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탱크' 박지성(2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이 20일 저녁 9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전에서 5경기만에 선발 출장했습니다.

박지성은 경기 시작과 함께 오른쪽 측면에서 과감한 태클과 압박으로 상대 공격 물줄기를 끊는데 주력했습니다. 특히 전반 중반까지 맨시티 왼쪽 풀백 웨인 브릿지의 측면 오버래핑 기회를 번번이 무산시킨 것은 '수비형 윙어' 다운 면모를 발휘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비록 후반전에는 브릿지에게 침투 공간을 내주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활동 반경을 오른쪽 측면에서 측면과 중앙을 골고루 넓히며 적극적인 압박을 가하는 모습은 이전 경기보다 컨디션이 올라왔음을 의미합니다.

아쉬운 것은 골을 터뜨리지 못한 것입니다. 후반 6분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흘러나온 공을 받자마자 슈팅을 날렸으나 무산됐고 3분 뒤에는 아크 중앙에서 파트리스 에브라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 슈팅을 날렸으나 공은 골대 바깥으로 향했습니다. 그보다 더 아쉬운 것은 공격 작업의 미숙함 이었습니다. 후반 18분 교체되기 전까지 11회의 패스를 시도했지만 5회만 성공했을 뿐 6회가 동료 선수에게 부정확하게 향했습니다. 크로스 3회 또한 부정확 했습니다. 팀 공격의 연결고리 역할 임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맨유 선수 중에서 첫번째로 교체되고 말았습니다.

박지성은 맨시티전 이전까지 4경기 연속 선발 출전에 실패했습니다. 그 이유는 나니-발렌시아 조합에게서 공격 포인트 능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니는 강팀과 약팀 구분 없이 언제 어느 상황에서든 공격 포인트를 기록할 수 있고, 발렌시아는 양질의 패스와 크로스로 공격수들의 골을 도울 수 있는 이타적 역량이 출중합니다. 호날두-테베즈 이적으로 공격력이 떨어진 맨유로서는 그 부족분을 채울 잠재력이 있는 나니-발렌시아 조합을 운용했고 박지성의 비중이 줄었습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박지성이 두 선수에게 주전에서 밀린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어딘가 섣부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니-발렌시아가 퍼거슨 감독에게 실력을 인정받은 선수들이 아니기 때문이죠. 나니는 지난 시즌 박지성에게 밀렸으며 발렌시아는 이적생입니다. 두 선수 모두 맨유의 주전으로 거듭나려면 시즌 초반을 통해 실력을 검증받아야 합니다. 지금이 바로 그 단계이지만, 실제로 두 선수는 기복이 심한 공격 작업을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보다 더 문제는 박지성입니다. 나니-발렌시아 조합에 밀려 많은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해 맨시티전에서 실전 감각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수비 과정에서 의욕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고 경기 당일 컨디션도 문제 없었지만 경기 상황마다 실수가 여럿 속출하고 말았습니다. 동료 선수들과의 호흡도 오랜만에 손발을 맞추다보니 부정확한 패스와 크로스가 많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쩌면 맨시티전에서 널뛰기 기복을 보인 것은 당연했을지 모릅니다.

박지성의 공격력이 부족한 또 하나의 원인은 팀 전술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 박지성은 풀백과의 간격을 좁혀, 서로 패스를 주고 받아 측면 침투를 노리거나 또는 상대 측면 옵션을 향해 동시에 압박을 가하는 성향입니다. 왼쪽에서는 에브라, 오른쪽에서는 하파엘과의 호흡이 잘 맞았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에브라-하파엘이 아닌 존 오셰이와 오른쪽에 포진했지만, 오셰이가 박지성을 적절히 공간 커버하지 못해 서로간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부족했습니다. 그 결과는 박지성이 공격 전개 과정에서 볼 터치가 줄어들거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팬들의 관심은 박지성이 언제쯤 제 몫을 다할 수 있느냐의 여부입니다. 비록 시즌 초반은 불안한 행보를 보였지만 중반과 후반 행보는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박지성의 저력을 믿고 있습니다. 박지성은 맨유에서의 다섯 시즌 동안 수 없이 생존 경쟁을 치렀기 때문이죠.

그런 점에서 대런 플래처의 성장은 박지성과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구석이 있습니다. 플래처도 지금의 박지성처럼 한때 주전급 선수로 활약하다 로테이션 경쟁에서 후순위로 밀렸던 설움이 있기 때문이죠. 플래처는 2005/06시즌에 41경기에 출장했고 그 중에 36경기가 선발로 나왔던 경기입니다. 2006/07시즌에는 40경기에 나오면서(26경기 선발) 스쿼드 로테이션 시스템에 없어선 안 될 선수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하지만 2007/08시즌 23경기 출장(12경기 선발)에 그치면서 경기 출전 횟수가 부쩍 줄었고 한때 이적을 요청했던 전적이 있습니다.

플래처의 입지가 좁아진 원인은 맨유가 2007년 여름 하그리브스-안데르손-나니 같은 미드필더들을 동시에 영입했기 때문입니다. 세 선수는 첫 시즌 많은 경기에 출전한 반면에 플래처의 출전 시간이 줄어든 것이죠. 지금의 박지성이 발렌시아의 합류로 출전 시간이 줄어든 것과 유사한 대목입니다. 또한 플래처의 그 당시 실력은 양날의 칼 이었습니다. 기본적인 스피드와 패싱력이 있지만 압박에 약한 모습을 보이며 맨유 수비에 이렇다할 공헌을 하지 못했습니다. 수비력이 좋으나 공격력이 떨어지는 박지성을 보는 듯 합니다.

하지만 플래처는 지난 시즌 41경기에 출장하고 37경기에 선발로 모습을 내밀면서 입지를 되찾았고 실력까지 늘어나면서 '업그레이드'에 성공했습니다. 이제는 맨유 중원에 없어선 안될 선수로 꼽히며 실전에서 맹활약을 펼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이번 맨시티전에서 두 골을 넣으며 팀의 4-3 승리를 공헌한 것은 강팀에 강한 선수이자 캐릭과의 주전 경쟁에서 우세를 점할 수 있는 비결이 됐습니다. 2007/08시즌에 팀 내 입지가 좁아졌던 시련을 슬기롭게 이겨냈던 것이 지금의 결과로 이어진 것입니다.

이러한 플래처의 행보는 박지성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아무리 나니-발렌시아 조합에 의해 많은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해서 그것으로 로테이션 시스템에서 밀린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묵묵히 자기 역할에 충실하고 팀을 위해 헌신적인 활약을 펼치면 언젠가 플래처처럼 '쨍하고 해뜰날'이 돌아올 것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퍼거슨 감독은 개인 기량이 화려한 선수보다 팀을 위해 노력하는 선수를 선호하고 많은 출전 기회를 제공하는 지도자입니다. 그래서 박지성을 신뢰했고 두 번씩이나 재계약을 맺었습니다. 박지성은 자신의 힘으로 '산소탱크'의 저력을 과시할 날이 곧 올 것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