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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홍명보호, 완벽한 승리과정 인상적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U-20 청소년 대표팀. 처음에는 홍명보호의 성적에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축구가 세계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이죠. 1983년 멕시코 U-20 월드컵 4강,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2004년 아테네 올림픽 8강 이외에는 세계 무대에서 특출나게 좋은 성적을 거둔적이 없었습니다. 세계 축구 무대에서는 승리의 기쁨보다 패배의 그림자가 더 익숙했으니까요.

또한 대표팀 인기가 예전보다 많이 약해졌기 때문에 홍명보호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크지 않았습니다. 이동국-김은중-최성국-박주영 같은 스타 플레이어가 참가했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의 홍명보호에서는 특출나게 유명한 선수가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이죠. 홍명보호는 이전 청소년 대표팀에 비해 아마추어 선수들(대학교 소속)이 대표팀에 대거 포진 했습니다. 지난해 K리그 신인왕 이승렬(FC서울)과 국가대표 경력이 있는 구자철(제주 유나이티드) 이외에는 축구팬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이죠.

그러던 홍명보호가 세계 축구 무대에서 국민들을 깜짝 놀래켰습니다. 6일 오전 3시(이하 한국시간) 이집트 카이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U-20 월드컵 16강전 파라과이전에서 3-0 완승을 거두었습니다. 후반 10분 김보경이 선제골을 넣은 뒤 15분과 25분에 김민우가 추가골을 넣으며 8강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조별리그에서 단 1실점만 허용했던 파라과이를 상대로 후반전에만 세 골이나 몰아치는 경기 운영을 펼치는 과정은 매우 짜릿하고 화끈했습니다.

이로써 홍명보호는 남한과 북한이 단일팀으로 참가했던 1991년 이후 18년만에 U-20 월드컵 8강에 진출했습니다. 오는 9일 가나-남아공 승자와 8강에서 맞붙어 승리하면 1983년 멕시코 U-20 월드컵 이후 26년 만에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합니다. 1983년이 16개국이 참가했던 대회였음을 상기하면, 24개국이 참가했던 이번 대회에서 8강에 진출한 것 만으로도 놀라운 성적입니다. 이제는 세계 축구 4강 신화에 도전할 때입니다.

파라과이전 승리가 짜릿한 이유

무엇보다 파라과이전 승리 과정이 완벽했습니다. 한국은 파라과이와의 슈팅 숫자에서 14-9(유효 슈팅 4-2), 볼 점유율 63-37(%)의 우세를 점했으며 패스 성공률에서도 74-62(%)로 대등하게 앞섰습니다. 특히 패스 시도에서 451-310(개)로 상대팀보다 더 많은 공격 작업을 펼쳐 경기를 효율적으로 운영했습니다. 그리고 김보경과 김민우가 골을 넣어야 하는 상황에서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켜 3-0 완승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여기에 후반 16분에는 부르고스가 심판에게 거칠게 항의하다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는 행운까지 따랐습니다.

한국은 이번 경기에서 4-2-3-1 포메이션을 구사했습니다. 부상으로 빠진 오른쪽 풀백 오재석 대신에 정동호를 포진시키고 나머지 포지션에서는 미국, 독일전과 똑같은 스쿼드를 구성했습니다. 공격시에는 공격형 미드필더 김보경이 전방에 깊숙히 포진하고 좌우 풀백인 윤석영과 정동호가 경기 상황에 따라 공격에 가담했습니다. 수비시에는 좌우 윙 포워드인 김민우와 서정진이 하프라인 밑으로 상대 공격에 압박을 가하며 4-5-1 형태로 전환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홍명보 감독은 파라과이전에서 신중하고 조심스런 경기를 펼쳤습니다. 파라과이전에서 패하면 대회에서 탈락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공격적인 경기를 펼치기보다는 수비에 안정을 꾀했습니다. '구자철-문기한'으로 짜인 더블 볼란치가 포백과 간격을 좁히면서 상대 중앙 공격을 저지하는데 주력하고 김민우와 서정진까지 수비에 깊숙히 가담했습니다. 공격시에는 빠른 역습보다는 상대팀 수비 포진에 따라 백패스, 스루패스, 롱패스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점유율을 늘리는 쪽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한 가지 인상적인 것은 공격 과정에서 공간을 지배하는 플레이였습니다. 왼쪽에서 어느 한 명이 공을 잡으면 다른 선수들이 그 선수와 간격을 좁히면서 패스 플레이를 유도하는 공격 전개를 펼쳤죠. 이를 테면, 김민우가 왼쪽에서 공을 잡으면 윤석영이 바로 뒷 공간에서 백업 역할을 준비하고 구자철과 김보경이 대각선쪽으로 공간을 좁혔습니다. 그리고 중앙 공격수인 박희성이 왼쪽 문전으로 빠지며 김민우가 전방 패스를 연결할 수 있는 길목을 틀었습니다.

이러한 공격 과정을 수없이 되풀이했던 한국은 파라과이의 공격 의지를 단단히 꺾으며 경기 분위기를 주도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전반 15분 볼 점유율에서 46-54(%)로 파라과이에 밀렸지만 34분에는 54-46으로 역전했습니다. 그러더니 45분에는 63-37의 우세를 나타냈습니다. 패스 성공률에서 75-64로 우세를 점했으니, 홍명보의 공격 과정은 성공적으로 진행 되었습니다. 수비라인이 경기 초반 파라과이의 공세를 이겨내고 미드필더와 공격수들이 수비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났던 것이 공격에서 힘을 얻을 수 있었던 발판이 됐습니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승부수를 꺼내들었습니다. 전반전에 점유율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었다면 후반전에는 빠른 템포의 패스로 상대 수비진을 흔드는 전략을 꺼내든 것이죠. 이미 경기 분위기를 확실하게 장악했고 상대가 수비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전반전보다 공격적인 경기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상대 수비진의 힘을 빼놓는 강렬한 임펙트를 빠른 시간안에 발휘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던 작전이었습니다.

결국 홍명보 감독의 작전은 그대로 적중했습니다. 후반 10분에 김민우가 미드필더진에서 넘어온 패스를 박스 오른쪽에서 받자마자 재빠르게 슈팅을 날렸던 것이 상대 골키퍼의 몸에 맞아 공이 문전 앞으로 굴렀습니다. 그 틈을 노린 김보경이 재치있게 문전으로 달려들어 세컨슛을 밀어 넣으며 선제골을 기록했습니다. 파라과이와 접전을 펼치던 힘의 싸움에서 한국이 완벽하게 주도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5분 뒤 김민우가 박스 오른쪽 깊숙한 곳에서 상대 수비수와 마주한 상황에서 빨랫줄 같은 왼발 강슛으로 골망을 흔들며 파라과이의 사기를 단단히 떨어뜨렸습니다.

그 이후에는 한국이 여유있게 경기를 풀었습니다. 한국의 공세를 예상 못했던 수비진의 사기 저하를 비롯 1명이 퇴장당한 파라과이의 추격 의지가 완전히 꺾였기 때문이죠. 그래서 후반 25분에는 김민우가 문전에서 박희성의 크로스를 여유있게 헤딩골을 성공 시켰습니다. 경기 종료까지는 여러차례 슈팅 기회를 만들며 경기 페이스를 끝까지 장악한 끝에 3-0 승리를 완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