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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청용, 볼튼의 '미들라이커'로 진화하라

 

'블루 드래곤' 이청용(21, 볼튼)이 프리미어리그 시즌 2번째 골을 넣으며 자신의 성공 시대를 알리고 있습니다.

이청용은 지난 25일 에버튼전에서 전반 15분 선제골을 넣으며 팀의 3-2 승리에 기여했습니다. 박스 안에서 샘 리케츠의 오른쪽 크로스를 받은 뒤 문전으로 달려들어 절묘한 왼발 골을 넣었습니다. 특히 이 경기는 볼튼의 강등권 추락 여부와 직결되는 경기였기에 볼튼의 주전으로 자리잡은지 얼마되지 않은 이청용과 팀원들의 분발이 필요했습니다. 에버튼전 승리로 3승2무4패로 12위를 기록한 것은 이청용의 선제골 가치가 제법 컸음을 의미합니다.

그런 이청용에게 에버튼전은 중요했습니다. 볼튼 공격에 없어선 안될 선수로 입지를 향상시키려면 반짝 활약보다는 꾸준한 오름세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팀에게 있어 승리가 절실했던 에버튼전에서 자신의 실력을 게리 맥슨 감독과 홈팬들에게 각인시킬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 방법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전반 16분에 선제골을 넣으며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활약을 펼쳤습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이청용이 볼튼의 주전으로 자리잡은 원동력 이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공격 포인트 였습니다. 최근 5경기 중에 4경기에서 공격 포인트를 올린 것이었습니다. 지난달 23일 웨스트햄전 도움, 26일 버밍엄 시티전 데뷔골, 지난 3일 토트넘전 도움, 이번 에버튼전에서 시즌 2호골을 성공시켜 2골2도움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지난 토트넘전 부터 맨유전과 에버튼전에 이르기까지 3경기 연속 선발 출전을 거듭중입니다. 이것은 이청용의 공격 포인트가 맥슨 감독의 신뢰를 받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사실, 볼튼은 꾸준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할 수 있는 선수가 두 명에 불과합니다. 원톱과 공격형 미드필더를 동시에 소화하는 케빈 데이비스, 왼쪽 윙어인 메튜 테일러 이외에는 특출난 공격 자원이 없습니다. 니콜라스 아넬카가 지난해 1월 첼시로 이적하면서 마땅한 원톱 자원이 없고 올 시즌에는 션 데이비스의 부상으로 오른쪽 윙어 자리에 공백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청용이 션 데이비스의 자리를 메우게 되었고 최근에 꾸준한 공격 포인트를 올리면서 팀의 주전 선수 반열에 올랐습니다.

볼튼의 두 미들라이커인 데이비스와 테일러의 공격 포인트를 놓고 보면 이청용의 2골 2도움은 나름의 가치가 있습니다. 데이비스와 테일러는 지난 시즌 각각 12골 5도움, 10골 4도움을 기록했고 올 시즌에는 3골 4도움, 3골 2도움의 공격 포인트를 올렸습니다. 두 선수보다 경기 출전 횟수가 짧은 이청용의 2골 2도움은 팀에서 인정받는 기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이청용이 데이비스와 테일러에 이은 볼튼의 또 다른 미들라이커로 진화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이청용이 미들라이커로 성장할 수 있는 이유는 최근 공격 포인트 장면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에버튼전에서는 문전 정면에서 리케츠에게 공을 받은 뒤 감각적인 정면 돌파에 이은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골을 넣는 작업에서 어떠한 어려움도 없이 안정적인 위치선정과 감각적인 슈팅으로 에버튼의 골망을 흔드는 모습은 자신감이 충만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 소속팀인 FC서울 시절에도 그랬지만 문전 앞에서의 슈팅 찬스를 허무하게 놓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문전 앞에서 공격 포인트를 노리는 장면은 에버튼전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달 26일 버밍엄 시티전에서는 경기 종료 직전, 메튜 테얼러의 프리킥이 골 포스트를 맞고 나오자 직접 골문으로 달려들어 수비수 두 명을 제치고 왼발로 결승골을 성공 시켰습니다. 지난 3일 토트넘전에서는 박스 가까이에서 오른발 슈팅을 날린 것이 상대 골키퍼 몸에 맞고 튀어나오자 히카르도 가드너가 세컨슛을 성공시켰고 이것이 자신의 어시스트로 기록 되었습니다. 그리고 에버튼전에 이르기까지 상대 문전 근처에서 어김없이 공격 포인트를 기록 했습니다.

이청용의 공격 포인트는 FC서울 시절에도 인정받던 부분입니다. 2007시즌 23경기 출전 3골 6도움, 2008시즌 25경기 출전 6골 6도움, 2009시즌 16경기 출전 3골 4도움의 성적을 올렸는데 오른쪽 측면에서 공격을 담당하는 선수 치고는 공격 포인트에 흠잡을 것이 없습니다. 서울시절에는 볼튼에서처럼 중앙과 측면을 활발히 오가며 팀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과는 달리 오른쪽 측면에 고정된 형태로 경기를 치른적이 많았습니다. 또한 21세의 어린 선수이기 때문에 어린 나이에 성인 무대에서 두각을 떨쳤습니다.

허정무호에서는 팀 내에서 가장 많은 7도움을 올렸습니다. 지난달 5일 호주전에서 도움 2개를 기록해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고 지난 10월 14일 세네갈전에서도 도움 2개를 올리며 한국의 2-0 승리를 견인했습니다. 이러한 이청용의 도움 본능은 허정무호가 A매치 26경기 연속 무패(6월 오만전은 비공인 A매치)를 기록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월드컵 최종예선까지만 하더라도 '박지성의 팀'이라는 수식어가 붙여졌던 허정무호의 공격 패턴이 이청용의 도움 효과로 다채로워졌음을 의미합니다.

물론 잉글랜드의 볼튼과 FC서울, 그리고 허정무호는 엄연한 차이가 있는 팀입니다. 그럼에도 이청용이 서울과 허정무호에 이어 볼튼에서도 공격 포인트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은 새로운 무대에서 급속하게 성장중임을 알 수 있습니다. 21세의 어린 선수가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빠른 템포의 공격과 거친 몸싸움에 적응했고 볼튼의 주전으로 자리잡은 것은 실로 대단한 성과입니다. 그리고 최근 5경기에서 2골 2도움을 기록한 것은 데이비스-테일러와 더불어 볼튼의 든든한 미들 라이커로 자리잡을 수 있음을 내포합니다.

이청용은 공격 포인트를 통해 낯선 땅에서 자신의 성공 시대를 개척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공격력까지 뒷받침하면서 볼튼의 승승장구를 이끌면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선수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주입니다. 이미 병역 면제된 상황에서 적어도 10년 동안 빅 리그에서 꾸준히 맹활약을 펼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자신의 성공 시대를 열기 시작한 이청용이 미들라이커로 확실하게 진화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