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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리버풀 토레스, EPL '최고 골잡이' 증명

 

지구촌 축구팬들의 많은 시선과 이목을 끌었던 붉은 전쟁의 승자는 리버풀이 되었습니다. 리버풀은 맨유전 2-0 완승으로 최근 4연패 부진에서 벗어나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습니다. 만약 이 경기에서 패했다면 5연패의 총체적 부진으로 충격에 빠졌을 것이며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은 경질 위험성에 직면했을 것입니다.

위기의 리버풀을 구원한 주인공은 페르난도 토레스(25) 입니다. 토레스는 후반 19분 문전에서 요시 베나윤의 오른쪽 대각선 패스를 받아 리오 퍼디난드와의 어깨 싸움을 극복한 끝에 오른발 강슛으로 맨유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이 골로 리버풀은 맨유전 승리 과정에 힘을 얻으며 경기 종료까지 견고한 전력을 유지했고 다비드 은고그의 후반 50분 골을 보태면서 2-0 완승을 거두었습니다. 토레스의 골이 맨유전 승리를 결정짓는 한 방이 되었을 뿐더러 팀을 위기에서 구출하는 결정타가 됐습니다.

토레스는 경기 종료 후 잉글랜드 스포츠 전문 채널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원샷원킬'이라는 평가와 함께 경기 최고 점수인 9점을 부여 받았습니다. 이것은 토레스가 178번째 붉은 전쟁을 빛낸 최고의 선수가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토레스는 이 골로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골잡이임을 과시했습니다.

토레스를 통해 본 '골잡이의 미학'

공격수는 골로 말합니다. 아무리 89분 동안 부진했다고 하더라도 단 한번의 결정적인 상황에서 팀의 승리를 이끄는 골을 넣으면 그 선수는 공격수로서 제 몫을 다한 것입니다. 반대로 골을 넣지 못하면 외부로부터 공격수로서의 자질 부족에 시달려야 합니다. 또한 공격수는 사람들에게 많은 기대와 주목, 그리고 시선을 끌기 쉬운 포지션입니다.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많은 골을 넣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골을 통해 리그의 최강자로 우뚝설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하기 쉽습니다.

토레스가 그런 유형에 속하는 선수입니다. 전 소속팀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시절에 페널티 박스 안에서만 활동한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전형적으로 부지런히 움직이는 선수는 아닙니다. 물론 리버풀 시절에는 움직임이 늘어났지만 활발한 공격 연결을 통해 동료 선수의 골을 돕는 성향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런 역할은 리버풀의 주장인 스티븐 제라드 또는 베나윤이 도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격수가 골로 말하는 것 처럼, 토레스는 리버풀에서 골을 넣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소화했습니다.

이번 맨유전도 마찬가지 입니다. 토레스는 맨유전에서 90분 동안 단 12개의 패스를 시도했으며 그 중에 7개를 동료 선수에게 정확하게 향했고 5개는 미스를 범했습니다. 맨유의 투톱 공격수인 루니-베르바토프가 '토레스보다 2배 많은' 각각 28개, 25개의 패스를 시도했던 것을 상기하면 토레스의 활발함이 아쉬울 수 있습니다. 또한 최전방을 파고드는 움직임에서도 공격형 미드필더인 아우렐리우-베나윤-카윗에 비해 부지런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토레스는 일반적인 공격 옵션과는 다른 역할을 맡는 선수입니다. 특히 4-2-3-1을 쓰는 리버풀의 원톱으로서 경기의 분위기와 팀의 승패를 엇갈릴 수 있는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축구는 골을 넣어야 이기는 스포츠이며 상대 골문과 거리가 가까운 최전방 공격수에게 골이 요구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토레스의 득점력은 리버풀 공격력에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리버풀이 지난 시즌에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많은 골을 터뜨렸던 것도 토레스의 득점력이 빛났기에 가능했습니다.

토레스는 맨유전에서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골잡이임을 증명했습니다. 특히 후반 19분 결승골 상황은 모든 공격수 유망주들이 본받아야 할 '표본'입니다. 문전으로 돌진하는 상황에서 퍼디난드와의 어깨 싸움에서 균형을 잃지 않고 오른발로 정확하게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특급 골잡이들은 상대 수비수의 방해를 이겨낼 수 있는 순간적인 페인트 모션과 쏜살같은 슈팅 마무리, 그리고 상대의 거친 몸싸움에 밀려 넘어지지 않는 몸의 밸런스가 뛰어납니다. 토레스의 맨유전 결승골은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골잡이로서 손색이 없는 멋진 장면을 연출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골잡이는 골만 넣는 역할에 치중하는 것은 아닙니다. 골잡이는 상대 수비진을 흔들어 팀의 공격을 끌어올릴 수 있는 플러스 알파 옵션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플레이는 토레스가 프리미어리그에서 정상급으로 통합니다. 문전 중앙에 자리잡아 상대 중앙 수비를 앞쪽으로 끌어 당기면서 후방 공격 옵션들에게 침투 및 골을 노리는 공간을 열어줬기 때문입니다. 제라드를 비롯한 리버풀 미드필더진의 득점력이 뛰어난 것, 리버풀이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 1위에 오른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러한 토레스의 공간 창출은 맨유전에서도 빛을 발했습니다. 경기 초반부터 퍼디난드-비디치와 경합하면서 비디치-에브라 사이의 빈 공간을 창출했고 베나윤-카윗이 그 공간에서 여러차례 공격 기회를 연결했습니다. 토레스의 공간 플레이는 맨유의 포백 수비수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집중력 부족과 거친 파울로 자멸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골잡이는 공이 없을때에도 팀의 골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공간 활용도 자신의 득점력 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토레스가 증명했습니다. 만약 그가 상대 수비수들을 끌고 다니지 않았다면 경기 종료 후 평점 9점을 받을 자격이 없을 것입니다.

토레스는 2007년 여름 리버풀 이적 후 지난 시즌까지 두 시즌 동안 84경기에서 50골을 터뜨린 특급 골잡이 입니다. 그리고 이번 맨유전 골을 포함해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9경기에서 9골을 넣으며 리그 득점 1위 자리를 지켰습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없고 니콜라스 아넬카의 골 감각이 파괴적이지 않은 올 시즌에는 토레스의 득점력이 프리미어리그에서 보석처럼 빛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천부적인 득점력은 프리미어리그 최고임에 분명합니다.

리버풀 입장에서도 토레스의 가치가 빛날 수 밖에 없습니다.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이 선호하는 4-2-3-1의 원톱에서 토레스가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토레스의 나이가 25세임을 감안하면 리버풀은 앞으로 몇시즌 동안 또는 약 10년 동안 '토레스 효과'로 많은 효과를 얻을 것입니다. 리버풀에 대한 충성심이 남다른 토레스는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골잡이로 우뚝 섰습니다. 이제 남은 목표는 자신의 골로 리버풀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이끄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