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갈전에서 맹활약을 펼친 '아우토반' 차두리(29, 프라이부르크)에게 새로운 별명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차이콘' 입니다. 차이콘은 차두리와 마이콘의 이름을 서로 합친 단어입니다. 차두리가 브라질 대표팀과 인터 밀란의 오른쪽 풀백인 더글라스 마이콘(28)처럼 폭발적인 스피드와 드리블 돌파를 펼치는 성향과 비슷하기 때문이죠. 차이콘이라는 별명이 등장한 또 다른 배경은 축구팬들의 기대심리가 한 몫을 했습니다. 차두리도 마이콘처럼 거듭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죠.
마이콘은 세계 최고의 오른쪽 풀백이자 현대 축구 포지션 파괴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공격형 수비수'로서 팀의 오른쪽 공격을 주도할 정도로 엄청난 아우라를 지닌 선수입니다. 이러한 마이콘의 활약은 지금까지는 축구팬들의 동경 대상이 되었지만 이제는 한국 축구에서도 그에 못지 않는 경기력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차두리를 통해서 입니다.
차두리 맹활약, 허정무호 공격 업그레이드의 기폭제
차두리는 이번 세네갈전에서 많은 축구팬들의 주목을 끌었던 선수입니다. 2006년 10월 가나전 이후 3년 만에 A매치에 복귀했기 때문이죠. 그동안 오른쪽 풀백에 능숙히 적응하기까지 순조롭지 않은 행보를 걸었고 한때는 축구팬들에게 잊혀진 존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펄펄 맹활약을 펼치면서 다시 태극 마크를 달았습니다. 여론의 관심은 '차두리가 얼마만큼 진화했나?'에 초점이 모아졌습니다.
그런 차두리는 세네갈전이 열리기 3일전에 도착해 시차와 피로 같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해 후반 32분 교체되기까지 공수 양면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쳤습니다. 부지런한 움직임과 넓은 활동폭으로 공간을 헤집으며 팀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특히 전반 11분 약 50m를 빠른 드리블 돌파로 질주하는 공격 본능이 인상적 이었습니다. 그리고 세네갈 왼쪽 측면 옵션인 이시아르 디아의 공격을 꽁꽁 견제해 수비수로서의 임무까지 확실하게 소화했습니다.
가장 주목 할 것은 차두리의 교체 장면입니다. 차두리는 후반 32분 오범석과 교체되어 벤치로 들어갈 때 관중들의 뜨거운 박수 갈채와 함성을 자아냈습니다. 이 장면을 놓고 보면 차두리가 이날 경기에서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활약을 펼쳤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최종 엔트리 제외, 독일 분데스리가 마인츠 시절의 주전 경쟁 탈락 및 소속팀의 강등, 쉽지 않았던 오른쪽 풀백 적응 등 여러가지 시련으로 고생했던 그가 이제는 태극 전사로서 멋진 모습으로 우리들에게 돌아온 순간입니다.
사실, 차두리는 3년 전 오른쪽 풀백으로 전환하면서 내림세를 걷는 듯 했습니다. 그래서 일부 축구팬들은 "차두리는 공격수로서 끝난 것이 아니냐?"는 안타까운 반응을 내비쳤습니다. 당시의 차두리는 기동력이 세계 정상급 공격수 못지 않았지만 공격 연결이 부자연스럽고 투박한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단점 요소를 커버하고 탁월한 체격 조건과 파워풀한 몸싸움을 최대화하기 위해 풀백으로 전환했습니다.
당시의 풀백은 공격수보다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고 전술적으로 비중이 낮은 포지션이라는 축구팬들의 고정 관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차두리의 풀백 전환은 축구팬들에게 '좌천', '무모한 도전'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하지만 현대 축구가 진화를 거듭하면서 풀백의 중요성이 커졌습니다. "수비수는 수비만 하고 공격수는 공격만 한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수비수의 공격적인 능력과 공격수 또는 공격 성향 미드필더의 수비적인 능력이 요구되는 시대에 도달했습니다. 그래서 측면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풀백의 공격적인 능력을 간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마이콘, 다니엘 알베스(FC 바르셀로나) 에슐리 콜(첼시) 파트리스 에브라(맨유) 세르히오 라모스(레알 마드리드) 필립 람(바이에른 뮌헨) 같은 공격 성향 풀백들이 높은 주목을 끌었습니다.
물론 한국 축구에서도 공격적인 풀백으로 유럽 무대와 대표팀에서 두각을 나타낸 케이스가 있습니다. 김동진과 이영표가 바로 그들입니다. 하지만 두 선수가 왼쪽 풀백인 반면에 오른쪽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지금까지는 오범석이 잘 버텼지만 풀백치고는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가는 성향이기 때문에 폭발적인 공격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습니다. 또한 오범석이 소속팀 울산에서 스리백의 오른쪽 수비수로 뛰고 있다는 점도 참고사항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차두리의 존재감이 서서히 부각 되었습니다.
차두리의 대표팀 복귀 및 세네갈전 맹활약은 허정무호 공격 업그레이드의 기폭제라 할 수 있습니다. 차두리는 오른쪽 풀백으로서 파괴적인 공격력을 발휘하며 팀 전력에 활력을 불어 넣었습니다. 이러한 차두리의 오름세는 오른쪽 윙어인 이청용의 맹활약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청용은 차두리의 공격적인 뒷받침 속에서 측면과 최전방을 활발히 오가며 공격에 전념했고 한국의 두 골 과정에서 어시스트를 기록해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세네갈전은 풀백의 공격력이 왜 중요한지를 일깨우는 경기가 됐습니다.
유럽 주요 리그의 정상급 팀들은 풀백을 측면 공격의 축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차두리 효과에 힘을 얻은 허정무호에서 꾸준히 볼 수 있습니다. '공격형 수비수'인 차두리가 가세하면서 대표팀의 공격 루트가 다양해졌고 이청용이 뒷 공간에서 활발한 공격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이점을 얻었습니다. 이제는 허정무호도 풀백의 공격력 강화를 통해 현대 축구의 흐름을 따라가게 됐습니다. 이것은 월드컵 16강 진출에 있어 긍정적인 행보입니다.
차두리가 풀백으로 성공적인 포지션 전환을 했던 원동력은 공격수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공격수의 장점을 오른쪽 측면 뒷 공간에서 십분 발휘했던 것이 대표팀에서 귀한 선수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비결이 됐습니다. 3년 전 많은 이들이 무모하게 여겼던 풀백 전환은 비로소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제 한국 축구는 차두리의 저력을 통해 더 이상 마이콘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시점에 왔습니다. 그동안 온갖 산전수전을 이겨냈던 차두리의 비상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