서 많은 골을 넣었던 선수는 아닙니다. 지금까지 정규리그 최다골은 2003년 광주 시절(27경기 11골) 이었으며 자신이 전성기를 보냈던 포항 시절에는 7골(1998, 1999, 2002, 2006년)이 최고의 성적 이었습니다. 물론 포항에서 정규리그 7골을 넣었던 시절에는 각급 대표팀 차출 및 혹사 후유증, 그리고 십자인대 파열 때문에 뚜렷히 좋은 기록을 올리기 힘들었습니다.

또한 이동국은 지난해 5월과 12월에 미들즈브러와 성남에서 경기력 부진으로 방출된 선수였습니다. 1년에 두 팀에서 방출된 사례는 프로축구에서 드뭅니다. 그랬던 선수가 이듬해 정규리그에서 20골을 넣으며 득점왕을 달성한 것은 예전의 무기력함이 더 이상 없다는 것을 축구팬들에게 증명했습니다. 이제는 진정한 '사자왕'의 저력을 되찾았고, 포항-광주 시절보다 결정력이 높아지면서 K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치켜 세우기에 손색없는 위치에 도달했습니다.

이러한 이동국의 오름세는 올해 초 전북으로 트레이드 된 것이 자신의 축구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이 됐습니다. '재활공장장' 최강희 감독의 무한한 신뢰와 믿음을 얻으면서 슬럼프 탈출에 매진했고 재기 성공을 향한 노력이 꾸준히 쌓이면서 마침내 어두운 그늘에서 해맑은 햇살을 보게 됐습니다. 자신의 기량을 믿어준 감독과 함께 호흡했다는 점은 미들즈브러와 성남에서 실패했던 이동국에게 큰 힘이 되었고 그것은 곧 그라운드에서의 실력으로 직결 되었습니다.

이동국이 20골을 넣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 발휘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올 시즌에는 문전에서의 절묘한 위치선정과 감각적인 볼 트래핑을 앞세워 넣은 골 장면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는 공격수 특유 본능인 '몰아치기'까지 가능했습니다. 이동국의 20골 중에서 2골 이상 기록했던 멀티골은 총 7번 이었습니다. "공격수는 골로 말한다"는 축구의 진리가 존재하는 것 처럼, 이동국은 경이적인 골 결정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밝게 빛냈습니다.   

또한 이동국을 중심으로 하는 전북의 공격 전술 효과도 제법 컸습니다. 최태욱-루이스-에닝요 그리고 최근에는 브라질리아에 이르기까지 이동국의 득점력을 도와주는 도우미들이 전북에 즐비합니다. 이것은 이동국이 전북에서 차지하는 전술적인 비중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며 전북의 정규리그 1위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동국이 어시스트가 없는 것을 아쉬워하지만, 이동국의 역할은 골을 넣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그렇다고 이동국이 골대 앞에만 서 있는 골잡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무리입니다. 이동국은 최전방에서 후방 공격 옵션의 문전 침투를 유도하기 위해 상대 수비를 끌고 다니거나 또는 적극적인 수비가담에 이은 역습 공격으로 팀의 원활한 빌드업을 도왔습니다. 최강희 감독이 이동국의 움직임에 만족감을 표시하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물론 기민한 움직임을 원하는 허정무 감독의 눈에는 이동국의 움직임을 불만족스럽게 여깁니다. 하지만 이동국은 포스트 플레이를 펼치는 정통 타겟맨일 뿐 박주영-이근호와는 다른 타입의 공격수 입니다. 적어도 이동국은 전북에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도맡아 팀의 공격력을 향상 시켰습니다. 그리고 공격수의 기본인 골에 충실했다는 점은 이동국 안티팬들이 '능력없는 공격수'라고 주장하는 것을 무색케하는 진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동국은 우리나라 축구 선수 중에서 축구팬들에게 가장 오랫동안 비판과 비난, 그리고 편견에 시달렸던 선수입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에는 온갖 시련을 겪으며 부활과 슬럼프를 끊임없이 반복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안티팬들의 공격에 시달렸지만 온갖 산전수전을 겪었던 경험 때문에 이제는 슬럼프로 쉽게 주저앉을 것 같지 않습니다. 20골 득점왕에 오른 지금의 페이스라면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K리그에서 얼마든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습니다.

이동국에게 있어 2010년은 자신의 축구 인생에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12년 동안 밟지 못했던 월드컵 본선 무대 출전 가능성이 있는데다, 전북의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어야 하는 사명감이 있습니다. 올해 정규리그에서 20골 득점왕에 올랐던 것은 내년의 화려한 비상을 향한 자신감을 얻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베테랑 공격수로서의 경험까지 더해져기 때문에 시련이 많았던 이전과는 다른 행보를 걸을 것임에 분명합니다. 이동국의 20골 득점왕은 여러가지 면에서 특별할 수 밖에 없는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