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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청용, '볼튼의 에이스'로 진화하라

 

지금까지 박지성의 성공시대가 축구팬들의 높은 관심과 주목을 끌었다면 이제는 '블루 드래곤' 이청용(21, 볼튼 원더러스, 이하 볼튼)을 주목해야 할 때입니다. 이청용의 프리미어리그 성공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이청용은 3일 저녁 11시(이하 한국시간) 리복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과의 2009/10시즌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 경기에서 86분 동안 활약했으며 1도움을 올렸습니다. 전반 2분 박스 오른쪽 안에서 오른발 슈팅을 날린 것이 토트넘 골키퍼인 카를로 쿠디치니의 몸에 맞고 튀어나오자 가까이에 있던 히카르도 가드너가 세컨슛을 날렸습니다. 프리미어리그는 골키퍼 맞고 세컨슛으로 골이 들어간 것도 도움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이청용은 공격 포인트를 올릴 수 있었습니다.

이로써 이청용은 최근 3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해 개리 멕슨 감독의 확고한 신임을 얻게 됐습니다. 지난달 23일 칼링컵 3라운드(32강) 웨스트햄전에서 도움을 기록했고 3일 뒤인 프리미어리그 7라운드 버밍엄 시티전에서는 팀의 2-1 승리를 이끄는 결승골을 작렬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토트넘전에서는 전반 2분만에 도움을 기록하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습니다.

무엇보다 이청용의 공격 포인트가 반갑습니다. 최근 3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것은 팀의 골 과정에 있어 임펙트를 심어줄 수 있는 능력이 출중함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볼튼의 공격력이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볼튼은 지난해 1월 니콜라스 아넬카가 첼시로 이적한 이후 늘 공격력 불안에 시달렸습니다. 아넬카 이후 '미들라이커' 케빈 데이비스와 왼쪽 윙어인 메튜 테일러 이외에는 팀 공격에서 숨통을 트일 수 있는 선수가 없었습니다. 올 시즌에는 타미르 코헨이 팀 내에서 가장 많은 3골을 넣고 있지만 그의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라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청용이 3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로 주전 자리를 비집고 들어간 것은 볼튼 입장에서도 환영할 일입니다.

토트넘전에서는 주전 선수로서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알렸습니다. 이청용은 이날 프리미어리그 진출 이래 첫 선발 출전 경기를 치렀습니다. 86분 동안 좌우 측면과 중앙을 부지런히 오가는 움직임과 날카로운 패싱력, 특유의 공격 센스로 팀 공격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동료 공격 옵션들과 전술적인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던 경기력은 팀 전술에 완벽하게 녹아들기 위한 의지가 충만함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지금까지 경기 페이스를 끌어올리기 위한 조커로 모습을 내밀었다면 이제는 주전으로서 손색없는 활약을 펼치면서 자신의 활용폭이 팀 내에서 넓어졌습니다.

팀에 이적한지 얼마 되지 않은 선수라면 꾸준한 선발 출전을 위해 팀 플레이보다 공격 포인트에 초점을 맞췄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청용이 무리한 개인 플레이와 독단적인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지 않은 것은 자신보다 팀을 위해 뛰었음을 의미합니다. 팀 공격에 충실했기 때문에 자신의 공격력이 빛났던 것이고, 자신이 직접 공격을 주도했습니다. 특히 후반 23분 제이로이드 새뮤얼에게 감각적인 힐패스로 상대 수비 조직을 흔든 공격 전개는 팀 전술에 충실하면서 상대 전술까지 간파했던 멋진 장면이자 강렬한 임펙트를 심어준 장면 이었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후반 중반에 측면에서 중앙으로 활동 패턴을 변경하면서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전방으로 드리블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힘이 떨어져 팀 공격 기회를 무산시킨것을 비롯 상대 선수와의 경합에서 밀리거나, 전방을 파고드는 기동력이 급격히 저하 됐습니다. 프리미어리그는 공수 전환이 빠른 리그로서 강철같은 체력이 요구됩니다. FC서울 시절에도 체력에 약점이 있었던 만큼, 체력을 집중 보완하면 90분 동안 팀 공격을 주도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됩니다.

그럼에도 후반 41분 교체 과정에서 홈 관중들의 기립 박수를 받은 것은 이날 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쳤음을 의미합니다.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선수임을 감안하면 자신의 진가를 충분히 입증했습니다. 지금의 페이스를 앞으로 꾸준히 이어가면 볼튼 공격의 핵으로 떠오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게 됩니다.

이청용이 지금까지 보여준 활약상으로는 팀의 새로운 에이스로 떠오를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합니다. 볼튼의 에이스인 케빈 데이비스가 노장인데다(32세) 팀 입장에서도 새로운 공격 구심점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청용이 치고 올라갈 필요가 있습니다. 볼튼은 대형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투자하지 않고 잠재력 있는 선수를 키우는 팀입니다. 이청용이 볼튼의 에이스로 진화하는 과정은 '꿈이 아닌 현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볼튼의 공격은 이청용이 들어오면서 변화의 흐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단조로운 롱패스를 지양하고 정교한 짧은 패스 위주의 경기를 펼치고 있죠. 이청용이 팀 공격에 가세하면서 공격의 질이 부쩍 향상 됐습니다. 이청용은 아직 팀 전력의 진정한 구심점으로 자리잡지 않았지만 팀 공격을 좌우할 수 있는 영향력이 있습니다. 그런 영향력을 키우면 에이스로서 부족함 없는 활약을 펼칠 것입니다. 자신의 성공 시대를 열기 시작한 이청용의 발끝이 주목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