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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추락하는' 리버풀, 이대로는 우승 못한다

 

리버풀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였던 팀입니다. 비록 맨유의 아성에 밀려 승점 4점 차이로 2위에 만족했지만 그때의 강렬했던 포스 대문에 올 시즌 일부 전문가와 팬들로 부터 우승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은 결과, 리버풀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8경기에서 5승3패 리그 6위라는 기대 이하의 초라한 성적을 올렸습니다. 아직은 시즌 초반이지만, 8번 중에서 3번이나 패한 것은 우승 레이스에 적지 않은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5승3패는 지난 시즌 25승11무2패보다 1패가 더 많은 기록으로서 전력이 지난 시즌보다 약화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리버풀의 부진에 대해 축구 전문가들과 축구팬들은 레알 마드리드로 떠난 사비 알론소의 공백을 아쉬워 합니다. 앵커맨인 알론소가 빠지면서 미드필더진이 허약해졌고 그의 대체자인 알베르토 아퀼라니가 부상에서 복귀하지 못해 전력 약화가 불가피 했습니다. 하지만 알론소 공백 만으로 리버풀의 부진 근거를 들기에는 부족합니다. 이대로라면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은 어려울 것입니다.

리버풀의 문제점은 베니테즈 감독이다

리버풀에게 있어 지난 4일 첼시와의 '칼라 더비'는 두 번 다시 떠올리기 싫은 경기였을지 모릅니다. 경기 내용 및 결과, 그리고 감독 지략등 모든 면에서 첼시에게 패했기 때문입니다. 첼시전에서 여러가지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올 시즌 우승 행보에 발목이 잡히게 됐습니다.

리버풀은 지난 주중 피오렌티나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예선 원정에서 0-2로 완패했습니다. 그리고 첼시 원정에서도 0-2로 패해 2연패 수렁에 빠졌습니다. 한 가지 눈여겨 볼 것은, 리버풀은 두 경기에서 4-2-3-1 포메이션을 구사했으며 그 이전에는 4-4-2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이것은 4-2-3-1 전환으로 팀의 2연패를 가중시킨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의 책임이 큽니다.

베니테즈 감독은 미드필더에 커다란 비중을 두는 성향입니다. 그래서 미드필더들의 확실한 임무 분담을 부여하는 4-2-3-1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지난 시즌에는 알론소에게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맡기고 하비에르 마스체라노가 알론소의 수비 부담을 덜어주면서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탄탄한 중원을 구축했습니다. 그 효과 속에 리에라-카윗 콤비가 측면에서 펄펄 날았고 제토라인(제라드-토레스)이라는 환상의 공격 파트너가 완성 됐습니다.
 
하지만 알론소가 빠진 지금은 4-2-3-1이 필요 없습니다. '루카스-마스체라노' 더블 볼란치 조합의 미숙한 공격 전개가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리버풀의 전력이 약화 됐습니다. 두 선수는 알론소와 같은 넓은 시야와 정확한 패싱력,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을 골고루 갖춘 성향이 아니기 때문에 알론소의 공백을 부추겼습니다. 이것은 첼시-피오렌티나전을 비롯해 지난 8월말 아스톤 빌라전 패배의 원인으로 이어졌습니다.

반면에 피오렌티나전 이전까지 4-4-2 전환으로 6연승을 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스티븐 제라드를 중원으로 내렸기 때문입니다. 제라드가 중원에서 양질의 패스로 팀 전술의 뼈대 역할을 하면서 알론소 공백을 지울 수 있었습니다. 베니테즈 감독이 첼시전에서 4-4-2를 썼다면 경기 양상은 다르게 전개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베니테즈 감독은 끝내 자신이 선호하는 4-2-3-1을 고집하면서 팀의 전력적 한계를 지구촌 축구팬들에게 널리 알리고 말았습니다.

4-2-3-1의 또 다른 문제점은 바로 제라드 입니다. 알론소가 빠지면서 팀 전술이 제라드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두꺼운 중원을 형성하는 상대팀과 맞닥드리면 제라드 시프트가 아무런 소용 없습니다.

첼시전이 대표적 예입니다. 제라드는 자신의 앞공간에서 에시엔-발라크의 견제를 뚫지 못해 팀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습니다. 37개의 패스를 시도했으나 18개의 미스를 범했고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 5개는 모두 부정확하게 올렸습니다. 전방 공간에서 토레스에게 정확하게 공을 연결한 것은 전반 25분 짧은 스루패스 단 한 개 뿐이었습니다. 이러한 제라드의 부진은 토레스의 부진으로 이어졌고 이는 무득점의 원인이 됐습니다.

리버풀과 상대했던 첼시가 제라드를 막는데 초점을 맞췄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리버풀이 4-2-3-1을 구사하면 제라드에 의존하는 전술을 쓸것이라는 것을 상대팀도 잘 알 고 있기 때문이죠. 물론 약팀과의 경기에서는 선수 기량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4-2-3-1이 통할지는 몰라도 중원이 튼튼한 강팀이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리버풀에게 패배를 안겼던 피오렌티나도 중원의 뼈대를 근간으로 삼는 팀입니다.

4-4-2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제라드를 중앙 미드필더로 배치하고 디르크 카윗을 처진 공격수로 놓으면서 공격 패턴이 다채로워지는 이점이 있습니다. 측면에는 리에라-베나윤이라는 확실한 옵션들이 있기 때문에 측면과 중앙에서 상대 압박을 무너뜨리는 공격을 전개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특히 베나윤은 단 한번의 패스로 공격수에게 확실한 공격 기회를 마련할 수 있고 직접 골까지 넣는 특출난 공격력을 자랑하기 때문에 리버풀 입장에서 제라드 의존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문제는 4-4-2의 비중이 공격쪽으로 쏠리면서 수비 약화가 불가피합니다. '캐러거-스크르텔'로 짜인 센터백 라인이 리버풀의 또 다른 문제점 입니다. 두 선수는 올 시즌 부실한 대인마크를 비롯 집중력 및 체력 부족, 높이에서의 열세, 동료 수비수와의 호흡 등 여러가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두 선수는 2007/08시즌까지만 하더라도 철벽 수비를 자랑했지만 지난 시즌부터 흔들릴 기미를 보였고 올 시즌에는 팀의 전력 불안을 키우고 말았습니다.

리버풀은 지난 시즌 8라운드까지 6실점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그보다 2배 많은 12실점을 기록중입니다. 이것은 수비에도 문제가 있음을 말합니다. 4-2-3-1이 실패하는 현 상황에서 캐러거-스크르텔이 원래의 폼을 되찾지 못하면 리버풀 전력에 깊은 시름을 안겨줄 것입니다. 리버풀의 우승 행보가 어려울 것이며 베니테즈 감독의 입지도 좁아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