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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첼시의 EPL 1위 수성은 계속될까?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이끄는 첼시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9승2패로 1위를 기록중입니다. 지난 여름에 사령탑을 바꾸면서 안첼로티 감독의 프리미어리그 적응 기간을 비롯해 다이아몬드 전술 정착 여부가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시즌 이전의 전망은 완전히 틀렸습니다.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를 2위로 따돌리고 1위로 올라선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성적임에 틀림 없습니다.

물론 지금은 시즌 초반이 지났을 뿐입니다. 첼시의 순위는 언젠가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 시점은 박싱데이, 1월 이적시장 이후, 시즌 막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스콜라리 체제 시절에도 그랬습니다. 시즌 초반 1위였으나 중반에 접어들자 리버풀과 접전을 펼치더니 지난 2월 선두 맨유와 승점 10점 차이로 4위로 추락하면서 스콜라리 감독이 경질된 일이 있었습니다. 시즌 장기 레이스는 여러가지 변수가 있기 때문에 안첼로티 체제도 스콜라리 체제와 똑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안첼로티 체제의 지금까지 행보를 놓고 보면 스콜라리 체제와는 다를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스콜라리 체제에서는 느슨해진 체력 훈련, 4-1-4-1 포메이션 정착 실패, 선수단 내분, '살림꾼' 마이클 에시엔 부상 등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안첼로티 체제에서는 아직까지 이렇다할 잡음과 문제점이 없습니다. 위건과 아스톤 빌라 원정에서 무기력한 경기 내용으로 패했던 것을 제외하면 지금까지의 행보는 밝으며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도전할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관건은 첼시의 프리미어리그 1위 수성 성공 여부입니다. 2위 맨유(8승1무2패)가 승점 2점 차이로 추격중이기 때문에 부지런히 승점 3점을 얻어야 합니다. 그래서 다음주 월요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간)에 열리는 맨유와의 홈 경기가 중요합니다. 올 시즌 홈 경기에서 모두 승리했고 전통적으로 홈 경기에 강한 면모를 보였기 때문에 맨유전 전망이 밝지만 디펜딩 챔피언의 저력을 얕봐서는 안됩니다. 만약 맨유전을 이기면 승점 5점 차이로 벌릴 수 있어 독주 체제를 형성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합니다.

무엇보다 스쿼드가 두꺼워진 것이 주목됩니다. 부상 선수들의 복귀와 그동안 슬럼프에 빠졌던 선수들이 제 폼을 되찾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스쿼드가 스콜라리-히딩크 체제 시절보다 두꺼워졌습니다. 특히 조세 보싱와가 발목 부상으로 이탈한 오른쪽 풀백 같은 경우 브리니슬라브 이바노비치가 가파른 맹활약을 펼치고 있으며 줄리아노 벨리티도 즉시 전력감으로 쓸 수 있습니다. 한때 첼시의 영입 실패작이란 평가가 따랐던 이바노비치의 슬럼프 탈출은 팀 전력에 적지 않은 힘이 됐습니다.

미드필더진도 제법 두꺼워 졌습니다. 데쿠가 공격형 미드필더, 램퍼드-에시엔-발라크가 뒷쪽 공간에서 전력의 중추 역할을 만드는 체제에 로테이션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형성 됐습니다. 데쿠의 자리에서는 조 콜이 뛸 수 있고, 램퍼드-에시엔-발라크의 자리는 말루다(지르코프)-미켈-벨레티 같은 백업 자원들의 출전이 가능합니다. 특히 말루다와 미켈은 붙박이 주전으로 뛰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즉시 전력감으로 쓸 수 있습니다.  

특히 콜의 복귀가 반갑습니다. 콜은 부상 이전까지 첼시 공격의 주축 역할을 담당했던 선수로서 창의적인 패싱력과 날카로운 킥력, 감각적인 기교를 자랑합니다. 다이아몬드의 성패가 공격형 미드필더의 파괴적인 공격력에서 좌우되는 것임을 상기하면 데쿠보다는 콜에게 무게감이 실릴 수 밖에 없습니다. 데쿠는 지난 시즌보다 폼이 부쩍 좋아졌지만 지구력과 부지런함에서 여전히 강점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콜이 데쿠의 부족한 모습을 채운다면 첼시의 순항이 계속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첼시가 리그 1위를 기록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수비입니다. 11경기 8실점으로 리그 최소 실점 1위를 기록중이기 때문이죠. 특히 '테리-카르발류'로 짜인 센터백 조합의 호흡이 무르익고 있습니다. 두 선수는 무리뉴 체제 시절부터 지금까지 어떠한 기복없이 상대팀에 흔들리지 않는 철벽 수비를 과시했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저력을 계속 이어가면 첼시의 1위 수성과 함께 우승 전망을 밝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백업 멤버인 알렉스는 테리-카르발류에 뒤지지 않는 수비력을 자랑하는 강점 요소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법입니다. 첼시의 선발 라인업에는 영건들이 없고 20대 후반과 30대 초반 연령의 선수들이 즐비한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UEFA 챔피언스리그와 칼링컵을 치르는 바쁜 일정에 시달리면 선수들의 체력이 저하되고 몇몇 선수가 부상으로 이탈할 수 있습니다. 경기를 거듭하면 예상치 못한 약점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스쿼드가 다른 빅4팀보다 노련한 것은 좋으나 장기 레이스를 무사히 이겨낼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부분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디디에 드록바, 살로몬 칼루(이상 코트디부아르) 미켈(나이지리아) 에시엔(가나) 등은 내년 1월 앙골라에서 열리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차출됩니다. 시즌 중반 4명의 주요 선수들이 전력에서 이탈하기 때문에 그 공백이 만만찮을 전망입니다. 확실한 백업 공격수가 없는 첼시에게 있어 드록바의 공백은 적지 않은 후유증이 따를 수 있고, 미켈-에시엔의 이탈은 중원의 무게감이 약해지는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첼시는 지난해 1월 드록바의 네이션스컵 차출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볼튼에서 니콜라스 아넬카를 영입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지난 9월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2011년 1월 이적시장 전까지 선수 영입 및 임대 금지 징계를 받았지만 올해 크리스마스 전까지 징계 결정이 유보 되었습니다. 첼시 전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즉시 전력감을 영입해야 시즌 후반 전망이 편해질 수 있습니다.

첼시는 무리뉴 체제였던 2000년대 중반에 극강의 모습을 보이며 맨유와 아스날이 양분하던 프리미어리그 최강자 구도를 깨뜨렸습니다. 그 이후에는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3연패 아성에 흔들렸지만 여전히 강력한 모습을 유지하며 리그 우승 트로피를 되찾을 수 있는 저력이 있습니다. 올 시즌 리그 1위를 기록중인 첼시의 오름세가 앞으로 오랫동안 계속된다면 '첼시의 시대'가 다시 도래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